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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겨울 산행길에서 월명(月明)을 맞닥뜨리다벗은 나뭇가지가 가리키는 손끝 세상황망히 자취도 없이 모습을 감춘 이파리들내 삶의 자취도 저렇듯 흔적 없이한 잎 이파리로 피었다 진 자리뿌리째 뽑혀 버린 채 사라져버린 빈 하늘눅눅히 썩어가는 발 아래 낙엽을 보며빈 손 빈 마음을 새삼스레 들여다본다써늘한 바람 한줄기 뒤통수를 치고이 시를 낭송해보면 금방 어떤 쓸쓸함의 유장함이 느껴진다. 그러한 유장한 쓸쓸함의 리듬은 근대적인 정서를 표현하는 것으로서, 개인의 삶이 안고 있는 죽음과 삶의 문제를 상기시킨다. 하지만 향가 ‘제망매가’가 발산하는
시
등록일 2022.03.22
게재일 2022-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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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무게에 눌린수많은 선과 선 사이사람의 인연들이 적멸의 색 입히니화공은 번짐의 붓끝으로마른 혼을 덧칠한다오래 묵은 빛깔은어둠과 닿아 있어응어리진 마음까지 색이 번진 울음이 깊고비워둔 허공의 침묵은살아 못 건널 강이다내 보았던 사람은 늘 바람숲에 있었다육신을 비워 꿈꾼 자유를 위해침침한 미소를 걷은실핏줄을 더듬어간다그어진 한 선에서 시간의 무게를 읽고, 선과 선 사이에서 인연의 적멸을 읽으며, 선의 번짐에서 적멸 속의 혼을 읽는 시인의 그림에 대한 응시는 삶과 예술의 상관관계를 숙고하게 만든다. 시인은 나아가 선의 빛깔 변화와
시
등록일 2022.03.21
게재일 2022-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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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는 죄인을 죽이는아주 불길한 나무로 만든 형틀이었다이름도 음습한 사형대그런데, 누가 그곳에 깊은 그림자를 드리웠나신성한 그림자흡사 밤의 어둠이밝은 낮을 만들듯이어두운 밤은 홀로 촛불을 켜고기도를 드리기에 적당하다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이 만든 십자가의 그림자. 이 그림자는 밝은 곳에서 보이지 않고 어두운 곳에서 발견될 수 있다. 홀로 기도를 드리기에 적당한 어두운 밤에서야 비로소 그림자는 제 모습을 드러내는 것, 이 그림자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명료히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이 그림자에서 우리는 마음의 미세한 움직임을 경험하기에 사
시
등록일 2022.03.20
게재일 2022-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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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어디로 갔나앞에서는 높은 빌딩들이 줄줄이 막아서고 뒤에선 인터넷의 바다가 출렁이고머리 위를 번개처럼 가로지르는 핵탄두 미사일인도의 새끼코끼리 귀만한광화문 네거리 플라타너스 새 잎사귀에 머물었나백화점 에스컬레이터 3층 완구점에서 내려파란 스웨덴 인형의 눈알 속에 숨었나핸드폰 뚜껑 속 번호의 유령리모컨으로 조종하면스크린에 알록달록 빈 그림자들이 뜬다시는 어디로 갔나서울역 앞 지하에서 너끈히 사흘을 굶은풋내기 노숙자들의 체중에 휴지로 밟혔나높은 빌딩이 거리를 점령하고 인터넷이 소통 방식을 지배하는 세상에서, 시는 좀처럼 발견되지 않
시
등록일 2022.03.17
게재일 2022-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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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 도로에 벚꽃 활짝 피었다휴일 점심시간, 특근을 하다 잠시꽃향기에 취해 나무 밑에서 이야기하는나이 든 여공들, 벚꽃처럼 환하다봄나들이 대신 한적한 거리에서벚꽃 같았던 처녀 적 얘기 하는지꽃이 그녀들 머리 위로 떨어지자가만히 꽃잎 털어내고 있다(중략)그래도 일할 직장이 있어 낫다고벚꽃 나들이야 늙어서도 갈 수 있다고관광버스가 지나가든 상관하지 않는다바람 불자 벚꽃들 눈송이처럼 날리고그들 마음에 환한 눈송이 쌓인다제 아이들 커서는 제발 휴일엔 편히맘껏 쉬는 세상이 되도록 기도하다작업 시작종 올리자서둘러 공장 안으로 들어간다벚꽃의 아
시
등록일 2022.03.16
