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계급을 미리 정하고 조건반사적 습성을 훈련시킨다. 우리는 사회화된 아기를 내놓는다. 아기들은 책과 꽃에 대한 본능적 증오심을 가지고 성장할 것이다.” 올더스 헉슬리가 쓴‘멋진 신세계’를 읽으며 주목한 구절이다. ‘문명사회’는 사람들을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엡실론 계급으로 구분한다. 아기 때부터 책과 자연을 본능적으로 싫어하도록 책과 꽃에 다가갈 때마다 요란한 소리와 전류쇼크를 준다. ‘하수구 청소부’로 배치되는 엡실론 계급은 읽지도 쓰지도 못하는 존재로 양육된다.이러한 문명사회의 “도서관에는 오직 참고서류밖에 없다.
키케로의 책 ‘노년에 관하여’는 30대 젊은이 라일리우스와 스키피오가 80대 카토를 찾아와 노년의 삶에 대해 묻고 답하는 방식으로 쓰여진 책이다. 카토는 “진실로 자기 자신 속에 행복하게 살기 위한 방법이 없다면 모든 인생 시기가 부담스러운 법”이라며 노년이 되었다고 특별히 불행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로마 최고 정치지도자였던 키케로는 카토를 통해 철학하는 삶에 기반한 노년의 행복을 말하였다. 그러나 한국에서 평균적인 노인들의 삶은 어떠한지, 과연 영예롭고 행복하게 노년을 보내고 있는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우리 사회에 무엇을
“한국에서는 몰래카메라를‘molka’라고 부른다.” 몰카는 은폐된 곳에 카메라를 설치해놓고 상대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무단 촬영하는 것을 말한다.모텔 객실에 숨겨놓은 초소형 몰래카메라로 투숙객의 사생활을 찍어 생중계한 ‘모텔 몰카’ 사건이 세계적인 뉴스가 되었다.미국 CNN은 홈페이지 ‘탑 스토리’ 코너에 투숙객 몰래 온라인으로 생중계된 한국의 몰카 소식을 다루며, “한국에서는 2017년에는 6천400건이 넘는 불법 촬영이 경찰에 신고되었고 계속해서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하였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도 한국이 “불법촬영이라는 전염병
올해 3월 1일은 여러 의미가 더해진 날이었다. 1919년 일어난 3·1운동 100주년이자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이하는 해였다. 지난 2월 26일 문재인 대통령은 백범 김구기념관에서 국무회의를 개최하며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 있는 정부의 상징성을 보여주었다. 그 자리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질서도 달라지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스스로 그 변화를 주도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이라고 하였다. 3·1절 기념사에서도 “신한반도 체제로 담대하게 전환해 통일을 준비해 나가겠다”며, 이를 국민과 함께 남북이
영화 ‘극한직업’이 누적 관객수 1천500만명을 돌파했다. 마약반 형사들이 조폭을 검거하기 위한 좌충우돌 분투기가 치킨 집을 무대로 펼쳐진다.“세상에 이런 맛은 없었다”는 수원 왕갈비 맛 치킨으로 영화 속 치킨집은 대박이 난다. 그러나 현실의 사정은 다르다. 특별한 기술이 없이도 진입할 수 있는 업종이다 보니, 치킨집들은 한 집 건너 늘어나지만 얼마 못가서 문을 닫는다. 높은 건물임대료와 최저임금, 프랜차이즈 갑을구도 속에서 자영업 상황이 녹록치 않다.경기침체로 취업환경도 어렵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다시 취직 공부를 하는 실정이다.
