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너머의 세상을 동경한다. 그러나 방향 잃은 패자의 역습이 더 큰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기원전 2세기 초, 흉노의 이동은 중앙아시아는 물론, 중국과 인도의 역사까지 바꾼다. 거대 국가를 이룩한 흉노는 한나라 고조 유방을 포로로 잡는 쾌거를 올리고, 파미르고원에서 발원해 장장 2,500여 ㎞를 흐르다 아랄해로 스며드는 아무다리야강 근처 대월지를 점령한다. 흉노로부터 남쪽으로 쫓겨난 대월지 사람들은 그곳의 ‘대하’, 즉 박트리아를 멸망시킨다. 그리고 인도로 쳐들어가 ‘쿠샨왕조’를 세운다. 도미노 게임의 시작이다.기원전 141
허수경 시인은 고고학자가 되고 싶어했고 독일 뮌스터대학교에서 고대동방문화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허 시인은 유적발굴을 위해서 1년의 절반 이상을 이집트와 시리아와 이라크로 떠돌며 살아왔다.유목민같은 삶을 살다가 독일에서 얻은 암으로 이승을 떠났지만 그녀는 자신의 시를 오래된 유적처럼 이 땅에 남겨 두었다. 녹슨 청동 구릿빛처럼 세월이 흐를수록 그녀를 기리는 이는 더 늘어날 것이다,허수경은 시집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에 그의 꿈을 소리와 문자로 새겨두고 우리곁을 떠났다. 시집의 첫머리에 실려 있는 ‘진주 저물녘’이라는 시에
‘108 대 192’, 국민은 윤석열 정권을 무섭게 심판했다. 대통령의 오만과 불통에 성난 민심의 폭발이었다. 이미 6개월 전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강력한 경고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았으니 사필귀정(事必歸正)이다.대통령은 이번에도 “국민의 뜻을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겠다”고 또 다시 고개를 숙였다.무엇을, 어떻게 쇄신하겠다는 것인가? 병은 원인을 알아야 치료할 수 있다. 대통령은 참패의 원인이 바로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검찰 중심의 측근 인사는 불통의 상징이었고, 대통령이 내쳤던 이준석·안철수·나경원은 모두 국민의
순종은 대한제국 마지막 황제다. 대구 중구는 순종이 1909년 1월 남쪽 순행 중 대구를 다녀간 일을 재현해 지난 2017년 달성공원 정문 앞 일대를 테마거리로 만들었다.어가길에 담긴 치욕을 ‘다크 투어리즘’으로 승화시켜 역사교육공간으로 활용한다는 취지였다. 낙후된 골목 개발과 원 도심 재생 및 관광 활성화가 목적이었다. 길이 2.1㎞의 어가길은 국비 35억원 등 70억원이 들어갔다. 동상 건립과 함께 차선을 줄여 교통섬 등이 들어섰다.사업은 구상단계부터 친일 미화 논란에 휩싸였다. 일제가 반일 감정 무마를 위해 순종을 대구와 부산
구미시 선산출장소에 대한 명칭 변경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구미시가 조직개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일부 시의원들이 선산출장소의 명칭을 농정국으로 변경하는 안을 제안했기 때문이다.시의원들은 출장소라는 명칭보다 농정국이라는 명칭이 구미시 전체의 농업산업을 총괄하는데 더 낫다고 판단했다.예산 확보나 사업설명을 위해 중앙부처를 방문하더라도 선산출장소 보다는 구미시 농정국이 더 설득력을 가질 수 있기에 시의원들의 이러한 제안은 충분한 설득력을 갖는다.하지만, 선산이라는 지역적인 특성도 충분히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지난 1995년 1월 1일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총선 중에 “3년은 너무 길다”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남은 임기 3년을 다 채우기가 지겹다는 말이다. 임기 중간에 탄핵하든지, 식물 대통령으로 만들어 야당이 국정을 휘젓겠다는 뜻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임기 초반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시위로 홍역을 치렀다. 가장 힘있게 임기 중 할 일을 기획할 중요한 시기를 날려버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당해 맥없이 정권을 넘겨줬다.이미 윤 대통령은 날개가 꺾였다. 법이고, 예산이고, 야당의 승인 없이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전공의 파업도 야당
