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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지난 후고요를 되찾은 바다어부는 갈매기와낙조를 나누어 갖는다산사에서 울리는 북소리는가슴과 머리와 피부에서작은 감동을 나눈다바람 소리 파도 소리천둥소리 새 소리낙엽 밟는 소리자연의 소리는 거짓을 나누지 않는다꽃과 벌은 나눔으로 꽃은 열매를벌은 꿀을 얻는다 (부분)자연의 존재자들은 거짓을 나누지 않는다. 그 자연의 존재자들이 나누는 나눔은 사랑의 행위이다. 낙조를 나누는 어부와 갈매기는 자연의 인력-사랑-으로 맺어져 있다. 북소리를 듣고 있는 사람의 “가슴과 머리와 피부”도 “작은 감동을” 나눈다. 이 나눔이 없다면 신체의 유기
시
등록일 2022.07.14
게재일 2022-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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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든 방안에서 홀로 어둡다.맨 몸 켜켜이바랜 누더기 같은 비애가 마른다.어둠이 따뜻하다는 것, 이제 알겠다.기다림은 없다, 없으므로딱딱하게 굳어진 초인종 더는 누르지 못하고다들 망설이다 되돌아 갈 것이다.빈 옷장 같은 방열어젖히듯 떠나버릴 것이다.젖은 채 개어 넣는 몸속거품 같은 씨앗 한 움큼말라가며 자란다.내성(耐性)이다. (부분)시인은 어느새 “바랜 누더기 같은 비애가” 말라가는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시인의 몸은 욕망이 아니라 비애로 젖는다. 하여 그는 몸속에 “젖은 채 개어 넣”어져 말라가는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시
등록일 2022.07.13
게재일 2022-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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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바다는 외롭고 깊고 쓸쓸하다흐린 수평선 쪽으로 어둠 밋밋하게 물러가며구름 사이로 붉은 울음을 토하고갈매기들 한 줄로 나란히 파도 위에 앉아참선(參禪) 삼매경(三昧境)에 빠져있다이런 새벽은 달항아리 같아외롭고 깊고 쓸쓸한 것들이그득해져서 아름다운 그늘이 된다이 시는 새벽 바다가 아름다운 그늘이 된다는 역설적 발견을 보여준다. “밋밋하게 물러가”는 어둠의 자리를 차지하는 ‘구름 사이’의 “붉은 울음”, 그 울음이 떨어지고 있는 바다 위에 나란히 앉아 “삼매경에 빠져 있”는 갈매기들. 이들이 연출하는 쓸쓸한 새벽의 풍경은 ‘달항아리
시
등록일 2022.07.12
게재일 2022-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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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에게편지를 쓴 적이 있네오른손으로 쓰고 왼손으로 받았네뜯지도 않고 불살랐던불 꺼진 창문, 떠나온 그 주소에는이제 누가 살고 있을까,뜨내기들은헐렁한 외투와 낡은 구두뿐이지만허허벌판을 첩첩 살아가네내 왼손이 오른손을 잡아피가 흐르네나는 여전히 오래된 여행이라네자신에게 보내는 편지. 그런데 오른손이 쓴 그 편지를 왼손이 “뜯지도 않고 불살랐”다고 하니, 그 편지에는 기억하면 안 되는 기억이 담긴 듯하다. 하지만 시인은 그 불태워버린 기억을 되살리고자 “내 왼손이 오른손을 잡”는다. 하여, 되살아난 상처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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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2.07.11
게재일 2022-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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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잠에서 깬 듯 구름을 갈아엎어 씨를 뿌리고영문 모르는 새떼들 아직 하늘에 떠 있지찬란한 적막을 탐닉하던 붉은 노을이나무들의 귀를 당겨세상에는 없는 은유법으로 속삭이는 것을 보았지잎을 다 버린 나무들의 모세혈관이하늘에 탁본되고 있었지 (부분)잠자고 있다가 깨어나 “구름을 갈아엎어 씨를 뿌리”는, 즉 비를 내리게 하는 당신은 신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당신이 구름을 만들어 뿌리는 씨-비-는 세계에 신성을 스며들게 할 것이다. 신성이 스며든 세계에서는 ‘붉은 노을’이나 ‘나무들’ 등이 서로 “세상에는 없는 은유법으로 속삭”이고, 모
시
등록일 2022.07.10
