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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누가 와야 한다산은 무너져 가고/ 강은 막혀 썩고 있다/ 누가 와서/ 산을 제자리에 놔두고/ 강물도 걸러내고 터주어야 한다물에는 물고기 살게 하고/ 하늘에 새들 날으게 하고/ 들판에 짐승 뛰놀게 하고/ 草木과 나비와 뭇 벌레/ 모두 어우러져 열매 맺게 하고우리들 머리털이 빠지기 전에/ 우리들 손톱 발톱 빠지기 전에/ 뼈가 무르고 살이 썩기 전에/ 정다운 것들/ 수천 년 함께 살아온 것/ 다 떠나기 전에누가 와야 한다소설가 박경리의 시집 ‘우리들의 시간’(2000)에 실린 시다. 기후 위기 등으로 생태 문제의 심각성이 강조되는
시
등록일 2023.03.08
게재일 2023-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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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탕물이 흙탕물 그대로 있기를 바란다(…)흙은 물을 만나 더러운 흙이 되는 게 아니다물은 흙을 만나 흐린 물이 되는 게 아니다흙탕물이 튀어서 내 마음이 더러워진 적은 없다한때는 분노와 증오의 붉은 흙탕물이 되어내가 썩어간다고 생각했으나이제는 흙탕물이 흙탕물 그대로 있는 게 아름답다모내기를 끝낸 저 무논을 보라물은 흙탕물이 될 때 비로소 흙에서 어머니를 만난다흙은 흙탕물이 될 때 비로소 물에서 모를 키운다 (부분)흙 속에 잘 묻히기 위해서는 흙과 섞이는 것을 더러워하거나 “내가 썩어간다고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흙탕물에서 모는 자라
시
등록일 2023.03.07
게재일 2023-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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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걷는 산책로 옆에 새가 엎드려 있다설마 알을 품는 건 아니겠지, 죽은 새일까들춰보니 구더기와 풍뎅이들이 우글거린다그가 안간힘으로 품어낸 아수라,속으로부터 썩어들어가며먹여 살린 우주,스스로 무덤이 된안으로부터의 부활 (부분)“스스로 무덤이” 돼 벌레들이 살 수 있는 우주를 마련해줄 때, 죽음은 “속으로부터 썩어들어가며” “안으로부터의 부활”을 이루어낼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우주는 죽음과 부활을 통해 갱신된다. 모든 죽음이 부활하는 것은 아니다. 부활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다른 존재자들을 위해 죽은 자신을 내어줄 수 있어야 한다.
시
등록일 2023.03.06
게재일 2023-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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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대, 나의 짐승이여,이 이빨과 발톱을 어찌하면 좋을까요찢긴 살과 혈관 속에 남아 있는이 핏기를 언제까지 견뎌야 하는 것일까요그럼에도 불구하고,아직 무언가 가능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되는 것은어떤 어둠에 기대어 가능한 일일까요어떤 어둠의 빛에 눈멀어야 가능한 일일까요세상에, 가능주의자라니, 대체 얼마나 가당찮은 꿈인가요 (부분)시인은 위의 시에서 제시된 ‘가능주의자’와 같은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미래가 꽉 막혀 있는 우리 시대에는 저항의 시가 더욱 필요하기에. 여기서 저항은 정권에 대한 것에 한정되지 않는다. 우리 삶의
시
등록일 2023.03.05
게재일 2023-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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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끌 같은 화염의 순간도시간의 내부에서 움직이는 번민혁명도 파국도시간이 앓는 그림자다비애 같은 어쩌면허공에 방전되는 번개 같은그러나 창밖에 겨울비가마지막 이파리를 부르고가는 사람과남는 사람 사이에서과거는 먹구름미래는 눈보라그리고 오늘은, 웃음과 울음이 뒤섞인불가해한 숲!시간에서 불이 타오를 잠재성을 읽는 것, 그것은 “허공에 방전되는 번개”를 붙잡는 일이리라. 나아가 그 번개의 방전이 “마지막 이파리를 부르”는 겨울비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인식하는 것, 그것은 불꽃에서 시간의 그림자를 투시하는 것이다. 번개가 방전되고 있는 허공
