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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길 것 없는 수직의 빗줄기숲을 뚫고 내리꽂히는 원시의 햇살아마존 정글 반라의 검은 맨살들국부만 살짝 가린 거침없는 패션쓸데없이 웃고 떠들고 소리치며스치는 바람결에도 비명 지르며오직 생체 리듬의 순연한 본성을 따르고 있으므로찬양하라, 생명의 고향찬양하라 (부분)“반라의 검은 맨살들”, “국부만 살짝 가린 거침없는 패션”을 부끄럼 없이 드러내는 아마존 사람들. 이들은 “오직 생체 리듬의 순연한 본성을 따르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을 “찬양하라”고 외치는 것을 보면, 시인은 이들의 삶을 접하면서 크게 감화되었던 것 같다. 그에게 고향
시
등록일 2022.08.15
게재일 2022-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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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가을을 끌어와 새가 날면안으로 울리던 나무의 소리는 밖을 향한다나무의 날개가 돋아날 자리에 푸른 밤이 온다새의 입김과 나무의 입김이 서로 섞일 때무거운 구름이 비를 뿌리고푸른 밤의 눈빛으로 나무는 날개를 단다새가 나무의 날개를 스칠 때새의 뿌리가 내릴 자리에서 휘파람 소리가 난다나무가 바람을 타고 싶듯이 새는 뿌리를 타고 싶다밤을 새워 새는 나무의 날개에 뿌리를 내리며하늘로 깊이 떨어진다타자와의 관계가 맺어지면 주어진 상황을 거스르고자 하는 욕망을 낳으며, 그 욕망은 현재의 삶을 어떤 변화로 이끈다. 비상하고자 손짓하는 나뭇
시
등록일 2022.08.11
게재일 2022-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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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병동에도 눈은 내린다첫눈이라 더 절절한 사람들이창밖을 가리키며 소곤댄다그 가슴마다 소복이 눈이 쌓이면현실의 뒷길로 걸음을 옮기는 미련들고통을 잠시 잊는다고달라지는 것은 없다지만새하얀 천지간집으로 가는 길이 환하게 밝다첫눈이 다 그친 뒤에도마지막 눈은 내릴 것 같지 않다암병동은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그들은 저 첫눈을 보면서 “마지막 눈은 내릴 것 같지 않다”고 소곤댄다. ‘마지막’은 오지 않는다는 것, 그것은 가망 없는 기대일 수 있지만 삶의 막바지를 그래도 밝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준다. 저 눈이 환하게 드러내
시
등록일 2022.08.10
게재일 2022-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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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그친 사이고추잠자리 한 쌍 옥상 위를 빙빙 돌고 있다두 마리가 하나로 포개져 있다누가 누구를 업는다는 거업고 업히는 사이라는 거오늘은 왠지 아찔한 저 체위가 엄숙해서 슬프다서로가 서로에게 서러운 과녁으로 꽂혀서맞물린 몸 풀지 못하고땅에 닿을 듯 말 듯 스치며 나는 임계선 어디쯤문득 삶과 죽음의 갈림길이 있다앉는 곳이 곧 무덤일질주의 끝이 곧 휴식일 어느 산란처죽은 날개는 너무 투명해서 내생까지 환히 들여다보인다고독한 개체들은 서럽다. 홀로 있으면 죽음을 향한 우울로 빠져들 수밖에 없는 것이 개체의 비극적인 운명이다. 그래서 사랑
시
등록일 2022.08.09
게재일 2022-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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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아파트에서 짐을 싸다 말고 베란다로 가서 마당에 침을 뱉는다. 그때 아파트로 들어서던 남자의 머리에 침이 떨어지고 그가 쳐다보며 욕을 한다. “미안합니다.” 말하고 돌아와 짐을 쌀 때 키가 큰 여인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누구세요?” 그녀는 자기도 함께 가겠다고 말한다. “난 며칠 절에 가서 쉬려고 그래요.” 내가 말하자 “저도 그래요.” 처음 보는 그녀가 말한다. 도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다.일련의 사건들이 인과관계 없이 연결된다. 짐을 싸다 침을 뱉고 침을 맞은 남자가 욕을 하고 시인은 사과한다. 그런데 사과하고 돌아오니
시
