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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진다, 소리도 없이지는 것이 오직 자기의 일이라는 듯최선을 다한다남은 물기를 잎에게 다 내주고도보채지 않는다어머니 가실 때 모습 같다꽃의 임종, 얇다덕분에, 갓 태어난 잎은 착하다칭얼대는 인간의 소리는들어서 무엇하리저기, 저 어린것들의 순한 힘,소리 하나 내지 않고묵은 산을 들어 올리고 있다봄이 미어터지도록 봄을 머금고 있다가한꺼번에 연두를 뿜어내고 있다꽃이 지고 잎이 태어난다. 이 작은 사건 안에는 자연의 이치가 작동하고 있다. 죽음과 삶의 거대한 순환. 여기엔 보챔이 없고 최선만이 있다. 꽃은 “최선을 다”하면서 지고, 이
시
등록일 2023.04.05
게재일 2023-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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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올려다보면너는 상처를 입고 있구나벌써 상처 속에서 환하구나감정을 끝까지 실험하다미쳐버린 시인같이상처가 시인 너는상처의 수집가인 너는골짜기마다누군가를 잊지 못해올려다보는 눈길로깊어가는구나‘정읍사’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인에게 ‘달’은 마음의 상처를 다스리기 위해 희구하는 바를 비는 신적인 대상이었다. 위의 시에서 달은, 그와는 달리 상처 그 자체를 표현하는 시로 등장한다. 그 상처는 실연으로 인한 것, 달은 “누군가를 잊지 못해” “미쳐버린 시인”의 표정으로 “골짜기마다” “깊어가는” 눈길을 보낸다. 하여, 자신의 상처를 환하게
시
등록일 2023.04.04
게재일 2023-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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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여쁘다 오월은상수리나무 그늘 혹은 찔레꽃 그늘로가보라는 말이겠지내가 유독 어여뻤을 때 찔레꽃 그늘에서그땐 꽃 그 자체와 너무나 가까웠지여윈 것이 다다른 뒤에야너무 많은 것들을 찔레꽃 속에숨기고 있었다는 걸 알았지아차, 하는 순간 드러나는 삶의 애통들아그래서 찔레꽃 입을 다물어 버렸나누구나 “꽃 그 자체와 너무나 가까웠”던 시절을 갖는다. 지금 그 시절을 살고 있는 이도 있을 것이고, 그만 “여윈 것이 다다른 뒤”를 사는 이도 있을 것이다. 후자의 사람들은 누구나 “아차 하는 순간”을 맞이한다. 자신도 모르게 무엇인가를 “찔레꽃 속
시
등록일 2023.04.03
게재일 2023-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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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되기 위해나를 보존하기 위해네게 몸을 맡기고눈에 물을 줘야겠어!풀어진 옷자락처럼발바닥이 펄럭이네시인마다 시를 쓰는 이유는 가지각색이겠다. 이나혜 시인은 “바람이 되기 위해” 시를 쓴다. 그에게 바람이 되는 일은 “나를 보존하기 위”함이다. 인간은 원래 바람으로 존재한다고 생각한 것일까. 바람이 자유를 상징한다고 할 때, ‘바람-자유인’이 되기 위한 매개가 필요하다. 시에 몸을 맡기고 눈에 물을 주어야 비로소 “발바닥이 펄럭이”면서 ‘바람-되기’가 시작될 수 있다는 것, 굳어버린 삶을 눈물로 녹이는 것이 시인 것이다.