“칭다오에 왔으면 칭다오 맥주지요. 전대광이 박자를 맞추듯 말했다. 칭다오 맥주는 중국을 대표하는 10대 브랜드중의 하나였다. 술로, 그것도 중국 고유의 술 마오타이나 우량예가 아니라 서양의 술인 맥주로 서양에 수출해서 G2의 경제대국 중국을 대표하는 10대 브랜드에 들었다는 것은 좀 이상스런 일일 수도 있었다.” 조정래의 장편소설 ‘정글만리’에 나오는 청도에 대한 구절이 새삼 떠올랐던 것은, 지난 주 한국사고와표현학회 회원들과 다녀온 중국 청도 여정 때문이었다.‘중국속 유럽’이라는 별칭처럼, 청도는 청나라 시기 독일의 조차지로 주
체육계도 ‘미투(#MeToo)’다.쇼트트랙 심석희 선수를 지도했던 조재범 코치가 상습 폭행만이 아니라 강간, 상해 혐의로 추가 고소되었다.어린 선수들의 몸과 마음에 고통과 상처를 준 코치와 감독의 성희롱과 성폭력 문제가 불거지면서 체육계를 구조적으로 혁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학교운동부 및 합숙훈련을 특별 점검하기로 하였고, 국가인권위원회는 ‘스포츠인권 특별조사단’을 구성하여 대한체육회 소속 선수 13만명의 실태를 전수조사하기로 했다.체육계 성폭력 이슈를 보며 스포츠 정신, 코치의 역할과 코칭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 스
“어떠한 전문직 종사자들보다도 교사는 멀리 내다볼 수 있는 식견을 지니는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교육학의 거장 존 듀이는 ‘경험과 교육’에서 그리 말한다. 이 말을 한국의 대학사회에 적용해 보면 적잖이 공허하다. 많은 대학들이 재정 부담을 이유로 교수 집단을 세분화하여 단기 계약직 교수들을 양산해 왔다. 강의전담교수, 산학협력교수, 초빙교수, 겸임교수, 객원교수 등의 비정규직 교수들은 ‘교수’라는 이름으로 불리긴 하나, 정년 전임들과 비교할 때 임용조건이 천양지차다.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학생들을 교육하기에 그들의 형편이 열악하
“고등학교 역할이 뭔데, 대학가는 거 아냐?” 그렇게들 말한다. 대학입시만을 바라보고 정신없이 달려온 고3교육이 수능이 끝나자 블랙홀에 빠졌다. 체험학습으로 떠났던 고3 수험생들의 강릉펜션 참사 사고 후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수능 이후 한 달 간 마땅한 교육프로그램 없이 학생들이 방치되고 있지 않은지 전수 점검하겠다”고 공표하였다. 허술한 고3 수험생 관리가 사고를 불러왔다고 본 것이다. 수능 이후 교육이 공백 상태라는 점은 현장시찰을 하지 않아도 누구나 아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교사들은 “수능과 기말고사가 끝나면 사
12월은 평가의 달이다. 학교는 수행평가로 대학은 학점으로, 기업은 인사고과로 그간의 활동을 평가한다. 대학 수업의 평가방식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연세대는 2019학년도부터 상대평가를 폐지한다고 한다. 성균관대도 2020년부터 의과대학 교육에 인성기반 절대평가제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대학에 와서 협력을 가치로 강조하면서도 평가는 여전히 경쟁하도록 하는 상대평가 제도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과연 교육적인 목적을 달성하는데 지금의 평가제도가 의미가 있는지, 학생들의 대학생활을 어떻게 만들고 있는지, 좋은 의사가 되는데 실제 도움이 되는 평가인지, 질문을 던진 결과라고 하겠다. 개인적으로 지난 주 참여했던 여러 자리에서 다시금 ‘평가’의 의미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지난 8일 한국교양기초
한국은 ‘과잉교육 사회’다. 수학능력시험이 있었던 지난 15일, 외신들은 “학생들이 하루 16시간까지도 학교에서 공부해야 하고, ‘SKY’로 불리는 명문대 진학을 위해 초등학교 때부터 사교육을 받는” 한국의 현실을 다루었다. 우리 사회 구조적 병폐 중의 하나가 대학입시다. 문재인 대통령은 “출발선의 불평등”을 개선하겠다고 하였다. 그러나 다양한 이해관계가 맞물리고 신분 상승의 욕망이 개입된 대학입시를 개혁하는 일은 간단하지 않다. 국가교육회의 공론화위원회 숙의 결과를 보더라도 대입제도를 둘러싼 여론 수렴이 쉽지 않음을 방증한다. 수능 비율 확대를 말하면서 동시에 수시 전형도 강조하는 입시 딜레마를 어떻게 풀 수 있을까? 대학 입시를 위한 공부지옥에서 학생들을 벗어나게 하면서 또 제도의 공정성을 담보하려면 어