등록일 2022.08.08
게재일 2022-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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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둑을 수리하느라, 물을 빼버려뻘을 드러낸 천흥저수지에도밑바닥 가득히 눈이 쌓였다겨울 내내 저수지를 지날 때마다내 밑바닥 또한 모든 것이 비워지면저렇듯 흉물스러울 것이라고만 여겼거니.결코 지워질 수 없는 삶의 몇 조각 남루만이뻘에 처박힌 쓰레기들처럼아프게 눈을 찌르리라 여겼거니.퍼붓는 눈 속에 스스로마저 지워져버린오늘, 천흥저수지와 더불어 밑바닥에 쌓이는비워짐의 무게, 그 눈부심!‘무너진 둑’은 무너진 삶을 의미할 터, 무너진 삶을 수리하기 위해서는 자기의 삶에 남아 있는 것들을 인위적으로 지워버려야 한다. 하지만 “삶의 몇
시
등록일 2022.08.07
게재일 2022-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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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의 생을,아름다운 하루하루를두루마리 휴지처럼 풀어 쓰고 버린다우주는 그걸 다시 리필해서 보내는데그래서 해마다 봄은 새봄이고늘 새것 같은 사랑을 하고죽음마저 아직 첫물이니나는 나의 생을 부지런히 풀어 쓸 수밖에 없는 것이다‘생’-삶-은 언제나 하루를 “두루마리 휴지처럼” 버리고 또 다른 하루를 다시 시작하는 반복의 연속이다. 그래서 삶은 허무하고 쓸쓸하다. 하지만 한편으로 언제나 새로운 시작을 반복하는 것이 ‘생’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 그것은 하루를 쓰고 버려도 우주가 항상 새로운 ‘생’을 ‘리필’해주기 때문에 가능하다.
시
등록일 2022.08.04
게재일 2022-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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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을 버려야만 비로소 머물 수 있는 곳아내의 따뜻한 손에 이끌려용인 천주교 공원묘지와 시안에도들렀다내 생의 마지막 투병하는데절두산 부활의 집을 계약했다고 한다신혼 초 살림 장만하듯 아내와 반겼다절두산은 성지순례로 가족과 들렸던 곳낮은 나에게도 지상의 집을 사랑으로주셨다머리가 없는목 잘린 순교의 산오, 나도 드디어 못 하나를 얻었다무두정無頭釘부활의 집 지하 3층에서망자와 함께 이제사 천상의 집 지으리라시인은 삶의 마지막을 맞이할 마음의 준비를 하면서 위의 시를 썼을 것이다. 그는 성지 절두산에 있는 ‘부활의 집’에서 마지막을
시
등록일 2022.08.03
게재일 2022-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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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그녀와 통했던 비인 앞바다에 갔다가물결이 채색한 무지개빛 조개껍데기를 주워 와흰 접시 맑은 물에 넣어서 서탁에 얹어두고오래오래 들여다보았더니스무 살 봄풀 같은 아내를 다시 만났네물속에 어떤 사물을 넣었을 때, 그 사물은 어느덧 아름다웠던 시절을 현실화한다. 오래전 아내와 사랑을 나누었던 장소에서 가져온 조개껍데기를 접시 위 맑은 물에 넣고 들여다보니 스무 살 시절 아내가 다시 나타났다는 것! 물은 오래전에 펼쳐졌던 사랑을 다시 복원하는 마법을 가지고 있다. 물위에 쓰는 글 역시 그러하지 않겠는가. 물속에 용해된 글도 마법처럼
시
등록일 2022.08.02
게재일 2022-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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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넝쿨손입니다철골 철근 콘크리트 담벼락그 밑으로 흐르는오염의 띠 죽음의 띠시뻘건 쇳물녹물을녹물을 빨아먹고 세상을 한꺼번에 다끌어안고 사는 푸른 이파리입니다 (부분)생명 작용의 미세한 산물들은 사랑을 드러낸다. 이 사랑 덕분으로 우리는 생명의 힘에 따른 인연으로 맺어진다. 생명을 낳고 되살리는 사랑. 그래서 사랑은 죽음을 생산하는 근대 문명을 극복할 수 있는 희망이다. 죽음-철-을 끌어안으면서 사랑으로 전환시키는 저 작은 ‘푸른 이파리’는 생명의 근원이자 거대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여린 이파리 한 잎이야말로 이 세계, 이
시
등록일 2022.08.01
