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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사 동백, 그 상처 붉게 붉게 절며 당도하는 곳가마미 바닷가에 한 사내 서 있었네.가마미 바닷가에 폭설이 있었네.폭설이 있었네. 그렇듯 죄 말하고 나서저 긴 수평선, 긴 수평선에 걸쳐 오래 자고 있네.폭설과 잠 사이, 발언과 침묵 사이의 가늠하기 힘든 시공간 속에 시가 놓여 있다. 의미와 무의미, 시간(역사)과 무시간 사이에서 이 시는 진동한다. ‘한 사내’, ‘폭설’, ‘가마미 바닷가’와 그 ‘수평선’은 실제 대상이 아니라 시의 시공간 속에, 즉 행의 발언과 행간의 침묵 사이에 존재한다. 하여, 그것들은 무로부터 드러나는 존재
시
등록일 2022.04.20
게재일 2022-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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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모두 접혀 있는 건너편 언덕 밑에는울타리가 있는 집을 두 채 그려 넣는다조금 더 안쪽에는 오래된 느티나무 한 그루와그늘을 펼쳐 그려 넣는다(….)나는 천천히 그 사이로 난 길을 걸어지금의 느티나무의 그늘을 한쪽 어깨에 걸고 있다산을 너무 멀리 그려 두었나?산으로 가는 길이 곳곳에 끊겨 있다(부분)상상으로 그려진 시의 세계인만큼, 시인 자신이 그 세계 속으로 들어가지 못할 법이 없다. “시인은 천천히 그 사이로 난 길을” 걷는다. 이때 시 쓰기의 아이러니가 발견되는데, 내가 구축한 세계 속에 내 자신이 들어가 걸어갔을 때, 비로
시
등록일 2022.04.19
게재일 2022-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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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푸레나무 앞으로 집을 짓는다바람이 잘 통하고자줏빛 그늘이 진다귀가 없는 새가 와서여기저기 기웃거린다보고 싶은 사람이 온다기에막 피어난부용꽃 꽃잎으로 또 한 채집을 짓는다무엇인가 귓전을 매암돌다멀리멀리 너울져간다종소리 모양의장맛비가 저만치 오고 있다.시인은 상상의 힘으로 집-시-을 짓는다. ‘부용꽃 꽃잎으로’ 만들 수도 있는 비현실적인 집. 이 집은 상상의 시공간에 존재하기에 소리 없는 세계다. 그래서 귀 없는 새가 와서 자신의 집으로 삼을까 기웃거리는 집이다. 하지만 이 집의 바깥 세계에서 나는 장맛비 소리가 이 상상 세계 안으로
시
등록일 2022.04.18
게재일 2022-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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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을 타고서 휘돌아온 바람이물고기의 몸 흔들 때마다얇아질 대로 얇아진 몸추녀 끝에서 펄럭이던, 하지만 방향도 없이찰랑 차르르 바람 속을 헤엄쳐 나가는물고기의 몸 이미 있어도 없는소리뿐인 몸이었네계단 끝 텅 빈 마루방 하나,이른 새벽 바람이 씻어내고 있었네(부분)목어가 찰랑거리는 소리를 들으면서 시인은 깨달음을 얻는다. 우리 삶은 흔들리며 헤엄치는 소리만으로 존재한다는 깨달음. 그 소리는 보이지 않는 바람의 존재 역시 알려줄 터, 바람에 깎이고 휘둘려온 목어-삶-의 몸은 “얇아질 대로 얇아”져 있다. 시인은 저 소리가 가져온 깨달음
시
등록일 2022.04.17
게재일 2022-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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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가 돌무더기에 흰 끄나풀 같은 것이 어른거린다뱀허물이다 머리를 땅에 박고,이리로 저리로 요렇게 조렇게 들어가셨소내가 그 증거요!온 허물로 가리킨다이건 단순한 허물이 아니라뱀에 의한,뱀이 썼던 허물이 분명하다한 마디로, 이 안에 뱀이 있었다는 것저 안 어디쯤진짜가 있다는 것울고불고 마지막까지뒤집어쓰고 살아온 시를 놓아주고생것이 사라져간 쪽을 향해입 꽉 다물었다시는 뱀이 쓴 허물이다. 진짜 생것은 “저 안 어디쯤” 사라져갔다. 시는 껍데기일 뿐이다. 하지만 시는 껍데기긴 껍데기이되, ‘생것’의 흔적으로 남아 있으면서 생것의 존재를
시
등록일 2022.04.14
