‘우다방’을 아시나요?햇볕 좋은 우체국 계단에는친구와 연인을 기다리는 사람들이비둘기 옆에 앉아 파란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지요.여기 사람들이 가장 좋아했던 약속 장소그래서 ‘우다방’이라고 했다지요. 우체국 맞은편 제과점을 지나가면고소한 빵 냄새가 솔솔 나지요.달달한 단팥빵과 찹쌀떡, 소보루빵시원한 팥빙수에 밀크셰이크칠십여 년 한자리에서그리운 맛과 추억을 구워내는 곳출출한 시간에 중앙상가를 걷다 보면 할매가 생각나지요.매콤한 떡볶이가 입맛을 당기는 할매떡볶이핫도그와 삶은 달걀, 어묵도 곁들여 먹을 수 있는 곳오래 묵은 솜씨라야 깊은 맛
비둘기들이 서성거리는고즈넉한 골목길에붉은 벽돌로 쌓은 교회당이 있다.하얀 십자가에 햇볕이 따사롭고오래되었으나 단아한 벽돌에는3·1 운동의 함성과광복의 환희와전쟁 때 총탄의 흔적이 서려 있다. 잎 넓은 후박나무와늘푸른 소나무가 정겨운교회당 뒤편 커피숍 마당에는삼십 년 넘는 세월발자국과 이야기가 숨 쉬고 있다. 옛 포항역 가는 길우마차가 느릿느릿 다니던남빈동 철물점 거리에옛 주인들은 하나둘 사라졌지만장터 같은 분주함은 여전하다. 임주은1982년 포항에서 태어났으며 대구가톨릭대 공예과를 졸업했다.개인전 2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아트
우리 민족은 전통적으로 인걸(人傑)은 지령(地靈)에 따라서 인물의 태어남과 기질이 형성된다고 믿어 왔다. 그런 연유로 마을이나 산의 지형을 함부로 변형하거나 훼손하는 일을 싫어하고 못마땅했다. 10여 년 전인가 영덕 인량리 전통 민속문화 마을 노거수를 찾았다. 그때 알고 지내는 지인이 인량리 마을은 옛날과 마찬가지로 지금도 사회적으로 걸출한 인물들이 많이 나는 곳이라 하면서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마을 뒷산에 송전탑이 세워져 지나가게 되었다. 마을 주민들은 마을의 지기가 끊어지고 약해진다고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이 마
선현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시간은 시위를 떠난 화살의 속도처럼 빠르다는 자명한 사실을. 그래서다. 그들은 이렇게 부연했다.“후회는 언제나 늦는 법이니, 지금에 충실하며 돌이켜 통탄할 일을 경계하라.”이는 흐르는 세월을 그저 그렇게 보내지 말고, 매사에 최선을 다하라는 생의 경구(警句)로 읽힌다.그러나, 보통의 사람들은 엄정한 위의 사실을 이전에도, 아직도, 아니 앞으로도 온전히 깨닫지 못하고 살다 가기 십상이다. 안타깝지만 부정할 수 없는 일.엊그제 열린 듯한 2023년 계묘년(癸卯年)이 벌써 저물고 있다. 달력을 뜯어내며 보니
모든 사람은 자유로운 존재로 태어났고, 똑같은 존엄과 권리를 가진다. ‘세계인권선언’의 첫 문장이다. 인권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누리는 당연한 권리를 말한다. 두 발을 딛고 사는 땅이나 한순간도 없어서는 살 수 없는 공기, 생존에 필수인 햇빛처럼 소중하지만 늘상 곁에 있으려니 하기 쉽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최근 공개한 ‘2023 인권의식 실태조사’를 보면, 1년 전보다 인권 상황이 더 나빠졌다는 인식이 증가했다. 인권침해에 가장 심각하게 노출되는 대상은 경제적 빈곤층이었다. 인권은 누구나 동등하게 누릴 수 있어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첫새벽보다 먼저새벽을 여는 너른 장터상인들의 분주한 발자국 소리에영일만의 여명이 밝아온다. 멸치와 과메기, 개복치, 고래고기대게와 홍게, 꽃게포목과 이불, 주단(綢緞)강정과 유과, 씨앗호떡, 감주없는 게 없는 시끌벅적한 장터에영일만의 숨결이 있고 맥박이 뛴다. 난전에 좌판을 벌여 놓은할머니들의 주름살은 짙어가는데초록빛 포항초 같은 젊은 상인들은너른 장터의 생기를 북돋운다.오거리 시민의 탑은빛바랜 흑백사진에 우뚝하지만죽도시장과 한몸이 되어영일만 사람들의 추억 속에 영원하리. 최수정 1971년 경북 예천에서 태어나 포항에서 성장했다.