‘측정할 수 없다면 관리할 수 없다’는 말은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관리는 측정 불가능한 것에도 적용해야 하고 조직 내부에는 중요하지만 정량화할 수 없는 사안도 존재한다. 우수한 인재를 붙들어 두지 못한 나머지 사양길에 접어든 기업이나 산업이 있다.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눈에 보이는 일은 아니지만, 불량률 등 눈에 띄는 수치보다 훨씬 중요한 기업의 생존 지표다. 측정할 수 있는 것은 이미 발생한 과거의 것이다. 여기에 미래에 관한 것은 없다. 측정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외부가 아닌 내부에 관한 것이다. 요즘처럼 하루가
2주 전부터 CBS TV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세바시)’에서 자살 예방 특강 영상을 릴레이로 올리고 있다. 예일대 정신의학과 나종호 교수를 필두로, 우울증을 앓는 아내를 7년간 돌본 최의종 작가, 뇌과학자 장동선과 김용 전 세계은행총재가 출연하여 자살을 예방하는 방법, 자살하고 싶은 사람을 돌보는 방법 등을 설명하고 있다. 다 조회수가 많지만, 최의종 작가 영상은 77만회에 달할 정도로 폭발적이다.한국의 자살률은 지난 20년간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홈페이지에 가면, 자살자의 연령별, 성별, 직군별
봄날의 변덕스러움은 짐작하기 어렵다. 곡우(穀雨)이자 혁명일이었던 4월 19일, 반팔과 반바지 차림의 청춘들이 길을 메우고, 하늘엔 옅은 황사가 찾아들었다. 창문 열고 질주하는 차량 행렬에서 가까이 다가온 여름 냄새가 짙어진다. 가슴과 등판을 서서히 적셔오는 땀방울이 교정(校庭)에 환하게 피어난 이팝나무 꽃망울과 엇박자로 교차한다.오후 7시가 넘어서야 비로소 다가오는 황혼이 하루해를 아득한 지평선 너머로 내보낸다. 거기서도 최소 30분 이상 기다려야 까만 어둠이 지상에 깔리기 시작하고, 옅은 어둠은 조금씩 짙어져 마침내 대기가 깊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밝힌 한국의 흡연율은 15.9%(2022년)다. OECD 평균과 비슷하다. OECD국가 중 흡연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튀르키예로 28%다. 흡연율이 가장 낮은 국가는 아이슬란드로 7.3%다.한국은 남성 흡연율이 여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남성은 27.8%인데 반해 여성은 3.9%다. 남성 흡연율로만 보면 한국은 OECD 국가 중 8번째다. 우리나라는 2015년 2500원하던 담뱃값을 4500원으로 대폭 인상했다. 당시 OECD 평균보다 높은 흡연율을 낮추고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조치라 했다. 그러나
“딩동”휴대폰 벨이 울리자 아흔의 아버지 얼굴이 환해진다. 돋보기를 끼고 휴대폰 문자를 읽더니 고개를 들어 거실 벽을 쳐다본다. 아버지는 웃음을 띤 얼굴로 휴대폰 자판을 누른다. 더듬더듬 글자를 찍어 넣는 아버지 손이 분주하다. 도대체 누구에게서 온 문자이기에 아버지 낯빛이 저토록 밝아진단 말인가?“나도 1번이다”아버지에게 나는 늘 1번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버지에게 또 다른 1번이 생겼단 말인가. 아버지는 문자를 발송하고도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잠시 후, ‘딩동’하고 벨이 또 울렸다. 이번엔 ‘2번이에요’라고 들어온
20·30대가 교육, 일자리, 기회를 쫓아 수도권으로 몰리면서 지방은 고령화 문제에 직면했다. 젊은 농부가 없는 농촌에는 농사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수도권 쏠림 현상과 저출산 문제로 지방소멸이 가시화 되고 있다.경북도는 올해를 ‘K-U시티 프로젝트 실행의 해’로 정하고, 청년 지방 정주 시대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사업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상주시도 ‘K-U시티 프로젝트’에 동참을 선언했다. 상주시는 시의 미래 신성장동력 산업인 이차전지를 특화 분야로 지정하고 지난해 12월 경상북도와 관련 업무 협약을 맺었다.경북대, 한국폴리텍
지난 4·10 총선 기간 중에 원희룡 후보의 유튜브를 자주 보았다. 소위 험지로 불리는 인천 계양 을 지역구를 자원한 원 후보는 가장 모범적인 선거운동을 해서 눈길을 끌었다. 수능시험 전국 수석을 한 수재답게 선거운동도 점수로 매기자면 만점에 가까웠다. 후원회장을 맡은 이천수 축구선수와 함께 지역구를 샅샅이 훑고 다니는 모습은 적지 않은 감동이었다. 국회의원 3선에다 제주지사를 두 번이나 한 정치경력 중에 한 번도 범법이나 비리에 연루된 적이 없거니와 선거 공약도 시험공부를 하듯 철저하게 준비한 것을 알 수 있었다.반면 경쟁 상대인