게재일 2022-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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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의 가슴을 밟고나뭇잎은 진다허공의 벼랑을 타고새들이 날아간 후,또 하나의 허공이 열리고그곳을 따라서나뭇잎은 날아간다허공을 열어보니나뭇잎이 쌓여 있다새들이 날아간 쪽으로나뭇가지는,창을 연다새들은 허공을 여는 존재다. 허공 속으로 나뭇잎은 날아가 “새들의 가슴을 밟고” 허공에 쌓인다. 나뭇가지는 그 새들이 연 허공을 향해 창을 열어, 쌓인 나뭇잎과 접속한다. 이 허공의 나뭇잎이 거름이 되어 나무를 키우게 될 것이다. 시인은 물구나무서서 보듯 하늘이 마치 나무가 뿌리내린 땅인 양 묘사한다. 그러나 그 변형된 모습이 정결하고 질서 있게
시
등록일 2022.03.15
게재일 2022-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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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제 높이를 무너뜨려 피워올린불꽃처럼, 새는날개 밑에 층층이 석양을 쌓아 올린다죽은 자의 이름으로 당도해도죽지 않는 바람, 오늘은남포에서 조개를 굽는다(중략)눈먼 자만이 날개를 달리라 처음 불 앞에 선 것처럼가장 환한 곳부터 까맣게 타서둘러 캄캄해지는 먼눈으로장님의 걸음만이 바다를 건너리니죽은 자의 이름으로 당도하는여기 바람의 화장터,어디에서 저물어도밤은 허물밖에 내주지 않는다(부분 발췌)석양은 죽음의 운명을 향해 바다 건너로 날아가는 새들이 자신을 불태우며 마련한 불꽃이다. 그리고 바람은 “죽은 자의 이름으로 당도”한, 죽은
시
등록일 2022.03.14
게재일 2022-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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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면 여기저기 떨어져 있는 이파리들자고 나면 잠자리에 수북이 이파리가 쌓여몸 여기저기에 물빛이 고였다여러 차례 물빛을 머금는 사이다가오는 이별의 시간도 마음으로 받아들여 순응하게 됐다모든 잎들이 떠나자 겨울나무처럼 나는 다시 앙상하고 소슬해졌고이슥토록 눈만 서늘히 망연해지다 보니몸 안 깊숙이 오롯한 물줄기 하나 생겼다마음 숲 속에 들어앉아 물소리에 잠겨서 흐르는 날들모르는 사이 어쩌면 나무의 몸 나무의 마음이 되어이 생에서 저 생으로 건너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부분 발췌)저 푸르렀던 잎들의 죽음, 그 이별의 시간에 순응하면서 시
시
등록일 2022.03.13
게재일 2022-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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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소나무 마른가지가 목탁을 친다삼성산 망월암 극락전 앞다 늙어빠진 여자가대웅전 문고리를 잡고 흔든다거기 누구 없는가이젠 아무 소용 없는가평생 푸르기만 하던 여자입에 쳐진 거미줄조차 걷어내지 못하고저 혼자 스스로다비식을 한다다 말라버린 자궁만한 입 가득저녁노을을 물고 있다저 저녁노을은 ‘소나무 그 여자’의 삶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것을 암시한다. 하지만 그녀의 자궁은 어둠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그 노을을 냉큼 무는 것이다. 자궁은 자신의 안으로 들어온 노을로부터 새로운 삶이 탄생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이러한 자궁의 이미지는 죽음
시
등록일 2022.03.10
게재일 2022-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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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날 뱃고동소리 없는 포구 속으로둔탁한 밀물이 도둑고양이처럼 슬금슬금 기어 들어온다게으른 갈매기 서너 마리 느리게 공중회전하며아침 사냥에 나섰지만 싱싱한 고기는 한 마리도 잡지 못하고버려진 물고기들의 시체 앞에서 허기를 채운다개펄에 코 박고 누워 있던 낡은 목선들은제 발로 걷지도 못하고 밀려오는 파도에등 떠밀려가며 하루의 삶을 연명한다허물어진 방파제 돌무더기에는 따개비들만이 떼 지어 앉아좁은 주둥이를 하늘로 향한 채 비릿한 세상을 흡입한다(….)이 시는 스산한 장고항의 풍경을 객관적으로 묘사한 시지만, 단순한 풍경 묘사로만 읽히
시
등록일 2022.03.09