시
등록일 2023.03.02
게재일 2023-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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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는 것보다오히려 선명하게 보일 때가 있다보이는 것은 보이는 만큼보여주면서 멀어져 가지만보이지 않는 것은 보이지 않는 만큼 보여주지 않으면서 가까이 다가온다보이지 않는 바람이 늘 내 귀밑머리에 앉아 있다보이지 않는 사상이 늘 내 가슴속을 차지하고 있다시인은 역설적으로 “보이는 것”은 “멀어져 가지만”, “보이지 않는 것”은 “선명하게 보일 때가 있다”고 말한다. 시는 어떤 대상의 보이지 않는 면을 보기 위해 마음을 다할 때 형성된다. 시 쓰기란 보이지 않는 것, 잠재해 있는 것이 우리 삶과 세계를 지탱하고 형성하
시
등록일 2023.03.01
게재일 2023-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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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미 잡곡밥, 청국장, 도토리묵, 마늘, 고추 장아찌를 곁들인 저녁을 먹었다설거지를 하고 엄마와 함께 소양, 해지는 들녘을 걸었다가팔랐던 내 마음도 어느새 평평해졌다엄마가 살아왔던 이야기들이 벼이삭처럼 자라는 해지는 들녘이었다차랑차랑 벼이삭을 흔들며 단내 나는 바람이 불었다고단하고 쭈글쭈글했던 엄마 삶이 조금씩 펴지고 있었다엄마 손은 고즈넉했으나그 손을 오래도록 잡고 있으면문자로 요약될 수 없는 따뜻함이 느껴졌다난 이 따뜻함에 기대어서로 품고 스며드는 시간 속으로 가고 싶었다평평한 들녘에 어머니와 함께 평평하게 손을 잡고 걷는다.
시
등록일 2023.02.27
게재일 2023-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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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정원의 마술사는 더 이상마술을 하지 않는다그늘을 빌려와 그림자로 시체놀이를 한다모두가 액자 속으로 걸어 들어가자그는 변기를 미술관에 걸어두었다미술관 앞에서 한 여인이 오줌을 눈다시인은 현대 미술 전시회에 변기를 걸어둔 뒤샹의 일화를 빌어 와서, 현실 자체가 되는 예술을 보여준다. 뒤샹의 변기는 액자 속에 갇혀 있지 않고 현실 자체를 구성한다. 그렇기에 그 ‘예술품’에 한 여인이 오줌을 실제로 눌 수 있었던 것. 그런데 그 변기가 남성 소변기였음에도 오줌을 누는 사람은 여성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예술과 현실 공간이 전복된 저 미
시
등록일 2023.02.26
게재일 2023-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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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손을 잡고 광장에 나가지 못한다닥치는 대로 일을 해야 해서네가 죽어도 나는 살아야 해서기약 없는 먼 훗날을 몽땅 끌어당겨서라도지금 살아야 해서 촛불을 들 수 없는나는 아무 것도 안하고 있다납땜 냄새 찌개 냄새 땀 냄새에 찌든 수척한 감정들이운명처럼 들러붙어 빠져나가지 못하는나는 파란색일까 까만색일까 붉은색일까재갈 물린 길을 따라 무작정 걷는 여자의 시간내가 여자를 입었는지 여자가 나를 입고 있는지나를 찾아 출구를 더듬거리며 오늘을 걷고는 있다만여자라는 시간은 제자리걸음나는 아무 것도 안하고 있다고 한다 (부분)위의 시는 “지금
시
등록일 2023.02.23
게재일 2023-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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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 한 점 없이 달아오른 하오언젠가 정물이 되어 버릴이 풍경의 말미를 생각한다길과 건물과 구조물은 점점반듯해지고 인부들의 근력은발아래 그림자와 비례할 것이다짧아지는 속도를 쫓다가길어지는 시간을 따라 지쳐 가겠지번듯해지면 번듯해질수록번듯한 곳에 남겨지지 못할 사람들그렇게 쫓겨난 늙은 노동자가더 물러설 곳 없는 철탑에 올라뜨겁게 타들어 가는 목숨의 말미를움켜쥐고 있다뜨거운 여름날 ‘하오’, 공사판 인부들이 반듯한 길과 건물을 만들고 있다. 그런데 노동하면 노동할수록 “인부들의 근력은/발아래 그림자와 비례”해 약해지면서, 결국 그들은
시
등록일 2023.02.22
