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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에서 가시가 돋는다가시 속에서 꽃이 핀다입은 커다란 정원꽃들이 길을 연다시인을 시 쓰기로 이끈 것은 가시로 돋아난 마음의 고통들일 것이다. 하지만 시는 그러한 고통의 토로로만 써지지 않는다. 시는 이 고통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할 때, “가시 속에서 꽃이 핀다”는 것을 발견할 때 비로소 시는 써질 수 있다. 이 발견은 가시들이 돋은 입 안이 ‘정원’이 될 수 있다는 깨달음을 낳는다. 고통 속의 아름다움-정원의 꽃-을 돌보다 보면 꽃들이 길을 열기 시작할 것이며, 그 길을 통해 비로소 시의 말들은 입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될 것이다
시
등록일 2022.01.20
게재일 2022-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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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길이 물길 열고그 물길이 또 물길 열어물밭 하나 이룬 곳물 뿌리가 만든 물의 열매들이물의 씨앗들 퍼뜨린 곳물새 떼 둥둥 퍼뜨린 곳위의 시는 물로 상징되는 자연이 어떻게 생명의 길을 만드는지 보여준다. 우포에서는 “물길이 물길 열”면서 자연스레 물길이 줄줄이 이어지고, 결국 하나가 된 물길은 ‘물밭’이라는 하나의 장소를 형성한다. 그 밭에는 물의 뿌리가 있고 그 뿌리에서 물의 열매가 달려 나오며 물의 열매는 물의 씨앗을 다시 물밭에 퍼뜨린다. 그리고 물의 씨앗들은 놀랍게도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물새 떼’로 비약하는 것이다.
시
등록일 2022.01.19
게재일 2022-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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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처럼 해질 듯 젖은 날들도 방긋 몸을 풀고그 아슴한 봄날과 여름 냇가조계산이 이고 있던 흰 눈과 채석강의 노을까지한 톨씩 한 줌씩 풀려 나와세월의 아지랑이 흰 머리카락도 타고 올라봄 햇살로 뛰놀리라그 밤에는 꼬박 당신을 만나리라봄비가 사흘째입니다그만 오후에는 햇살이 들어주어야겠습니다시인은 시간의 흐름을 슬퍼하지 않는다. 시간이 흘러 흰 머리카락이 생기더라도, 그 위에 피어나는 봄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당신에 대한 영원한 그리움은, 시간이 흘러 청춘이 소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원한 기대로 전화된다. 또한 그 ‘그리움-기대’
시
등록일 2022.01.18
게재일 2022-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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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애인과 헤어졌더라도슬픔은 바닥까지 환해야 할 것,함부로 발설할 수 있는 비밀이 늘더라도핏물 뚝뚝 떨어지는 상처는 꽃봉오리 맺어야 할 것,알 수 있는 한 가지는어제와 같은, 이라는 단서가 얼마나 비겁한 발견인지,햇살은 가장 개방적으로 걸어가고그 아래 숨어 걷는 그림자는 소심한 심장처럼 반짝거리지,눈 감아도 보이는 곳에,그러나 손잡을 수 없는 곳에,애인과의 이별로 인한 슬픔과 비밀스러운 상처가 늘더라도, ‘낭만주의적인 아침’은 그 어둠들을 긍정하고 극복하도록 이끈다. 세계의 모든 존재자들이 이 햇살 앞에서 열리며 반짝거리기 때문이
시
등록일 2022.01.17
게재일 2022-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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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어와의 결투에서 이기고 상어의 이빨을 훈장처럼 내 잇몸에 끼운다 나를 게걸스레 물어뜯는 상어들, 나는 어디 갔어? 엽총을 어디에 두었더라?빈 바다에 바람이 바뀌고 나는 다시 배를 띄운다 아직도 작살을 손에 쥔 채 하루 종일 꿈을 좇고 있다 작살에 찍혀 언뜻언뜻 허연 아랫배를 드러내는 낯선 나와 사투를 벌이는 핏빛 시!시 쓰기는 바다 한 가운데 노인-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의 그 노인-이 상어와 싸우는 것과 닮았다. 시인은 상어와의 싸움에서 이겨서 “상어의 이빨을 훈장처럼 내 잇몸에 끼운” 시를 산출하지만, 곧 다른 상어에 의해
