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 83년 로마가 스코틀랜드를 침략했을 때다. 브리튼 섬 북부 스코틀랜드 일대의 칼레도니아족은 사활을 걸고 격렬하게 저항하였다. 칼레도니아 칼가쿠스 족장은 로마인을 ‘세상의 악당’이라고 비난했다.“약탈과 학살을 하면서 웃기게도 제국이라 칭하고, 세상을 사막으로 만든 후 평화라고 거품 문다”멋진 조상을 둔 민족이다. 그들은 칼레도니아, 즉 ‘강인한 민족’이란 뜻처럼 로마로부터 끝끝내 지켜냈다.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 아우렐리우스, 콘스탄티누스, 유스티니아누스 등 이들이 엮어냈던 로마는 ‘세계의 머리(Caput mundi)’, ‘영원
대구 경북 방언으로 방언시를 즐겨 짓고, 경상도 방언시집을 많이 출간한 상희구 시인의 시 중에 ‘돔배기’라는 시가 있다.“지삿날 큰집 백모님이/음복식을 나누어 주실 때/돔배기는 항상/제기 맨 우에 얹혀있었다./당당하게, 돔배기는 모든 지사 음식을 앞으로 끌어간다./지가 지일로 앞장서고/콩나물 고사리나물 무시나물…./소고기 산적도 끌어가고/민어 산적도 끌어가고…./이렇게 돔배기는/모든 지사 음식을 다 끌어간다/”경상도 제사상에서 으뜸인 제수가 돔배기임을 알 수 있는 시이다.돔배기는 무엇인가.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돔배기를 찾으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현역의원을 겨냥한 물갈이 공천심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그동안 잠잠했던 ‘중진희생론’이 재거론되고, 현역에게 불리한 경쟁력조사도 한창 진행되고 있다. 공관위는 최근 PK(부산·경남)지역 중진인 서병수(5선)·김태호(3선) 의원에게 민주당 현역의원이 포진한 ‘낙동강 벨트’로 지역구를 옮길 것을 권고했다. 표면적으로는 권고형식이지만 당에
정부가 2025학년도 대학입시부터 의과대학의 정원을 2천명 더 늘리기로 했다. 1998년 이후 27년만이나 그 규모가 예상보다 커 의료계의 반발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의료격차 해소와 공공, 필수의료의 위기상황 등을 고려하면 의대 증원은 불가피하다. 정부도 급속한 고령화로 늘어나는 의료수요 등을 감안하고 이를 근거로 정원을 조
세대를 포위했었다. 지난 대선을 이긴 보수여권이 청년의 표를 끌어모았다. 기존 60대 이상과 신규 30대 미만 유권자의 마음을 사는 데 성공했다.청년들의 표심은 이념이 기준이었을까. 그렇지 않아 보였다. 실용에 뿌리를 두고 현실에 밝은 젊은이들의 시선을 살펴야 했다. 가르치려 하기보다 배워야 했고, 말하려 하기보다 들어야 했다. 젊은이들이 만들어낸 또 다른 골칫거리로 생각하지 말고 한 세대의 성난 몸부림으로 해석해야 했다. 진보도 보수만큼이나 기득권력이 되어버린 이상 새롭게 나타난 경보가 아니었을까. 다시 생각하라는 경고장이며 초심
좀비(zombi, zombie)는 살아 있는 시체를 말한다. 아이티를 비롯한 여러 나라가 믿는 부두교에서 유래했다. 부두교는 16세기에서 19세기에 걸쳐 서아프리카에서 서인도 제도의 아이티로 팔려 온 흑인 노예들이 믿던 종교다.부두교에 좀비는 부두교의 사제 보커(bokor)가 인간에게서 영혼을 뽑아낸 존재다. 보커에게 영혼을 저당잡힌 사람은 지성을 잃은 좀비가 돼 보커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보커는 이 좀비들을 노동자로 착취하거나 팔아버리기도 했다.대중 매체에 등장하는 좀비는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인해 다시 부활한 시체를 일컫는
세상엔 다양한 그물이 있다. 물고기를 잡는 어망부터 해충을 막는 방충망까지, 우리네 일상에 뗄레야 뗄 수 없는 게 그물(網)이다.그물은 노끈이나 실, 쇠줄 따위를 씨줄과 날줄로 엮어 물과 공기는 통하되 그물코 보다 큰 물체는 드나들지 못하게 하는 구조다. 이같은 그물의 규칙성을 법(法)에 적용해 법적인 감시와 제재를 뜻하는 ‘법망(法網)’이라는 그물도 세상에 존재한다.“법망이 더 촘촘해졌다”, “법망을 빠져 나간 범죄자” 라는 식의 표현이 대표적인 용례다. 때문에 세상의 어떤 그물이던 제 기능을 못한다면 우리의 일상은 큰 혼란에 빠
