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주간 필자는 캐나다 몬트리올과 토론토, 싱가포르와 홍콩을 여행할 기회가 있었다. 필자는 많은 것을 흥미있게 보았고, 깨닫기도 하고, 앞으로 연구해야 할 숙제들도 모아서 돌아왔다.각 지역을 며칠간 주마간산(走馬看山)식으로 방문했지만 필자의 눈에 보인 이 세 사회의 공통점들과 차이점들을 독자들과 나누면서 그 의미들을 간단히 살펴보려 한다. 이 세 사회의 공통점으로 두드러진 것은 모두 소득이 높다는 것이다. 즉 물질적으로 ‘선진사회’다. 깨끗한 길과 건물들이 현대의 다양하고 아름다운 디자인과 양질의 재료로 세워져 있고 튼튼하게 보
지금 증시는 미-중 무역갈등에 예민해져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고민은 장단기 금리 역전현상이다.2차대전 이후 세계경제가 침체국면으로 진입했을 때마다 장단기 금리가 뒤집히는 일이 선행되었다. 지난 10월 3.25%까지 상승했던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2.86%로 후퇴했다. 그 결과 미국국채 2년물 금리와의 차이가 0.14%로 좁혀졌다. 이 추세대로 가면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를 하회할 수도 있다.장기금리는 기업이 지불하는 금융비용인데 그것이 단기금리보다 낮아지는 것은 기업들의 투자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졌음을 의미한다. 즉 투자처가 없
‘낙원’은 어떤 모습일까? 라틴문학의 거장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1899∼1986)는 낙원을 도서관의 형태로 꿈꿨다. 그에게 책은 진리였다. 그렇다고 보르헤스의 서재가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장까지 지냈지만, 그의 서재는 소박했다. 보르헤스는 1937년 도서관에 처음 취직한 이래 평생을 사서로 살았다. 선천적으로 시력이 나쁜 탓도 있었지만 책을 너무 많이 읽어 끝내 눈이 멀어 버렸다. 그때 나이가 50대 중반이었다. 알베르토 망구엘이 보르헤스를 만난 건 1964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피그말리온’이라는 서점에서였다. 피그말리온의 단골이었던 보르헤스는 어느 저물녘, 서점 점원으로 일하던 열여섯 살의 망구엘에게 말했다. “저녁에 와서 책을 좀 읽어주지 않겠니?” 그때 망구엘은
자녀가 독립하여 집을 떠난 뒤에 부모나 양육자가 경험하는 외로움과 상실감으로 인한 슬픔을 ‘빈둥지증후군’ 또는 ‘공소증후군(空巢症候群)’이라 한다. 태어나서 성인이 되면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현상이나 자녀가 둥지에서 떠나는 것은 부모의 삶이 완전히 재조정되도록 만들기 때문에 부모 입장에서는 목표상실과 우울을 경험할 수 있다. 현재 우리사회는 성인이 된 자녀들의 독립 시기가 점점 늦어지고 있다. 또한 결혼 후 어머니에게 자녀의 양육을 의존하는 등 한 집에서 같이 살지는 않더라도 실질적인 독립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이유로 ‘캥거루족’이니 ‘연어족’이니 하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조선 초기의 문신이자 명문장가인 사숙재 강희맹은 자식교육이 특별하였다. 성종의 명에 따라 서거정
대학의 위기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인하여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 압력이 가중되고 있는데다가 무크(MOOC: Massive Open Online Course)와 같은 온라인 강의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됨으로써 교육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또한 오랫동안 등록금 동결로 재정난이 가중되고 있고, 대학 정체성(identity)의 상실, 재단과 총장의 비리, 정치화된 교수들, 입학생들의 수학능력 저하 등 위기의 요인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러한 ‘대학의 위기’는 결국 ‘교수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고, ‘교수의 위기’는 또 다시 ‘대학의 위기’를 더욱 심화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대학 발전에 중추적 역할을 해야 할 교수들이 위기에 직면에 있다는 사실 자체가 대학의 미래를 어둡게
