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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보이지 않는 도시에 거주한다공처럼 튀어 오르기도 하고공을 벗은 바람이 되기도 한다.바람은 불과 놀며술이 되고 황금도 되나니우주는 정보가 갈 수 있는 한계라는 말은철없는 말별이 보이지 않는 곳에 거주하는 것이문제이다.높은 천장을 갖고 싶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시인에 따르면, ‘시인’이란 존재는 변신의 귀재다. ‘시인’은 튀어 오르는 공이 되다가도, “공을 벗”고 공 속 바람이 되어 “불과 놀”면서, “숲이 되고 황금도” 된다. 하지만 ‘시인’은 “별이 보이지 않는 도시에 거주”한다. 별을 볼 수 없는 곳에서는 ‘시인’의 능력
시
등록일 2024.01.24
게재일 2024-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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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리둥절하다저 망치는 언제부터 나에게적개심을 가지게 되었나내가 스스로 못대가리임을 자각하는 순간망치를 두려워하게 되었는지뽀족한 내 몸이 사정없이 들어가 박히는저 몸은 누구의 것인지나는 도대체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사랑도 망치의 일종이라는 것을 알고부터나는 내 몸이 두렵다사랑은 불현듯 몸을 통해 찾아온다. 과격한 사랑의 도래도 있다. ‘망치’ 같은 사랑이 그것. 그야말로 그 사랑은 우리를 가격한다. 망치에 맞은 우리의 몸은, 당신의 몸에 못처럼 “사정없이 들어가 박”힌다. 사랑은 ‘나’의 의지를 무시하고 “정신을 차릴 수” 없게
시
등록일 2024.01.23
게재일 2024-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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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나도 당신도 없고 그러니 어떤 단어도 추억할 수 없는 골목에 모두 잠들어 아무도 깨우지 않게 생활이 돌아눕는 느릅나무가 있는 골목에 아무도 태어나지 않아 우는 것도 없는 그 가만 새벽에 어린 부부는 서로를 꼭 끌어안았을 것이다 고요는 잎보다 먼저 꽃을 흔든다우리는 살다가 과거도 미래도 없는 어떤 고요의 세계와 마주할 때가 있다. 순수한 현재만이 있는 세계. 생활 속에 있는 생활 너머의 세계. 추억도 없고 “아무도 태어나지 않아 우는 것도 없는” 저 “느릅나무가 있는 골목”이 그런 세계일 테다. 하나 그 현재의 고요로부터 삶의
시
등록일 2024.01.22
게재일 2024-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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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은 경기병처럼 돌격할 수도 있지만 소설가는꾸밈없고 서툴게 되는 방법을, 그 누구도본받으려 하지 않는 사람이 되는 법을익지 않은 재능에서 애써 빠져나와 배워야 한다.가장 사소한 것을 이루기 위해 소설가는온통 지겨움의 덩어리가 되어야 하고, 천박한사랑타령에 좌우되고, 의로운 자들 가운데에서는의롭고, 지저분한 자들 속에서는 지저분해야 하고,가능하다면 연약한 자신이 몸소인류의 모든 잘못을 무덤덤하게 견뎌 내야 한다.시인이 시로 쓴 소설가론. 그런데 소설에 대해 핵심을 찌른 감이 있다. 시가 핵심을 향해 “경기병처럼 돌격”한다고 할 때
시
등록일 2024.01.21
게재일 2024-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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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살다 뒤돌아보니내 생의 단 하루도 오늘이 없었다 유체 이탈한 짐승처럼늘 하루를 앞질러 달려왔던 것 오늘이 없으니당연히 어제도 있을 수 없지오늘이 되기도 전에 벌써내일이 사라지곤 하였으니나의 지난 삶은 텅 비었다 멀리 날지 못한젖은 종이비행기처럼너무나도 축축한나의 과거우리도 위의 시에서처럼 오늘을 오늘대로 살고 있지 못하지는 않는지. 미래에 저당 잡히거나 과거로 젖어버린 오늘을 보내고 있지 아니한지. 과거로 축축한 삶은 “젖은 종이비행기처럼” 날아갈 수 없으며, “하루를 앞질러 달려”온 삶은 “오늘이 되기도 전에” “내일이 사
시
등록일 2024.01.18
