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고마비의 10월도 이제 다 지나간다. 단풍 고운 마지막 주에 들면 낙엽 지면 꿈도 따라가는 줄 몰랐던 아련한 추억을 되돌아보기도 하지만, 우리의 기억 속에는 낙엽 따라가버린 사랑의 노래가 아닌 쓰라린 가슴을 안아야 할 하나의 아픈 기억이 살아 오른다.작년 이맘때 ‘핼로윈 축제’의 흥청거림 속에 서울 이태원 골목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폭 4m의 좁은 언덕길에서 수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서로 뒤엉켜 압사당했던 159명의 젊은 영혼들의 기억이 슬프다. 아직도 그 사건의 진상규명이 되지 않고 특별법 제정과 분향소 설치를 다투는 가운데 1주
요즈음 아침저녁으로 찬 바람이 불며 기온은 뚝 떨어지고 전국적으로 가을비가 내리고 나면 평년보다 3~5도 낮은 강추위가 올 거라고 예보되고 있다. 동쪽 바다에는 강풍이 불어 파도가 높을 거라고 한다.이제 서리가 내리는 상강(霜降)의 절기이다. 무서리가 내린 아침 풀밭을 걸어 보면 발목이 시리고 마음은 차분히 가라앉는다. 곧 산과 계곡은 낙엽으로 물들고 들판엔 들국화와 코스모스가 하늘대며 풍요로운 가을을 노래하겠지…. 농부들은 벼를 추수하고 농사를 마무리하며 겨울 준비를 할 터, ‘가을에는 부지깽이도 뛴다’던 옛 농촌의 힘들었던 모습
올해는 세종대왕이 한글을 반포한 지 577년이 된다. 비가 올 듯한 날씨에 베란다 밖으로 태극기를 달고 고개 내밀어 살펴보니 130여 가구의 아파트 벽면에는 다섯 집 정도가 걸려있다. 국경일에 대한 국민 의식이 좀 더 고양되어야겠다고 생각하고 기념식 중계방송을 보며 한글날 노래를 3절까지 따라 불러봤다. ‘한글은 우리 자랑이요 문화의 터전이며 생활의 무기로 이 나라의 힘을 기르자’라고 다짐하고 보니 한글과 우리말 사랑의 마음이 잔잔히 일어난다. 한글은 4글자(ㅿㆁㆆㆍ)가 없어지고 자음 14자, 모음 10자 총 24자로 소리가 나는
이번 추석에도 가족묘를 찾아가 술 한 잔씩을 정성스레 올렸다. 조모님은 파주의 묘지에, 부모님은 대구의 공원묘원에, 그리고 1년 전 귀천한 동생은 의왕의 납골당에 모셔져 있어서 한 바퀴 순회하듯 마음 경건히 둘러보았다. 그런데 추석 연휴가 길어서인지 성묘객들이 생각보다 많지는 않아 조용한 분위기였다. 기일(忌日)이나 한식날에도 찾아보려 했었지만 추석에 한 번 찾아가는 것도 어려워 묘지관리는 맡기고 있다. 덕분에 산소는 깔끔하게 벌초가 되어 있어 고마웠다.우리의 장묘문화도 많이 바뀌었다. 유교문화를 전통으로 한 매장(埋葬)도 90년대
요즈음 걷기운동이 우리들의 일상에 많은 긍정적인 면을 보여주고 있다. ‘하루 만 보 걷기’를 꾸준히 하고있는 지인도 있다. 지난주 철길 숲과 송도 솔밭과 해변을 걸었더니 약 2만 보가 된다. 싱그러운 숲의 내음과 선선한 바닷바람을 마시며 걷고 나면 땀 젖은 피로감보다는 오히려 몸속의 에너지가 솟아오르는 느낌이다.지난 20일 포항시청 대잠홀에서 포항 GreenWay 아카데미 행사인 ‘맨발로 걷는 건강한 삶’이란 주제로 맨발 걷기 국민운동본부 박동창 회장의 강연이 있었다, 2시간가량 맨발 걷기에 관한 얘기를 듣노라니 그 효과가 신기하여