설날을 집에서 쇠지 않은 지 꽤 여러 해다. 차례는 성묘로 대신하고 설날엔 가족여행을 같이 했다. 모두 모이면 10명, 경주나 부산엘 갔다. 심지어 대구라도 집 아닌 호텔에서 만나 느긋하고 여유로운 명절 연휴를 즐긴다. 며느리들에게 명절증후군 따윈 물려주고 싶지 않은 나의 결심과 용단이 늘 뿌듯하다.얼마 전 남편 생일로 온가족이 모인 김에 설날 장소를 상의했다. 며느리들에게 멋진 제안을 해보라고 했더니 핸드폰을 꺼내들고 날짜를 확인한다.올 설날은 예년보다 좀 늦어 2월 중순께 있다. 큰 아들이 업무 때문에 2월 내내 많이 바쁠 거란
경북대학교 신년음악회에 다녀온 친구가 동영상을 보내왔다. 뮤지컬배우 최정원이 활약한 대목을 꼭 보라는 당부와 함께. 얼마나 감동적인 무대였는지, 궁금증이 일었다.최정원은 10년 만에 초대를 받아서 왔다고 했다. 10년마다 불러주신다면, 10년 뒤 66세가 되는 해에 이곳에서 여러분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녀는 자신의 미래가 기다려진다며, 관객과 나눈 따뜻한 마음을 추억으로 떠올릴 수 있어 행복할 것 같단다. 사랑스러운 모습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그녀는 뮤지컬 ‘맘마미아’로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
인각사의 지붕과 삼국유사 서적의 모양을 형상화한 테마파크의 입구(가온문)를 통과하여 조금 걸으면, 거대한 신화목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 신화목은 환웅이 3천명의 무리를 이끌고 땅으로 내려왔던 태백산의 신단수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삼국유사를 주제로 하는 테마파크의 첫 장소이자 기이하고 환상적인 세상으로 들어가는 입구로서 매우 상징적이다. 일단 방문객들은 17미터나 되는 그 크기에서 한 번, 단군신화를 모티브로 한 공간스토리텔링에서 한 번 테마파크의 이미지를 마음에 새기게 된다.공간스토리텔링은 ‘스토리나 담화를 반영하여 공간의 가치를
경북도가 올해 지방소멸을 극복하는 지방시대를 열기 위해 5대 전략, 22개 핵심과제, 344개 사업에 총 2조7천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5일 경북도는 지방시대위원회와 공동으로 경북도의 지방시대 종합대책을 설명하면서 이같이 밝히고 “지방소멸을 극복한 최초의 지방정부”를 비전으로 제시했다.지금 비수도권의 대부분 도시들은 인구소멸 문제 해결에 골몰하고 있다.
4·10 총선에서 유권자들은 4년 전처럼 ‘위성정당’ 이름이 길게 적힌 투표용지를 다시 보게 됐다. 민주당이 이번 총선에 현행 ‘준(準)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고, 위성정당 창당 계획을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국회 과반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현행 준연동형 비례제를 밀어붙이면 누구도 막을 방법이 없다.민주당은 그동안 준연동형 유지와 병립형 회귀를 놓고 내부 의견이 팽팽히 갈려 결론이 나지 않자, 이재명 대표에게 전권을 위임했고, 이 대표는 지난 5일 긴급 기자회견 형식으로 준연동형 유지와 범야권 위성정당 추진 방침을 발표했다.준연동형
얼마 전 뉴욕타임즈 칼럼니스트가 한국의 저출산 인구 감소세가 흑사병이 창궐했던 14세기 유렵 중세 때보다 더 심각하다고 경고를 해 우리사회에 큰 충격을 던져준 바 있다. 1960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6.16명이었으나 불과 60여년 만에 0.7명대로 추락했다. 지난해 전국의 초중고교 가운데 입학생이 0로인 학교가 무려 2천138군데나 됐다. 학생이 없어 문닫는 학교도 급격히 늘었다.인구가 곧 국가경쟁력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불과 60여년 만에 세계 꼴찌의 출산율을 기록한 우리나라는 그동안 수많은 출산장려 정책을