카풀(car pool)은 목적지나 방향이 같은 사람들이 한 대의 승용차에 같이 타고 다니는 것을 말한다. 카풀운동은 1973년 석유 위기에 직면한 미국인들이 사태를 개선하기 위해 시작된 운동이다. 국내에서도 카풀과같은 승차 공유 서비스를 찾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지만 생존권을 주장하는 택시업계 반발로 제대로 확산되지 않고 있다. 실례로 자가용 승차 공유 서비스인 ‘우버’가 지난 2013년 8월 국내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택시업계의 반발로 1년 반만에 서비스를 중단한 것. 그러나 지난 2월 ‘카카오 모빌리티’가 ‘카카오 T 카풀’이라는 이름으로 ‘카풀’시장에 뛰어들면서 또 다시 논란이 되고있다. 택시업계는 법적으로 카풀을 전면금지할 것을 요구하며, 생존권에 위협을 받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10일
상속제도는 시대와 나라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변천돼 왔다. 우리나라만 해도 고려와 조선 초기시대까지는 자식에게 골고루 상속을 주는 남녀균분 상속제도가 대세였다. 역사학자에 의하면 생활이 안정되지 못한 유목사회는 말자(末子)상속이 선호되었고, 생활이 안정기에 접어든 농업사회에 와서는 장자(長子)상속으로 바뀐 것이 일반적 추세였다고 한다. 상속은 부모의 봉양과 가통의 계승, 생존이라는 삶의 본질적 문제 속에서 자연스레 발생한 사회 관습이라 볼 수 있다. 말자상속은 성숙한 아들이 차례로 분가(分家)하고 마지막 남은 아들이 가계를 계승하는 제도다. 부모는 죽을 때까지 자신의 재산권과 사회적 권위를 유지하며, 가장 오랫동안 자식의 보필을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장자상속은 세계 곳곳에서 볼 수
역사 속에서, 백의종군(白衣從軍)은 무인 관료들에게 내리는 처벌의 하나였다. 본인이 자발적으로 내리는 결정이 결코 아니었다. 계급이나 직책없이(白衣) 군문에 종사한다(從軍)는 뜻인 백의종군은 5단계 처벌 중 감옥에 가두는 도형과 곤장을 때리는 장형 사이 경징계의 벌(罰)이었다. 정확하게는 무과 과거 급제자의 신분은 유지해주면서 계급과 직책을 박탈하는 형벌이었다. ‘백의종군’ 하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두 번이나 당한 충무공 이순신을 떠올린다. 첫 번째는 1587년 조산보만호 겸 녹둔도 둔전관 직책을 맡던 중 북방 오랑캐를 제대로 막지 못했다는 누명을 쓰고 받은 백의종군 처분이었다. 두 번째는 1597년 정유재란 때 원균과의 갈등에다가 이순신을 제거하기 위한 왜국의 작전에 휘말린 선조가 수군통제사 자리를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 체제는 위기에 처한 당 개혁을 위한 궁여지책으로 출범했다. 홍준표 당 대표는 대선 패배에 이은 지방선거 참패로 물러났다. 제 1야당인 한국당의 지지율은 계속 폭락했고, 친박과 비박의 당내갈등은 계속됐다. 박근혜 정부 시 총리후보에서 낙마한 김병준 교수는 전격적으로 한국당의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했다. 그러나 그의 당 개혁을 위한 조치는 곳곳에서 암초에 부딪치기도 했다. 며칠 전 한국당은 나경원 의원을 당의 원내 대표로 선출했다. 한국당은 이제 미묘한 입장차이를 보이는 김병준·나경원 투 톱 체제로 운영되지 않을 수 없다. 한국당의 쌍두마차가 헝클어진 당을 위기에서 구할 것인가. 아니면 양자의 갈등으로 당은 다시 내홍을 겪을 것인가.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출발시부터 당내 친박이나
일본의 최근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지난 6일에는 수돗물 공급의 민영화 법안을, 8일에는 약 35만명 정도의 외국인 노동자 유입을 허용하는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을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전격 통과시켰다. 이는 인구감소 대책을 서둘러 마련하겠다는 강력한 정책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이러한 정책방향은 2014년 도쿄대 마스다 교수가 발표하였던 일명 ‘마스다리포트’에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르면 2040년경 현재 일본의 지자체 가운데 절반은 인구감소로 소멸될 가능성이 크다. 마스다 교수는 일본의 인구감소 원인이야 다양하겠지만 3대 도시인 도쿄, 오사카, 교토, 그중에서도 도쿄로 청년들이 집중 이동되는 현상을 최대 원인으로 꼽았다. 젊은 여성이 도쿄로 몰린 후 치열한 취업경쟁과 값비싼 생활비, 열악한