8월 3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취임 1주년이 되는 날 “무능 폭력 정권을 향해 ‘국민 항쟁’을 시작하겠다. 민주주의를 회복하겠다”고 외치며 국회 앞에 천막을 치고 무기한 단식투쟁을 시작한 지 2주일이 지났다. 단식투쟁(斷食鬪爭)은 ‘정치적 시위 또는 특정 사항 관철 등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단식을 하는 비폭력 저항 행위’로 자신의 건강과 목숨을 걸고 하는 자해나 자살과 같은 의미가 짙다. 그리고 정치적 사회적 종교적 목적을 위해 그 정당성과 인간 권리를 앞세워 특성 이슈를 부각하려는 것이기에 대중에게 설득력이
지난 4일 학부모 갑질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이초등 여교사의 49재 날, 서울 여의도에서 약 2만 명의 교사와 시민들의 추모집회가 열렸다. 이날을 ‘공교육 멈춤의 날’로 정하고 전국 곳곳에서 약 10만 명 이상이 동참하였다고 한다. 교육부 장관은 이 추모집회를 ‘교사들은 집단행동 불가’라는 공무원 복무규정의 위반이라며 집회 참가자에게는 파면, 해임 등의 징계가 가능하다는 통보를 했으나 교사들은 오히려 자발적 결의로 연가 또는 병가를 내어 함께 모였고, 유·초·중등 교사 50만7천 명의 교권확립을 주장하며 질서 정연하게
9월이 왔다. 장마는 지나갔지만 남아있는 저기압의 영향으로 전국에 비가 오고 경북 북부는 호우주의보가 내려져 맑은 9월의 시작은 아니지만, 천천히 달려본 시골 길가에는 코스모스와 들국화가 계절을 노래하고 골목길 흙담 너머로 노란 해바라기들이 벙긋벙긋 웃는다. 가을이 온 것이다.8일은 백로(白露), 하얀 이슬이 내리기 시작하면 과일이 익고 벼가 고개를 숙인다. 황금 들판에는 키다리 허수아비가 한낮에도 꾸벅꾸벅 졸고 빨간 고추밭에는 고추잠자리가 짝을 찾아 날아다니고 강둑과 산기슭에 핀 하얀 구절초는 붉은 부전나비들을 불러 모은다. 먼바
연일 30도가 넘는 폭염에 몸과 마음이 지쳐갈 무렵 동문산악회가 “경북수목원 둘레길 한 바퀴 돌고 오자”며 산행 계획을 알려왔다. 창문을 열면 뜨거운 열기가 들어와 에어컨으로도 견디기 답답하던 터라 간단히 배낭을 메고 반바지 차림으로 따라나섰다.청하를 지나 유계리로 접어들어 굽이굽이 산길을 오르는데 산안개가 자욱하여 앞이 잘 보이지를 않아 전조등을 켜고 조심스레 달려 경북수목원에 도착했더니 등산객이 많다. 등산화 끈을 조여 매고 조용한 수목원 길을 걸어 능선에 섰다. 간단히 몸 풀고 가슴 가득 숨 쉬어 숲의 정기를 채웠다.안내판을
최근 야당 혁신위원장의 노인폄하 발언 후, 사회적 물의가 번져가고 있다. 청년들과의 좌담회에서 아들이 중학생 때 했다는 말을 꺼내 들며 “남은 생에 비례해서 투표해야 한다”는 내용의 말을 한 것이다. 이것은 대한민국 헌법상의 보통선거와 평등선거 원칙을 존중하지 않는 발언으로 대한노인회와 국가원로회의 등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2004년에도 열린우리당 의장의 “6,70대는 투표 안 해도 된다”는 발언으로 총선 판도를 바꾸어 놓기도 했고, “60이 넘으면 뇌가 썩는다”는 입놀림으로 홍역을 치른 정치인도 있었다.왜 이렇게 노인들이 비하되
