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서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된 지난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제주도 난민 수용거부’를 촉구하는 글이 올라온다. 내전을 피해 제주도에 들어온 예멘 사람들의 난민신청을 거부하라는 것이다. 이 글은 나흘만에 16만의 동의를 얻는다. 가히 폭발적이다. 그런데 국민청원에 동의하는 분들은 예멘이 어디에 있고, 어떤 나라이며, 어떤 역사적인 경로를 거쳐 난민이 발생했는지 아시는지 궁금하다. 예멘은 지금 내전 중이다. 52만㎢의 땅에 2천800만 주민이 거주하는 예멘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남쪽, 오만의 서쪽에 위치한다. 예멘 건너편은 소말리아와 에티오피아가 있는 아프리카다. 일찍이 오스만튀르크의 지배를 받았던 예멘을 1839년부터 영국이 남북예멘으로 나누고, 남예멘을 지배하기 시작한다. 오스만제국
지난 12일 온종일 기분이 좋았다.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기막힌 장면을 보여준 덕분이다. 북한은 유일하게 미국과 적대관계를 유지해온 나라다. 중국은 1979년 미국과 수교했으니, 내년이면 중미수교 40주년이다. 20세기 가장 ‘더러운 전쟁’이라 불린 베트남 전쟁 당사국인 베트남도 1995년 미국과 수교했다. 베트남 전쟁 종결 20년 후의 일이다. 쿠바 역시 지난 2014년, 단교 53년 만에 미국과 수교했다. 1950년 6·25 한국전쟁 발발 이후 올해까지 68년 동안 북한과 미국은 적대적인 관계였다. 특히 작년에는 전쟁까지 가나 싶을 정도로 양국관계가 악화일로(惡化一路)를 걸었다. 북한이 자위(自衛) 목적으로 핵을 개발하고자 하는 것에 대한 미국의 반감이 원인이었다. 미국은 인도
러시아 문학에서 신성불가침으로 수용되는 두 사람이 있다. 계관시인 푸쉬킨과 문학평론가 벨린스키다. 10월 혁명 이후에도 이들은 19세기의 권위를 온전하게 향수(享受)한다. 그런데 벨린스키는 별스럽게 두 가지를 싫어했다. 보드빌과 몰리에르. 양자의 공통점은 웃음과 희극이다. 니콜라이 전제(專制)와 대적(對敵)한 벨린스키였으니 그럴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경산 아파트에 살다가 청도로 이사한 이유 중 하나는 층간소음이다. 범어동에서도 층간소음으로 시달렸다. 시도 때도 없이 들려오는 청소기 소리와 발걸음 소리가 불쾌와 불안과 불면을 야기(惹起)했다. 몇 차례 올라가 이야기했으나 “내 집에서 내 발로 다니고, 청소하는데, 당신이 무슨 상관이냐?” 하는 짜증섞인 대답이 돌아왔다. 경산에서는 떡을 해서 윗
지난 26일 속초 신흥사에서 무산당 오현 스님이 승랍 60년, 세납 87세를 일기(一期)로 입적했다. ‘벽암록’이 아니었다면 나는 오현 스님을 모를 것이었다. 우연찮은 계기로 주워들은 ‘벽암록’이 스님의 노고를 거친 서책이었다. 주지하듯이 ‘벽암록’은 선가(禪家)의 대표적인 공안(公案) 1천700가지 가운데 100편을 골라 본칙, 수시(垂示), 송(頌)과 함께 엮은 것이다. 우리는 공안 대신 화두(話頭)라는 표현을 쓴다. ‘벽암록’에 기술된 내용은 여러 번 읽어도 ‘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篇意自現)’이 불가능하다. 까까머리 양주동은 ‘몇 어찌’라는 단문(短文)에서 ‘기하(幾何)’의 뜻을 알고자 100번 넘도록 읊조렸지만 뜻을 헤아리지 못했다고 쓴다. 읍내에 살던 수학선생을 찾아가 뜻을 얻은 소년 양주동.