사계절 푸른 해송을 품은청하 이가리 해변은수평선 너머 물들이는고요한 일출과 가지런히 놓여 있다.바다와 하늘이 만들어내는 전경이정신을 맑게 한다.닻 공원은 해안가로 뻗어나가는산책로가 놓여 있어바다의 소리와 냄새를 만끽하며 걷기에 안성맞춤이다.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디면 신선한 바다 공기가몸속 가득 스며들어일상의 번잡함을 잊게 한다. 닻을 형상한 전망대는선박과 어업 문화를 상상하게 하고바다에서 생존의 터전을 마련한 어민들의 의지가 담겨 있다.일출과 일몰이 아름다운 곳해가 서쪽으로 천천히 저물면서 바다 위로 퍼지는주황빛 노을은 그림 같은
산이름도 세월 따라 변하던가.옛적에는 백산(白山)이라 했다가모갈산(茅葛山)이라고 불렀다.지금은 서쪽에 있어 서산(西山)이라 부르기도 하고일찍이 상수도를 설치하면서배수지(配水池)를 놓았던 탓에수도산(水道山)이라 한다.도심 한복판에 은은히 솟아 있는산마루에 앉아윤슬이 반짝이는 영일만을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노라면밍크고래가 몰려오고고등어 떼가 튀어오른다. 산 곳곳에 보물처럼 숨어 있는 조개 화석은아득히 먼 옛날깊은 바다 밑에 있던 산이라 일러주며영겁의 세월을 느끼게 한다.역사의 거센 탁류와참혹한 산불을 온몸으로 견뎌내며지금도 영일만을 바라
영덕군 창수면 수리마을에서 사계절을 맞이하고 보내며 전원생활을 한 지도 벌써 15년 훌쩍 넘었다. 영해에서 창수면 수리로 가는 농촌 풍경은 예나 지금이나 큰 변화가 없다. 뿌리줄기에 붙어있는 고구마처럼 길 따라 옹기종기 붙어있는 자연부락의 모습은 언제 보아도 정겹다.마을마다 작은 마을 숲에는 당우와 함께 당산목이라 불리는 노거수가 있다. 주민들은 마을 수호신으로 모시고 동제를 지낸다. 특히 영해면 원구리 마을 숲 당산목은 나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다. 집으로 오가는 길목에 있는지라 오갈 때마다 들리곤 한다. 이제는 나의 중간 기착지
특별할 것 없는 집안에서 평범하게 태어났다. 일찍부터 군인의 길을 걷기로 결심해 젊은 나이에 군문(軍門)에 들어선다. 뚝심과 과감성이 있고, 처세와 정세 판단에 능했기에 비교적 빠르게 고위 장교로 진급한다. 그리고, 마침내 쿠데타를 통해 국가의 최고 권력자 자리에 오른다. 하지만, 무소불위의 권력을 마음껏 누린 이후의 삶은 결코 행복했다고 볼 수 없다. 20세기 중반에서 21세기 초반에 걸쳐 한국,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초반에 걸쳐 프랑스. 다른 대륙, 다른 국가, 다른 시대, 다른 사회적 상황 속에서 살았지만 전두환(1931
일을 한다면 국내 최고여야 했고세계 일류를 향해 나아가야 했다.드높은 꿈과 이상은 포스코를 세계 최고의 철강기업으로포스텍과 포스코교육재단을 국내 최고의 학교로 우뚝 세웠다.1972년에 조성되었으나 전봇대 하나 볼 수 없고키 큰 나무들 사이로 형형색색 꽃들이 만발하는 곳옛 소련 외교아카데미 부원장 유진 바자노프가“사회주의 이상을 실현한 것이다”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곳포스코 직원들의 주택단지는 포항 시민들과 함께 어울리는아름다운 살림터가 되었다. 최첨단의 연구개발 기관과 어우러지며포항의 자부심이자 나라의 미래로 빛나고 있는국내 최
날마다 다채로운 빛깔을 품은바다를 배경으로다양한 인간 군상이 있고변화가 파도처럼 일어나는 곳 어릴 적 모래성을 쌓던 기억을 꺼내어 놓는 것처럼따뜻한 추억과 함께 미소를 머금게 되는 곳잔잔한 파도는 부드럽게 모래사장으로 다가와사람들의 발에 살짝 닿으며 수줍은 인사를 건넨다.해 질 무렵 노을이 하늘을 물들이고바다 위에 붉은빛이 춤을 추듯 반짝인다.제철공장에 조명이 들어오고어두운 바다에 선박들의 불빛이 별처럼 하나둘 켜지면이곳이 빛과 물과 철의 고장임을 느끼게 된다. 영일대해수욕장의 밤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세상의 근심 걱정이빛을 머금은
많은 여행지 중 전북 익산만큼 볼거리가 많은 고장도 별로 없다. 찬란했던 백제 문화의 흔적이 깃든 왕궁리 유적과 미륵사지는 물론 춘포역 일대의 근대 문화유산까지 역사 유적지가 가득하다. 억새가 가득한 만경강은 그야말로 낭만의 절정이다. 여기에다 세상 어떤 수목원보다 매혹적인 정원까지 있다. 그야말로 천의 얼굴을 갖추고 있다. 초겨울 낭만적 정취를 느끼고 싶다면 전북 익산 여행이 어떨까? 무왕이 지었다는 왕궁리 유적·미륵사지는 ‘역사 교육장’비밀의 정원인 ‘아가페 정양원’선 이국적 감성으로 힐링호소카와 저택·춘포역 등은 ‘시간 여행지