입추와 말복에 태풍이 다가오는 어수선한 8월 초, 흉기 난동의 무차별 살인범죄가 연이어 발생했고 그 여파로 닮은꼴의 살인예고 협박성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 SNS에 와글대고 있다. 지하철역 등 다중 밀집 지역에서 불특정 사람들을 살해하겠다는 협박에 범행을 막으려고 전신무장한 경찰들이 배치되고 시민들은 불안에 떨며, 지나가는 사람에게 의심의 눈길을 둔다,지난 7월 21일 서울 신림역 부근 골목에서 30대 남자의 무차별 칼부림으로 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범인은 무직, 전과 3범 외에도 소년 시절 범행도 10여 건이 넘는다.‘열심히 살
7월 중순부터 찜통더위가 계속되고 열대야에 잠 못 이루는 밤을 맞으며 폭염특보는 전국으로 확대되었다. 하루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으로 2일 이상 지속하면 폭염주의보가, 35도 이상이면 폭염경보가 발령되는데, 전국 기상특보 구역 180곳 중에서 40% 이상으로 폭염특보가 확대되어 경계에서 심각 단계로 상향되었다.방에 들어앉아 있어도 등줄기에서 땀이 줄줄 흐르는 폭염을 겪고 있는데 폭우까지 들락거리는 도깨비 날씨에 겹쳐 제6호 태풍 ‘카눈’마저 오키나와를 거쳐 한반도로 방향을 틀지 모른다는 예보에 속은 더 타들어 간다. 7월 말 누적
지난 18일 서울 서이초등에서 23세 새내기 여교사의 안타까운 죽음의 소식이 전해왔다. 그것도 자기가 근무하는 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라 더욱 마음이 아프다. 담임을 맡고 있던 학생을 훈계한 것을 학부모가 전화를 걸어 협박하는 소위 ‘부모의 갑질’에 시달리며 힘겨워했으며, 이 사실이 터지자 유사한 사건들이 하나둘씩 알려지며 우리 교육계의 어두운 면이 밝혀지며 참았던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교사의 꾸지람이 학생 인권을 침해했다는 것으로 학부모의 폭언과 해명 요구 등 보호자의 악성 민원이 교사들에게 심각한 정신적 불안과 함께 극단
19일 포항 덕업관 대강당에서 ‘신통일한국 피스로드 2023 경상북도 통일대장정’ 행사가 열렸다. 남북통일운동국민연합 경북도회와 경북평화대사협의회 주관으로 6·25 전쟁 정전협정 70주년과 피스로드 10주년을 맞아 마련한 행사였다.마침 장맛비도 그치고 푸른 하늘이 열렸기에 걷기 편한 복장으로 나서는 마음은 가벼웠다. 식장에 들어가 앞자리에 앉으니 ‘6·25 전쟁 참전 학도의용군의 고귀한 희생을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슬로건도 보인다. 초청 내빈과 도민 400여 명이 자리를 채우고 특히 맨 앞줄에 흰 모자 쓰고 훈장 달린 정복을 입은
‘작은 더위’ 소서(小暑)가 다녀가니 급기야 무더위를 거느리고 온 삼복더위 삼형제가 들이닥친다. 연일 30도를 웃도는 폭염이 숨을 막히게 하고 남쪽 먼바다에서 밀려오는 열기에 실려 온 장맛비가 한반도를 오르내리며 게릴라성 집중 호우를 퍼붓고 있다. 여기에 태풍급 강풍을 동반하니 가히 한여름이 중간에 선다. 일본 큐슈를 강타하고 북상한 장맛비는 다음 주까지 수도권 250mm를 정점으로 남부에 폭우를 뿌리며 전국에 물 폭탄을 쏟아붓는다니 산사태와 침수 등 비 피해에 대비하며 생활 안전에 신경을 써야겠다.복(伏)날은 경일(庚日)이라, 가