이번 봄날씨가 무척 덥단다. 기온은 25도를 넘을 것 같고 중국에서 불어오는 황사의 영향으로 뿌연 대기는 미세먼지 ‘매우 나쁨’으로 예보되고 있다. 그 치열하던 선거 열풍도 사라지고 난 거리에는 벚꽃도 다 져버렸다.4월의 달력을 다시 살펴본다. 많은 기념일이 있고, 특히 우리들의 기억을 불러내는 큰 사건이 많다. 4·3 제주 사건의 희생자 추념일도 있고 16일의 세월호 사건은 아직도 명확한 사고 경위를 밝히지 못한 채 진도 해상에서 하늘나라로 떠나버린 단원고 학생 등 300여 명의 원혼들에게 미안하다. 그리고 19일은 4·19혁명
온갖 봄꽃들이 지천에 널려 있는 봄은 계절의 왕이라 부를만하다. 많은 시인들이 봄빛의 따스함과 형형색색으로 갈아입는 봄날의 아름다움을 시로 노래했다.경주가 고향인 청록파 시인 박목월은 ‘윤사월’이라는 짧은 문단의 시 속에 앳 된 한 소녀의 애틋한 그리움을 4월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그려냈다.봄이 밝고 희망찬 이미지를 준다. 하지만 호사다마(好事多魔)란 말처럼 불청객도 있게 마련이다. 봄에 찾아오는 불청객 중에 으뜸은 황사다.중국 내몽골 고원과 고비사막 등지에서 발생하는 모래 폭풍과 흙먼지가 우리나라로 날아와 황사가 된다. 중국서
먼저 유영하 변호사의 국회의원 당선을 축하한다. 이번 총선을 지켜보면서 가진 의문 중 하나다. 유영하가 지역민에게 어떤 의미인지. 유영하는 대구와 달서구에 과연 무엇인가.그는 선거를 불과 한 달 앞두고 달서갑 공천 신청을 했다. 달서갑과는 전혀 연고가 없다. 전형적인 낙하산이고 전략공천이다. 그를 바라보는 지역민들의 시각도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 유 당선인은 2004년 경기 군포에 출마, 고배를 든 후 2020년 21대 총선까지 매번 국회 문을 두드렸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 시절, 법률 참모
봄이 되면 마음이 싱숭생숭 해진다. 봄은 새로운 계절의 시작이다. 한 해의 계획을 세우고 새 학기가 시작된다. 많은 것들이 다시 시작된다. 겨울 내내 추웠던 날씨가 풀렸다 다시 추웠다 하면서 인체가 외부의 기온 변화에 대응하기 힘들고 면역이 떨어진다. 일조량은 겨울보다 많이 늘게 되어 급작스러운 일조량의 변화는 사람의 감정을 변화 시킨다. 다양한 주변 상황이 나의 마음을 이랬다 저랬다 하게 만든다.이렇게 봄엔 모든 사람들의 마음이 왔다 갔다 한다. 갱년기로 고생하는 여성은 계절 중 봄이 특히 괴롭다. 날씨의 변화가 심할수록 감정도
작심삼일은 오랜 나의 루틴이었다. 매년 새해가 시작되면 새 다이어리를 얻어 새로운 계획을 야심차게 적지만 한 달을 채 못 넘기고 끝이다. 새 계획을 적어 벽에도 붙여두지만 작심삼일이다. 계획이 구체적이지 않아서일 수도 있고, 아예 못 지킬 계획을 세웠을 수도 있겠으나, 어쨌든 며칠 못가 흐지부지된 것만은 확실하다. 까짓 3일만에 다시 작심삼일하면 되지라며 뻔뻔한 큰소리를 치기도 했다. 바쁜 일 때문이라는 핑계를 대면서 모면하고자 하지만 끈기가 없는 성격 탓을 자책하면서도 좀처럼 고치지 못한 채 살았다.그런 내가 달라졌다. 지난달 첫
‘여인과 노인’이라는 거장 루벤스의 그림 앞에 섰다. 이 그림을 처음 보는 사람들은 노인이 젊은 여인의 가슴을 빨고 있는 부자유스러운 애정 행각에, 먼저 불쾌한 감정을 노출하기 일쑤라고 한다. 딸 같은 여자와 놀아나는 반나체의 노인을 통렬히 꾸짖던 사람들에겐 노인과 이성을 잃은 젊은 여인이 가장 부도덕한 인간의 유형으로 비춰졌을 테니 말이다. 삼류 포르노 같은 그림은 알고 보면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보게 된다.이런 생각을 갖게 되는 데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이와 비슷한 일이 가끔 일어나고 그 끝은 대개 아름답지 못했던 까닭이
경상감영과 서남쪽으로 약 600미터 떨어진 약령시장 일대는 대구의 구 중심가이자 근대 종교가 일찍이 자리 잡았던 곳이다. 서상돈 고택·이상화 고택과 같은 근대 건축물이 제법 남아있으며, 지금은 대구 근대골목투어로 더 유명하다. 이곳에서는 2개의 종탑이 하늘에 닿을 듯 솟은 아주 오래된 성당-계산성당도 만나볼 수 있다.우리나라에 성당이 본격적으로 지어지기 시작한 것은 1886년 한불수호조약이 체결된 다음이다. 주로 천주교는 파리외방전교회에서 파견되었으며, 이들은 우리나라에서 종교적 활동을 위한 기반과 체제를 확립하기 위해 노력했다.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