게재일 2024-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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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는, 뿔을 가졌다고집스런 두 개의 뿔을 가졌다말뚝에 매어 있지 않은데도 말뚝에 매인 듯그 자리를 떠날 줄을 모른다. 누군가를 기다리듯오지 않는 누군가를 기다리듯 온종일 그 자리를 맴돈다무거운 엉덩이에 짓눌리면서도 일생동안무게의 하중荷重을 안간힘으로 버티면서도얼굴 한 번 찡그리지 않는, 저 의자는- 때로는 비의 가시에 전신을 적시면서도관절 마디마디 삐걱거림으로 목욕을 하면서도 고집스런 두 개의 뿔을 가진, 저 의자는-위의 시에서 시인은 집 바깥에 놓여 비를 맞고 있는 의자로부터 인내와 의지를 포착하고 이를 ‘두 개의 뿔’로 이미지
시
등록일 2024.01.17
게재일 2024-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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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손은 펼치고 있을 때가가장 편하고 자유롭지무언가를 움켜쥐고 놓지 않으려면움켜쥔 손을 움켜쥐고 있는내 영혼까지 움켜쥐고 있어야 하지 물론 나도 때로는 움켜쥐지누군가를 위험으로부터 구해야 할 때그리고, 너나 너희가 빼앗아 간 것들을 내놓으라 할 때사랑하는 사람을 지켜야 할 때두 주먹을 불끈 쥘 때가 있지 하지만 그 주먹도다시 펼치고 나면 그만그 무엇도 거기 남기지 않지위의 시의 시인에게 투쟁은 궁극적으로 자유를 위해서이다. 자유는 펼치고 있는 손처럼 무언가를 움켜쥐지 않을 때 가질 수 있다. 하나 가난한 자에겐 투쟁해야 할 때, 즉
시
등록일 2024.01.16
게재일 2024-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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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역에서 아이와 기차 타고보령 가는 날 저기, 저것 좀 볼래? 학교와 학원밖에 모르는 아이에게나는 하늘과 맞닿은 지평선을 보여 주었다 학교 밖의 교실을,교실보다 더 광활한 교과서를!요즘 아이들은 아이들다운 삶을 살지 못한다. 아이들은 놀면서 세계와 마주하고 세계를 알아나간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교과서’를 들고 학교와 학원을 전전해야 한다. 시인은 “아이와 기차 타고” 가는 길에 “하늘과 맞닿은 지평선을 보여” 준다. 세계의 아름다움을 세계 그 자체를 통해 느낄 수 있도록. 그럼으로써 아이는 참다운 세계를 인식할 수 있을 것이
시
등록일 2024.01.15
게재일 2024-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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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있기까지이반은 개울가에서 지냈네,주인을 모르는 버드나무가 자라난 곳. 개울 위로 가지를 뻗은이유는 알지 못했지만,이것은 이반의 버드나무. 군복을 입은 채,전쟁에서 죽은 이반은자신의 버드나무 아래로 돌아왔네. 이반의 버드나무,이반의 버드나무,흰 쪽배처럼 개울가를 떠다니리.전쟁에서 사람들은 파리 목숨처럼 죽는다. 하나 그들은 각각 절절한 사연을 갖고 있는 개인이다. 위의 시의 이반이 그렇듯이. 개울가에 사는 이반은 버드나무를 사랑했다. 버드나무 역시 이반을 사랑해서 “개울 위로 가지를 뻗”는다. 그래서 이 버드나무는 ‘이반의 버
시
등록일 2024.01.14
게재일 2024-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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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맞은 꽃이 훨씬 예쁘다면서노래 얹어 사진을 띄웠다 꽃이 걸고 있는 빗방울물 좋은 새벽 비란 것을 알겠다 칼 가는일육수산 여자흔들거리는 진주 귀고리 닮았다 사양도 동백꽃 꺾어 물고갈매기 날아와쑥섬 꽃들이 젖어 흐르는 바다가비에 젖어 핀다는 것을 알겠다마지막 연이 인상적인 시다. 비에 젖은 바다가 꽃처럼 피어 있다니! 이 연을 읽고 비오는 바다 풍경을 떠올렸다. 그런데 정말 비 맞은 한 송이 꽃같이 느껴졌다! 시의 힘이다. “물 좋은 새벽 비”라는 구절도 무릎을 치게 한 표현이다. “꽃이 걸고 있는 빗방울”이 횟집 “칼 가는 여자”
시
등록일 2024.01.11
