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하기 싫지만, 버릇 나쁜 어린아이가 날카로운 면도칼을 들고 휘두르며 심하게 생떼를 쓴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쓸 수 있는 수단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달래고 꾀어서 칼을 내려놓게 하는 방법이다. 두 번째는 꾸짖으면서 힘으로 빼앗는 수단을 동원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방법은 빠르고 효과적일 수 있으나 위험성이 높다. 그렇다 보니 가능한 첫 번째 방법을 써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일단 더 순리적으로 보이기 마련이다.한반도의 안보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 ‘연말까지’라며 일방적으로 협상 시한을 정한 북한이 모종의 도
도덕경에는 ‘세상에서 가장 큰 일도 그 시작은 미세하다(天下大事必作於細)’는 말이 나온다. 돌아보면 세상의 그 어떤 큰일도 시작은 아주 작은 조짐에서 시작된다. 우리가 기억하는 굵직한 정치적 사변(事變)들도 마찬가지였다. 권력이 제아무리 틀어막아도 끝내 봉쇄되지 않고 진실이 기어이 밝혀지고 만 역사와 교훈은 부지기수다. 문재인 정권의 구멍 난 ‘민주주의’가 조금씩 추악한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몇 달 동안 나라를 온통 혼란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조국 대란’의 여진이 미처 잦아들기도 전에 ‘유재수’ 전 부산시 정무부시장 뇌물사건과 김
춘추시대 ‘장공’이라는 제(齊)나라 왕족이 사냥터에 가고 있었다. 길을 오가는 사람들은 모두 왕족의 행차에 무례를 저지르지 않으려고 길가에 멀찌감치 물러섰는데, 웬 낯선 벌레 한 마리가 길 한가운데에서 앞발을 치켜들고 수레바퀴를 칠 듯이 덤벼들었다. 사마귀였다. 장공은 “저 벌레가 사람이라면 틀림없이 용감한 장군이었을 것”이라면서 사마귀를 피해 가게 했다.‘사마귀가 앞발을 쳐들고 수레를 막는다’라는 뜻의 ‘당랑거철(螳螂拒轍)’ 고사다.국제사회의 변화와 상식을 거부한 채 외톨이 길을 가고 있는 북한의 존재 방식을 놓고 사람들은 당랑거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를 방문한 미국 마크 에스퍼 국방부 장관의 지소미아(GSOMIA·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 결정 중단요청을 일단 거절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지소미아가 오는 23일 실제로 종료될 경우 “역내 안보와 한미동맹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일제히 경고했다는 미국의 소리(VOA) 뉴스가 나왔다. 엉뚱하게도, 한일 간 무역갈등이 한미동맹의 균열로 번질 수 있는 엄중한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얘기다.한미동맹의 미래를 불안하게 하는 요소는 상당히 복합적이다. 핵심 변수는 북한 비핵화 문제가 어떻게 처리되느냐다.
조선 시대 당쟁사의 이면에는 정적을 탄압하고 제거하기 위한 파당 정치꾼들의 무시무시한 ‘음모’와 ‘조작’이 난무한다. 그 중에도 중종(中宗) 14년 훈구파들이 신진사류 조광조(趙光祖) 일당을 죽일 목적으로 일으킨 기묘사화(己卯士禍)는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역사는 대궐 뜰의 나뭇잎에 꿀물로 ‘주초위왕(走肖爲王)’이라는 글씨를 써서 벌레가 갉아먹게 하여 사단을 만들었다고 적고 있다. 이 만화 같은 이야기는 오늘날 트집거리를 만들기 위한 조작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정적의 집에 무기들 몰래 갖다 놓고 들이쳐서 ‘반란죄’를 뒤집어씌우기
뻐꾸기는 자기 둥지에 알을 낳지 않고 오목눈이나 노랑때까치 등 다른 새의 둥지를 교묘하게 이용한다. 이를 ‘탁란(托卵)’이라고 하는데, 다른 새의 둥지에 들어가 부화한 뻐꾸기 새끼는 어미 새의 진짜 알이나 갓 태어난 새끼들을 둥지 밖으로 한사코 밀어내어 제거한다. 자연 다큐 프로그램에서 그 잔인한 얌체 짓 장면을 보노라면 부아가 저절로 치밀어오른다. 참으로 잔혹한 생태계 현실의 하나다.지난 대선과 총선을 반추하노라면 떠오르는 중대한 시대적 변화 하나가 있다. 만년 드잡이질만 하는 청백전 정치에 대한 국민의 피로감이 극에 달했다는 사
북한의 사법체계는 ‘인민재판’ 방식이다. 1946년 12월 1일부터 현재까지 북한 전역에서 시행되고 있는 ‘인민재판’은 ‘공개된 장소에서 일반 군중들을 모아놓고’ 한다는 차원에서 외견상 상당 부분 요건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재판의 핵심인 재판부 구성이 문제다. 조선로동당이 지명한 재판부가 재판을 진행하기 때문에 도무지 문명사회가 추구하는 ‘공정한’ 재판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문재인 정권이 시작되면서 악착같이 밀어붙인 ‘적폐 청산’이라는 이름의 교묘한 정치보복극은 소위 ‘위원회’라는 이름으로 자행됐다. ‘진보 시민단체’가 장