시
등록일 2022.01.16
게재일 2022-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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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그친 사이고추잠자리 한 쌍 옥상 위를 빙빙 돌고 있다두 마리가 하나로 포개져 있다누가 누구를 업는다는 거업고 업히는 사이라는 거오늘은 왠지 아찔한 저 체위가 엄숙해서 슬프다서로가 서로에게 서러운 과녁으로 꽂혀서맞물린 몸 풀지 못하고땅에 닿을 듯 말 듯 스치며 나는 임계선 어디쯤문득 삶과 죽음의 갈림길이 있다앉는 곳이 곧 무덤일질주의 끝이 곧 휴식일 어느 산란처죽은 날개는 너무 투명해서 내생까지 환히 들여다보인다위의 시에 따르면 사랑은 상대를 과녁 삼아 목숨을 걸고 꽂히는 화살이다. 그와 동시에 사랑에 빠진 이는 상대에게 자신을
시
등록일 2022.01.13
게재일 2022-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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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만 남은 사람이마지막 뼈를 들어내고 있다뼈만 남은 사람의 뼈가 마르고 말라눈 뜬 자들의 눈앞에서 사라지고 있다마침내 눈앞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다뼈만 남은 사람들이 서로의 갈비뼈를 들고흔적 없이 썩은 머리와 버려진 사지를 쓸어 담아이미 오래전에 항전이 끝난 무덤으로터벅터벅 걸어가고 있다위의 시는 우리의 삶과 현실을 극한적인 이미지로 제시한다. 이제 뼈까지 말라버린 사람들. 뼈도 제대로 못 추리고 자신의 무덤 속으로 걸어가는 도저한 형상은 비극적이다. 시인은 극단적인 이미지를 제시하면서 우리의 실상을 충격적으로
시
등록일 2022.01.12
게재일 2022-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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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모였다.광장 어딘가에가느다란 두 다리로 서 있었다.무릎이 시린 날이었다.사람들이 모였다.땅을 뚫고 올라오는 저녁의 파처럼사람들이 목소리를 조금 높였다.사람들이 모였다.생각들이 모였다.누구 하나 아프지 않다고?사람들이 목소리를 조금 더 내고 있었다.사람들이 모였다.옆에 서 있는 사내의 흰 머리칼이어디를 가리키는지생각들이 밖으로 나서기 시작했다.진정한 민주주의는 가난하고 권력 없는 사람들이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때 이루어진다. 위의 시의 “가느다란 두 다리”의 이미지는 광장에 모인 사람들이 권력
시
등록일 2022.01.11
게재일 2022-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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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수가 없어 나는배를 가른다가른 배를 마리나 앞에 열어 보인다 마리나는 토한다하는 수가 없어 나는 갈비뼈를 톱질한다섬벅섬벅 뛰는 심장을꺼내마리나의 손에 쥐여 준다 마리나는 기절한다달은 여태 푸르고 마리나는 깨어나지 않고 여태 나는살아 있다 등 뒤에서 목을쳐 주기로 한당신은언제 오는가?마리나를 시의 독자로 치환하여 생각한다면, 화자의 자해 행위는 시 쓰기를 의미한다. 위의 시는 시인의 그간의 시 쓰기가 독자에게 자신의 실재적인 진실을 드러내기 위한 상징적인 육체 훼손이자 자살 행위였다는 것을 고백하고 있다. 그러나 자해로는 자신의
시
등록일 2022.01.10
게재일 2022-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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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에서는 누구나 섬이 된다.섭섬, 문섬, 범섬이 새섬 같은 섬이사람의 배후여서세연교 난간에 한 컷의 생을 걸어놓은 사랑은섬으로 건너가는 일몰이 된다.서귀포에서는 누구라도 길을 묻는다.바다를 향해 흘러내리는길 위에 서서 여기가 폭포냐고,서 있는 곳을 묻는다.당신이 서 있는 거기서부터 서귀포는언제나 서쪽이다.서귀포는 죽음과 연결된 장소다. 그곳에서 “생을 걸어놓은 사랑은” “섬으로 건너가는 일몰”이 된다고 하니 말이다. 서귀포에서의 사랑은 일몰, 즉 죽음을 통과하면서 타인-다른 섬-에게로 건너갈 수 있다. 서귀포는 사람들을 섬으로
시
등록일 2022.01.09