청도로 거처를 옮긴 후 매년 봄날 하루는 복숭아 과수원 적과로 보낸다. 옆집 농가는 칠순을 바라보는 부부가 열 살배기 손녀를 거두며 살아간다. 그들은 복숭아와 감을 기르는 과수농사에 집중하되, 쌀농사를 포함한 온갖 작물을 자급자족하는 자영농이다. 나는 첫해부터 지금까지 그이들에게 적잖은 도움을 받고 살아간다. 이웃사촌이란 말이 실감날 만큼. 바람이 제법 선선하게 부는 지난 일요일 아침나절, 그들을 찾아 야트막한 야산 등성이를 오른다. 동네를 배회(徘徊)하는 들개를 쫓을 양으로 들고 간 나뭇가지를 지팡이 삼아 느릿하게 걸음을 옮긴다. 볕이 잘 드는 중턱에 묘지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언젠가 마을을 지키며 살았던 분들의 영원한 쉼터다. 그분들은 죽어서도 마을을 내려다보며 동리 주민들의 안위를 걱정하고 있는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와 ‘마지막 황제’ 등으로 친숙한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몽상가들’(2003)이란 영화가 있다. 68혁명의 소용돌이가 휘감고 있는 파리를 찾아온 미국 대학생이 경험하는 혁명과 사랑을 담고 있다. 스무 살 청춘들의 육신과 영혼을 통해 지난 세기의 위대한 사건을 추억하는 ‘몽상가들’. 에바 그린의 데뷔작으로도 유명한 영화였지만 불과 4만의 한국관객을 불러모으고 조용히 사라진 ‘몽상가들’. 수많은 사회학자, 정치학자, 철학자와 예술가들의 영감과 두뇌를 자극했던 68혁명. 기성세대의 속물근성과 탐욕, 부패와 타락을 비웃으며 “상상력에게 자유를!”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던 68혁명. 동유럽을 제외한 유럽 전역을 강타하고 대서양을 건너 아메리카로 진출한 68의 물결은 급기야 태평양까지 돌
5월 5일 어린이날은 카를 마르크스(1818∼1883)가 세상에 태어난 지 200주년 되는 날이었다. 근대세계를 움직여온 거인으로 우리는 마르크스를 빼지 않는다. 호사가들은 지난 3세기를 대표하는 저작으로 루소의 ‘사회계약론’(1762), 마르크스의 ‘자본’(1867), 오르테가 이 가세트의 ‘대중의 반역’(1929) 세 권을 거명한다. 여기에 다윈의 ‘종의 기원’(1859)을 덧붙인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에스파냐 사회학자 오르테가 이 가세트는 ‘대중의 반역’에서 유럽을 대표하는 세 나라로 영국, 프랑스, 도이칠란트를 거명한다. 영국의 산업혁명, 프랑스의 정치혁명, 도이칠란트의 정신혁명으로 현대세계의 근간(根幹)이 만들어졌다. 오늘날 우리가 지구촌이라 부르는 글로벌 시대를 되뇌게 된 데에는 이들 세
작년에 ‘문학과 영화 그리고 나’를 수강한 사회대 학생이 어느 날 내가 왜 진보인지, 묻는다. 내가 진보야, 하고 되물었다. 그렇지 않은가요, 하는 되물음이 돌아온다. 글쎄, 상대적인 개념 아닐까, 나는 고개를 젓는다. 질문의 고갱이는 나이든 축은 보수로 회귀한다는데, 왜 당신은 그 나이 되도록 진보를 고수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진보와 보수의 경계는 모호하여 명확한 선을 긋기 어렵다. 평가대상에 따라 천양지차가 가능한 것이 진보냐, 보수냐 하는 이분법이다. 예컨대 나는 ‘근로자의 날’이라는 용어에 반대한다. ‘노동절’이라는 표현이 좋다. ‘근로’가 오래전부터 통용되었다는 사실도 나를 위로하지 못한다. 외려 일제강점기의 ‘근로정신대’와 ‘근로보국대’ 같은 용어가 생각난다. 여기에 박정희 철권통치시