게재일 2024-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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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들의 숨소리 들렸다어디로 가고 있니하고 물었다 내가 물속을바라보자조상들이 강물에 있었다 내가 강물에 몸을 담글 때조상들이 내 몸을씻겨주었다 나와 함께 조상들이거기 있었다 모래들이 운다온몸으로, 온몸으로모래들이 숨을 쉰다모래들이 운다위의 시를 읽으면서, 비록 보이지 않으나 우리 조상들이 어디에서나 숨 쉬며 존재하며, 우리는 이를 알지 못하고 살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물론 이 조상은 가족의 조상이 아니라 이 땅에서 죽은 이들이겠다. “강물에 있”는 그들은 시인에게 친근하게 말을 걸거나, 시인이 강물에 들어가면 사랑스럽게 그의
시
등록일 2024.01.10
게재일 2024-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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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이 쏟아지는 겨울 산에서 우리 알게 되었네길을 지우고 나무를 지우고 보이는 세상도 버리며어떻게 하늘의 사랑과 땅의 노여움이뿌옇게 서로를 끌어안으며 하나로 만나게 되는가를 길 아닌 곳에서도 우리는 새들처럼 자유롭고옅은 계곡물 수리 하나만 열어놓은 겨울 산에서아무도 들어갈 수 없는 겨울 산에서 우리 보게 되겠네그곳 눈 내린 전나무 숲속에서 만나는 짐승 발자국만으로도어떻게 우리의 절망이 따뜻이 위로받게 되는가를폭설이 내려 길도, 나무도 보이지 않는, 세상이 버려진 듯 시야가 뿌연 겨울 산에서. 시인은 “하늘의 사랑과 땅의 노여움이”
시
등록일 2024.01.09
게재일 2024-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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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웃으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억지로 당겨진 입꼬리, 몰래꼭두각시 줄을 끊어낸 그녀 입속에가시가 돋쳤다 빨리콜을 당기라는 팀장의 고함 소리몸속 불이 켜졌다하루 수백통의 전화를 받으며문신처럼 새긴 억지웃음과 높은 톤의 목소리는퇴근 후에도 검질기게 이어졌다(중략)불이 꺼졌다 켜질 때마다옆자리 직원들이 하나둘 사라졌다세상을 한번 뒤집어야 하는데허구한 날 자기 속만 뒤집어진다는 동료사무실 빈자리에서 도깨비불이날아다녔다시에 따르면, 억지로 웃어야 하는 감정노동자인 콜센터 직원은, “꼭두각시 줄” 타듯 일을 한다. 그는 “하루 수백통의 전화
시
등록일 2024.01.08
게재일 2024-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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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오늘 하나로는 부족해서달력 속의 6월 30일에 동그라미를 그려요그러면 오늘이 두 개가 됩니다 하나의 오늘에는 울화(鬱火)가 활짝 피었군요나는 당신의 빨간 울화 옆에 쪼그리고 앉아접시꽃이 요렇게 예쁜 줄 몰랐어이런 말을 하며남은 오늘도 또 이렇게 사용합니다 세 끼를 다 먹고도 허기진 사람처럼우리는 오늘을 다 사용했네요접시꽃이 조렇게 예쁘게 피었는데‘하루’는 단수지만 하루 안의 생활은 단수여서는 안 된다. 시인이 달력 속 날짜에 동그라미를 치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하나의 오늘’을 복수로 만드는 작업. 대개 우리의 생활은 팍팍
시
등록일 2024.01.07
게재일 2024-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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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말투로언제 밥 한번 같이 먹자더니진짜로 나를불러들여 약속을 지켰다흰 비닐 상보 깔고일회용 접시에다 마른안주와돼지고기 수육과 새우젓과 코다리찜과 홍어와게맛살 낀 산적과 새 김치 도라지무침을 내오고막 덮힌 육개장에 공깃밥 말아 먹이며반주 한잔도 곁들여 주었다약소하게나마 밥값은 내가 냈다필자도 지인과 “밥 한번 같이 먹자”는 ‘빈 약속’을 자주 한다. 그런데 그를 만나지 못하다가 영정 사진으로 만나는 경우가 있다. 위의 시는 이 상황을 여실하게 보여주고 있어서 공감이 컸다. 위의 상황에서는 죽은 이가 밥 같이 먹자고 약속했나보다
시
등록일 2024.01.04
