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와 밀양의 경계 짓는 화악산 둘레를 타고 가다가, 한 대의 차량이 겨우 지나다닐 수 있는 좁고 구불구불한 산길을 오르면, 어느 순간 산자락 중앙에 옴폭하게 자리 잡은 작은 사찰을 마주한다. 산 좋고 물 좋고 인심도 좋다는 청도의 깊은 골짜기에 터를 잡은 이 사찰은 신라 문무왕 4년(664)에 원효대사가 수도하기 위해 토굴로 먼저 세웠다는 천년고찰 적천사(磧川寺)이다.적천사는 원효대사에 의해 창건된 이래, 신라 흥덕왕 3년(828)에 심지왕사에 의해 중창되고, 고려 명종 5년(1175) 보조국사 지눌에 의해 중건되어 500여 명의
연일 내린 비가 잦아들자마자 오어지 둘레길을 걷는다.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는 둘레길을 이제껏 한 번도 무결하게 걸어본 적이 없다.고즈넉한 오어사 경내를 둘러보고 원효교를 지날 때까지는 호기롭게 걷지만, 둘레길의 반 정도에서 발걸음을 되돌려 나오기 일쑤였다.오늘은 겨울 끝자락의 비바람에 대비해 모자를 쓰고 장갑을 챙기면서 기필코 끝까지 걷겠다고 다짐한다.얼마 전, 포스코갤러리에 다녀왔다. 특별기획전 ‘숲에서 발견한 위로 : 이너피스’전을 관람하기 위해서였다. 전시실을 산책하듯 여유롭게 거닐었다. 첫 번째 여정인 사유의 숲을 지
그저께(5일) 발표된 국민의힘 4·10총선 공천내용은 오랜만에 TK(대구·경북)지역 유권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현역의원들의 수난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대구 달서갑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리인 역할을 해온 유영하 변호사가 전격적으로 단수 공천됐다. 따라서 이 지역구 현역인 홍석준 의원은 경선기회도 얻지 못한 채 컷오프(공천 배제)됐다. 류성걸, 양금희 의원
지난해 달성군에서는 1천700명의 아이가 태어나 전국 82개 군단위 지자체 중 신생아 수 1위를 차지했다. 또 지난해 달성군의 합계출산율도 1.03명으로 나타나, 연간 1천명 이상 출생아를 기록한 지자체 중에 1위를 마크했다고 한다.지난해 4분기 국내 합계출산율이 0.6명대로 떨어져 온 나라가 저출산 쇼크에 빠져 있는 가운데 달성군의 신생아 출산율 1위는
프랑스 작가 시몬 등 보부아르(Simone de Beauvoir)는 ‘세상은 남자들의 작품이다’라고 비꼬았다. 중요한 권력은 모두 남자들이 쥐고 있으며 구체적인 경제 실천과 사회 운영도 거의 모두 남성들이 독점하고 있다고 고발하였다. 그리된 까닭을 이모저모 들어보려 하지만, 모두 부질없는 미사여구일 뿐 그 어떤 적절한 설명도 가당치 않다고 꼬집었다.미국 작가 캐롤라인 페레즈(Caroline Perez)도 저서 ‘보이지 않는 여성(Invisible Women)’에서 구체적인 정책과 제도의 입안과 수립 과정이 남성 중심의 사고방식과 고
뉴스위크가 뽑은 ‘2024 세계 최고 병원’ 순위에 서울 아산병원 등 17개 한국 병원이 250위 내에 이름을 올렸다. 우리 의료 수준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하지만, 235위에 오른 대구가톨릭대병원 1곳을 제외하면 모두 ‘수도권 병원’이다. 지방 국립대병원은 단 한 곳도 없다. 한국 의료의 수도권 쏠림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반면 일본은 지역 국립대 5곳이 이름을 올렸다. 250위 권에 든 병원의 절반이 지방 병원이다.최근 의사 정원 확대를 둘러싸고 반발하는 의사 파업 속에 우리나라 지방 의료의 현실이 뉴스위크가 매긴 수
다시 또 봄이 찾아왔다. 여름을 이쁘게 보내려면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 세상엔 수많은 다이어트 방법이 있지만 결론은 하나다. 적은 칼로리를 먹고 많은 칼로리를 내보내면 된다. 절대 진리다. 가끔씩 많이 안먹는데 살이 안빠진다는 분들이 있는데 집요하게 물어보면 이것 저것을 먹는 경우가 많다. 적게 먹고 많이 내보내면 살은 빠진다. 그러나 살을 뺄 때 어떻게 먹느냐 어떤 운동을 하느냐에 따라 같은 3킬로를 빼도 누군 이쁘게 빠지고 누군 그렇지 않다.살을 뺄 때는 잘 먹으면서 빼야 한다. 대부분은 극단적으로 식사량을 줄이는 방법을 사용하