게재일 2023-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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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기는 쉴 새 없이 복음을 뱉어내느라 바쁘다대문 밖은 위험합니다가족도 조심하세요기쁨을 기쁨이게 하는 말씀은 이제 없다천당도 지옥도 말 한마디로거침없이 만들고 지웠지만예수도 부처도 전염병은 어쩌지 못한다니과학을 신봉하라백신, 또, 하나의 신이 탄생하고 있다‘코로나 사태’가 마무리되고 있다. 이젠 코로나 사태로 무엇이 일어났고 변화되었는지 성찰할 시간이다. 표성배 시인은 하나의 신이 탄생했다고 진단한다. 그 신은 ‘백신’으로 상징되는 ‘과학’이다. 어느새 백신이 모든 것의 해결책으로 믿어졌고, 사람들은 백신에만 의존하기 시작했다. 그
시
등록일 2023.02.21
게재일 2023-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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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방에서 울리는 은은한 종소리를아무도 듣지 않는다변방에서 쏘아 올린 사랑의 로켓을아무도 보지 않는다변방에서 폭죽처럼 터지는 꽃향기를아무도 맡지 않는다변방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자신이 중심의 감옥에 갇혀 있는 줄 모른다‘변방’에 있는 이들 중 다수가 중심에 들어서기를 욕망한다. 그들은 기필코 중심에 들어가리라고 마음 먹고 이를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한다. 변방을 벗어나야 할 곳으로 여기니 변방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관심이 있을 수 없다. 중심에 들어선 이들 또는 원래 중심에 있었던 이들 역시 변방에서 느낄 수 있는 감각들에 관심 없다.
시
등록일 2023.02.20
게재일 2023-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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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보면열이 오른다 자취방 창가로 불어오는 여름높이 들어 잔이 넘치도록 마시는 여름거리에 쏟아지는 여름이마음을 와락 적신다어느 날은 햇살 아래 빛나는 너의 웃음이여름이구나내가 사랑하는 것이 이러한 여름이라 얼마나 다행인지우리의 여러모로 비슷한 일상이뜨거운 시절이라는 사실을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순간을 기억하자이 여름이 우리의 첫사랑이니까이제 시작이니까너와 함께 있으면 내 삶이 다 망쳐질 것 같다는 예감이 들어 그래서네가 좋아최백규 시인은 여름을 사랑한다. 여름이야말로 사랑의 열기를 상징하기 때문이리라. 여름은 “햇살 아래 빛
시
등록일 2023.02.19
게재일 2023-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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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말씀에는 은유가 없다.은유의 꽃이 사라지고은유의 잎이 떨어지고은유의 뿌리였던허기와 향기가 지워지고 나면원색의 하늘만 남아, 침묵의 하늘만 남아태초의 말씀,허공 가득한 바람으로그대의 한 생을 증언하고 있다.인간의 언어가 은유를 통해 탄생하고 작동한다면, 은유가 지워진 언어엔 무엇이 남을까? 시인은 “태초의 말씀”인 ‘침묵’만 남는다고 한다. 은유의 꽃, 잎, 뿌리가 모두 사라지고 난 후 남는 건 허공과 그 허공을 가득 채우는 바람뿐이다. 우리가 저 푸르른 가을 하늘의 허공을 보았을 때, 태초의 말씀이 침묵을 통해 들려온다. 그
시
등록일 2023.02.16
게재일 2023-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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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이란 말 어디에서 왔을까소란스런 거리에 서서“안녕”이라고 나지막이 읊조리면꽃잎이 지고 하루가 저물어 가네얼마나 많은 별리들이 사람들 앞에 있었을까바람 속을 떠돌고 강물에 섞여 흘러갔을까“안녕”하고 뒤돌아서면적막에 묻힌 집 한 채떠오르고잊혔던 이름들 등불처럼 내걸리네안녕이란 말 어디로 갈까허공에 매달려 반짝이는이름들아불멸의 노래들아이별할 때 말하는 ‘안녕’이라는 말. 이 시에 따르면, 이 말을 “읊조리면” “소란스런 거리”에서도 적막의 공간이 열린다. 그 공간은 가슴 아픈 이별의 기억들이 떠오르는 곳이다…. ‘안녕’이 시적인 말이
시
등록일 2023.02.15
