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의 북쪽 벽면에는 ‘성 삼위일체(The Holy Trinity)’를 주제로 하는 프레스코화가 그려져 있다. 벽화를 그린 화가는 15세기 초 피렌체에서 활동했던 마사초(Masaccio)라는 사람인데 스물 여섯의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많은 작품을 남기진 못했지만 실력은 상당했던 모양이다. 마사초가 ‘성 삼위일체’를 그린 것은 대략 1426년에서 1428년 사이로 피렌체의 노련하고 쟁쟁한 미술가들과의 경쟁에서 조금도 밀리지 않았던 것 같다.‘성 삼위일체’는 기독교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기본교
현재 지구 환경은 위기에 처해있다. 지구온난화를 넘어 지구가열화 상태에 접어든 지도 한참이다. 연초부터 세계 곳곳에서 들리는 이상 기후로 인한 재난 소식은 지구촌 식구들 모두가 마음 기울여야 할 지구 생태에 관한 문제다. 하나뿐인 지구를 위해 우리 주변에서 실천할 수 있는 소소한 일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수필가의 눈으로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자전거는 내게 동경의 대상이었다. 반짝이는 빨간 자전거를 타고 거랑둑을 산책하거나 꽃집을 향해 가는 장면을 떠올리면 가물거리던 행복의 실체가 손에 잡힐 것도 같았다. 자전거에 올라앉아 귀를
갑진년 새해다. 우리가 알아야 할 매우 중요한 시대의 변화를 요약하면 인간의 인지능력에 기대어 살던 시대가 저물어가는 대신에 기계가 우리의 인지를 결정적으로 도와주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 인류 문명의 변화의 단층을 이루고 있는 중요한 매개물이 시공간을 뛰어넘는 지식정보의 전달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문자의 발견은 고대에서 중세라는 시대로 이행하는 촉매역할을 하였고 이 문자를 통한 지식 정보가 소리, 그림, 사진 이미지로 전달되면서 르네상스라는 인간 중심 사회로 이행되었다. 이때까지는 인간의 인지 폭 안에서 모든 사물을 인식해야 하기
일제강점기라는 지난 세기 어두운 터널을 벗어나 경제·사회·문화의 우호적 파트너로 변화한 21세기 한·일 관계. 이경재 숭실대 교수는 학술연구를 목적으로 일본을 30차례 이상 다녀온 학자다. 올봄엔 도쿄대학에 교환교수로 간다. 그간 이 교수가 면밀하게 살펴온 일본 문화·예술의 어제와 오늘을 독자들에게 들려줄 ‘이경재의 일본을 읽다’는 2024년 본지가 준비한 주요한 기획연재 중 하나다. 독자들의 관심을 기대한다. /편집자주홋카이도(北海道)가 떠오른 것은 연일 영하 15도를 넘나드는 오랜만의 강추위가 계속되어서일까요? 어린 애들도 알다
사람은 살면서 신비체험을 할 때가 있다. 마음이 환하고 깨끗한 사람은 세상을 상세히 알지 않고도 꿰뚫어 보고, 이 세상을 하나로 삼고 그 하나 너머의 빛을 맞아들일 수 있다. 세속 잡사에 휘둘리기 쉬운 체질을 가진 사람은 이 세상의 이런저런 일들에 마음을 빼앗긴 채 짧은 인생을 덧없이 보낸다.나는 후자 쪽의 유형에 가까운 사람이다. 옛날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정치적인 사건들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대학생 시절은 제5공화국 시절이었다. 신문마다 목소리가 하나로 다르지 않은 것을 가판대에서 이 신문도 사보고 저 신문도 사보며 같은 기사를
대학들이 올해 등록금을 지난해보다 최대 5.64% 올릴 전망이다. 지난해보다 1.79%p 올랐다.대학 등록금 인상한도가 5%대가 된 것은 2012학년도(5.0%) 이후 12년 만이다. 또 정부가 등록금 인상 상한을 공고한 2011학년도의 5.1% 이후 13년 만에 최고치다. 그러면서 정부는 대학에 “어려운 경제 상황을 고려해 등록금을 동결해달라”고 요청했다. 국가 장학금 지원 등 당근책까지 제시했다.대학은 죽을 맛이다. 등록금 동결은 대학 교육의 질을 떨어뜨린다. 15년째 계속된 등록금 동결과 입학정원 감소로 대학의 수입이 줄었다.