시
등록일 2023.04.02
게재일 2023-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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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정사 가는 길에 감자떡을 달게 사먹고는언제 닫느냐니까 감자처럼 툭 던진다, 어둑해질 때유, 그럼 8시요? 그냥 묵묵 웃기에 내려올 때 사겠다고, 묻지도 않았는데 굳이 언질 놓고는, 유효기간 보관방식 시시콜콜 더 묻고는, 돌아오는 길에 서로 감자떡을 살까 말까, 마트에도 많다느니 신선함이 다르다느니, 몇 푼이나 한다고 몇 분이나 걸린다고, 갑론을박 지나치다 노점께로 돌아보니별안간 훅 어두워지는 거라웬 뻐꾸기도 웃는 거라이 시는 중장에서 일상의 대화를 살려 사설을 늘어놓고 있는 사설시조다. 이 시조는 자유시만이 감당할 수 있다고 여겨
시
등록일 2023.03.30
게재일 2023-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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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들은 꿈에서 죄를 지으면다음날 그 사람에게 가서사과를 한다그들은 어떤 표정으로 모일 것인가자기가 꿈에서 죽인 시체에 대해어떤 감정을 가지는가표정의 표정을 어디로 대입할 것인가감정들이 분산되어 빗방울처럼 떨어질 때누구와 눈꺼풀을 포갤 것인가 (부분)이 시는 탈 맥락화한 이미지들의 결합을 통해 꿈처럼 전개된다. 가령 “감정들이 분산되어 빗방울처럼 떨어질 때/누구와 눈꺼풀을 포갤 것인가”라는 문장은 서로 연관성 없는 이미지들의 결합으로 형성되어 있다. 이는 “꿈에서 죄를 지으면//다음날 그 사람에게 가서/사과를” 하는 인디언의 정신
시
등록일 2023.03.29
게재일 2023-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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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현생만이 나의 것입니까.추모는 끝까지 나의 것이 아닌데나는 슬퍼하는 동안투명한 귀들이 자랍니다.귀들을 자르면 살아 있는 표정으로그것은 우는 얼굴입니까.(중략)영혼이 하나씩 생겨날 때마다별들은 지워진다고 하는데태어날 수 없는 사람들은 이파리처럼 무성합니다.낯빛들이 흔들리는 숲 속,나의 별자리는 어둠 속에 나를 벗어놓고길을 잃습니다. (부분)시인은 어떤 이의 죽음을 맞아 “현생만이 나의 것입니까”라고 묻는다. ‘나의 것’에는 나의 현생만이 아니라 저승으로 간 타인도 있다는 의미이리라. 그것은 “슬퍼하는 동안” 죽은 자들의 소리를
시
등록일 2023.03.28
게재일 2023-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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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들이 나를 길쭉하게 왜곡하는 날하이힐을 신고 이왕이면 콧노래를 부르며면접을 보러 가야지당신은 누구십니까그들의 질문은 다시 돌려주며암호보다 캄캄한 눈빛을 보낼 거야(중략)봉인된 현금 지급기를 모두꺼내주고 싶어전선에 매달리는 새들렌즈 속에는 아무리 눈을 치켜떠도거꾸로 서는, 빌딩들겨울 내내 잔고 조회는 끝나지 않는다 (부분)면접 보러 가는 날은 “거울들이 나를 길쭉하게 왜곡하는 날”이다. ‘나’는 면접관이 자신을 어떻게 볼지에 따라 자기 자신을 맞추어야 해서, 예상되는 면접관의 질문은 시인 자신의 모습을 왜곡하는 거울이 되는 것이다
시
등록일 2023.03.27
게재일 2023-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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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지와 냉이꽃이 납작 낮은 자리에서 피어날 때흙은 까르르르르 웃는다간지럽게 흙의 피부끼리 맞닿으면피부를 뚫고 꿈틀거림이 돋거나 스멀스멀 기어 나온다흙의 각질을 뚫고 아지랑이 손가락이 튀어나오고푸른 색깔, 노란 색깔, 빨간 색깔이 자란다(중략)정신은 흙에 닿아서 사과꽃 자두꽃 과수원이 된다젖을 빠는 강아지들의 혓바닥처럼흙은 숭고하고 거룩한 액체가 흘러나오는 강아지젖이 된다 (부분)시인은 자연과 함께 하는 생활에서 촉발된 사유로부터 시를 길어 올린다. 그러나 투박하지 않다. “흙의 각질을 뚫고 아지랑이 손가락이 튀어나오고”와 같은 이
시
등록일 2023.03.26
게재일 2023-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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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까지 몰고 온 시간과 몰린 시간의 양면우리는 그곳에서 양면의 사투를 벌인다모든 승패는 허우적거리다손을 들거나 손을 잃는다(중략)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 다 막판이 있다꽃이 지거나 열매가 떨어 질 때찢긴 상처와 쓰라린 기억을 봉합하는 것은막판에서 가능한 일새로운 출발선에 불끈 쥔 두 주먹이 서 있다모아 쥐기만 했던 각오들이 낭비 될 때까지풀벌레 소리는 짧아지고 나무도 그늘을 내려놓는다더 이상 물러 설 곳 없는 길 끝물의 상처에 패를 던지고 그 파장의 시간으로흔들리는 것이 잔잔하게 봉합되기를 기다린다위의 시는 ‘막판’이라는 시간의
