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습이 변하고 있다. 매년 경험하는 것이지만 이맘때 보는 자연의 변화는 경이로운 마법 그 자체다. 자연의 마법은 코로나로 지친 사람들에겐 효과가 탁월한 처방전이다. 그 처방전을 받기 위해 전국 산하에 몰려든 사람들의 모습은 거대한 파도 같다.11월의 변화를 주도하는 것은 바람이다. 굳이 큰 바람까지 필요 없다. 작은 바람이면 된다. 나무에게 있어 작은 바람은 위로다. 작은 바람 한 번이면 나무는 지난 계절 동안 지켜온 시간을 흔쾌히 놓는다. 그 모습에 주저함이나 머뭇거림, 망설임 따위는 전혀 없다.자유로운 것이 무엇인지, 또
포항시가 법정문화도시에 선정되어 국비지원의 문화도시 사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오랜 세월동안 철강생산 중심의 산업도시로 문화의 불모지라 인식되어 온 포항이 국가에서 법으로 인정하는 문화도시가 되었으니 격세지감이다. 시행 1기에, 더구나 최우수 문화도시로 선정됐으니 더욱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3기 지정을 앞두고 있는 올해에 그 문턱을 넘기 위해 진력(盡力)하고 있는 도시들의 면면을 보면 경쟁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순천만국가정원의 생태문화도시 순천과 도시 자체가 예술인 통영 등 16개 시군이 총력을 기울여
가을이 되면 들녘은 온통 황금빛으로 물들고 땀방울을 흘리며 추수하는 농부의 얼굴이 떠오른다. 우리는 언제부터 추수한 곡식을 저장하고 서로 가진 것을 사고팔기 시작했을까? 아마도 농경사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농사기술이 발전하여 생산량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부터 일 것이다. 수확량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남는 곡식을 저장하고 다른 필요한 물건들을 서로 물물교환하면서 많은 저장과 이동이 동반되었고 유통(流通)이라는 용어가 등장하였을 것이다.유통은 생산과 소비 사이에 존재하며 양자를 연결하는 것을 말한다. 생산과 소비 사이에는 장소, 시간,
그저께는 잡채와 닭죽을 얻어와 이틀이나 맛나게 먹었다.빈 그릇을 돌려주기보다 뭔가를 채워 줘야지 싶었다. 여름에 수확하여 빻아놓은 고춧가루를 통에 가득 채웠다. 역시 얻어오는 고마움보다 나눠주는 즐거움이 더 크다는 평범한 이치를 또 한 번 느끼며.맛있게 잘 먹었노라고 휴대폰으로 문자메시지를 적고 있는데 김씨가 도착했다. 그의 작품을 논의하기 위해서 미리 연락하고 왔다. 반갑게 인사하는 중에 한 아름 가져온 물건을 불쑥 내밀었다. 호박죽 한 통과 음료수 한 박스. 뭘 또 이렇게 가져오시나 하고 받으려니 도서관 이씨 심부름이나 하게 됐
“쉿, 동물이 지나가고 있어요!”체험학습 사전 답사를 위해 고속도로를 가다가 본 문장이다. 출퇴근 길에도 자주 본 글이지만, 이 문장이 그날따라 유독 더 선명하고 크게 마음에 들어온 이유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다. 화창한 가을 날씨, 형형색색의 단풍 등 많은 것을 떠올려 보았지만, 모두 아니었다.그러다 산 전체가 없어지는 공사 현장을 지나면서 필자는 그 이유를 정확히 알았다. 어떤 공사인지 자세히 보지 못했지만, 분명 큰 산 하나가 없어지고 있었다. 이미 벌목 작업은 끝났고, 산을 해체하면서 나오는 흙을 운반하기 위해 늘어선 차량의
“다 같이 나뭇가지에 내린 물인 것을, 어느 것은 물이라 하고 어느 것은 서리라 하고, 어느 것은 눈이라 하고 또 어느 것은 이슬이라 하고, 또 어느 것은 꽃이라 하더이다. 올 한해는 서리라기보다 눈이라 불리고 싶고, 눈이라기보다 꽃이라 불리는 한 해가 되었으면 싶고, 임께서도 그러하시길 소망합니다. 올해도 저에게 꽃을 피우는 온화한 기운이 되어주실 것도 소망합니다”어느 새해 벽두에 카카오톡으로 나눈 지인과의 새해 인사에서 필자가 보낸 인사 문구인데 생각이 나서 이 글에 인용해 보았다.나이 들면서 가능하면 아름다운 생각과 아름다운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실 뒷문을 열고 들어섰다. 한 달에 한 번 하는 모임이다. 먼저 온 분들이 몇 분 앉아있고. 소속 단체들의 팻말이 통로 좌우 탁자에 놓여 있었다. 뒤에서 얼핏 보니, 앞에서 세 번째 탁자에 내 소속 단체 팻말이 있었다.볼 것 없이 그 자리에 앉았다. 그때 뒷자리에 앉은 분이, “그 자리가 아닌데요….”하기에 다시 팻말을 보았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분명 조금 전 우리 단체 팻말로 보았는데, 새로 본 팻말은 다른 단체의 것이었다.“어?”하고 일어나 제자리에 가는 잠깐 사이, 뒷머리에 망치라도 얻어맞은 기