1. “커서 뭐가 될래?” 이 말을 다시 듣게 된 것은 20대 후반이었다. 그때 나는 대학을 졸업한 후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고 있었다.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할 수 없었고 번번이 대학원 진학에 실패했다. 무엇을 하는지도 모른 채 삶은 조금씩 닳아가고 있었으며 그 속에서 나는 형체도 흔적도 없이 사라져 가고 있었다. 하루는 친형처럼 따르던 동네 형과 어울려 술을 마신 일이 있다. 술을 따르던 친구가 술병을 놓치는 실수를 했다. 재치있는 형은 동네 어르신이 개구쟁이들에게 한심스럽다는 듯이 던지는 말투로, “으이그, 커서 뭐가 될라카노?” 이 말이 너무 재미있게 들렸다. 우리는 더 이상 자랄 수 있는 나이가 아니었고, 우리는 저마다 이미 무엇인가가 되어 있었거나 되어가고 있었
텅 빈 들녘이 사람을 오라 한다. 북극에서 내려오는 된바람 기꺼이 품으며 사람을 오라 손짓한다. 아직 회수되지 못한 볏짚두루마리들만이 하얗게 혹은, 푸르게 동그마니 서서 들녘을 지켜보고 있다. 된바람의 냉기가 두루마리를 에워싼다. 저 두루마리마저 떠나고 나면, 들녘은 망망대해보다 더 절박하게 텅 비리라. 두루마리에 갇힌 볏짚은 어떤 생각을 할까. 지난 한 생 푸지게 살아 풍년을 이루어 냈으니, 이제 어디로 가 무엇이 된들 대수이랴 할까. 내 분신 쌀이 사람과 동물을 먹여 살리니, 그것으로 족하다 할까. 알곡 벼 다 털리고 몸뚱이마저 사료로 쓰이려 이리 둘둘 말려 세워졌으니, 사람은 참 욕심쟁이라고 원망하며 욕할까. 어차피 사람이 씨 뿌리고 가꾸고 거둬들였는데, 케 세라 세라나 부르지 무슨 상관이야라고
굴원(屈原· B.C. 339~278)은 먼 옛날 중국 초나라의 시인이자 정치가였다. 그는 몰락한 귀족의 자손으로 그러나 어려서부터 훌륭한 품격에 고매한 정치적 이상을 가졌다. 그가 살던 시대는 전국 시대 말기로 굴원의 초나라는 제나라와 진나라 사이에서 국운을 걱정해야 하는 곤궁한 처지에 빠져 있었다. 굴원은 제나라와 연합하여 진나라에 대항하자고 하였다. 지금 같으면 미국과 중국 가운데 어디 붙느냐 하는 격일까? 어느 시대나 간신들, 모리배들이 있는 법, 그는 자신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왕의 버림을 받아 오랜 세월을 남쪽 세상을 떠돌게 된다. 중국 땅은 드넓으니 십 년 헤매일 곳도 있으련만 우리 같으면 산수갑산에 처박히거나 보길도 같은 데 숨거나 하는 수밖에는 다른 도리 없으리라. 오랜 방랑으로
소득주도성장정책과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현 정부의 경제정책이 경기침체와 일자리축소 등의 부작용을 빚게 되면서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 문제는 대구·경북지역을 텃밭으로 하는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지지율도 동반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뭔가 타개책이 필요하지만 친박계와 비박계의 갈등은 자유한국당이 자체 치유할 수 없는 간극을 던져주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고민이 커지고 있는 이유다. 특히 이번에 치러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선거를 보면 친박계는 나경원 의원을 지지하고, 비박계는 김학용 의원을 지지해 계파전 양상으로 치러졌다. 승부는 중립지대에 있던 의원들의 선택으로 갈라졌다. 친박계 잔류파의 지지를 등에 업은 나경원 의원이 원내대표 선거에서 33표 차이로 압승을 거둠으로써 향후 비
대구 사람에게 가장 친근한 산을 꼽으라면 앞산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접근성 면에서 팔공산보다 더 친근감이 있는 산이다. 앞산은 좌우로 산성산과 대덕산을 두고 있는 해발 660m 높이의 높지 않은 산이다. 앞산에는 다섯 개의 골이 있다. 대덕(大德)골이라 불리는 큰 골과 고산골, 안지랑골, 용두골, 달비골 등이 그것이다. 그 중 안지랑골은 고려 태조 왕건이 견훤과 싸움 끝에 도망쳐 피신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전해져 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그는 싸움에 패해 지친 몸을 이끌고 이곳에 와서는 바위틈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마시고 기운을 차렸다고 한다. 안지랑이라는 말은 원래 왕지렁이에서 유래됐다 한다. 지렁이의 정기를 타고 났다는 견훤이 공산전투에서 패한 왕건을 쫓아 이곳에 왔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란다.