“70년 전까지만 해도 투표권조차 없었던 원주민 출신인 내가 뉴멕시코 주를 대표하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아메리칸 원주민 최초로 여성 하원의원이 된 뎁 할랜드의 당선 소감이다. 지난 6일 치러진 미국의 중간선거는 여성정치의 진보를 보여줬다. 1920년에 여성도 참정권을 얻었지만 공적인 정치공간에서 소외됐던 무슬림, 이민자, 인디언, 흑인, 히스패닉, 동양인 출신 여성들이 대거 정치무대에 등장했다. 최초의 무슬림 여성의원이 된 팔레스타인계 이민자 라쉬다 틀라이브, 소말리아 이민자 일한 오마르, 첫 흑인 여성의원인 아야나 프레슬리, 텍사스 최초의 라틴계 의원 베로니카 에스코바르 등이 그들이다. 이제 엘리트 백인 여성만이 아니라 다양한 배경을 가진 여성들이 정치의 장에 들어섰다. 미
유튜브(YouTube)는 ‘갓튜브’라고 불린다. 모든 길이 로마로 통했듯이 21세기는 유튜브로 통한다. 신과 같은 존재가 된 유튜브 세상에 ‘가짜뉴스’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가짜뉴스의 온상으로 유튜브가 지목돼 민주당 허위조작정보 대책특별위원회는 구글 코리아를 방문해 국내법 위반 소지가 있는 유튜브 콘텐츠 삭제를 요청했다. 정부도 가짜뉴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온라인 콘텐츠에 대한 팩트 체크와 규제 강화가 자칫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여론통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대 목소리도 작지 않다. 1인 미디어 시대 절대강자 유튜브의 가짜뉴스 논란의 해법은 무엇인가? 2005년 11월 동영상을 올리고 공유하는 장으로 시작한 유튜브는 거대한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엄청난 양의 동영상 콘텐츠
“교육의 중심은 가르침과 배움의 만남에 있다. 그 만남 속에서 양쪽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새로운 것이 탄생한다.” 우치다 타츠루는 ‘교사를 춤추게 하라’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한국의 교육은 학생들을 즐겁게 배움의 장으로 안내하는게 아니라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2018 자살예방백서’에 의하면 청소년의 자살률이 증가하고 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한 달 평균 9명의 학생들이 자살했고 그 가운데 70.5%가 고등학생이다. CNN은 “한국의 가혹한 입시제도가 만든 높은 부담감이 청소년들의 높은 자살률로 이어졌다”고 평했다. 학생들이 감당해야 하는 학습 부담과 입시 스트레스가 비극적인 선택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세계 최고의 교육열이 청소년 자살률 세계 1위를 만들고
“북한에 가서 송이선물 받더니 나라 땅을 내주고 온 건가”, “위장평화 공세에 속는 결과는 참담하다” 9월 18~20일 평양 남북정상회담에 연이어 23~27일 유엔 총회에 참석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전달하고, 북미간의 교착상태를 풀고자 한미정상회담을 하고 돌아온 문재인 정부에게 자유한국당 의원이 한 말들이다. 그러나 그러한 혹평은 북한의 비핵화 해결과 남북한 관계 회복 어느 것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략적인 이익을 앞세워 반대를 위한 반대, 대안이 없는 비판은, 어렵게 만든 현상황을 다시 흔들어 놓을 수 있다. 여러 생각이 있을 수 있다. 보수 언론은 “장미빛 희망에 빠져 비핵화의 가시적인 성과도 얻기 전에 안보 태세의 긴장부터 풀어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평가하였다. 그러
“집은 ‘사는(Buy)’ 것 아니라 ‘사는(Live)’ 곳이다.” 그러나 한국사회는 거주하기 위해 사는 집이 아니라, 재테크의 수단으로 막대한 이익을 남기고자 사고 파는 물건이다. 오죽하면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말이 나오고, 학생들의 장래 희망 1순위가 건물주라고 하겠는가. 부동산 투기세력의 초과소득, 건물 자산을 토대로 임대료만으로도 엄청난 부를 축적하는 불로소득이 문제다. 최근 이슈가 된 ‘궁중족발 사건’도 임대료 폭등이 원인이었다.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정책도 작동하지 않는 시장 상황에서 집없는 세입자, 임차인들의 삶이 팍팍해지고 있다. 특히 서울의 높은 집값은 전월세를 살고 있는 사람들을 점점 더 변두리로 밀어내고 있다. 주택 문제는 청년들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허리띠