암모나이트는 고생대 데본기에서 중생대 백악기 사이에 생존했던 두족류(頭足類) 생물이다. 백악기가 1억4천400만년부터 6천600만년 사이이고, 데본기는 4억1천600만년부터 3억5천920만년까지의 기간이다. 암모나이트는 최장 3억5천만년 생존했던 기록을 가진 고생물이다. 오래 전에 멸종한 암모나이트 얘기를 꺼내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법하다. 요즘 학생들은 나처럼 늙은 사람을 암모나이트라 부른다. 범접은커녕 상상하기도 어려울 만큼 나이 먹은 인간이라는 뜻의 호칭이다. 그나마 위로가 되는 것은 나를 ‘틀딱충’이라고 부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모를 일이다. 뒷담화 자리에서 ‘틀딱충’이라 부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이든 세대를 가리키는 용어 가운데 ‘틀딱충’은 매우 모욕적이다. 이런 은어는 한국사회가 중증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속담이 있다. 강자들이 싸우는 통에 약자가 중간에 끼어 피해를 입는다는 말이다. 1884년 갑신정변 이후 청나라와 일본은 1885년 천진조약을 체결한다. 그것은 ‘조선에 변란이나 중대사건이 일어나 청-일 어느 한쪽이 파병할 경우에 그 사실을 상대방에게 알릴 것’ 등을 내용으로 한다. 1894년 갑오농민전쟁 당시 고종은 ‘민자영’의 척족세력 우두머리 민영휘의 조언을 받아들여 청나라 ‘원세개’에게 구원병을 요청한다. 천진조약에 따라 청나라 군대보다 먼저 경복궁에 입성한 일본군은 선전포고 없이 전쟁을 일으켜 8월 초에 아산, 공주, 성환 등지에서 청군을 격파한다. 여세를 몰아 9월 중순 평양에서 청군을 패퇴시킨 일본군은 조선내정에 깊이 개입한다. 자주적인 통치능력과 기반을 상
지난 4월 8일 세종시의 고교 3년생이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사건경위는 단출하다. 1월 초하루 친구와 함께 담배 네 갑을 훔친 죄로 그는 경찰조사를 받는다. 경찰은 특수절도 혐의로 그를 3월 16일 기소의견과 함께 검찰로 넘긴다. 그 후 4월 5일 가정법원의 출석통지서가 그에게 송달된다. 극심한 심적 부담을 느낀 고교생은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 세상과 작별한다. 1만8천원 어치 담배를 훔친 죄과(罪過)로 18세 청년이 세상을 등진 것이다. 경찰은 그를 조사하고 검찰에 송치할 때까지 부모를 비롯한 보호자에게 한 번도 연락하지 않았음이 드러났다. ‘범죄수사규칙’ 211조 ‘보호자와의 연락’에 따르면, ‘경찰관은 소년 피의자에 대한 출석요구나 조사의 경우 소년의 보호자나 그를 대신할 사람에게 연락해야 한
며칠 여름을 방불케 하는 날씨가 지속되더니 찬바람 불고 비가 뿌린다. 벚꽃 이파리들이 바람에 나풀거리며 공중제비를 돈다. 몇몇 녀석은 차창에 온몸을 부딪치고 시나브로 자취를 감춘다. 미끄러지듯 포도(鋪道) 위로 산화(散華)하는 꽃잎을 보면서 봄날이 이울고 있음을 안다. 봄의 전령이 어디 벚꽃뿐이랴?! 산수유와 매화, 진달래와 개나리, 박태기와 살구, 명자나무도 봄날의 환희를 노래한다. 봄의 함의는 `보는` 것에 있는 듯하다. 단조롭고 칙칙한 겨울의 색이 화사하고 다채로운 색깔로 탈바꿈하는 계절이 봄이기 때문이다. 신록으로 몸단장하는 활엽수를 보노라면 그런 생각이 깊어진다. 연초록 새순이 진초록 침엽수와 빛나는 대비를 만들어낸다. 장년의 색깔과 유년과 소년의 색깔이 만나서 이뤄지는 대비만큼 현저(顯著)