게재일 2022-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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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타고 거리의 소음보다 더 시끄러운 내 속을 이리저리 뒤적이다 어머니를 보았습니다 짧은 파마머리에 즐겨 입던 하늘색 원피스를 입은 뒷모습이었습니다 벌떡 일어나 어머니 앞에 서는 찰나 내 머리 속으로 환하게 뜨는 북두칠성 별자리가 보였습니다 창가에서 새를 부르는 청량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어머니에게 하고 싶었던 말노을이 제 몸에 붉은 물을 듬뿍 들이고 나서야 천천히 새의 입을 열어 울음 한 점 꺼냈습니다진달래꽃, 오롯이 내 안에 물들고 있었습니다어머니의 목소리에 이끌려 시인은 “어머니에게 하고 싶었던 말”인 “울음 한 점”을 “새
시
등록일 2022.01.06
게재일 2022-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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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림 강가에서 목을 축이고 떠나가는 여정이 어스름, 어느 먼 곳에 정복할 땅이 있어새들은 떠나가고 있을까새들이 떠난 자리 누워있는 풀들이 몸을 가누고 있었다여전히 강물은 흐르고어디선가 말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마른 가슴뼈 속으로 하룻밤 묵어갈 바람의 영혼이 찾아들었다타클라마칸 모래바람이 더욱 세차게 불어오고 있었다나는 가슴뼈 게르 속에서 하룻밤 묵어가기로 했다“바람의 영혼”을 가슴으로 맞이한 시인은 새들의 둥근 가슴뼈처럼 생긴 “게르 속에서 하룻밤 묵어가”리라고 결심한다. 이 결심은 저 강가에서 뒹굴고 있는 철새들의 가슴처럼 그의 가
시
등록일 2022.01.05
게재일 2022-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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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보다 은밀한 창을 달고기차보다 먼저 기적을 울리고기차보다 먼저 흔들리고기차보다 먼저 괴로워하고기차보다 공격적인,기차보다 다분히 혁명적인,개나리꽃들이간이역 철길 위에급진적으로 피어 있다시인은 막대한 힘과 속도를 보여주는 기차 옆에 피어 있는 평범한 개나리꽃의 존재가 ‘혁명적’이고 ‘급진적’이라 말한다. 근대가 낳은 기차보다 저 꽃이 하나의 생명으로서 이미 존재해 있었기 때문이리라. 즉 봄은 언제나 먼저 있었기에, 기차는 아무리 해도 개나리꽃이 펼쳐내는 생명의 선재성과 위대성을 따라갈 수 없다. 이에 따르면 혁명이란 무엇보다도 항상
시
등록일 2022.01.04
게재일 2022-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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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저고리 벗어 던져놓고우물가에서 목욕을 하고 있는 박씨 할머니달빛 흐르는 등가죽이 투명하다속에 것 다 빠져나간 듯 뱃가죽이 등에 붙었다배꼽이 분화구처럼 깊다소슬바람조차 걸려들지 않는 거미줄달빛이 슬쩍 건들기만 해도금방 허물어질 것 같다처마 밑 알전구가 뿜어내는 거미줄에바람이 걸린다응시는 어떤 기존의 틀로 대상을 규정지어 보는 것이 아니라 대상이 스스로 자신의 이미지를 드러낼 때까지 지긋이 바라보는 것이다. 위의 시에서 시인은 “목욕을 하고 있는 박씨 할머니”의 몸을 응시한다. 그 몸은 “달빛 흐르는” 투명한 등가죽, “분화구처럼 깊
시
등록일 2022.01.03
게재일 2022-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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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에 꽃이 핀다는 건세상의 금기 같은 것을 깬다는 것깨고 일어선다는 것오랜만에 찾아간 친구 집그 집 작은딸이 신발을 거꾸로 신고논둑을 폴짝거리며 뛰어가듯흙 묻은 맨발로 안방을 걷듯,그렇게 작고 여린 것 하나를 거역하는 것.베란다 화분 흙을 다 갈아 치우며 흔적을 털며그렇게 옹색하게 다시 살림을 차리는 것.그늘 쪽에 있던 화분 몇 개를 양지 쪽으로 옮기며내년에는 오래 산 이 낡은 집을 이사하고 싶다고말하는 아내의 펑퍼짐한 등짝을 보며(….)꽃이 진다는 건생을 한 발짝 앞으로 내디뎠다는 벅찬 말씀.꽃이 핀다는 사실은 그전까지
시
등록일 2022.01.02