게재일 2022-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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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옷을 트렁크에서 꺼내 입고녹야원 푸른 잔디에 앉았다햇살이 따가웠다 잘 가꾸어진 꽃을 쓰다듬으며‘분명 겨울이 아니야’그날 밤 몸은 심하게 열이 올랐다, 연신 콜록거렸다몸이 인정하지 않던 겨울에몸이 중심을 잃었다부겐베리아가 빨갛게 웃고 있는 바깥실내는 온통 포인세티아로 장식 돼있다여기는 지금 꽃 지지 않는 겨울마음을 가져오지 못한 몸은감기에 시달리는 중 (부분)‘부겐베리아’나 ‘포인세티아’는 모두 빨간색 꽃들이다. 그 빨간색은 심장의 색깔이라고 한다면 그 빨간색은 겨울을 견디는 마음을 전해준다. 추위를 이겨내면서 살아가는 삶의 방
시
등록일 2022.07.31
게재일 2022-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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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칠일 울려고땅 속에서 칠년을 견딘다고더 이상 말하지 말자매미의 땅속 삶을사람 눈으로어둡게만 보지 말자고작 칠십년을 살려고우리는없던 우리를 얼마나 살아왔던가환한 땅 속이여환한 없음이여긴긴 없었음의 있음 앞에있음이라는 이 작은 파편이여우리에게 없음으로 인지되었던 땅 속의 삶이야말로 매미에게는 환한 삶이었을지 모른다. 우리가 인간중심주의적인 시각에서 벗어날 때, 인간의 삶은 “긴긴 없었음의” 삶을 살아간 매미의 삶보다 열등하다. 인간에게는 없음을 살 수 있는 능력, 땅 속의 삶을 환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이 매미보다 훨씬 떨어지
시
등록일 2022.07.28
게재일 2022-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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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지 못해 상처받았거나상처받아서 일하지 못하는 당신에게 실업명세서를 드립니다일을 멈추고 주저앉아시간을 멈추고하루를 멈추고 말을 멈추고 사랑을 멈추고세상을 멈추는 순간의 당신에게‘수고했습니다 고맙습니다’두툼한 실업봉투 다달이 건네줄 수 있다면월급날 으쓱했던 당신의 시간을 되돌려줄 수 있을까요오늘은 월급날일하지 못하는 당신을 생각합니다일하지 못하는 당신의 마음에 지금 내가 들어가고 있습니다 (부분)위의 시는 실업 시간에 놓인 당신에게 “월급날 으쓱했던 당신의 시간을 되돌려”주는 연대의 정신을 말해준다. 이 정신은 ‘실업명세서’라는 상
시
등록일 2022.07.27
게재일 2022-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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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한 번은 죽음 쪽으로 가서 이쪽을 돌아봅니다계절이 바뀔 때마다 탄생 이전으로 가서 여기를 바라봅니다생각하기 전에 평화라고 속으로 말합니다생각하고 말하고 난 뒤에도 평화라고 말합니다나지막이 평화라고 말하는 누군가의 얼굴을 떠올립니다이것이 평화보다 먼저 평화가 되는평화보다 먼저 평화를 사는 몇 안 되는 방법입니다 (부분)위의 시에 따르면 평화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인이 평화 자체가 될 때, 즉 “평화보다 먼저 평화를” 살 때 비로소 도래한다. 생각 이전에 ‘평화’라고 속으로 발화하게 되는 상태, 이는 우리가 평화로서 존재하
시
등록일 2022.07.26
게재일 2022-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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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당나귀를 보았는가 무거운 짐 이고 지고앞만 보고 걸어가는 무심한 눈길짓누르는 돌덩이 아래서 흘러나오는경쾌한 노랫소리그에겐 이미 짐이 없다부서지기 쉬운 자들이 짐을 진다천천히 가지만 언젠가는 사막을 통과한다가녀린 나비가 바리케이드를 넘는다날개 한 잎 상하지 않았다 (부분)저 당나귀는 엄혹하게 착취 받고 있지만 경쾌하게 노래 부를 줄 안다. 이 능력은 당나귀의 잠재력과 존엄성을 증명하며, 그 노래는 “언젠가 사막을 통과”할 미래를 품고 있다. 노래 부를 수 있는 자는 “짓누르는 돌덩이”를 지고 있을지라도 자유로운 존재다. 그래
시
등록일 2022.07.25