월요일 출근하니 교정에 벚꽃이 피기 시작했다. 평년보다 기온이 8도 정도 높아서 갑자기 꽃봉오리들이 열린 것이다. 분홍색 꽃들이 가지마다 뭉게뭉게 피어있는 것을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분홍색 꽃들을 핸드폰 카메라로 찍다보니 춘곤증도 날아가는 것 같다. 요즘 필자가 춘곤증을 앓는 이유는 지난 학기보다 수업이 한 강좌 늘었기 때문이다. 이번 학기에 대학원 수업을 하나 더 하는데, 이 수업의 준비와 강의를 하러 가는 일들이 필자를 좀 지치게 한다. 일요일에는 수업준비를 해야 하고 월요일에는 오전에 천안캠퍼스에서 수업을 하고 오후에는 죽전캠퍼스에서 강의를 한다. 직접 운전을 하지 않고 학교 셔틀버스를 이용해서 가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필자의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모두 5명인데 다들 늦깎이 학생들이다. 석
다음 달 3일은 제주 4·3사건 70돌 되는 날이다. 1948년 4월 3일을 기점으로 시작된 4·3사건의 불씨는 1947년 3월 1일로 소급된다. 그날 3·1절 기념대회 참가자들의 시가행진을 구경하던 군중에게 경찰이 발포함으로써 민간인 6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남로당은 경찰 반대운동을 전개하고, 제주도 직장의 95%에 이르는 민관 총파업이 일어난다. 미군정은 경찰에 반대하는 남로당을 격파하기 위해 서북청년단 같은 극우 단원들을 대거 제주도로 급파한다. 불과 1개월 만에 검속으로 500여 명이 체포되고, 1년 사이에 파업 주모자 2천500여 명이 구금되기에 이른다. 체포와 구금 과정에서 서북청년단은 테러와 횡포를 일삼아 제주도민들을 자극했고, 구금자에 대한 경찰의 고문이 잇따랐다. 1948년 3
문재인 대통령이 22일부터 공식적인 해외순방에 나섰다. 오는 24일까지 베트남을 국빈 방문하고 쩐 다이 꽝 베트남 주석과 정상회담을 개최한다. 24일부터 27일까지는 아랍 에미리트를 방문해 모하메드 왕세제와 미래성장 분야의 협력방안을 논의한다. 국가수반이 정상외교를 통하여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국제적인 위상을 고양하는 일은 그의 고유한 업무 가운데 하나다. 그것을 간명하게 함축하는 용어가 `정상외교`다. 이미 한국정부와 문재인 대통령은 4월 말로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 5월 안에 열릴 북미 정상회담, 그리고 5월 초로 예정된 한중일 정상회담 등을 마련함으로써 한국외교의 금자탑을 쌓아올리고 있다. 일찍이 없던 한국외교의 위대한 성취라 아니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이것은 한반도의 명운을 움켜쥔 당사자가
지난 11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국가주석과 부주석의 중임제한 철폐를 골자로 하는 개헌안이 찬성 2천958, 반대 2, 기권 3, 무효 1표로 통과됐다. 1978년 이래 개혁과 개방의 길을 걸어온 중국은 1인 통치의 위험성을 직시하고 1982년 헌법 개정에서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책을 제외한 모든 직책의 중임제한을 명문화했다. 모택동의 개인우상화와 문화혁명이 가져온 궤멸적인 타격을 우려하여 집단지도체제와 국가주석의 임기제한을 못박아온 셈이다. 1958년부터 1960년까지 지속된 대약진운동 기간에 중국에서는 수천만이 아사(餓死)하는 참극이 발생한다. 제2차 5개년계획을 수립하면서 모택동은 `사회주의 건설의 총노선` 강령을 채택하여 중국 전역을 혼란의 도가니로 몰아넣는다. 세계경제대국 2위인 영국을 15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대통령 특사일행이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오는 4월 말경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두 손을 맞잡는다는 이야기다.