게재일 2022-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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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 가서 보여줄게그냥 건들거려도 좋아네가 좋아상쾌하지미친 듯이 창문들이 열려 있는 건물이야계단이 공중에서 끊어지지건물이 웃지네가 좋아포르르 새똥이 자주 떨어지지자주 남자애들이 싸우러 오지불을 피운 자국이 있지2층이 없지자의식이 없지홀에 우리는 보자기를 깔고음식 냄새를 풍길 거야소풍 가서 보여줄게건물이 웃었어단순해 보이는 이 시가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화자의 주체성이 완성된 건물과 같이 건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소녀는 자의식을 건축할 의지가 없다. 무너진 건물에서 ‘너’를 좋아할 뿐이다. 그래서 소녀는 계단 끊긴
시
등록일 2022.04.13
게재일 2022-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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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밑에 매달린 고드름들 사이로,흐린 하늘에 목매달아 죽은 가오리연을 본다하늘을 휘젓는 연의 시체는 부드럽다까만 바람, 겨울은 낙타를 타고 걷는다(….)구상나무는 아무것도 모르고 순하게 죽어 있다뿌리에서 또 다른 슬픔이 자라는 줄도 모르고죽은 몸과 자라나는 슬픔 사이의 여백이 차갑다애인은 겨울을 건너, 봄으로 갔다내 발가락 사이사이 틈꼬아진 다리 사이멀리 돌아온 입술과 입술의 포개짐에도서글픈 여백이 맺히고,갈변한 사과를 반으로 쪼개면속살은 여전히, 잊혀진 듯 희다.겨울은 사막과 같은 시간을 건너가는 계절이다. 사막의 밤바람처럼 겨
시
등록일 2022.04.12
게재일 2022-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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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의 생을,아름다운 하루하루를두루마리 휴지처럼 풀어 쓰고 버린다우주는 그걸 다시 리필해서 보내는데그래서 해마다 봄은 새봄이고늘 새것 같은 사랑을 하고죽음마저 아직 첫물이니나는 나의 생을 부지런히 풀어 쓸 수밖에 없는 것이다‘생’은 하루를 “두루마리 휴지처럼” 버리고 또 다른 하루를 다시 시작하는 반복의 연속이다. 그래서 생은 쓸쓸하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언제나 새로운 시작을 반복하는 것이 ‘생’인 것이다. 그것은 하루를 쓰고 버려도 우주가 항상 새로운 ‘생’을 ‘리필’해주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렇다면 ‘생’은 우주의
시
등록일 2022.04.11
게재일 2022-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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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처음부터 없었다고다 낡은 환상만 내다놓은 나무 의자들공허가 주인공처럼 앉아 있다.그 발치엔 먼 데서 온 파도의 시린 발자국들햇살 아래 쏟아낸 낱말들이실연처럼 쌓이고우우우 모래바람 우는 소리,먼저 도착한 누군가 휩쓸고 갔나 보다.바닷새들이 그들만의 기호로모래알마다에 발자국들 암호처럼 숨겨놓고 난다.낯선 기호의 문장들이 일파만파 책장처럼파도 소리로 펄럭이면일몰이 연신 그 기호를 시뻘겋게 염색한다.나무 의자들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 정동진역 풍경은 백지처럼 ‘공허’하다. 너무 공허해서, 정동진역의 존재 자체가 원래 없었던 환영 같아
시
등록일 2022.04.10
게재일 2022-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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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의 담즙이 흘러내릴 때꽃은 다 쓴 생리대 하나씩 머리끝에 매단다숨어서 냄새를 피우려고결국 시체가 되려고꽃은 핀다허공에서입술을 오므리고 있는 자줏빛 꽃잎들사람들은 낯선 꽃이 피었다고슬슬 피하기 시작한다허공에 뱀 대가리 활짝 핀다말라도 땅에 떨어지지 않는 꽃송이아름다운 독종이다시 쓰기를 삶의 소화 과정이라면, 시 쓰기 속엔 담즙이 흐르고 있을 것인데, 이 시에서 담즙은 특이하게도 생리혈로 치환된다. 수정하지 못한 시간은 썩은 채로 쌓여 있다가 담즙에 의해 소화되면서 생리혈이 되어 배출된다. 그러자 자줏빛 맨드라미 꽃잎이 피에 젖어
시
등록일 2022.04.07