매년 3월과 8월,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시간표를 만드는 일이다. 네모난 표에 여러 개의 칸을 만든다. 구획된 칸 안에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9시부터 야간 9시 30분까지, 한 학기 동안 수업할 강의명과 강의실까지 상세히 적어 넣은 시간표다. 매주 책임져 강의해야할 시간은 보통 9시간인데 많으면 주 12시간이 넘기도 한다.강의의 종류는 서너 종류가 때론 버겁기도 하다. 그럼에도 강의시간을 피해 적당한 시간을 잡아 학생과의 면담 가능시간도 반드시 정해 넣는다. 내가 연구실에 없을 때 찾아오는 학생들을 위
15일째 맞는 의료공백 사태가 장기화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의료공백이 길어지면 진료를 받지 못한 환자 사이에 대혼란 상황이 올지도 모르니 정부 대책만 믿지 말고 지방정부 차원에서도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정부가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 등 강경한 조치에도 병원을 떠난 전공의의 72%가 병원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현재로서는 복귀 가능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경북대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대구를 한 번 바까(바꿔) 보겠다”며 현안 해결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대구경북신공항 건설의 선결과제인 특수목적법인(SPC) 설립에 LH가 참여할 것을 직접 주문했고, 안동댐 물을 대구 수돗물로 공급하는 ‘맑은물 하이웨이’ 사업도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신공항 건설이 일정대로 진행되려면 S
국민의힘 TK 공천을 보고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태산이 떠나갈 듯 요동을 쳤으나 뛰어나온 것은 쥐 한 마리 뿐이라는 뜻)이 떠오른 것은 혼자만의 생각일까. 용두사미(龍頭蛇尾)라는 사자성어도 떠올랐으나 그보다는 ‘태산명동서일필’이 더 잘 어울릴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중국의 고사 중에 ‘태산명동서일필’은 특이하게 서양에서 그 근원을 찾고 있다. 로마시대 계관시인 호라티우스가 “산들이 산고 끝에 우스꽝스러운 생쥐 한 마리를 낳았다”고 한 말을 중국 한문으로 의역한 것으로 전해진다.요란하게 떠벌였으나 결과는 사소하고 보잘 것
홍준표 대구시장이 최근 “대구에서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을 기리는 사업을 할 때가 됐다. 예컨대 동대구역 광장을 박정희 광장으로 명명하고, 그 앞에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을 건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공감이 가는 구상이다.시장 개척을 위해 해외에 자주 나가야하는 지방정부 단체장들에겐 해당 도시를 대표하는 유무형의 자산에 대한 홍보 방법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해외 출장을 가보면 외국인에게 나를 소개할 유일한 수단인 ‘명함 콘텐츠’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끼는 때가 많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TK(대구
매주 화요일 김포공항에서 포항으로 가는 첫 비행기는 뜬다. 서울 여의도에 본사를 두고 있는 포항 청하면에 위치한 스테인리스 가공 회사인 D사는 2013년 동반성장이란 이름으로 포스코의 지원을 받았다. 스테인리스 후판 고객사인 D사는 민주노총 계열의 포항에서 보기 드문 1년 파업을 한 사업장이고 그 피해에 대한 법적 소송에 패하여 노조 간부와 조합원은 3년째 급여를 차압 당하고 있었다. 여기에 혁신을 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서울 경기지역과 해외를 지원하고 있던 필자는 경영자문 역할의 스테인리스 부문장과 혁신 컨설턴트로 배