게재일 2024-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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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총량이 운명의 총량이라고 말할 수 없다보라가 고혹적인 것은기다릴 줄 알기 때문일 거다꽃집 주인은 보라색 꽃이 강하다고 했다천천히 시든다고 했다멀어져가던 너의 뒷모습을 잊을 수 없다쓰나미에서 살아남은 피아노가 그렇듯모든 것을 껴안고 있는 눈동자 (중략)천천히 시드는 색감의 운명을 사랑하고 싶다여름꽃을 한 아름 안겨주고 너는난생처음 보는 여행자처럼 오른쪽 등의지도 무늬까지 지우며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 버렸다더 진하고 더 어둡고 더 달콤한 여름꽃의전조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거나 끝난다위의 시에 따르면 강함은 ‘천천히’ 시들 수 있는
시
등록일 2024.01.03
게재일 2024-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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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언덕에 나무 한 그루글썽거리고 서 있습니다.나는 오래도록 그 모습을 못 잊어한 번씩 가서 봅니다.젖배 곯은 아이의 궁핍이나무의 모습에 스몄습니다.옷자락 차마 잡지 못하고 보낸 쓸쓸함도나무의 그림자에 스몄습니다.우주는 천천히 돌지만못한 이야기를 다 들려줍니다.우주는 시인에게 “천천히 돌”면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존재다. 온갖 삶들이 우주에는 스며들기 때문이다. 그 이야기는 어떤 사물을 통해 침묵 속에서 발설된다. “젖배 곯은 아이의 궁핍이” 스며든 저 나무는 “글썽거리”는 얼굴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이야기의 정서-‘쓸쓸함’-는
시
등록일 2024.01.02
게재일 2024-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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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영지 흔들리는 모닥불이꿈의 형상들을 비추네뒤엉킨 나뭇가지들 속몽환이 천천히 올라가네이제야 한심해하는 회한은딸기처럼 온통 흠집투성이추억과 비밀에서남은 것은 오직 숯덩이“상처 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랴!”라고 랭보가 말했듯이, 우리는 모두 상처를 안고 산다. 이 상처를 잊고 살다가 상처가 드러날 때가 있으니, 모닥불을 바라보고 있을 때다. “뒤엉킨 나뭇가지들”을 태우며 흔들리는 모닥불 위로 “추억과 비밀” 역시 타오른다. 그러자 “몽환이 천천히 올라”가면서, “딸기처럼 온통 흠집투성이” 같은 회한이 마음을 조이기 시작하고, 결국 마음엔
시
등록일 2024.01.01
게재일 2024-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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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 떠 있는흰 가로등 안에날벌레들이 까맣게 쌓여 있고다시 침잠하리라 생각했던 겨울은 기록적인 폭설 같은 것은 없었다오래된 나무 아래 아무나 앉을 수 있는 의자가 하나씩생겨나 누군가를 기다려 보려 했지만기다림보다는 기다림을 버리는 것이 더 쉬었다이따금 상처 없는 바람이 왔고아무 근심 걱정 없이 쏟아지던 햇살이 이쪽과 저쪽에 걸쳐진횡단보도를 건너 돌아오지 않는 숲으로 갔다모든 것이 사라져버린 겨울은 “하염없이” 쓸쓸한 계절. 사라진 누군가를 기다리지만 “기다림보다는 기다림을 버리는 것이 더 쉬”운 겨울의 긴 적막. 폭설도 내리지 않은
시
등록일 2023.12.28
게재일 2023-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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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버린 여자의 아버지가 자꾸 생각난다아들을 광부로 만들지 않는 게 꿈이라던돈 벌면 고향 땅 풍기에다 밭을 사겠다던땅 많은 남자를 사위로 맞고그는 모처럼 갱구 같은 입을 벌려 크게 웃었다그녀가 시집가던 날에도나는 휴일 수당을 위해지하 750m 갱도에서 펌프를 돌렸다눈물이야 있었겠지만힘 좋은 펌프가웬만한 지하수 정도는 바닥이 드러나도록 퍼냈다캄캄한 막장 속의 둥불이 나를 용서했다.지하에서 일을 하는 업을 가졌기에, 사귀던 여자를 잃어야 했던 어떤 광부의 슬픈 이야기. 하나 화자는 그 여자를 미워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 여자를 “땅
시
등록일 2023.12.27
게재일 2023-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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