게재일 2022-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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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 속에서 나는 우리가 꾸었던 꿈도이루어지지 않은 꿈의 파편들도다 그것대로 아름답다고 생각했다꿈은 언제나 꿈의 크기보다 아름답게손에 쥐어졌다 사라지는 것이다그리고 안타까움이 남아 있는 날들을부축해 끌고 가는 것이다내일은 다시 내일의 신전이 지어지리라시대의 객체로 밀려나 폐허의 변두리를걷고 있을 덥수룩한 수염의 그를 생각했다익명의 쓸쓸한 편력도 나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부분)“사암으로 쌓은 성벽의 붉은 돌”일 ‘꿈의 파편들’은 일몰을 통해 그 아름다움이 드러난다. 꿈을 무너뜨린 그 시간의 힘이 역설적으로 꿈의 폐허 그것대로 아름답다
시
등록일 2022.04.06
게재일 2022-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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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첨탑 위에서 여러 개의 조명등처럼새들이 나란히 발들을 모으고 앉아있네밝은 기억들은이리저리 아래를 비추고 있다가서치라이트 강열한 틈 사이로 빠져 나오네도로 쪽 아래 한 쪽 모퉁이에 세워놓은 낡은 리어커군고구마 구어 내는 드럼통에서 김들과 함께 섞여 나오는 올드 팝송들낡은 기억들은 앞서간 것들을 뒤 따라갈 수 없기에생각은 저 혼자 비에 젖다가포물선 꼬리를 물고 뒤 따라가다가순간 생각의 끈 마디를 놓치네그래 오늘은 너에게 주는 식은 추억 한 줄을 두 손으로 꼬옥 잡고 가네남은 온기가 사라지기 전에‘밝은 기억들’이란 아지랑이처럼 재생을
시
등록일 2022.04.05
게재일 2022-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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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와 엉키고 설켜짐작조차 할 수 없는 체위로 불어오는 바람만이수억만 년 길러온 머리카락을 지상에 드리우며앙상한 늑골의 흔적을 남길 뿐이었다길 없는 길은 나를 어디에도 내려놓지 않았다계속 나아가라는 뜻인지 그만 멈추라는 뜻인지알아들을 수 없는 전언이 세상에 가득했고손톱 밑에 가득 박힌 시간의 알갱이를 세며 나는날개를 떼어 놓고 가버린 새들의 근황이 문득 궁금해졌다 (부분)인간적인 것이 감히 틈입할 수 없는 절대적 공간. 이곳에 주름 잡힌 시간의 겹은 엄청나서 시인의 손톱 밑에까지 ‘시간의 알갱이’들이 가득 박혀 들어갈 정도다. 바
시
등록일 2022.04.04
게재일 2022-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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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도 빨리 자리를 거둔 異國의 낯선 교정흐린 저녁은 비가 되고, 강의 실 창문을 열면 한 장 검정 도화지처럼내 가슴을 닮아 어두워오는데학교가 먹은 나이와 같다는 교정 한 가운데 은행나무바람에 불러 소리칩니다, 놀러 나간 어린 나무들에게이제 깜깜해졌다 집으로 들어오너라바깥 풍경은 점점 도화지에 가려 보이지 않지만요, 나는어린 나무가 되어 달려나갑니다, 가는 동안머리에 어깨에 조금은 비를 맞지만요.이국의 풍경이 낯설어지면서 시인의 마음도 어두워진다. 그 마음의 어둠은 어머니에 대한 기억과 학창시절의 기억을 불러일으키면서, 시인은 그리움
시
등록일 2022.04.03
게재일 2022-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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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도 가도 하얗게 막막한 러시아 설원.자작나무 처녀림 그 미끈한 아랫도리에 쏟아내는뜨거운 오줌발, 절로 굵어지는데아, 수피(樹皮) 겹겹 피나게 벗겨가며 백옥처럼 더 환해져가던그때, 그 러시아 자작나무 눈부신 처녀들.온갖 귀신 이야기들 문풍지 매섭게 때리는 유년의 겨울밤.해 떠오르면 꿈도 두려움도 가웃가웃 함께 날려 보내던 가오리연연줄 끊어져 눈 시린 빛살 되어 날아갔던 그 때 그 연, 연줄들.그 처녀, 그 연들 눈의 요정 되어오늘은 초부리 겨울 저 자작나무로 희디희게 서 있는 것인가.(부분)시인에게 현재 눈앞의 현실은 과거의 기억과
시
등록일 2022.03.31