교통신호등 체계에서 황색등이 켜지는 것은 곧 적색신호가 온다는 예고 신호이다. 그러므로 신호대를 향해 진행하던 차량들은 황색등을 보면 반드시 속도를 낮추어야 한다. 그래야 적색등이 켜질 때 정지하기 쉬워진다. 항간에 어떤 사람이 농담 삼아 말하기를 황색등은 얼른 지나가라는 신호라고 말하기도 한다. 상황에 따라 얼른 지나가야 할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그게 원칙은 아닐 터이다.황색등만 점멸하고 있는 신호등도 있다. 이런 경우는 특별히 주의를 해야 할 곳에 사용되고 있다. 사고가 많은 지점이라든지 보행자가 있으니 서행해야 한다든지 어린이
극과 극인 계절을 경험하는 10월이다. 30℃를 훌쩍 넘는 가을 폭염(暴炎)에서 도로 결빙 주의를 알리는 가을 한파주의보까지! 폭염에서 한파까지는 단지 며칠에 불과했다. 2021년 10월을 경험한 사람에게 여름과 겨울 사이의 시간을 묻는다면, 그들은 며칠이라고 말할 것이다.가을 장마, 가을 폭염, 가을 한파! 어느 것 하나 자연스러운 것이 없다. 사람 사는 사회가 혼돈의 극치일 때도 자연만큼은 철을 지켰는데, 요즘은 꼭 그렇지 않다. 분명 자연은 우리에게 그 어느 때보다 강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그 메시지의 핵심은 “지구,
가을하면 단풍이라 했던가!코로나19 백신 접종도 하고 가을도 오고 해서 오랜만에 가까운 주왕산과 주산지 코스로 가족과 함께 지난 주말 힐링 여행을 다녀왔다.기암괴석과 협곡의 절벽 사이로 보이는 주왕산 오색 단풍들, 맑고 깨끗한 물속에서 힘든 세월을 말해 주 듯 태곳적 신비를 뽐내는 오래된 주산지의 왕버들 나무들, 정말 한 폭의 그림이었다. 더욱 좋았던 것은 싱그러운 솔 향기와 청정한 자연의 정취에 취해있을 때 그 곳 주산지를 아름답게 가꾸기 위해 ‘청소 활동’을 하는 자원봉사자들 때문이었다.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원
유럽 어느 목장에 종자가 좋은 말이 있었다. 어느 날 한 농부가 그 말 네 마리를 구입하였다. 그는 이 네 마리의 말들은 나란히 매어 마차를 끌게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멀쩡해 보이는 말들이 농부의 생각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말들이 만나기만 하면 사납게 날뛰고 서로 싸우며 무섭게 으르렁거리는 행동을 했던 것이다. 그런 말들을 나란히 매어 마차를 몰게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말들이 따로 흩어져 있으면 전혀 그렇지 않은데 함께 모이기만 하면 각각 다른 방향으로 내달리니 기가 찰 노릇이었다. 먹이를 주며 달래보기도 하고 채찍으로
젊은 날, 성당에서 ‘레지오 마리애’란 소공동체 활동을 시작했었다. 창단 단원으로 출발하여 오늘 해단할 때까지, 오랜 기간 참여했다. 해단 사유는 단원들의 수가 줄어, 더는 소공동체 활동을 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단원이 줄어든 원인은 개인 사정도 있었지만, 다른 지역 전출이 주된 요인이었다. 전출은 타 시도로 가는 경우와, 같은 지자체에 살면서도 주거지 이동으로 거리가 멀어져 떠나는 경우의 두 가지로 대별 되었다. 우리 성당이 기존 시가지에 있어서 전입자보다 전출자가 많은 요즈음의 사회 여건도 작용했다.새 교우 영입, 혼성체제
요즘 점심을 도시락으로 먹을 때도 있지만 가끔은 자장면이나 짬뽕을 시켜서 먹기도 한다. 자장면은 좀 싱거운 맛이라 간장이라도 좀 곁들이면 좋을 듯하고, 짬뽕은 너무 매워서 땀을 줄줄 흘리면서 먹는다.일상으로 먹는 음식에서 가장 중요한 양념을 소금으로 잡는다. 사람들의 입에 가장 쉽게 친해질 수 있는 맛을 고른다면 설탕 같은 단맛이라 하겠다. 참기름도 마찬가지로 고소한 맛을 내는 요리 재료로 손쉽게 사용된다. 그러므로 소금이나 설탕, 혹은 참기름 등의 양념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음식도 흔하지 않다.그런데 누구도 싫어하지 않는 이 양념
