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북 정주 출신인 김소월의 시에는 섬세한 향토 방언이 800여 개나 결 고운 무늬를 이루어 향토적인 전통 가락과 장단과 어울린다. 소월은 20년대의 문학 일상어와 평북 방언을 구분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일상어로서, 모어로서 방언을 사용하였다. 소월은 시 작품에 평균 2개 이상의 방언 내지 방언 변이형을 사용하고 있을 만큼 방언을 풍족하게 시에 수용하였다. 방언을 표준어와 대립되는 관점에서 인식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일상어로 인지하였고, 자연스럽게 시어로 사용함으로써 가장 전통에 근접한 서정시의 최고봉에 우뚝 서게 된 것
손흥민의 골에 이강인이 펄쩍 뛰어올라 하나가 된다. 하나가 된 모습을 국민들은 얼마나 원했는지. 태국과 피파 순위만큼이나 큰 차이로 이겨서 기쁘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대한민국 축구팀이 하나가 된 것이다. 조각난 팀이 한 팀이 되는 건 쉽지 않다. 누군가의 헌신적인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탁구 게이트 이후 런던으로 사과하러 온 이강인을 손흥민은 따스하게 맞아준다. “강인이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한 번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달라”는 인간적인 손흥민을 만난다. 이 한마디가 국가대표팀과 토트넘을 이끄는 주장의 모습을 보여준다
3월이 끝났다. 대학의 3월은 설렘과 두려움을 안고 입학한 새내기와 화사한 봄날이 어울려 빛이 나는 시기이지만, 올 3월 대학가에는 유독 피곤함과 우울함이 뒤엉켜 있었다. 주위의 동료들과 전화할 때마다 전쟁터 같은 대학에서 다치지 말고 살아남자는 말밖에는 할 수 없는, 나의 무능력을 다시 직시해야 하는 시간이기도 했다.시작은 개강과 함께 폭탄처럼 던져진 본부의 모집단위 광역화(안)이었다. 2025년부터 입학정원의 25%를 무학과 자율전공을 선발하겠다는 안에 대해 학내에서 수많은 문제 제기가 줄을 이었다. 하지만 본부는 어떤 이유인지
첫 방문인데, 뭘 사가야 할까? 이사한 지 얼마 안 되었다니, 옛날 같으면 크리넥스 티슈를 한 박스 가져가야겠지만 첫 만남에 영 어울리지 않는다.궁리 끝에 생각해낸 것이 결국 과일이다. 하필 과일 금이 엄청 올랐다는 때였다. 사과가 ‘금과’가 되었다던 때였다. 그러고 보니 이날의 만남도 벌써 석 주는 지났다.아는 사람한테 물어보니 과일은 백화점 과일이 제일 맛있다는데, 들를 시간이 없다. 큰 슈퍼마켓에 들어가 사과, 딸기, 바나나, 천혜향 같은 것을 한 바구니씩 사니 값이 꽤 나간다. 무게도 제법이다.이제 들고, 선화동, 대전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긍·부정이 엇갈린다. 하지만 최근엔 군사쿠데타와 정치탄압 등 부정적인 측면 보다는 나라를 가난에서 구제한 업적을 더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다.22대 총선에서 박 전 대통령을 능욕한 막말 논란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경기 수원정에 출마한 김준혁 후보가 종군 위안부와 관련해 박정희 전 대통령을 능욕한 망언을 한 사실이 드러나 구미 시민과 정치권이 분노하고 있다. 김 후보가 2019년 2월 한 유튜브 채널에서 박 전 대통령이 일제강점기에 종군 위안부와 교사 시절 학생들과 성관계를 가졌을 가능성을 언
22대 총선 최대 변수는 조국이다. 그의 출마로 전체 판세가 국민의힘에서 민주당으로 기울었다. 국민의힘이 상승할 때도 잘해서라기보다 민주당이 스스로 무너진 탓이다. 이재명 대표가 비명계를 숙청하고, 친명계를 심으려 무리했다.민주당 주류였던 호남계와 친노, 친문들이 치명상을 입었다.이 대표는 민주당 주류가 아니었다. 꼬리가 몸통을 집어 먹으려니 소음이 났다. ‘비명횡사’와 함께 민주당 지지율도 추락했다. 충성도만 보고 자객들을 뽑았다. 검증에 소홀했다. 문제 후보가 속출했다. 서울 강북을에서 줄줄이 낙마한 정봉주·조수진 후보가 대표적
봄비 내리는 저녁, 서울 광화문. 작가, 교수, 변호사, 사업가(후배) 등이 어우러졌다. 후배가 내게 김성근 포스텍 총장을 아느냐고 물었다. 나이가 또래라는 것만 안다고 했더니, 화학계에 이름 높은 학자로서 받고 있던 연봉보다 적게 받으면서 총장으로 갔다는 자랑을 보탰다. 내가 ‘박태준 평전’을 쓴 작가니까 그랬겠는데, 웃으며 한마디 건넸다.“칠십 고개를 바라보면서도 인생의 의미보다 돈을 더 중시한다면, 속물이거나 바보 아니겠나?”며칠 지났다. 나는 포항에 왔다. 또 봄비가 어둠을 적시는 저녁이었다. 몇이서 돼지국밥에 막걸리를 주고