시골집 골목에 주황색 종 모양의 능소화가 6월 중순부터 활짝 피었다. 옛날엔 양반집 마당에만 심을 수 있었다고 ‘양반꽃’이라 부르기도 하지만 지금은 아무 담장이나 나무에 등나무처럼 달라붙어 귀태를 뽐내는 여름꽃이라 금등화(金藤花)고도 한다. 노란 금계국이 피어 퍼드러졌던 큰길 지나 마을 입구엔 정갈한 무궁화도 피고 있다.뜨거운 열기와 장맛비 속에서도 피어나는 꽃들의 잔치를 보고 싶어 이른 봄에 보았던 노란 유채꽃 들판에 이제 하얀 메밀꽃이 피었다는 소식을 듣고 호미반도 해안길을 달렸다. 연오랑세오녀 공원을 지나 발산리를 지날 때쯤,
지난주 끔찍한 뉴스가 나의 가슴과 뇌리를 때렸다.‘수원 냉장고 영아살해’ 사건이다. 4~5년 전 갓 태어난 두 자녀를 바로 살해하고 시신을 비닐봉지에 넣어 자기 집 냉장고에 유기한 후 여태껏 숨겨 온 30대 엄마, 그 비정한 모정에 치가 떨린다. 그녀는 엄마였을까? 아니 악마임이 분명하다. 남의 자식도 아닌 자기가 낳은 아기를 살해한다는 생각을 어떻게 하였을까….이런 사건의 희미한 기억이 있어 찾아보니 여러 개 있다.그중 17년 전 ‘서래마을 영아 살해사건’의 판박이라는 것을 알았다. 우리나라에 와 살던 40대 프랑스인 부부가 연년
태양이 가장 높이 뜨고 낮의 길이가 가장 긴 날, 하지(夏至)가 지났다. 초하(初夏)의 계절이 온 것이다. 더위는 지금부터라 기온이 벌써 30도를 넘나들고, 모내기가 끝나면 장마철 시작이니 곧 장마가 올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그다음 날이 음력 5월5일 단옷날, 1년 중 가장 양기가 왕성한 날이다. 수릿날(戌衣日), 천중절이라고도 하며 설, 추석과 함께 3대 명절이며 각종 전통문화 놀이가 열리게 된다. 단(端)은 첫째, 오(午)는 낮이라는 뜻 외에도 다섯(五)의 뜻도 있다 하여 단오는 ‘초닷새’를 의미하기도 한다. 보통 6월 초·중순
6월 15일은 ‘노인 학대 예방의 날’, 노인의 인권을 보호하고 노인 학대를 예방하기 위하여 노인복지법에 따라 2017년에 제정된 법정기념일이다.우리나라는 65세 이상을 ‘노인’이라 하며 올해 2월 기준으로 900만 명 이상인 ‘고령화 사회’가 되었고, 2025년에는 20% 이상 즉, 인구 5명 중 1명이 노인이 되는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할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평균 수명은 83세, 건강 수명은 66세라고 한다.20세기 후반 인구 고령화의 세계적 추세에 따라 노인 복지가 사회문제로 대두되자 UN은 2006년부터 그 인식에 대
현충일 아침, 베란다에 조기(弔旗)를 달고 가슴에 손을 얹었다. 영일만 건너 포스코가 조용하고 아파트엔 태극기의 일렁임도 없다. 또 그냥 놀아버리는 국가추념일이 된 듯하다. ‘화산불 위령제’에 가는 길, 태극기가 펄럭이는 모습은 보지 못해 허탈한 마음으로 화진해수욕장으로 내려갔다.예전에는 50사단 해안훈련장이 있었던 곳, 지금은 모든 건물이 철거되어 모래밭이 적막하다. ‘썩은 숭이네 고랑’이라는 이곳에서 매년 현충일에 임진왜란 때 왜구들과 싸웠던 병사들의 원혼을 달래기 위하여 ‘임란 화산불 전몰호국영령 위령제’가 열린다. 2005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