윤석열 대통령이 설 연휴를 이틀 앞둔 7일 저녁 KBS를 통해 신년 대담을 하며 국정구상을 밝힌다. 대통령의 지지율 반등이 절실한 여권으로선 신년대담을 앞두고 초긴장상태다. 대담 내용과 이에 대한 여론 추이에 따라선, 신년대담이 국민소통보다는 불통 이미지를 더 굳히는 악재가 될 수 있어서다.최대관심사는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논란에 대한 대통령의 발언 수위다. 윤 대통령은 대담 녹화 전 “어떤 질문이든 다 받겠다. 내 생각 그대로 솔직히 말하겠다”며, 예상 질문·답변지를 작성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한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사람이 살아가는 목적은 생존이다. 생존의 질과 양을 증가시키는 것이 인생이고, 질과 양에는 삶의 가치관과 인생 방향에 맞는 선택과 도전이 있다. 질과 양을 높이는 것은 삶의 시선의 높이를 결정하는 일이고, 시선의 높이가 삶의 수준을 말한다. 미술관을 갔을 때와 가라오케를 갔을 때 어느 쪽이 편하고 즐거운가, 즐거운 쪽이 내 시선의 눈높이고 불편하고 불균형이면 내 눈 높이가 아닌 것이다. 균형을 이룬다는 것은 공감한다는 것이고 공감이 즐거움과 행복을 생산한다. 정상을 향하여 가는 산행이나 내 삶의 목표를 향해 가는 인생길은 여러 가지
입춘에 즈음해 며칠째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렸다. 메마른 대지에 비나 눈이 내리니 멀지 않아 봄날이 성큼 다가올 것만 같다. 얼음장 밑에서도 물고기가 헤엄을 치고 있듯이, 촉촉하게 적셔진 땅 속에서는 인동의 뿌리가 꿈틀대며 새 생명의 물을 긷고 있을 듯하다. 길게만 여겨졌던 육중한 겨울날이 가녀린 비에 밀려 서서히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지만, 결코 만만하게 물러나지는 않을 것이다. 꽃이 피고 잎이 돋는 걸 막으며 막바지 추위로 시샘도 할 것이다. 그래서 2월을 시샘달이라고 했던가.벌써 2월이라 이른 봄의 절기가 시작됐다. 숫자나 시
국민의힘이 지난주 4·10 총선 지역구 공천신청을 마감한 결과, ‘텃밭’과 ‘험지’의 지원현황이 크게 대비됐다. 당선가능성이 큰 대구·경북 지역구는 지원자가 쇄도했고, 호남 지역구 10곳은 공천신청자가 아예 없었다. 전국적으로는 253개 지역구에서 858명(남자 736명, 여자 113명)이 신청했다. 대구는 12개 지역구에 44명이 공천을 신청했다. 중·남
비수도권에서는 처음으로 대구권 광역철도가 올해 말 개통된다. 박상우 교통부장관은 지난 2일 서대구역을 방문, 대구권 광역철도 1단계 사업에 대한 점검을 했다. 구미-대구-경산을 잇는 대구권 광역철도 사업은 현재 79%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올 8월 영업 시운전을 거쳐 12월말이면 개통된다. 구미-대구-경산 61.85km 구간에 8개의 정거장이 생기고 GT
가오슝 시는 타이완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다. 타이완 남부에 있다. 아주 큰 컨테이너 항구를 가진 항구도시다.타이완에 대한 나의 기억은 무엇보다 조용한 나라라는 것이었다. 타이페이에 2박 3일 머물러 본 기억밖에 없으나, 그 차분함은 오래 강한 인상으로 남았다.거리의 가게 간판들은 번자체 한자여서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지하철의 규모나 운영 방식은 한국과 일본을 섞어 놓은 것 같았다. 사람들은 한국인, 일본인들과는 아주 다르게 느껴졌다. 몸에 배인, 일본인들과도 다른 차분함 같은 것이 있었다. 억눌려 있는 것 같다고 말하면 큰 실
인구 수 5만5천 명의 예천군은 선거 때마다 지역구가 바뀌었다. 인구가 적다보니 인근 시·군과 합쳐야 선거구를 유지할 수 있다. 예천군은 1988년 소선구제가 실시되기 전에는 문경·예천군이 중선거구제로 하나로 묶여 있었다. 이후 소선거구제가 되면서 점촌·문경시 선거구와 예천군 선거구가 분리됐다. 그러다가 1996년 15대 총선부터 예천은 다시 문경과 복합선거구가 됐다. 이후 16~19대까지 문경·예천은 한 선거구로 지속됐다.20대 총선 때는 다시 바뀌었다. 인구 상하한선을 정하는 공직선거법이 개정됐기 때문이다. 인구 감소로 경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