“지금 공무원들은 나라가 망할 때까지 입을 다물고 있겠다는 심사다. 이는 내가 배웠던 충신(忠臣)의 자세가 아니다” ‘조국 대란’ 광풍에 묻혀 별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얼마 전 국장급 공무원 한 사람이 파면됐다. 한민호 전 국무총리소속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사무처장 이야기다. 그의 핵심 파면 사유는 ‘근무시간에 페이스북에 VIP(대통령)와 정부를 원색적으로 비판했다’는 것이었다.한 전 사무처장의 이력은 특이하다. 그는 대학 시절 운동권에 몸담았다가 무기정학을 당해 간신히 졸업했다. 고등학교에서 한동안 역사교사를 하다가 ‘공산주의를
승불요곡(繩不撓曲)이라는 말이 있다. 한비자(韓非子) 유도(有度) 편에 나오는 이 말은 ‘먹줄은 나무가 굽었다 하여 같이 휘지 않는다’는 뜻이다. ‘법’이란 먹줄과 같은 효능을 갖고 있다. 곧은 길이 어디인지, 우리가 지켜야 할 경계가 어디인지를 가늠하게 해주는 불가침의 기준이다. ‘법치’란 바로 먹줄의 기능을 존중하는 데서 출발한다. 시대 상황이 제아무리 휘었다 한들 절대 휜 줄을 치지 않는 먹줄의 가치는 지켜져야 하는 것이다.‘조국 대란’에 휘둘린 지 석 달째 접어들면서 대한민국은 ‘궤변 공화국’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조국의
‘내로남불’이라는 용어는 1990년대 정치권에서 생산돼 현재까지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활발히 쓰이고 있는 말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줄인 이 말은 똑같은 상황에서 자신과 타인을 다른 기준으로 단정하는 이중 잣대를 지닌, 남에게는 가혹하고 자신에게는 너그러운 사람을 뜻한다. ‘나는 옳고 다른 이는 그르다’라는 뜻을 가진 사자성어 ‘我是他非(아시타비)’보다도 한층 더 비틀린 모순을 일컫는다.만 두 달을 넘기고 있는 ‘조국 대전’이 마침내 백병전 차원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 논란은 원래부터 좌우 이념대결의 쟁점거리
지난 1925년 소설가 박영희(朴英熙)가 발표한 ‘사냥개(원제는 산양개)’라는 단편소설이 있다. 섬세한 심리묘사가 돋보이는 이 작품은 자린고비 백만장자 정호가 양심의 가책과 연결된 연상작용에서 점증한 몽환적 공포를 견디지 못하고 한밤중 금고를 들고 집을 나섰다가 굶주린 자신의 사냥개에게 물려 죽는다는 내용이다. 박영희는 이 작품을 쓴 이후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KAPF) 조직에 가담했다.대한민국이 온통 ‘사냥개’ 딜레마에 빠졌다. 날마다 새로운 역사를 써온 ‘조국 논란’은 전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비화하고 있다.문제의 핵심은
설마 설마 했는데, 점점 확신이 깊어간다. 저토록 집중사격의 표적이 되어 만신창이가 되고 오만 칼질에 너덜너덜해지고 있는데, 조국은 버티고 있다. 이게 혹시 정부 여당의 사석작전(捨石作戰)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그에게 기어이 장관 임명장을 주면서부터다. 무자비한 사냥개로부터 전방위에서 물어뜯기는 그를 굳이 장관에 임명하는 까닭은 멀쩡한 상식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 처사였다.사석작전은 바둑의 독특한 전술의 하나다. 접전이 벌어졌을 때 아군의 일부를 ‘버림돌’로 내놓아 상대방으로 하여금 이를 잡도록 강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라는 말이 세상에 나돈 건 지난 1988년 10월이었다. 교도소 이감 중이던 지강헌(池康憲)을 비롯한 미결수 12명이 집단 탈주한 뒤, 9일 동안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인질극을 벌이다가 서로 총을 쏘거나 경찰에게 사살 또는 검거됐다. 주범 지강헌은 인질극을 벌이는 와중에 “돈 있으면 무죄요, 돈 없으면 유죄”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법무부 장관 취임은 아무리 돌아봐도 무리다. 문재인 정권은 가라앉지 않는 여론 악화를 차단하기 위해 온갖 술수를 다 동원하고 있다. 조국 장
지금은 거의 잊혔지만, 지난 1992년 이탈리아에서 열혈 검사들이 주도해 일어난 마니풀리테(Mani Pulite 깨끗한 손)라는 이름의 부정부패추방 운동은 세상을 놀라게 한 사건이다. 안토니오 디 피에트로 검사의 본격적인 수사로 시작된 마니풀리테 결과, 1년 동안 고위공직자와 정치인 등 무려 3천여 명의 정·재계 인사가 체포·구속됐다. 전 국회의원의 4분의 1가량인 177명이 검찰 조사를 받았다.검찰이 사생결단에 나선 듯한 결기로 날카로운 칼끝을 장관후보자 조국에게 겨눈 일을 놓고 상대적으로 더 많이 놀란 쪽은 여권(與圈)인 듯하다