‘마중물’이란 말을 가슴에 품고, 2024년 새해를 맞았다. 구랍 27일 오후였다. ‘만시지탄이지만, 천만다행이다!’는 생각이 번개처럼 뇌리를 쳤다. 이어, ‘마중물이 부어졌으니 맑은 물을 퍼내야 할 텐데….’ 하는 바람이 마음 가득 차올랐다. 대한민국의 공영방송 KBS가 드디어, 부정선거 문제를 26일 밤 9시 톱뉴스로 방송했단다. 그것도, 4꼭지나 할애하였다는 낭보였다. 당장 인터넷에서 그 톱뉴스를 찾아 시청했다. 비록 완곡했지만, 우리나라 부정선거의 전반적인 문제를 다루어, 보는 가슴이 뜨거워졌다.마음에서 시청료에 대한 거부감
2024년 갑진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를 앞두고 다이어리를 구매해서 새해 목표를 꾹꾹 눌러쓰던 시기가 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특별한 목표를 정하지 않았다. 새해가 되고 한 살을 더 먹는 행위가 그다지 특별하지 않게 느껴진 까닭이다. 달력이 바뀌는 차이보다는 어제와 내일의 연속성이 조금 더 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하지만 5년 전, 지역에서의 삶을 시작하고부터는 자연스럽게 수도권·지역의 격차를 느끼게 되었다. 지역에서 아이를 키우고 지역 대학에서 일을 하는 나에게 지역은 삶의 터전이다. 거의 모든 학술대회가 서울에서 개최되기에 왕
층간소음 갈등이 심각한 사회문제다. 바닥과 천장이, 벽과 벽이 맞붙은 아파트나 연립주택에서는 이웃이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사르트르가 말한대로 ‘지옥’으로서의 타인만 남는다. 소음은 보복소음을 불러오고, 소음의 나비효과는 주먹과 발길질, 흉기가 되어 피를 보게까지 한다. 인터넷에 층간소음 복수법을 검색하면 온갖 방법들이 나온다. 천장에 설치하는 층간소음 보복 스피커가 품절 현상을 빚을 만큼 잘 팔린다. 스피커로 귀신 흐느끼는 소리, 불경, 찬송가, 아기 울음소리, 심지어 음란물 소리를 틀어두라는 조언이 넘쳐난다. 천장이나 벽을 두드리는
지난 12월 31일엔 광화문 교보문고에 다녀왔다. 서울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를 꼽으라 한다면 주저 없이 광화문과 덕수궁 그리고 서촌을 말할 수 있다. 그곳의 주변엔 취향을 가득 담은 카페와 음식점, 동네 서점, 각 종 소품을 파는 가게 그리고 특정 장소들이 있다. 세 곳 모두 많은 이야기와 사람과 감정이 얽혀 있다. 어느 계절에 누구와 가도 좋은, 애정이 가득 담긴 곳이다.2024년을 정말 잘 보내고 싶은 욕심이 생겨서 지난해의 마지막엔 아침이 되자마자 광화문 교보문고로 향했다. 공들여 책을 골랐고 읽는 사람들을 자세히 보다 타인
‘김건희 특검법’이 총선 쟁점으로 등장했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이던 시절부터 상대 당의 표적이었다. 정치판에서 가족은 좋은 공격 소재다. 역대 대통령들도 가족이 공격받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다.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는 ‘버킷 리스트’ 의혹으로 비난받았다. 옷과 장신구도 구설에 올랐다.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와 아들에 대한 수사는 참담한 비극으로 끝났다.부인이 근신해도 다른 가족이 표적이 됐다. 김영삼 전 대통령 차남은 ‘소통령’으로 불렸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임기 중 세
노래하지 않고노래할 것을더 생각하는 빛.눈을 뜨지 않고눈을 고요히 감고 있는빛.사랑하기보다사랑을 간직하며,허물을 묻지 않고허물을 가리워 주는 빛.모든 빛과 빛들이반짝이다 지치면,숨기어 편히 쉬게 하는 빛,그러나 붉음보다도 더 붉고아픔보다도 더 아픈,빛을 넘어빛을 닿은단 하나의 빛.―김현승, ‘검은빛’ 전문 (김현승 시전집, 2005.)검정이 색이 아니라고요? 인상주의 선구자였던 르누아르는 검정은 색의 여왕이라고 반격했다. 검정은 모든 색의 부재, 그래서 색이 아니라는 판정을 받았던 때가 있었기에.겨울의 감성은 무채색에 가깝다. 한
2024년 청룡의 해를 맞아 굳은 의지와 물러서지 않는 용기를 갖고 영주의 빛나는 내일을 향해 힘차게 나가자는 뜻으로 신년 화두를 금석위개(金石爲開)로 정하고 시민과의 소통과 화합을 바탕으로 한단계 도약하는 해로 성장시키는데 모든 힘을 쏟아 부을 계획이다.우리 시는 멈춤 없는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7가지 중점 전략으로 세계로 도약하는 첨단 미래산업도시, 소비자 중심, 기술 중심, 환경 중심의 혁신농업도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특색있는 문화관광도시, 삶의 질이 높은 행복도시, 품격 있는 복지 도시, 더 안전하고, 더 행복한 삶을 약속