게재일 2022-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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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현실 사이의 아득한 거리. 당신과 나 사이의 멀어짐과 가까워 함이 함께하는 막막한 거리. 밤새 숲속에서 잠들지 못하는 새 한 마리처럼, 내 안에서 잠들지 못하는 당신.저 아래에서 도란도란 물소리가 들려옵니다. 축축한 구두와 올 빠진 양말 알이 밴 종아리가 이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하지만, 어디서부터 와서 어디까지 가야하는 지를 모르는 물처럼 흘러갑니다.떠나오기 전에 부친 엽서가 천지간을 떠돌다 수취인이 없어 돌아와 문전 발치에 놓여있을 것을 생각하면서 별빛에 질려 있는 흰 물결 같은 밤길을 하염없이 걸었습니다.사랑은 꿈처럼 아득
시
등록일 2022.03.08
게재일 2022-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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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슈파티나트(Pashupatinath) 사원을 끼고 도는 바그마티 강, 그 다리 옆 화장터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산 자의 행렬, 앞의 주검을 태우던 장작이 강 위를 부유하면 뒤의 산 자는 자신의 몸을 태우기 위해 타다 만 젖은 장작을 건져내니, 산 자와 죽은 자의 차이는 마른 장작과 젖은 장작 반 개비 차이일 뿐.내 뒤에 죽을 자가 타다 만 장작 쪼가리 하나 건지지 못할 때 타다 만 내 주검이 그의 주검을 태울 젖은 장작이 되어도 좋을 아침, 손만 씻으려 수도꼭지를 틀건만 머리 위로 불보다 더 뜨거운 찬물이 쏟아진다일상 속에서 화장되
시
등록일 2022.03.07
게재일 2022-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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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멀리 떨어져야가장 멀리 날아가는 건활시위와 화살의 사이다과녁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쳐자지러질 때까지그리하여 만물이 선명해질 때까지충분히 기다려야멀리서 온갖 꽃봉 터지는 소리 들린다그대와 나의 사랑의 역설처럼그리움이 사무쳐서 자지러져야 화살은 멀리 날아갈 수 있으며 ‘꽃봉’은 터질 수 있다. 사랑이 지금 이루어진다면 활시위와 활 사이의 거리와 같은 긴장의 강렬성은 약화될 터, 사랑이 강렬한 것이 되기 위해서는 사랑은 도리어 이루어지지 않아야 한다. 이를 시인은 “그대와 나의 사랑의 역설”이라고 표현한다. 그리움을 증폭함으로써 사랑
시
등록일 2022.03.06
게재일 2022-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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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꿈속까지 밝히던 보안등과장마철 하수도를 역류해 스멀스멀 차오르던 미류나무수만의 잎 흔들어 머리속 하얗게 지우던 미류나무썩는 냄새와 붕붕거리던 왕파리와몸 부벼 속삭이던 낮은 풀들과골목 한가운데 눈 까뒤집고 넘어진 쥐기어이 웃음 하나씩 켜 들던 이름 모를 꽃들과약 먹은 쥐 먹고 개거품 물며 나뒹굴던 고양이가끔씩은 이것들의 얼굴 어루만지던 바람과그 여름끝 며칠만에 발견된 망뚱 할매의 여비 없이 떠난 하늘행당신과 함께였던 한 여름 그곳재개발이 한창이더군요하지만 내 마음 아득 생생한 변두리는어떤 기계도 허물지 못할 것입니다“당신과 함께
시
등록일 2022.03.03
게재일 2022-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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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명징한 총성과 내 포효(咆哮)가 맞닥뜨려 침엽수림들의 따가운 비명이 쓰러지고 쌓인 눈 더미들이 하얗게 겁에 질릴 날은 올 것입니다. 숨가쁜 입김이 눈사태처럼 헝크러져 꼭 한번은 그대와 내가 그 눈 더미 속에 함께 묻힐. 그대 가슴의 살이 파헤쳐지고 내 가슴의 핏톨이 흩어져 눈더미 속에서 우리 서로의 가슴을 부둥켜안을 그런 굶주린 화약(火藥)같은 날이. (부분 발췌)이 시인에게 사랑은 폭발하는 것, 과격하고 두려운 그 무엇이다. 사랑의 갈구는 이 “굶주린 화약”이 터지길 기다리는 것이다. 이 화약이 터질 때, 사랑하는 그대와
시
등록일 2022.03.02