정치판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를 둘러싼 오만 의혹들을 놓고 패 갈라 싸운다. 그런데 조국이 별별 망신을 당하는 한동안 ‘시간은 우리 편’이라며 당당하던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의 기류가 좀 달라지고 있는 느낌이긴 하다. 이제야 민심을 조금이라도 살피고 헤아린 것인가. 물론 변했다는 확실한 증거는 아직 어떤 것도 없다.검찰이 전격적으로 조국과 관련된 거의 모든 곳에 압수수색 반원을 투입한 뒤 음모론이 판을 치기 시작했다. 시간만 지나가면 자신들을 지휘할 법무부 장관 후보를 향해 칼을 뽑은 초유의 검찰 결단에 무
‘뇌송송 구멍탁’이라는 조어(造語)는 2005년 제작된 ‘파송송 계란탁’이라는 오상훈 감독의 코미디영화의 제목에서 따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조어는 지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 타결 이후 퍼진 핵폭탄급 선동 구호였다. MBC ‘피디수첩’의 잇따른 보도로 촉발된 논란과 이 선동 구호에 현혹된 뭇 시민들이 ‘100만 촛불대행진’ 등 반정부 시위에 동원됐었다.대법원은 ‘언론자유’ 영역을 침범하는 과도한 기소를 일축하면서도 MBC로 하여금 지나친 ‘가짜뉴스’에 대해서는 공개사과하도록 징벌을 내렸다. ‘가짜뉴스’에 휘둘린 당
차기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동네북 신세다. 야당이 벌떼처럼 일어나 오만 의혹들을 밤낮을 가리지 않고 까발리고, 이 나라 언론들이 피를 본 상어처럼 특종 경쟁에 돌입했다. 법무부 장관이 어디 만만한 자리이던가. 이 나라 법치를 온통 책임지는 행정부의 으뜸 자리이니 관심을 기울이는 일이 이상할 까닭은 없다. 하지만 지금 펼쳐지고 있는 따따부따는 가히 대선주자 후벼 파기 수준이다.결론부터 말하면 야당이 무슨 푸닥거리를 하든,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을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할 개연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이번 청문회
‘애국가’가 위험하다. 이 나라 헛똑똑이 리더들의 어리석은 오만이 하늘을 찌른다. 반일(反日) 선동에 혈안이 된 집권당 인사들의 경거망동 또한 한도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인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에서 ‘안익태 곡조 애국가 계속 불러야 하나’ 주제의 공청회를 열고 “친일 잔재를 청산할 수 있는 최적기”라고 주장했다. 과거에도 작곡가 안익태의 친일행적 문제로 애국가가 논란이 된 바 있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안익태에 대한 단편적 평가도 그렇거니와 대한민국 근·현대사 내내 불린 애국가에 대한 뿌리
일본 아베 정부가 결국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안보상수출심사우대국)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이달 28일부터 발효가 예정된 이 조치로 인해서 수출 규제 대상이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에서 857개 품목으로 늘어났다. 사실상 거의 모든 산업으로 확대된 데다가 일본 정부가 어떤 품목을 정밀 타격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까지 겹쳤다.한일 경제갈등의 시원(始原)은 지난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대한 일본과 문재인 정부의 인식 차이이다. 협정 제2조 1항은 ‘양 체약국 및 그 국민(법인을 포함함)의 재산, 권리 및 이익과 양 체약국 및 그
피장봉호(避獐逢虎)라는 옛말이 있다. 직역하면 ‘노루 피하려다가 범 만난다’가 되고, 의역으로는 ‘작은 해를 피하려다 도리어 큰 화를 당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정도가 될 것이다.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나라 안팎이 단 하루도 평안할 날이 없다. 날만 새면 한 건씩 일이 터진다. 도무지 쓸만한 외교전략 하나 안 보이는 대한민국은 바야흐로 처절한 ‘동네북’ 신세다. 사면초가(四面楚歌)를 넘어서 오면초가(五面楚歌)라는 신조어마저 나돈다. 일본은 무역보복의 칼끝을 도무지 거둘 기미가 없다. 오랫동안 기획한 것으로 보이는 이번 사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