게재일 2022-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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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가득한 풀벌레소리에낮별들 깨우는 가만한 새소리자지러지게 울던 아이의 딸꾹질 소리잔반처럼 남은엊그제 천둥소리숯덩이 하나 물에 젖어푸시시 가슴 삭이는 소리내 무릎 속의 그대무릎을 징검돌처럼 더듬어가을을 건널 때슬픔이 고요해진 눈빛 같은 거사랑이틀어놓은 축음기 같은 거내 무릎을 짚으면방금처럼그대 무릎이 다녀간다(부분)사랑의 축음기는 슬픔을 고요하게 만드는 역설적인 소리를 퍼뜨린다. 시인은 사랑의 발성, 그 표현을 시인은 “슬픔이 고요해진 눈빛”으로 상징화하는데, 그것은 사랑이 슬픈 운명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대’는 언젠가
시
등록일 2022.03.30
게재일 2022-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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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판도 없는 겨울산판집에서 겨울을 나는 사내는눈이 나리면 부지런히 길을 쓸고누가 다녀갔는지 인적도 찾을 길 없다그렇게 겨울을 지날 때푸른 밤하늘에 정점으로 박혔던 간결한 달이방 안으로 조금씩 녹아드는 거다손가락으로 기타 현판을 천천히 끄는 소리처럼산판집 사내가 이불을 스스슥 끌어 올려 얼굴을 덮는다그 소리에 놀란 고양이들은더러 죽은 자의 집에서 떠나기도 했다산판집 겨울은 꽃도 있고 나무도 있어봄을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부분)‘산판’은 “나무를 찍어내는 일판”이라고 한다. ‘사내’는 그러한 일판이 없어 텅 빈 “산판집에서 겨울을 나”
시
등록일 2022.03.29
게재일 2022-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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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악산 날 등 바위 한 발 나가면한 발 밀리고 아이젠 신고도 미끄러지는 눈길, 낯설다다음 세상 찾아가는 길이 이럴까느닷없이 눈앞에 나타난 한 장면,누가 도끼로 찍은 것처럼 간밤 내린 눈에 잘생긴 소나무 정수리 쪼개졌다제 몸통 제가 반 갈라 올리는 소신공양이다(….)하얗게 꽁꽁 염했다, 지난 밤 컴컴한 시간화악산 골짝마다 쩡, 쩡, 소나무 몸 열리는 소리 컷겠다그 때 어떤 영혼이 경계를 넘었을라나팔다리 흔들면서 걷는 내가 도무지 내가 아닌 것 같다꽃피고 새가 울면 사라진 길 다시 만나는 걸까바람도 숨 쉬며 하늘과 땅 사이에서 논다시인
시
등록일 2022.03.28
게재일 2022-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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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심처에는유리로 된 성채가 있어고양이 눈 속의 잔설 한 움큼을 움켜쥐면피가 흐르겠다, 파편처럼 찔러오는 통증이 있겠다얼어붙은 잔설 위에는드문드문 발 없는 새의 깃털눈물로 변해서 흘러다니는 새들의 발자국눈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하는교목의 가지들이제 그림자에 닿아가는 속도가점점 빨라지고 있다바람소리 세차다 적막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부분)삶의 무게-시제인 ‘눈의 무게’-에 허리가 점점 빨리 휘어지면서 죽음의 “제 그림자에 닿아가”고 있는 “교목의 가지들”은 삶의 운명적인 비애를 드러낸다. 그것은 “파편처럼 찔러오는 통증”처럼 고통스
시
등록일 2022.03.27
게재일 2022-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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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그리움이 내 성소다능선을 굽혀놓은 고갯마루 서낭당물길 굽혀 흐느끼는 여울목의 망부석그 성소 앞에서 등허리 굽힌 사람은등고선의 품을 일구며 사는 신신들이 탯줄 같은 골목을 따라 집으로 돌아간다한 장정이 훔쳐보는 옆집 우물 쪽으로 골목이 휜다장정이 고개 감춘 곳에 내 얼굴을 드러내 본다보리쌀 씻던 처자의 젖이 내 얼굴을 품어 안는다나는 젖니를 오물거리며 신의 젖능선을 경작한다(부분)이 세상에서 사랑하는 이를 잃고 땅에 엎드려 등을 굽히고 있는 사람 모두에서, 그리고 그 굽은 등이 만들어내는 ‘등고선’-굽은 ‘능선’, ‘여울목’, ‘
시
등록일 2022.03.24
게재일 2022-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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