게재일 2022-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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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다몹시 문란하지 않으면가족은 탄생할 수 없다창문 저 밖남의 가정은 다 안락해 보이고창문 저 안나의 가정은 다 안락사로 보이듯그 순간 미처 걷지 못한불쌍한 빨래들이백기처럼펄럭펄럭손을 흔든다꼭 엄마 같은 그림자다(부분)시인에 따르면 문란하지 않으면 사랑이 탄생할 수 없으므로, 가족도 탄생할 수 없다. 가난한 이들이야말로 사랑의 문란을 몸으로 겪는 이들이다. 배고픈 이들은 가족끼리 서로를 뜯어먹으면서 서로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이 문란한 사랑이 엮는 문란한 가족의 이미지는 “백기처럼/펄럭펄럭/손을 흔”드는 ‘빨래들’로 현현한다. 쓸모
시
등록일 2022.07.24
게재일 2022-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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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울 무렵하늘이 닫고 있는 붉은 꼬리를 배경으로저무는 방식을 습득하고 있는 수평선이발뒤꿈치를 들고 환하게 뒤를 잠그고 있다궤적을 반짝이며 사라지는 유성처럼버려도 좋은 꼬리 하나쯤 있어그 꼬리에 몸을 묻고오래 저물고 싶다(부분)노을의 붉은 끝자락으로부터 유성의 꼬리를 연상하는 것을 보면, 이 시인이 세계의 현상을 얼마나 끈덕지게 관찰하면서 시적인 ‘이미지-사유’를 오래 해왔는지 짐작할 수 있다. 시인은 저 사라지는 노을의 “꼬리에 몸을 묻고/오래 저물고 싶다”는 욕망을 가진다. 그래서 시인은 유성처럼 사라지는 저 하늘의 노을을 오래
시
등록일 2022.07.21
게재일 2022-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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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사적인 생각에 빠져뼈다귀들이 설설 끓고 있다거품이 악성 댓글처럼 뭉게뭉게 피어오른다담 든 몸에 파스 붙이듯이름을 계속 갈아 붙이고 살던 남자가아파트 11층에서 떨어졌다, 단풍 붉게 물든 늦가을회 뜨고 남은 살점 군데군데 붙어 있는 뼈다귀가꼬리지느러미를 흔들며 어디론가 헤엄쳐 가고 있다짠물에 새기던 사소한 고독의 가시 무늬익명탕이 홀로 졸아들고 있다(부분)“악성 댓글” 같은 거품을 내며 끓고 있는 눈앞의 ‘서더리탕’은 광어의 것인지 우럭의 것인지, 도미의 것인지 모르는 뼈다귀들로 만든 ‘익명탕’이다. 11층의 남자나 당신과 같은
시
등록일 2022.07.20
게재일 2022-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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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뒹굴던 과원(果園)이내게 남긴 유일한 유산인 흙냄새모든 것의 자궁이면서도제 것 하나 없는 해탈인 흙이후광처럼 두르고 다니던 냄새로작은 섬 하나 짓고 싶어졌습니다당신이 깊이 뿌리 내리고푸르게 타오르는 물 한 그루로 서 있을 (부분)모든 씨앗들은 흙속에서 자라면서 자신의 삶이 가진 가능성을 현실화한다. 하여 시인은 흙을 ‘자궁’이라고 지칭한다. 또한 모든 삶은 자신의 생명이 다 하면 빈 몸으로 흙속에 묻혀 흙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흙은 삶과 죽음을 모두 품고 있는 것, 시인은 이 흙의 냄새가 “어릴 적 뒹굴던 과원이 내게 남긴
시
등록일 2022.07.19
게재일 2022-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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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바닷가 기슭에서머리칼의 기억을 풀어헤치며늙지도 않는 당신의 서문(序文)을 꺼내 읽는다밀려왔다 쓸려가며넘나들었던 숱한 피멍의 숨소리가 들려오는저 격정의 세계에발가벗고 뛰어드는 아이들의새파랗게 질린 얼굴늘 푸름이 바탕이라서 늙을 것 같지가 않다바다와 하늘이 하나가 되던 날,말없이 등을 다독이며 돌아섰던 난바다영영 돌아갈 길이 보이지 않는다며억겁의 창문을 열고 뜨겁게 밀려들고 있다한순간도 멈추지 않을 태세다.당신이 눈앞의 저 바다와 겹쳐진다. 당신에 대한 기억은 저 ‘난바다’가 “말없이 등을 다독이며 돌아섰던” 모습으로 남아 있지만
시
등록일 2022.07.18
게재일 2022-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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