게재일 2022-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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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산을 오른다가쁜 숨 몰아쉴 때마다하얀 안개가 핀다입을 다문 산꽃나무들흔들어 깨운다발걸음 옮길 때마다꽃 한 송이씩 피어낸다오를수록 더 흐드러지는 꽃밭능선엔 아직 꽃망울인데숨이 턱에 다다른 정상에서한꺼번에 개화하는 겨울꽃화르륵 불타오르는 화염에화상을 입은 채로하얗게 물든다시인은 산을 오르고 있다. 계절은 겨울이다. 겨울산은 어느 곳보다도 춥고 그곳의 바람은 거셀 것이다. 하지만 이 산의 꽃은 가장 추울 산의 정상에서부터 피어나기 시작한다. 생명의 아름다움은 힘든 상황일수록 꽃망울로 피어난다. 그 꽃은 생명의 불꽃이 일구어내는 화염으
시
등록일 2022.07.07
게재일 2022-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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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마른 영혼들을 위해마르지 않는 깊고 맑은 우물을 파는상이군인 한 사람을 보았다의탁할 곳 없는 가난한 사람들에게쉼터가 되어주는 사람베트남 투이호아 전투에서부비트랩에 두 다리를 잡아먹히고나락에서 겨우 살아 돌아왔다는 사람그 덕택에마음 속 신비로운 통로를 보게 되었다고쑥스럽게 머리를 긁는 사람 (부분)위의 시의 상이군인은 “깊고 맑은 우물을 파”서 우리를 적셔준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그는 베트남 전쟁에서 두 다리를 잃었지만, 그때 거의 죽을 상황에서 살아났다는 데에 더 의미를 두었다. 그래서 그의 마음속에 신비로운 통로가 뚫릴
시
등록일 2022.07.06
게재일 2022-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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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에게 아름다운 끝이 무엇인가.완성으로 매듭지어졌으면 좋겠다.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걸 알 듯하다.어머니의 병상 명상은 과거와 미래의 성찰이리라.당신 완성을 위해 끝 간 데로 나아가는 어머니,미련을 지우고 매순간 완성의 마침표로 향하듯이말이 점차 없어져도 아름다운 당신을 위하여삶의 소중하고도 오랜 추억을 위하여어머니는 명상으로 아들에게 일깨우고 있으리라.길 위에서 그 뜻을 눈물로 느낀다.시인은 어머니의 속내로 난 길을 걷는다. 그 길은 어머니의 삶이 닦아놓은 개인적 역사일 것이다. 병상의 어머니는 “완성의 마침표로 향하”여
시
등록일 2022.07.05
게재일 2022-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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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녹는다밤새 더럽혀진 눈이 녹인다녹는다는 것은 검은 것의 미아,하얀 것은 검은 것이 지워버리는 미로,녹인다는 것은 눈과 눈 사이에 머무는 것이다‘검은 것’(밤)으로 ‘하얀 것’(아침)을 녹여버리면서, 즉 하얀 눈이 검게 더럽혀지면서 생기는 “눈과 눈 사이”(이 ‘눈’은 雪의 의미와 目의 의미가 중첩되어 있다)에 머물며 사는 길이 있다. ‘검은 것’의 ‘미아’가 된 눈. 그러나 이때 하얀 것 안에 ‘미로’가 생겨난다. 더럽혀지는 눈과 지워지는 눈 사이에 생기는 이 ‘미로’는, “붉은 고기 덩어리처럼” 처절한 죽음의 밤에도 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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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2.07.04
게재일 2022-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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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라고 나직히 읊조리면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관통하는 짜릿한 전율남을 탐하지 않고도단지 빛과 수분만으로도 넉넉히 자라는엽록소그러면서도 나무라고 부르는 입술 속 타액까지나무라고 바라보는 두 눈의 눈물까지모조리 빨아들이는이. 중. 적. 식. 물. 성‘나무’라는 말을 “나직히 읊조”릴 때, 나무의 자연성이 몸으로 들어오고 몸은 전율을 느끼면서 자연으로 빨려 들어간다. ‘나무’라는 말을 하기 전에는, 저 자연은 수동적인 이미지에 불과했다. 하지만 말을 통해 나무(자연)는 수동적이면서 능동적인 성질을 가진 것으로 나타난다. 이 마술적인 말 ‘
