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어 가운데 `게셰헨(geschehen)`이라는 단어가 있다. `일어나다. 발생하다`의 뜻을 가진 동사다. 이 동사를 명사화시키면 일어남, 발생함 등이 될 것이며 이것들이 축적되면 역사가 된다. 독일어에서 역사를 뜻을 가진 단어가 바로 `게시히테(Geschichte)`다. 역사를 뜻하는 `게시히테`는 보다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지나간 일 뿐만 아니라 현재 일어나고 있는 사건도 이 용어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와 지나간 역사를 분리할 수 없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그런 점에서 독일어는 논리적이고 철학적인 뉘앙스를 풍기게 한다. 시간의 연속성을 함축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도 미래의 내일이 다가오면 바로 역사가 되기에 현재와 미래 그리고 지나간 역사는 분리할 수 없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문법에서나
미국의 경제를 종종 `카지노 경제`에 비유하곤 한다. 특히 서유럽인들의 눈에 비치는 미국은 더욱 그러한 경향이 짙다. 물론 서유럽인들도 미국이 세계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나라임을 인정하고 배울 것은 배우려고 한다. 하지만 약육강식의 천박한 자본주의를 말할 때는 미국을 빠뜨리지 않으며 미국의 발전에는 언젠가 한계가 닥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세계적인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베버는 파리아(Paria)를 인용해 천민자본주의(Pariakapitalismus)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파리아는 천한 계급을 가진 최하층민을 뜻한다. 주변의 어려운 상황과는 아랑곳없이 오직 자신들의 이익만을 빨아들이는 것이 천민자본주의의 속성이다. 미국의 엘리트들이 실력으로 결정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부모의 부에
어떤 국가나 지역에 대해 정체성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만큼 과거와 현재에 대해 많은 것들을 압축해야 하며 미래까지 관통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서유럽에 대한 정체성을 얘기할 때 서유럽 안에 살고 있는 자신들보다는 밖에서 보는 시각이 훨씬 의미심장한 경우가 많다. 선진 서유럽국들에 대한 정체성을 논할 때 필자는`자생적 소명정신`과 `수평적 공존정신`을 빠뜨리지 않는다. 봉건제도를 거치지 않은 나라는 선진국이 되기 어렵다는 학설과 청교도적인 기독교의 원리가 선진 자본주의의 동인이라는 막스 베버의 주장과도 관련이 있다. 봉건사회는 봉토에 의해 주군과 종신의 법적인 계약관계가 형성되는 복잡한 제도다. 왕만 주군이 되는 것이 아니라 봉토를 받은 영주가 그 봉토를 다시 기사
유럽에서 독일과 프랑스 사이의 미묘한 감정관계를 얘기할 때 흔히 우리는 일본을 등장시키기도 한다. 위안부 문제나 교과서 왜곡, 독도문제 등 우리나라와의 식민지 역사를 예상외로 소상히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유럽에서 한국과 일본의 역사적 감정에 대해 소개할 때 복잡하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 그럴 때는 대충 `독일인과 프랑스인들 사이에 흐르고 있는 감정을 생각하라`고 소개하는 편이 훨씬 경제적이다. 대화 당사자가 독일인이나 프랑스인일 경우 단번에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인다. 서로의 영토를 번갈아 점령하고 탈환한 그들이다. 스포츠에서 그들의 일상만 봐도 그렇다. 가령 중요한 축구경기에서 독일과 프랑스가 맞붙게 되는 날이면 그날은 바로 양국의 축제일이 된다. 진정한 적수끼리의