새해가 되니 새로 시작하는 것이 많다. 동네 도서관에서도 독서동아리를 새로 신청받는다고 한다. 그동안 H 생협에서 꾸준히 독서 모임을 하다가 작년에는 동네 도서관에 ‘감정과 뇌과학’이라는 주제로 독서동아리를 신청하여 운영했다. 올해도 ‘감각과 장과 뇌’라는 주제로 동아리를 만들어 인간의 감각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장이 뇌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공부할 예정이다. 작년처럼 전문가 초청까지 계획하고 있다. 동아리 초청이라 강사비가 너무 적었지만 모두 기꺼이 달려와 주셨는데, 올해 초청한 분도 흔쾌히 수락하셨다. 며칠 전 사서에게서 들으니
‘역린’은 1776년 만 24세의 나이로 임금 자리에 오른 조선 22대 왕 정조의 암살을 다룬 영화이다. 자신의 아버지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두어 죽게 한 노론과 정순왕후 세력에 홀로 맞서 싸우는 정조의 인간적인 면과 군주로서의 면모를 다루고 있다. 영화에서 왕의 시중을 드는 상책 갑수는 어려서부터 암살을 목적으로 길러져 정조 곁에 있으면서 암살을 시도하다가 정조의 인간적인 모습에 마음을 바꿔 오히려 양 아버지인 상선을 죽이고 정조를 구한다.정조는 경연장에서 왕을 허수아비처럼 대하고 사서오경만을 반복하는 신하들에게 문자를 넘어 실제를
우리나라에서 전통적인 마을을 그려보라고 하면 북향에 야트막한 산과 중간에 햇볕이 가득한 마을과 남향에 개천과 들판이 있는 남향받이 마을이 그려질 것이다.우리는 배산임수(背山臨水)를 사람 사는 마을의 최적의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옛날부터 사람 사는 곳과 농사 잘 되는 곳은 산과 강과 들이 잘 어우러지고 햇빛과 바람이 풍부한 곳이다. 이런 곳은 사람 살기도 좋고 농사짓기도 좋아서 작게는 마을이 들어서고 크게는 도읍이 들어섰던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도시도 규모만 다를 뿐 모양은 대동소이하다.기후 위기를 맞아 탄소중립을 달성하고자 태양광
총선 90여 일을 앞둔 이 시점에서 총선결과를 예측하기는 무척 어렵다. 아직 여야는 선거구도 확정하지 않았고 비례대표 선거 방식도 합의되지 못했다. 한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극한 대결의 정치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강서 보권선거의 집권 여당의 참패는 집권 여당의 당대표 교체로 이어졌다. 야당의 어느 원로는 민주당이 총선에서 200석을 얻을 것으로 낙관했지만 그 가능성은 희박하다.오는 4월 10일 치러지는 22대 총선은 누가 승리할까. 일반적으로 총선 결과를 예측하는데는 선거의 구도, 인물, 정책이라는 3개 변수를 활용한다
연말연시를 맞으면 찾아오는 생각이 있다. 지나간 시간과 다가올 시간에 관한 상념이다. 연초에는 누구나 야심 있게 몇 가지 기획을 구상한다. 건강과 부 혹은 명예를 향한 갈망을 실현하려는 의지를 불태우는 것이다.‘작심삼일(作心三日)’로 끝나는 허망한 생각이지만, 기획안을 구상할 때 우리는 웅대한 기획자로 거듭나는 순간을 경험한다.사정이 이렇다 보니 혹자는 신년 기획을 아예 일정표에서 제외해버린다. 훗날 찾아드는 허망함과 무기력증을 원천봉쇄하려는 것이다. 이런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아쉬운 점이 많다는 게 나의 소감이다. 인
갈등(葛藤)이란 칡덩굴이나 등나무 덩굴처럼 엉망으로 뒤엉켜 있을 때 쓰는 말이다. 개인이나 여러 집단 사이에 서로 다른 의견, 행동, 신념, 목표로 인해 서로 충돌이 일어나는 현상을 우리는 사회적 갈등이라 부른다.빈부갈등, 부부갈등, 종교갈등, 노사갈등, 남녀갈등, 이념갈등 등 우리사회 전반에 걸친 갈등요소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수많은 갈등요소를 법적으로 민주적으로 잘 풀어가는 것이 바로 정치다.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말했다. 인간은 개인적으로 존재하지만 홀로 살 수는 없다. 사회적 공동체를 형
울릉도 주민들은 재난방송에 대해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대한민국 재난방송에 최소한 울릉도와 독도는 없다.우리나라를 내습하는 태풍의 진로가 북북서진, 서해로 진입 후 북동진하면서 한반도를 통과한 뒤 동해로 빠져나갈 때마다 울릉도와 독도는 우리나라 재난방송에서 제외된다. 이때 재난방송은 태풍이 한반도를 지나 동해로 빠져나가 우리나라에는 영향권에 벗어났다고 방송한다. 하지만, 이때부터 울릉도는 태풍의 한가운데 놓인다. 태풍의 진로가 한반도를 관통하거나 동해로 진출해도 중국 등에 걸쳐 있는 대륙성 기압으로 북진하지 못하고 동해로 빠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