시
등록일 2022.07.03
게재일 2022-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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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여윈 나무들이연 초록으로 일어서면내 몸도 물이 오른다얼마나 허리둘레가 늘었니?눈 도장 찍는바람이 건네주는 그늘 아래잠시 앉아 볼 때목젖까지 그리움이 올라오고내가 할 일은누군가에게 숨통을 열어주는여름 숲으로 우거지는 것(부분)나무들의 연 초록은 이별한 꽃에 대한 그리움의 색이다. 시인은 이에 동화되어 “목젖까지 그리움이 올라”온다. 이때 시인은 나무가 그 초록으로 “여름 숲을 우거지”게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무는 그리움의 초록으로 ‘일어서’서 “누군가에게 숨통을 열어”준다는 것. 시인은 그리움으로 고통스러울지라도, 나무들처럼
시
등록일 2022.06.30
게재일 2022-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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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올 때 가로등은 해가 지고 해가 뜰 때까지 혼자 점멸하지요 우린 이 생을 무사히 마칠까요 떠돌아다니다 죽고 미쳐죽는 그 일 말이지요 살아 한 순간 같은 거리에 놓인 적 없지만 그래도 한데 묶여있기는 하겠지요 그러나 분명한 건 집으로 돌아갈 때지요 꽃을 닮은 가로등이 당신 목뒤의 칩을 감지하지요 꽃잎이 활짝 펼쳐지면 집안으로 들어가고 밤새도록 꽃잎이 지켜보겠지요 그래도 당신은 뒤척이겠지만(부분)‘창조’의 동인이기도 했던 김명순 시인은 알다시피 시와 소설, 그리고 희곡도 썼던 한국의 대표적인 ‘1세대 신여성’이었다.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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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2.06.29
게재일 202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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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햇볕이 안부만 묻고 간폐가 앞마당에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것이단죄를 받고 있는 헤스터 같다해인지 홍시인지 잠시 착시를 느낀새 떼들이 붉은 살점을 먹기 위해육박전 공중전 지상전흙바닥에 잔여물까지흔적도 없는 허기란얼마나 무서운 일인가단죄를 받는 것보다허기란 전쟁과 살인의 주범이라는 것(부분)‘폐가’는 인간 문명이 무너진 장소를 의미한다고 확장해서 생각해볼 수 있다. 문명이 무너진 장소는 쓰레기장이 된다. 그런데 이곳에는 오직 홍시 하나가 “단죄를 받고 있는 헤스터”처럼 감나무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헤스터’는 ‘주홍글씨’의
시
등록일 2022.06.28
게재일 2022-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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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사 절문 앞에 늦도록 앉아 있었네꽃들은 모두 한 곳을 바라다보고 있었네죽음이 이미 와 있는 방문 앞보다더 깊고 짙은 어딘가를 향하고 있는 꽃들동백을 홀로 바라본다는 일은,큰 산 하나 허물어져 내릴 만큼 고독한 일어쩌면 기억도 아득한 전생에서부터늑골 웅숭깊도록 나는 외로웠네꽃핀 숲보다 숲 그늘이 더 커 외로웠네하여 봄볕에 흰 낯을 그을리며 나는선운사 절문 앞에 한 오백 년 죽은 듯이 앉아동백이 피고 지는 소리를 다 듣고 말았네(부분)“죽음이 이미 와 있는 방문”을 바라보고 있는 선운사 동백꽃들. 이 “동백을 홀로 바라본다는 일은”
시
등록일 2022.06.27
게재일 2022-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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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꽃의 압축파일이다감 씨를 반으로 따개면흰 배젖에 감싸여 오뚝 서 있는고염나무 한 그루내 아기집 속에 있던 1mm의 아기초음파 영상 같은감 씨 속엔감나무의 숨겨진 전생이 있다감나무로 성형되기 전고염나무였다는 DNA단감을 먹고 씨를 심어보면 안다시인은 위의 시에서 대상의 속 끝까지 파고들어 시적 의미를 발견하고자 한다. 그는 ‘감 씨’에서 “꽃의 압축파일”을 찾아내고는, 나아가 감나무가 “고염나무였다는 DNA”를 발견하며, 그리하여 감 씨가 품고 있는 전생과 가능성까지 읽어내는 것이다. 어떤 대상의 잠재성과 가능성을 드러내는 시인