이른 봄 마중을 하듯이 새벽같이 남도로 향했다. 만물이 깨어난다는 경칩 즈음이라 이런저런 봄 채비로 바빠도, 통영에서 불어오는 봄빛 바람을 쐬니 부드럽고 여유롭기만 했다. 기온이 살짝 올라가는 틈을 타 미세먼지가 복병처럼 도사려 안경에 서린 김 마냥 시야를 희뿌옇게 하는가 싶었었는데, 배를 타고 먼 바다로 나아갈수록 해풍의 희석 때문인지 수평선과 섬들의 전망은 대체로 선명한 편이었다.갈매기들의 어설픈 외침이 환호처럼 들리고 바다의 흰 포말이 배웅으로 이어지는 뱃길을 달려 접안한 곳은 바다 위에 핀 연꽃 같은 섬, 연화도(蓮花島)였다
지난 1월 16일 비즈니스 호텔에서 눈을 뜬 저는 호텔 주변을 산책했습니다. 이른 아침이었음에도, 공기가 어찌나 맑고 투명한지 눈이 부실 정도였는데요. 이날은 작가 오시로 사다토시 선생님이 우리를 안내해 주셨습니다. 오시로 사다토시는 1949년 오키나와에서 태어나 시 창작으로 시작해, 이후에는 소설로 장르를 확대하며 지금까지도 맹렬하게 활동하는 오키나와의 대표적 문인입니다. ‘저승의 목소리’ ‘게라마는 보이지만’ ‘1945년 비통한 오키나와’ 등의 소설은 환상적인 기법을 통해 오키나와전의 비극을 표현한 것으로 정평이 나있지요.그의
시도 재밌어야 한다. 메시지 전달을 너무 강하게 의식하면 시는 관념화하거나 교훈적이거나 독자를 계도하고 가르치려는 부담을 주게 된다. 시가 교훈적이거나 이념을 강요하는 시를 오탁번 시인은 시적 문맹이라며 시답잖다고 판단한다. 한때 시에다가 무슨 사상이나 이념이나 철학을 담아내어 제법 그럴듯하게 꾸며 독자를 현혹시켜는 사이비 위장전입한 시들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안도현 시인의 “연탄재 발로 차지마라”는 메시지는 가난하고 짓밟혀 사는 사람들을 발로 차지 말라는 엄청난 감동을 일으켰다. 그런데 과연 시인 자신은 연탄재를 발로 차며 사는
아시안게임 4강전에서 유효 슈팅 하나를 기록하지 못한 졸전 끝에 대한민국은 요르단에 졌다. 선수들의 개인기에만 의존하는 클린스만 감독의 무전술과 뒤이어 터져 나온 선수들의 다툼이 벌어진 것을 알고는 팬들은 크게 실망했다. 이강인이 주장인 손흥민 선수와 다툼으로 손흥민은 손가락을 다쳤다.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난 것이다.개인주의보다 집단주의 의식이 강한 우리나라에서 특히 위계질서가 강한 운동선수의 하극상은 좀처럼 드물다. 결과적으로 무참한 경기 성적에 앞으로의 경기를 염려하는 지경에 이른다. 국가대표는 말 그대로 나라를 대표하는
지난 2월 22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전국교수연대회의가 주최한 ‘무학과 무전공’ 반대 기자회견에 참여했다. 오전 11시부터 시작된 기자회견은 전국교수연대회의에 참여한 각 교수 단체 대표들의 발언과 기자회견문 낭독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그런데 교수 단체 대표의 발언이 이어지던 중, 갑자기 어디선가 시위 진압 차량이 나타나고 경찰의 불법 집회라는 경고 방송이 나왔다. 나중에 알았다. 기자회견으로 신고된 행사에서 참가자들의 구호 제창은 불법이라는 사실과 삼십여 명 규모의 구호 제창은 보통 그냥 넘어가지만, 중간에 울려 퍼진 ‘퇴진
4·10 총선을 한 달여 앞두고 국민의힘 텃밭인 TK(대구·경북)지역 공천이 막바지에 들어갔다. TK지역은 총 25개 선거구 중 18개 지역에서 본선 출마자를 결정했으며, 아직 7곳에 대해서는 공천이 미뤄졌다. 공천이 보류된 곳은 달서갑(현역 홍석준), 동구갑(류성걸), 북갑(양금희), 구미을(김영식), 안동·예천(김형동)이다. 대구 동구·군위을(강대식)은
지난달 27일 태국 파타야에서 열린 2024년 세계축제도시연맹(IFEA) 총회에 참석한 주낙영 경주시장은 APEC(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 경주 유치에 대한 회원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이끌어 냈다. 특히 주 시장은 아시아축제도시 컨퍼런스에서 ‘세계유산도시 경주, 축제도시 경주’를 주제로 사례 발표를 해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고유의 문화와 가장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