연일 폐지 줍는 노인들과 관련된 사건 사고가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그 가운데는 술에 취한 20대가 폐지를 줍는 70대 할머니와 말싸움을 벌이다 뺨을 때리고 폭행한 기막힌 사건도 있고, 폐지 줍는 80대 노인을 주먹으로 때려 돈을 빼앗고 합병증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남성에게 법원이 중형을 선고한 사건도 있다. 차가워진 날씨 속에서도 하루하루 폐지를 주워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는 폐지 줍는 노인들은 아무런 도움의 손길도 받지 못한 채 하루하루 고단하고 힘들게 살아가시는 분들이기에 이 모든 사건은 더욱더 큰 사회적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 “힘들지. 근데 돈 벌려니까 할 수 없이 하는 거지. 폐지가 100㎏이면 돈으로 따지면 7천 원밖에 안 돼. (우리를) 무시하는 사람들은
국책연구원인 통일연구원은 지난 12일 정전협정을 대체할 수 있는 ‘한반도 평화협정’ 초안을 공개했다. 국책 연구기관 차원에서 평화협정 초안 전문을 발표한 것은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이지만 평화협정을 강조해온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과 맥이 닿아 있다. 이 초안은 협정 체결 시점에 대해 “북한의 비핵화 약 50% 달성 시점”이라면서 이를 2020년 초반으로 가정했다. 통일원이 작성한 초안에 따르면, 어느 정도의 비핵화 단계에 이르면 ‘유엔사 해체 후 한반도 평화관리위원회로의 전환’, ‘미·중 핵무기 한반도 전개·배치 금지’ ‘외국군과 대규모 연합 훈련 금지’를 시행하도록 했다. 또 ‘미국은 조선(북한)에 안전 보장을 제공하고 어떠한 형태의 무력도 사용하지 않을 것임을 확약하며, 조선도 미국에 대해 동일하게 확약한
아마존은 세계에서 가장 넓고, 가장 다양한 생물이 사는 브라질의 열대 우림을 가리킨다. 넓이가 우리나라 넓이의 70배 정도다. 스페인 원정대가 아마존을 탐사할 때 용맹스러운 아마존 여자 원주민에게 많은 공격을 당했었는데, 여자 원주민의 모습이 마치 그리스 신화의 아마조나스를 떠올린다고 해 아마존이라고 부르게 됐다고 한다. 다만 ‘아마존효과’에서 나오는 아마존은 도서, 의류, 신발, 보석, 식품 등을 판매하는 미국의 온라인 커머스 회사를 가리킨다. 아마존은 1995년 제프 베조스가 시애틀에서 인터넷 서점으로 처음 설립했다. 인터넷서점은 인터넷을 통해 도서검색 및 주문이 가능하기 때문에 서점공간이나 점원이 필요없고, 반품률도 매우 낮아 비용절감이 가능하다. 이러한 비용절감 효과를 도서가격에 반영함으로써 소
해외여행은 이제 흔한 일이 되었다. 미국을 간다면 날씨 좋은 로스앤젤레스로 가고 최첨단을 만끽하러 뉴욕으로 가며 새로운 풍광의 플로리다로 간다. 수도권이라 하여 모두 워싱턴으로 가지 않는다. 일본을 가도, 전통의 교토와 남국정취의 후쿠오카 그리고 설국 삿포로를 찾는다. 물론 초행길로는 도쿄를 찾기도 하지만. 중국을 가도 북경을 한번 거친 다음에는 삼지사방 여러 지역들을 찾는 것이 여행하고 방문하는 이들의 꿈이며 로망인 것이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은 어떨까. 관광하러 이 나라에 도착하는 그들은 무엇을 보러오며 어디를 찾아가고 있을까. 아니, 우리들 자신에게 물어보자. 대한민국을 처음 찾는 사람들에게 ‘서울’ 말고 자신있게 권할만한 또 다른 모습은 어디에 있을까? 솔직히 자신이 없다. 우리에게는
조선 전기의 문신인 서거정은 해박한 지식과 깊은 식견을 가지고 우리나라의 사적(事蹟)을 널리 채집해 위로는 조종(祖宗)의 창업으로부터 아래로는 공경대부의 도덕과 언행, 문장정사(文章政事)와 국가의 전고(典故), 여항풍속에 관한 것 등 국사에 기록되지 않은 사실을 격식에 매이지 않고 간결하면서도 정연한 필체로 기술한 한문 수필집인 필원잡기(筆苑雜記)를 편찬했다. 이 필원잡기에 주자학을 연구하고 성리학에 뛰어나 동방이학(東方理學)의 시조로 추앙받으며 지절(志節)과 학덕이 높은 고려 후기의 문신이며 학자인 포은 정몽주 선생의 일화를 적은 포은삼과(圃隱三過)가 수록되어 있다. 내용은 어떤 이가 포은에게 ‘선생님께서는 세 가지 과실이 있다던데 그것을 알고 계십니까?’하고 물었다. 그 첫 번째 과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