게재일 2023-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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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사물을 읽으려 하는 사람들은 없었다세계는 쓸모없는 것이 되어 버렸다.사람들은 다만 자신들의 운명을 비는 자들이 되어 버렸다무당의 나라가 들어섰고미래를 세우려고 하지 않았다누군가가 종언이 왔다고 한탄했으나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았다물가에서 지나간 시대를 비춰주던 햇살만이아직도 이 세계를 포기하지 않고사물의 시대를 비추고 있었다 (부분)시인에 따르면, 지금 이 세상의 사람들은 “사물을 읽으려 하”지 않으며, 그래서 그들에게 “세계는 쓸모없는 것”이 되었다. 그것은 그들이 “자신들의 운명을 비는 자들이 되”었기 때문이다. 자신만을
시
등록일 2023.02.14
게재일 2023-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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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산책을 하는데 손을 꼭 잡은 노부부가 앞서 걸어갔습니다.한쪽으로 심하게 기운 걸음으로손에 손을 의지해 중심을 기울이고한 손에 약봉지를 꽉 그러쥐고(중략)마주 잡은 노부부의 손을섣불리지나칠 수 없어더 느린 보폭으로 길의 주름 늘려가는데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는좁은 골목이 통째 느려져다시 출발선에 선 듯 느른하여뒷모습만으로도앞모습이 화평하였습니다. (부분)시인의 눈앞에서 느릿하게 걸어가는 노부부. 자신의 생명줄인 듯 “약봉지를 꽉 그러”쥔 이 노부부는, “중심을 기울”여 서로에게 의지하며 삶을 지탱하고 있다. 그런데 이 부부의 ‘느
시
등록일 2023.02.13
게재일 2023-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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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시간 위에서 피어나고꽃은 시간 위에서 지네시간은 꽃이 되어 피어나고시간은 꽃이 되어 지네나는 당신 위에서 피어나고나는 당신 위에서 지네당신은 내가 되어 피어나고당신은 내가 되어 지네단순한 진술이 감동을 주는 경우가 있다. 네 개의 단순한 문장으로 이루어진 위의 시가 그러하다. 시간 위에서 피어나고 지는 꽃. 꽃이 되어 피어나고 지는 시간. 이와 마찬가지로 당신 위에서 피어나고 지는 나. 내가 되어 피어나고 지는 당신. 이 단순한 대구가 깊은 존재론적 인식-세계와 우리가 사랑을 통해 존재하며, 그렇기에 삶은 아름답다는-과 함께
시
등록일 2023.02.12
게재일 2023-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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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들어대는 것은숲속에 보이지 않게 숨겨놓았던제모습을 구겨지지 않게 펼쳐내려는단정한 날갯짓이지요나무가 바람에 흔들려주는 것은단정하게 다듬어놓으려는 제모습을헝클어지지 않게 풀어내고 있는욕심 버린 몸부림이지요바람에 흔들려주는 나무 앞에 서면몸 둘 바를 모르고 다소곳해지는 까닭은내 모습을 반듯하게 다듬어놓지 못한부끄러움 때문이지요.현대인은 점점 부끄러움을 외면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이에 시는 우리 현대인에게 종종 부끄러움을 일깨워주고, 그래서 사랑받는다. 윤동주의 시를 생각해보라. 어쩌면 시인은 자신에게서 부끄러움을 찾아
시
등록일 2023.02.09
게재일 2023-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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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면의 사내외줄 그네를 타고 이쪽에서 저쪽으로 밀대를 밀며 간다백색 점프다줄을 당기고 늦추며포름알데히드가 휘발중인 흰 사슴이 뛴다늙고 병든 비둘기가 추락하던 난간벌거벗고 시위하던 사내구급대원들이 산벚나무 두 그루 밑동까지 잘라공기 매트를 깔아주던 실패한 자살자가 사는 12층도 새하얗다.빛바랜 잡초도 흰 귀를 달고허름한 아파트는 사라졌다소문은 표백되고 (부분)‘도장공사’는 우리의 일그러진 일상에 가면을 씌운다. 가령 “벌거벗고 시위하던 사내”가 자살하려 했지만 실패하고 살아가는 ‘12층’을 ‘새하얗’게 변모시킨다. 일상의 본 모습에는
시
등록일 2023.02.08
게재일 2023-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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