게재일 2022-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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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들에 나가들판 끝 본다눈 끝의 새 본다들풀에도 새가 앉네새는 가벼우니까들판의 새보다 더 가난한 게 있을까가난은 가도 가도 가벼운 것가벼운 것이 들 한쪽 몰고어둔 구름에서 나온 번개같이날아간다 거침없이허공이 무서운 줄 알아야 한다고경고라도 하듯 거침없이가난해서 가벼운 새는 가진 것이 없어서 저 빈 들판의 가냘픈 들풀에 가벼이 앉았다 날아가곤 한다. 하나 이 가벼움은 무력하지 않다. “들 한쪽 물고” 번개같이 날아갈 수 있는 비상력을 새는 가지고 있다. 가난한 새는 가벼운 만큼 거침없이 허공 속으로 비상할 수 있다. 시인은 저 새의
시
등록일 2021.12.30
게재일 2021-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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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은 나도 몰래 죽은 나무를 만지고 있었다죽은 나무는 여인의 몸처럼 부드러웠으나내 손이 닿자마자 앗 소롯해지는 것이었다그녀의 몸속에서는 예쁜 벌레들이 꼬물거리고 있었다나는 나도 모르게 은밀한 깨달음을 얻고 있었다죽은 나무가 죽은 채로 서 있어야 하는 이유는사랑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었음을이파리와 꽃과 열매와 헤어졌다 해도죽은 나무는 온종일 서서 기다리다 죽은 나무는기다림이 벌레로 태어나 나비가 될 때까지내가 죽어도 당신을 잊을 수 없음을 알 때까지죽은 나무는 죽은 나무가 아니었다 (….)불꽃이란 무엇인가. 솟아오르는 생명이 지글
시
등록일 2021.12.29
게재일 2021-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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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연주를 마칠 때마다 몸 속에하나씩 나이테를 그린다나무 몸 속에 매미와 뻐꾸기태양과 별의 숙명이 머물고나무는 명상한다. 정적과 혼돈 뒤섞인끝없는 생명에 대하여한 알 과일을 먹은 뒤 오래도록우리 입 속에 남는 과일의 향연목구멍을 타고 넘어간 과즙이여나무 악기의 음률이여오래도록 행복해지는 우리여나무 악기의 빛, 나무 악기의 어둠허공과 영혼을 소진하고, 시간을 금빛으로 소진하고이 세계의 생명으로 스며드는 침묵의 탄주여대지로부터 하늘로 치솟는 악기의 소용돌이여나무가 자기의 온몸으로 일하여 맺은 한 알 과일 안에는 온 우주의 드라마가
시
등록일 2021.12.28
게재일 2021-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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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쳐 지나가는 바람은 아닐진대그것은 경이로운 것단단한 보습으로 파낼 수 없는날카로운 환도로도 자를 수 없는아, 불이(不二)의 운명바람이 지나가면서 시인의 몸과 맞닿은 ‘바람의 옷깃’은 “파낼 수 없”고 “자를 수 없는” ‘불이의 운명’을 시인으로 하여금 깨닫게 만든다. 모든 존재자들이 운명적으로 둘이 아니라는 진리는 경이롭다. 이러한 경이로운 깨달음은 만물에 대해 마음을 쏟고 세심하게 바라보며 그 만물의 생명력이 펼치는 장 속에 자신을 놓을 수 있을 때 얻을 수 있다. 만물 하나하나의 생명이 모두 자신의 생명과 공존하고 있으며 운명
시
등록일 2021.12.27
게재일 2021-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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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꽃도 밤에는 잠을 잔다.한 번도 옷 벗지 않고 깊은 잠을 잔다.어둠을 이불 삼아 별들의 자장가를 듣는다.그 잠 속으로는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지.세상의 어떤 유혹으로도 그 방문 열지 못하고두드리다가 흔들다가 제 풀에 지치고 말지.어떤 나비도 어떤 벌도 밤에는 제 집을 지킨다.어떤 바람도 깊은 밤에는 문패를 읽지 못하지.쓸쓸히 거리를 떠돌다가 존재도 없이 사라지고 말지.호박꽃은 밤이 되어야 꿈을 꾼다.밤새도록 꿈을 꾸어야 아침의 사랑이 시작된다.눈부신 사랑을 위하여 그 밤의 깊은 꿈은 아름답지.시에 따르면 밤의 호박꽃은 절대로 자신
시
등록일 2021.12.26
게재일 2021-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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