러시아에 첫 메달을 안긴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올가 그라프가 노출사고의 위기를 간신히 넘겨 화제가 되고 있다. 그라프는 지난 10일 소치동계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3천m에서 자신의 시즌 최고 기록을 갱신한 나머지 기쁨에 겨워 트랙을 한 바퀴 돌며 세리머니를 펼쳤다. 그런데 그라프가 경기복의 갑갑함을 덜기 위해 지퍼를 내린 순간, 모두가 화들짝 놀랐다. 속옷을 착용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스피드스케이팅 유니폼은 공기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몸에 착 달라붙는 첨단소재로 제작되는데 일부 선수들은 최대한 몸을 가볍게 하기 위해 속옷을 착용치 않는다고 한다. 맨 가슴이 그대로 노출될 뻔한 그라프는 뒤늦게 이 사실을 알아채고 황급히 지퍼를 올리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같은 시기 김연아 선수의 적수로
“행운은 누구에게도 찾아온다” 기원전 106년에 태어난 로마의 정치가이자 철학자, 웅변가인 키케로가 한 말이다. 키케로의 말대로 행운은 사람을 가리지 않고 아무에게나 찾아오기 때문에 행운만큼 정의로운 것이 없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 그것을 단번에 검증할 수 있는 곳 중의 하나가 바로 카지노다. 이미 18세기부터 유럽에서는 카지노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당시 카지노는 왕국의 재정충당에 상당히 기여했을 정도로 지금도 여러 나라에서 합법화하고 있으며 주정부나 국가의 재정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점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독일 주정부의 경우 전체 세입의 3~4%가 복권이나 카지노경영에서 충당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독일이나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의 카지노는 미국의 라스베가스처럼 화려하지
박근혜 대통령이 수교 이래 처음으로 스위스를 국빈방문한데 이어 22일부터 시작된 스위스 다보스의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했다.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세계경제포럼이지만 실상 `다보스포럼(Davos Forum)`으로 더 유명하다. 다보스는 인구 1만여명이 살고 있는 스위스의 한적하고 조용한 시골마을이다. 겨울철 주말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이곳에 몰려들어 스키를 즐기는 휴양도시다. 세계 각국 쟁쟁한 정치인, 정부 인사, 기업인, 학자 등 최고 오피니언리더 2천700여명이 다보스를 찾았다. 박 대통령을 비롯해 국가 정상만 40여명을 넘어섰다. 이번 세계경제포럼 44회 연례총회에서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고 있는 주제는 `세계의 재편(Reshaping of the World)`이다.
프랑카는 40대 중반의 독일여인이다. 대학생 시절 프랑카는 어느 날 우연하게 호수를 찾아 27년 전 옛 애인, 하인리히라는 남자를 만났다. 호수에서, 숲에서, 벤치에서 거침없이 사랑을 나누었던 하인리히도 어느덧 세탁소 주인이 된 채 장년으로 변해있었다. 그들은 5박6일간(1989년 11월6~11일) 오랜 세월에 묻혔던 사랑의 불씨를 되살려 놓는다. 프랑카의 가슴이나 하인리히의 뱃살이 옛날 같지 않았지만 둘은 아름답게 바라보면서 다시금 사랑을 불태운다. 그렇게 침대에 묻혀 사랑에 빠져있던 닷새 사이인 1989년인 11월 9일, 위기적 상황에 몰린 에곤 크렌츠 동독 공산당 서기장은 오후 7시를 기해 베를린 장벽을 전면 개방한다고 선언, 사실상 동서독의 장벽이 무너져 버린 채 동독시민들은 파도처럼 서독으로 밀려오
갑오년 새해가 밝았다. 서 유럽인들의 새해맞이는 우리보다 훨씬 요란하다. 비교적 가족과 함께 새해를 맞이하는 우리와는 달리, 그들은 장소를 불문하고 친구 혹은 모르는 사람끼리도 기꺼이 한 몸이 되어 떠들며 그믐을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일이 허다하다. 우리는 그런 모습의 근원을 서 유럽인들의 소통능력을 얘기하며 사회적 연대감에서 찾아보기도 한다. 틀린 것은 아니지만 정확한 분석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따지고 보면 유럽은 실제로 복잡한 곳이기 때문이다.“유럽에 관해 정확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이미 고대 그리스 역사학자 헤로도토스가 던졌던 말이다. 그러면 지금은 어떨까. 예나 지금이나 유럽의 정체성에 관한 논란은 계속된다. 시인 괴테는 유럽은 함께 모두 노래하지만 똑 같이 노래하지 않는 대륙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