미국 CNN은 “상상할 수조차 없는 비극”이라고 했다. 분단과 전쟁으로 인해 헤어진 어린 딸과 뱃속의 아들이 65년의 세월이 지나서야 늙으신 어머니, 아버지를 만났다. “죽은 줄 알았는데 만났다”, “만나보고 싶었는데 다 돌아가셨다.” 이산가족들은 그동안의 그리움과 사연을 쏟아냈다. 이번 만남은 4·27판문점선언에 포함된 이산가족 상봉 합의에 따라 이루어졌다. 8월 20일에 금강산에서 이루어진 상봉에서 1차는 남측신청자 89명이 북한의 가족 197명을, 2차는 북측신청자 81명이 남한의 가족 324명과 눈물의 상봉을 했다. 최고령 101세 할아버지, 최연소 상봉자인 7세 아이 등 4세대가 금강산 방문길에 함께 했다. 이들의 만남은 ‘작별상봉’ 이라는 말처럼 2박3일 동안 6차례, 총 12시간으로 끝났다. 이
“대입문제에 있어 국민 모두가 만족하실 수 있는 정답은 없습니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의 발언처럼, 대학입시 제도를 둘러싼 논의들이 분분하다. 국가교육회의에 대입안을 정해달라고 1년 유예하며 공론화 과정까지 거친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에 비판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최종안이 기존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기도 하거니와, 수능 조합이 복잡해져 입장과 이해관계에 따라 해석도 달라진다. 특히 정시모집 비율을 30% 이상 권고하겠다는 교육부 발표에 대해 “미래가 없는 망국적 대입제도”라는 목소리마저 들린다. 전략적으로 대입제도를 바라보면 딜레마 상황을 해결할 수 없다. 문제는 대입제도가 아니다. 학교 교육만 충실히 받으면 대학 진학이 가능하다는 것은 이상론이다. 사교육비를 경감시키
사법농단 의혹이 커지고 있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사법부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정권이 원하는 재판 결과로 뒷거래를 했다는 것이다. 정치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대법원 판결들이 지배 권력이 원하는 방향으로 미리 결론을 내놓고, 이를 합리화하는 법리를 찾는 식이었던 것이다. 법원행정처는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청와대에 정치적 코드를 맞추고 국회의원들의 성향을 분석하고 언론을 활용하고자 전방위로 사법권을 남용하였다. 법의 해석과 판단에서 사법부의 독립성을 스스로 파기했다. 참여연대는 법원행정처를 ‘대법원판 기무사’로 비판했다. 무너진 사법부의 권위를 어찌할 것인가? 대법원은 삼권분립의 가치를 훼손하고 권력의 시녀를 자초하였다. 정무적 판단에 따라 일선 판사들의 개별 사건까지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이 드러나 사법부 판
찌는 듯한 무더위가 밤낮으로 계속되고 있다. 지구의 80%가 넘는 지역이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기후학자 마디클 만은 “기후변화가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극단적인 폭염사태를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지구 온난화의 충격이 실시간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 폭염지도만 보더라도 전역이 붉게 표시돼 있다. 폭염이 심할수록 오존 농도도 급증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장기화된 폭염을 특별재난 수준으로 인식하고 관련대책을 꼼꼼히 챙겨달라”고 했다. 계속되는 폭염에 ‘긴급폭염대책본부’를 가동하고 있는 실정이다. 40도를 육박하는 폭염재난에 누가 대가를 치르고 있는가? 폭염은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치명적이다. 폭염으로 인해 에어컨 판매가 늘어났어도, 전기세 부담으로 장시간 가동하는 것은 쉽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