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분단이후 남한 땅을 밟게 되는 첫 번째 사례가 될 것이라는 보도도 나온다.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선수단을 파견한 이후 남북관계에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기다리던 좋은 징조(徵兆)다. 지난 연말 북한의 김정은과 미국의 트럼프 사이에 오갔던 가시 돋친 설전(舌戰)이 생각난다. 일촉즉발의 전운(戰雲)이 시커멓게 뒤덮였던 한반도에 대화와 소통, 평화의 전조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북한이 유지해왔던 `통미봉남(通美封南)`이라는 전통적인 외교전술이 근본적으로 뒤
얼마 전에 친구가 눈 덮인 두툼한 얼음장 사이로 시냇물이 흘러가는 14초짜리 동영상을 보내왔다. 동장군(冬將軍)의 기세가 물러나고 봄이 다가오고 있다는 소식을 시각기호로 전달한 게다. 몹시 추웠던 지난겨울의 위세도 자연의 운항법칙에 따른 순차성에 물러나고 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산야(山野) 곳곳에서 얼음장이 깨지고, 그 아래로 맑은 물이 콸콸 소리 내며 흐르고 있을 것이다. 언제나처럼 봄은 그렇게 굉음(轟音)과 더불어 온다. 나라 곳곳에서 얼음장 깨지는 소리가 요란하다. 한반도 시공간을 옥죄고 있던 시대의 거악들이 무너지는 소리가 대단하다. 국정농단의 주범들에게 중형이 선고되고, 하수인들도 줄지어 징역형에 처해지고 있다. 지난 세기 60,70년대의 마지막 잔재가 무너져 내린다. 그들과 동고동락(同
지난 2월 19일 교육부 주최 공청회에서 발표된 `2021학년도 수학능력시험 출제범위(안)`에 따르면 이과학생들이 치르는 수학 `가형`에서 `기하`가 빠져 있다. 이에 국내 기초과학계를 대표하는 단체 가운데 하나인 `대한수학회`는 수능 출제범위에 `기하`를 반드시 포함할 것을 교육부에 촉구하고 나섰다. 그들의 주장은 간명하고 실용적이다. “이공계 진학 희망자에게 기하는 필수기초 교과목이며, 인공지능과 3차원 프린팅, 자율주행자동차, 증강현실과 가상현실 등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표하는 신기술 개발에 유용하게 활용되는 핵심 분야다. 이공계 기초과목인 수학에서 기하가 차지하는 비중을 간과(看過)하여 미래 이공계 인력의 기초실력 배양과 역량강화를 위한 노력이 훼손되지 않기를 바란다.” 너무 자명한
요즘처럼 추위가 맹위를 떨친 일이 있었나 돌아본다. 어렸을 적 난방이 온전치 않아 윗목에 놓아둔 아버지 자리끼가 아침에 꽁꽁 얼었던 기억이 난다. 해마다 2월 초에 있던 졸업식장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추위를 이겨낸 일도 생각난다. 전시(戰時)도 아닌데 군사정권은 졸업식과 입학식을 운동장에서 하도록 강요했다. 날이 아무리 추워도 어린것들의 손발이 오그라들어도 장외행사를 강제했던 군부독재의 서슬 퍼런 칼끝이 떠오른다. 작년에 기상청은 “올겨울은 대체로 포근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행태인가?! 슈퍼컴퓨터가 없어서 오보(誤報)가 잦다고 변명해댄 것은 귀엽기라도 했는데, 요즘엔 아예 변명조차 하지 않는다. 그저 주구장창 `북극한파타령`이다. 아린 바람이 살갗을 할퀴는 한파(寒波)에도 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