게재일 2022-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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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들이 마주서서 악수를 한다얼어붙은 겨울 강을 건너왔느냐고반갑다고수많은 가지와 가지들이 손을 마주잡고 흔드는4월 윤중로에는말없는 말들이 하얀 뭉게구름으로 피어오르고구경나온 발걸음도 뭉게구름봄날이 쏟아낸 군상들, 더러는 둘이 너댓이 모여앉아싸목싸목 봄을 베어 먹는다스피커가 토해내는 비발디의 봄이짤랑짤랑 은방울 소리 꽃길을 가고내 속에 잠들었던 홍매화 꽃망울 하나꿈틀꿈틀 기어 나와늙은 벚나무 가지 위에 올라앉는다새로운 생명을 출산하는 자연의 생성력은 자연물들이 무조건적으로 서로 주고받기 때문이다. 이 생성력은 위의 시에서처럼 도시의
시
등록일 2022.03.01
게재일 2022-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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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잎사귀 사이로하늘 한 자락 만져본다한 송이 솜털구름그리움인양 서럽다차가운 새 한 마리솜털구름에 문양을 남기며나뭇잎 속으로 숨는다마음에 머문새의 잔영푸드득,사랑이 날아왔다촉각을 통해 시인과 세계는 육체적으로 교통한다. 그 교통은 몸에 새겨진 기억들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하늘을 만지니 보드라움이 느껴진다. 그 하늘엔 ‘솜털 구름’이 떠 있기에. 솜털 구름의 촉감은 당신 몸의 부드러움을 떠올리게 한다. 하나 이젠 당신의 몸을 만질 수 없기에, 그 그리움은 서러움을 낳는다. 그때 새 한 마리가 “나뭇잎 속으로 숨”으며 구름에 남긴 문
시
등록일 2022.02.27
게재일 2022-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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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 먹은 자리 먼저 타올라붉어진잎맥 푸른 언저리여운처럼 가슴에 남아아득히 푸른 길 따라가 보면아직도 그 체온 잔잔히내 손에 남아 있다바람이 불어와 그 사랑 흙에 묻히고메마르게 부서져 흩어지기 전에푸르렀던 꿈금빛으로 뿌리는 오후의한 그루 나무이고 싶다시인은 사라지고 있는 낙엽들의 꿈이 금빛이라고 믿는다. 삶의 막바지에서 찬란한 죽음을 맞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때 시인은 잎들을 떨어뜨리는 나무처럼 사라지는 기억들과 사랑을 찬란하게 발산하며 사라지고 싶다는 욕망을 품는다. 시인 역시 아직 파괴되지 않은 꿈들을 찾아 기억하고 시화(詩化
시
등록일 2022.02.24
게재일 2022-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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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선 나무가 평화스러워 보여도몸을 만지면 상처투성이이네.바다가 멀리서 태평한 듯 보여도발을 디디면 파도가 그의 상처이네.강물이 조용히 명상에 든 것은굵은 비가 울고 간 후이고갈대가 하얗게 꽃을 흔듬은밤새 찬바람과 싸운 끝이네.자연은 슬픔을 꽃으로 피우네.사람만이 슬퍼서 병이 나네그리고 병이 깊을 때,그의 영혼은 그늘의 새순 같은 詩가 되네.자연은 평화롭게 존재하지 않는다. 상처투성이 나무, 바다의 상처인 파도, 굵은 비의 울음, 찬바람과 싸우는 갈대, 이 모두는 중생의 삶처럼 슬픔 속에 놓여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자연은 사람과는
시
등록일 2022.02.23
게재일 2022-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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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리 외투에 금빛단추가 반짝인다오랫동안 묵혀 있던 지친 희망이옷장 문을 열 때면 빛을 보낸다외투 군데군데 좀이 슬고단추를 채우던 기억도 잊혀졌지만아이보리색 외투는 옷장 한쪽을 지키고 있다어둠 속에서도 떠날 줄 모르고내게 가끔씩 20W의 빛을 보낸다이젠 통 어울릴 것 같지도 않고재활용 할 수도 없는데온 몸으로 햇살 받기를 꿈꾸고 있다내 속으로 끌어안고 있는타오르는 그리움설레이는 사랑이란 단어처럼분리되지도 않고 떠나지도 않는 이 미련들20와트 희망의 빛을 보내는 금빛단추. 이 단추를 달고 있는 외투는 아직 지워지지 않은 여러 기억들을
시
등록일 2022.02.22
게재일 2022-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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