자정이 가까워지는 시간, 퇴근하는 필자의 귀를 의심케 하는 요란한 소리가 아파트 놀이터에서 들렸다. 필자는 처음에는 필자의 귀를 의심했고, 그다음에는 자정이라는 시간을 의심했다. 그래서 다시 시간을 확인했다. 분명 자정을 몇 분 남기지 않은 시간이었다.혹여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인가 해서 집 대신 놀이터로 발걸음을 빠르게 옮겼다. 필자는 상대가 놀랄까 봐 인기척을 내며 놀이터로 갔다. 놀이터와 인접한 아파트 입주민들이 하나둘 불을 켜고 베란다 앞으로 모였다. 다행히 놀이터에서 나는 소리는 점점 줄어들었고, 필자가 도착했을 때는 일상
나무에 생겨난 상처의 흔적을 옹이라 하지만 인간에게도 옹이가 있다. 육신이나 마음에 남은 상처는 한번 생기고 나면 옹이처럼 돼 버리며, 사람은 누구나 크고 작은 옹이 몇쯤은 지니며 산다.무언가의 떠남에 대하여 가슴 아파하며 세월이 지나면 잊어질 것을 기대하지만, 사실 그 상처는 옹이가 되어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은 살면서 외부로부터 상처받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어쩌면 상처받지 않고 살다 가는 인생, 그것이 삶의 목표일지도 모른다.어느 날 산책길에서 재선충에 당했는지 푸석푸석하게 썩어가는 아름드리 소나무를
낙타 17마리를 전 재산으로 가진 노인이 있었다. 그는 슬하에 아들 둘과 딸 하나를 두고 유복하게 살았다. 어느 날부터 자신의 수한이 차고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그러자 자녀들에게 재산분배를 어떻게 해야 할지에 관하여 깊이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깔끔한 방법보다는 자식들이 우애를 잘 지키면서도 흡족하게 분배할 수 있게 하고 싶었다.드디어 심사숙고하지 않으면 쉽사리 해결하기 어려운 방법을 고안해냈다. 노인은 자식들을 모두 불러 모았다. 맏아들에게 낙타 수의 1/2을, 차남은 1/3을, 그리고 딸은 1/9을 차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
“질문이 곧 공부야 이놈아. 외울 줄밖에 모르는 공부가 이 나라를 망쳤어.”필자는 영화를 즐겨 보는 것도, 또 특별한 영화 취향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기회가 되면 대사에 좀 더 집중해서 영화를 본다. 글머리에 인용한 대사는 영화 ‘자산어보’에 나오는 말이다. 영화 속 대사 중에 필자의 마음에 오래 남은 말이 많지만, 이 말은 그중 유독 크게 남아 있는 말이다. 왜냐면 이 말만큼 우리 교육계의 아픔을 정확하게 분석한 말은 없기 때문이다.공부에 있어 암기(暗記)도 필요하고, 중요하다. 암기하면서 얻어지는 긍정적인 기능도 많다. 물
기업활동에서는 생산의 본질(本質)이라는 한자를 자주 사용한다. ‘본질(本質)’의 어원은 농경시대에 많이 사용하던 도구인 ‘도끼(斤)를 이용하여 돈(貝, 조개)을 버는 근본(本)이 되는 것’에서 연유한다. 기업에서는 이를 ‘본원경쟁력’이라고도 하며 ‘좋은 제품을 남보다 싸게 만들어 고객이 필요할 때 필요한 양만큼 공급’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 속에서 일하는 사람의 성장이 중요한데, 눈에 보이는 이익에 집착하여 잘 보이지 않는 인재양성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기업의 개선활동 측면에서 인재라 함은 ‘현장의
나침반은 바늘이 항상 남,북 방향을 가리키는 특성이 있다. 둥근 지구의 어느 곳에 있든지 극 지점의 자력에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상황에만 고정되어있는 물리적 특성이지만 사람의 눈으로 본 감정나침반 이야기가 있다.나침반 바늘 끝은 무엇이 두려운지 항상 미세하게 떨고 있단다. 나침반의 바늘이 그렇게 떨고 있는 한 그 바늘이 가리키는 방향은 옳다고 믿어도 좋단다. 여윈 바늘 끝에 맡겨진 사명을 완수하려는 의지가 살아 있기 때문이라면서. 만일 그 바늘 끝이 떨림을 멈춘 채 어느 한 쪽만을 가리키며 고정되어 있다면 이미 나침반
좋은 계절에 긴 휴일이 이어져 마음까지 넉넉했던 추석연휴가 조용히 지나갔다. 시간 맞춰 출근해야 하는 직장이 있는 것도 아니니 휴일이라고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지만 그래도 평일보다 휴일이 편한 까닭은 아무래도 오랜 관념 탓인 듯하다.어릴 적의 명절은 그야말로 손꼽아 기다리던 날이었다. 모든 것이 부족하고 귀하던 시절, 넉넉한 음식과 결실의 계절이 선사한 백과가 풍성하던 추석은 더욱 그랬다. 세월이 흘러 태산 같기만 하던 부모님 기력 쇠약해지시고, 아이들이 태어나 내가 아버지가 되고 보니 명절이 결코 즐겁기만 한 날이 아니었다. 모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