하루가 다르게 태양이 일찍 떠올라 창천에서 오래 빛난다. 아침 여섯 시 무렵 동창은 환하게 빛나기 시작하고, 저녁 일곱 시가 지나야 사방에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다. 바야흐로 생명의 환희와 약동(躍動)이 찬란하게 작동하는 눈부신 시절이다. 이런 날이 이어지면 누구나 들뜨고 조금은 흥분되기 마련이다. 접촉사고에 조심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반면에 봄날은 아주 변덕스러워 갈피를 잡을 수 없다. 이를테면 지난 목요일 내가 사는 고장 청도에는 온종일 비가 뿌렸다. 아침나절부터 오기 시작한 비가 한밤중까지 그칠 줄 모르는 것이다. 결국 그날
오늘이 모두가 바보가 된다는 만우절(萬愚節)이다. 가벼운 장난이나 그럴듯한 거짓말로 재미있게 남을 속이면서 즐기는 날이다. 영어로 April Fool’s Day라 부른다.유래는 중세 프랑스에서 시작됐다는 것이 유력하다. 16세기 유럽에서는 1년의 시작을 부활절로 여겼다. 하지만 부활절 날짜가 3월 25일부터 4월 20일까지 들쭉날쭉한 바람에 프랑스왕 샤를 9세가 1564년 1월 1일을 새해로 선포했다.그러나 그런 사실이 백성에게 잘 전달되지 않아 많은 사람이 여전히 4월 1일을 새해로 알고 선물을 주고받았다. 그들을 대상으로 놀리거
우리말에 ‘발품 팔다’라는 말이 있다. 발로 무엇을 해서 먹고사는 일을 뜻한다. 힘들게 발품 팔아서 이룬 결과들은 오래오래 남아서 좋은 성과를 만들어내는 에너지원이 된다.가만 생각해 보니 군대에서 구보를 마지막으로 발품 팔아먹는 행위는 끝났고 두 발은 오직 차 있는 곳까지 걸어가거나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까지 짧은 이동의 용도로만 사용하고 있었다. 발품 파는 일을 그만두니 발아래서 일어났던 고달프고 힘들었던 순간과 가슴 저미도록 벅찬 감동의 순간들도 자연스레 희미해졌다.고달픔을 잃어버린 곳에서는 새로운 희망이 자리잡을 수 없고 건강한
4월 10일, 22대 총선일이 열흘 남짓 남았다. 정당마다 구호를 내걸고 표심을 얻기에 분주하다. 어떤 이는 진작에 마음을 굳혔겠지만, 아직 표를 줄 정당과 후보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국민도 많다. 처음부터 판세가 결정된 지역도 있지만,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격전지도 있다. 그러니 투표일까지 유권자는 두 눈 크게 뜨고, 두 귀 활짝 열고 후보의 인물과 정책을 주시해야 한다.문제는, 인간이 그렇게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점이다. 일반적으로는 정당의 정책과 인물을 보고 자기 이익에 기반해서 투표하는 것이 합리적이므로 당연히
GRDP(지역내총생산)는 일정기간 동안 특정지역 안에서 새로이 창출된 최종 생산물가치의 합을 말한다. 각 시도가 경제활동으로 얼마만큼의 부가가치를 발생하였는지를 나타내는 경제지표다.지역내총생산에서 지역의 범위를 국가 전체로 확장하면 국내총생산(GDP)이 된다.대구의 GRDP는 1992년 이후 31년째 전국 꼴찌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GRDP는 울산(7천751만원)이 전국에서 가장 높고, 충남(5천894만원), 서울(5천161만원)이 뒤를 이었다. 대구(2천674만원)는 전국 평균(4천195만원)보다도 1천521만원이
2017년 최순실 사건이 나라를 뒤흔들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했다. 국민은 자괴감을 느꼈다. 당시 집회에서 ‘이게 나라냐?’는 말이 나왔다. 국민의 자조적인 심경을 대변하는 표현이었다. 한동안 유행했다.2022년 11월 이태원 핼러윈데이 참사가 터졌다. 많은 신고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관계 당국을 향해 “이게 나라냐?”며 또 비난이 쏟아졌다. 이후 각종 시위에 단골 메뉴로 등장, 시국을 관통하는 단어가 됐다.‘이게 나라냐?’라는 말은 대형 사건 사고와 관련, 국가의 대처 미흡을 꼬집으며 질책하는 용어로 폭넓