시
등록일 2022.06.26
게재일 2022-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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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해가 부옇다간월호에서 잠을 자던 별들이모래바람 뒤집어 쓰고 눈만 껌벅 껌벅풀잎의 심장에 사는 파아란 불씨가 비척비척새벽 성당의 종소리 처얼철 금이 갔나?옥천사 공양을 알리는 범종소리 누렇게 시들어가고아직은 간절하게 두 손 비는 벌나비 더러 볼 수 있다호흡이 가쁜 부춘산 노송개들도 산소통을 하나씩 물고 다닌다모래바람에 점령당한 세계. 상황은 절박하고 심각하다. 풀잎의 심장은 ‘비척비척’거리고 노송 역시 바람이 폐에 들어왔는지 호흡이 가쁘다. “개들도 산소통을 하나씩 물고 다”닐 정도다. 모래를 돈으로 치환하면 어떨까. 돈에 지배
시
등록일 2022.06.23
게재일 2022-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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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이 명랑소녀였을 것 같던 내 어머니는철없던 열일곱 살에 시집 온 그날부터명랑한 일이 별로 없었나 봅니다때 맞춰 꽃이 피고 지고, 새가 울던그 아름다운 오랜 세월 동안을 먼산바라기로…어느 때부터인가 머리 한 쪽이 쑤신다며눈이 붉어지고 미간에 굵은 주름이 생기더니마치 억지로라도 명랑하고 싶은 사람처럼하얀 가루로 된 싸구려 두통약 ‘명랑’을무시로 입안에 가득 털어넣곤 했습니다한국의 여성들은 결혼하고 난 후 한 집안의 며느리로, 부인으로, 어머니로 살아가야 한다. 자신의 존재감을 잃고 살아가야 하는 그녀들은, 소녀시절 명랑하게 살 수
시
등록일 2022.06.22
게재일 2022-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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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내 꽃 피우고 싶다바닷가 모래언덕 밋밋한 풀숲 지나잡풀 사이 흰 색 작은 꽃이 웃는다고 하지기름진 흙 아닌, 모래 틈에 솜털 박고꽃자루에서 내려앉아 한참을 기어가도비스듬히 누워 피고 쓰러지지 않는 꽃내가 가진 것은, 봄 가뭄에도잔털 돋아난 이파리가 제 멋에 춤추게 할모래 한 줌뿐, 바람 불면 흩날리는 모래알들더 이상 잃지 않으려고 다독이며 잠든다(부분)시인은 “내 꽃 피우고 싶다”는 갈망을 가지고 있다. 영혼의 아름다움이 현현된 ‘시’를 의미할 테다. 시인은 큰 욕심을 가지지 않는다. 그는 “흰 색 작은 꽃”을 피우기를 갈망할
시
등록일 2022.06.21
게재일 2022-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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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도시가 생겨나는 매립의 땅기다리지 않아도 어둠이 내리는 새 역사때가 되면 날개 돋은 새끼들이 태어났다땅 위에서 저공을 배운 어린 식솔들은모래 헤엄을 지치다 물갈퀴를 얻었던 것이다뒤웅뒤웅 과식한 탓에 졸고 있는 틈새불콰한 가로등이 바닥을 핥고 있다그들의 둥지 속을 샅샅이 훔치고 있는이카로스를 닮은 하루의 눈빛잃어버린 천국에 대한 기억마저 매립해버리는 도시-‘매립의 땅’-에서 살아야 하는 저 오리 새끼. 저 오리 새씨는 결국 모래의 무게에 짓눌려 하늘을 날 수 없을 테지만, 허망한 날갯짓으로나마 “땅 위에서” “모래 헤엄을 지치
시
등록일 2022.06.20
게재일 2022-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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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하나 들이밀고 시집 왔니라너로 허먼 시할애빈디내게는 영 마뜩찮은 분이었제아무렴, 글만 아는 집안이래두풀 한 포기에 베인 손이물 한 방울 안 묻히고 열흘을 가야?논으로 밭으로 내달리다흰 쌀밥 고봉으로 퍼드리먼에미 손은 머슴손이어,에미 손은 머슴손이어,오장이 뒤틀리게 사무쳤니라마당 한 귀퉁이 무쇠솥이 끓는데어머닌 행주도 대지 않은 손으로뚜껑을 열고뜨건 물을 푹푹 퍼 나르시네논밭의 일을 다 하고도 집에 들어오면 가사를 해야 했던 어머니. 그녀의 ‘에미 손’은 어느새 ‘머슴손’과 같이 되어버렸다. 어머니는 남성중심주의적인 사회, 노동보
시
등록일 2022.06.19
게재일 2022-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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