영주시는 2020년 국토부 공모에 선정된 역세권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원도심과 구도심을 활성화하는 도시재생사업이 한창이다.도시재생사업은 현재 진행중인 중앙선 철도복선화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중인 영주역사 신축과 함께 역세권 중심상권 회복을 위해 국비 140억원, 지방비 93억3천만원, 기금 14억원, 민간 3억3천만원, 자체지방비 32억2천만원 등을 포함한 282억8천만원의 예산으로 2025년까지 사업을 추진한다.사업 추진구간은 영주역으로부터 경북전문대 방향 대학로를 중심으로 한다.특히 이번 사업은 도시문화친화형 가로조성, 지역특화산업
와송(臥松) 노거수는 우리 민족성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민족마다 가지고 있는 고유한 기질을 민족성이라 말한다. 단일 민족인 우리 한민족은 절개와 지조가 있으면서 청초함을 갖추었다.척박한 토양 환경에도 끈질기게 살아가는 애국가에 나오는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바람서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일세.” 이 한 줄의 가사가 증명해 주고 있다.고난을 극복하고 세계사에 우뚝 선 나라로 국제사회에 미담의 주인공으로 회자 되고 있다. 송죽매란(松竹梅蘭)은 절개와 지조를 상징하는 사군자로 우리 조선의 선비들이 즐겨 심고 노래한
환한 대낮의 역동성과 활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누군가는 밤이 가진 안온함과 고요한 평화를 기다린다. 이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취향과 성정의 차이다.기자의 경우엔 밤의 매력에 이끌리는 사람. 그래서다. 오래전 아래와 같은 시를 읽었을 때 잠시잠깐 가슴이 술렁였다.시인 나희덕(57)은 어둠이 내려앉은 밤의 미지(未知)를 아래와 같이 노래한 적이 있다.“…(전략) 우리는 어둠의 온도와 속도도 느낄 수 없지알 수 없기에 두렵고 달콤한 어둠아, 얼마나 다행인가어둠이 아직 어둠으로 남겨져 있다는 것은.” 도시 명물 ‘나카스 야타이
포항시가 주최하고 경북매일신문이 주관한 포항의 대표 수산물인 구룡포과메기와 영일만 검은돌장어의 뛰어난 맛과 영양을 알리기 위한 ‘2023 포항 구룡포과메기&영일만 검은돌장어 미디어 홍보 행사’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행사에 참석한 언론인과 유명 인플루언서들은 인기 유명 셰프이자 음식칼럼니스트인 박찬일 씨가 과메기와 검은돌장어를 활용해 직접 요리해 내놓은 음식을 시식해보며 맛과 풍미에 감탄사를 연발했다. 입맛을 돋우는 행사장의 맛 잔치를 참관기와 화보에 담아본다.사진/이용선기자
아침 든든히 먹고 신발 끈 다시 꽉 묶고길을 나서면 거기서부터 순례다.날숨 가다듬고 들숨 잠잠할 때파도소리 갈매기 소리에 실려오래 묵은 이야기가 들려온다.내 고향 땅에 청포도 알알이 익어가는 시절에고달픈 몸으로 찾아올 손님을 기다린 시인 이야기마침내 그 손님 맞이하여 함께 살아가는 오늘도연둣빛 포도알이 거리 가득 열매 맺는다는 이야기 신라시대 연오랑세오녀 부부 해초 뜯으며 살 때연오랑이 신이한 바위 타고 바다 건너 왕이 된 이야기그래서 해와 달이 시들시들 빛을 잃어버렸을 때세오녀가 고운 비단으로 하늘에 빛을 수놓은 이야기갈매기 장미
“나는 내일 지구가 멸망할지라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철학자 바뤄흐 스피노자의 명언처럼 우리는 현재를 충실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인간은 끊임없이 내일을 이야기하고 대부분 장밋빛 내일을 기대하며 그 꿈을 실현하고자 오늘을 살아간다. 28만여 명의 시민이 생활하는 경산시의 내일은 어떤 모습일까?당장 눈앞에 다가올 2030년의 모습, 그리고 계속해서 다가올 미래 경산은 어떤 모습일지 현재를 돌아보며 내일을 그려본다. 현재대구광역시 배후도시 역할서 벗어나살아보고 싶은 경북 3대 도시로 위세 떨치며교육과 일자리 주거생활까지
어떤 이의 삶은 살아온 자체로 역사가 된다. 지나간 세월을 겪어낸 다양한 분야의 원로들이 그렇다. 김수웅 선생이 포항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한 것은 1959년이다. 국산 라디오가 처음으로 생산된 바로 그 해이다. 라디오가 영화와 더불어 대중문화의 꽃이던 시절이다. 당시 서울의 라디오 보급률은 60%가 넘었지만, 포항 지역에서 라디오 수상기가 있는 집은 전체 가구의 10%도 되지 않았다. 전국의 라디오 보급률인 20%의 절반 수준이었다. 그런 시절이었으니 방송국은 번듯한 건물이 아닌 이동 방송차였다. 라디오 없는 집이 수두룩하니 포항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