봄은 왔지만 아직 날씨는 겨울에 머물러 있다. 오늘 날이 풀린 것 같아 내일 같은 옷을 입고 나가면 감기 걸리기 좋다. 우리나라는 봄이 와도 봄 날씨가 아니다. 더운 날이 지속되면 인체는 더운 날에 맞춰 몸의 세팅을 서서히 바꾸고 추운 날이 지속되면 몸은 거기 맞춰서 몸을 세팅한다.지금처럼 하루에도 몇 번씩 변하는 날씨에 몸이 적응하긴 쉽지 않다. 그래서 인체는 면역이 떨어지고 감기에 걸리고 알러지가 발생하고 몸살이 난다.흔히들 기력이 딸린다라고 표현을 하는데 봄에 유독 나른하고 힘이 없고 밥 먹으면 졸린 증상들이 많다. 겨울동안
3월 들어서도 겨울과 봄이 서로 줄다리기를 했다. 겨울은 3월의 폭설로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으나 결국 꽃피우는 봄이 이겼다. 매화, 산수유, 목련, 개나리, 진달래가 차례를 지킬 겨를 없다는 듯 앞다투어 피워댄다. 꽃구경을 유혹하는 상춘(賞春)의 계절이다. 그런데 우리 선조들은 눈으로만 하는 봄구경에 만족하지 못했다. 온몸으로 뱃속까지 봄을 느끼고 싶어 입맛으로 즐기는 상춘(嘗春)을 감행했다. 그 절정이 바로 화전놀이였다. 화전놀이는 꽃피는 봄날 마을 부근 경치 좋은 곳에 가서 꽃을 보며 놀고, 진달래꽃으로 화전을 지져 먹고 노는
역사 속 민중은 어리석기도 하였다. ‘우민(愚民)’은 위정자에게 늘 속기만 하고 살았던 백성의 부끄러운 이름이었다. 교육이 보통 사람들의 생각을 깨우치고 민주의식의 전개는 국민들의 인식 수준을 바꾸어 놓았다.한두 사람을 속일 수는 있어도 여러 사람을 한꺼번에 기만하기는 어렵게 되었다.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집단지성센터(Center for Collective Intelligence)는 사람들이 집단으로 연결되어 공통된 지향점을 가지고 사고(思考)를 이어갈 때 개인이 생각하여 결정할 때보다 뛰어난 이성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연구
대구 수성못은 일제시대 관개용 저수지로 조성됐다. 대구시가 넓어지고 저수지 기능을 잃자 대구시민의 휴식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수성못은 면적 21만8천㎡, 못 둘레 2천20m로 1965년 유원지가 됐다. 수변 데크 로드와 왕벚나무, 버드나무 가로수길이 상징이다. 2026년 수상공연장과 수성 브리지가 완공되면 문화 랜드마크로 거듭날 전망이다.경산 남산면 반곡지도 1903년에 만든 농업용 저수지다. 이곳엔 수백 년 된 왕버들 20여 그루가 늘어선 150m 가량의 흙길이 농촌의 정취를 느낄 수 있어 인기다. ‘사진 명소’로 선정돼 사진 동
나긋하게 얹힌 봄이 꽃샘추위 속에서 시간의 길을 잃어버린 날, 무엇에 이끌렸을까. 지하철에 들어선 풍뎅이 한 마리가 수십 개의 눈 안에 갇히고 말았다. 이리저리 부딪다가 뒤집어져 팽그르르, 축을 잃은 팽이의 동작에 놀란 몇몇이 웅성이기 시작했다. 그 모양이 마치 찬바람 속에서 버둥거리는 새싹을 닮았다.진화를 꿈꾸던 곳은 어디였을까 여긴 분명 아닐 텐데. 낯선 환경을 뒤늦게 감지한 걸까. 날갯짓의 속도에 점점 불안함의 무게가 더해진다. 먼 섬을 찾아 들썩여도 좋았을 저 튼튼한 견골. 잘못 접어든 골목길에서 한참을 헤매도 다시 그 자리
‘무이산이 기이하고 빼어나며 맑고 고와 진실로 천하에 제일이다. 또 우리 주 선생이 도학을 공부하던 장소가 되어 만대의 아래가 수사와 태산처럼 우러르게 하니 진실로 우주 사이에 다시 있을 수 없는 땅이 된다. 내가 외진 곳과 늦게 태어나서 이미 선생의 문하에서 배울 수 없고 또 구곡의 하류에서 갓끈을 씻을 수 없으니 어찌 심히 불행이 아니겠는가’(‘무이지발’, 정구)성주 가야로를 타고 가다 수륜면에 도달하면 새하얀 백매화가 팝콘처럼 나무에 주렁주렁 열린 한 서원을 찾아볼 수 있다.이곳은 조선의 대학자 한강 정구(鄭逑·1543~162
의대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갈수록 악화돼 환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26일 전공의 면허정지 처분을 잠정 보류하면서 의료계에 대화의 손을 내밀었지만, 의대교수들은 ‘2천명 증원’ 철회 없이는 대화를 할 수 없다며 사직서 제출을 강행하고 있다. 정부가 공보의 등을 투입해 의료 공백에 대처하고 있지만, 전공의에 이은 교수 사직으로 의료시스템은 붕괴 직전이다.지난 일요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의대교수협의회 회장단과 만나고, 윤석열 대통령이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의 면허정지 처분 방침과 관련해 “유연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