시
등록일 2023.03.23
게재일 2023-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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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는데 머리카락이 나왔다어떤 삶의 순간 달라붙는 물음표처럼 허옇고 구부러진탯줄이 잘리는 순간부터 흘러든 고독은얼마나 발효가 되어야숭고한이라는 형용사를 품는 걸까(중략)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얼마 전 죽은 가수의 노래를 듣다가빈방과 빈방 사이 모퉁이와 모퉁이 사이오늘과 어제 사이환한 다리가 놓였으면,하고 생각했다 안부가 궁금한 이가 언제든건널 수 있게 (부분)“탯줄이 잘리는 순간부터 흘러든 고독”이라는 구절은, 어머니로부터 분리되어 개체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순간’-기존의 삶이 죽고 새로운 삶이 탄생하는 순간이기도 한-부터 고독이 시
시
등록일 2023.03.22
게재일 2023-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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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송년회를 마치고 귀가했다사흘 남은 해의 얼굴을 씻는다세면기의 물이 내려가지 않는다체면을 닦을수록 체증은 더한다(중략)세수(洗手)가 씻은 얼굴낯에서 물 묻은 이름이 쏟아진다이름 고인 물에 얼굴이 뜬다이름과 얼굴을 떼놓을 명운은 없다얼굴이 낳은 이름이기에이름이 외면하는 얼굴이기에 (부분)말 또는 이름에 대한 반성적 인식을 보여주는 시다. 세수를 하자 “낯에서 물 묻은 이름이 쏟아진다”는 구절은 타인의 존재에 대한 시인의 민감한 의식을 짐작케 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름 고인 물에 얼굴이 뜬다”는 상상이다. “이름과 얼굴을 떼놓을
시
등록일 2023.03.21
게재일 2023-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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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지붕 밑에 모인다나무와 고양이와 새들도빈집과 짧은 여름과 기나긴 밤들도우산처럼 지붕도 펴고 닫는다면언제든지 가방 속에 휴대하고 다닌다면누구든지 필요할 때 지붕을 꺼내 들 수 있다면좋겠지, 지붕이 우산이 된다면좋겠네, 지붕이 될 수 있다면모든 것들이 한 움큼 국자 속에서 찰랑인다언제까지 비는 하나의 자세로 떨어질 것인가우산을 펼치려는 마음이낙하하는 순간떠돌아다니거나 한곳에 붙박여 살아야 하는 존재자들은 비가 내리는 날에는 지붕 밑에서 만난다. “짧은 여름과 기나긴 밤들”까지도(이들 속에는 시인 역시 포함될 테다). 그런 지붕이
시
등록일 2023.03.20
게재일 2023-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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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허공이 무서웠다허공에 집을 짓는 건허약한 나를 불러내는 일문을 짓고 벽을 잃고벽을 짓고 문을 잃고단단한 허공에 쌓아 올린 시간(중략)수고했다점점 야위어가는 다리를 쓰다듬는다허공에서 허공을 버리는 일평생을 건 사투(死鬪)거미라서 (부분)이 시는 거미가 거미줄을 치는 일을 허공에 집을 짓는 일로 비유한다. 허공에 집을 짓는다는 일이 가능한가? 그렇다. 거미는 정말 허공에 집을 짓고 있는 것이다. 시인은 이 시적 발견으로부터 “단단한 허공에 쌓아 올린 시간”과 “평생을 건 사투死鬪”인 “허공에서 허공을 버리는 일”을 읽어낸다. 그리
시
등록일 2023.03.19
게재일 2023-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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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가 죽고 드문, 드문 저녁이 오기 시작한다새의 내장 가득 꽃힌 시린 허공미처 떠나지 못한 나뭇잎 한 장 前生을 향해 요동친다저 먼 동네 어디에선가 젊은 엄마가 아이를 찾아 나서던 골목길이 태반 쏟아지듯 열리고꽁꽁 얼어붙은 죽음이 파닥파닥 뒹군다돌이킬 수 없는, 그것이일어서고 있다위의 시는 죽음 이후의 세계인 ‘저녁’이 오기 직전, 그 세계의 ‘전조’ 현상을 보여준다. 현 세상엔 죽음이 널려 있다. “새의 내장 가득 꽃힌 시린 허공”이며, 낙엽이 여기를 얼른 떠나고 싶은 듯 “前生을 향해 요동”치는 바닥엔 “얼어붙은 죽음”도 두려운
시
등록일 2023.03.16
게재일 2023-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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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은 나에게 날짜를 세어준다어느 날 내 심장 속으로 콱 들어와 방 한 칸,집 한 채나는 방 안에 누워 있고, 방은 내 심장 속에서뛰고 있다 방은 아직 살아 움직이고 있다옥탑의 문 앞까지 계단이 시간을 끌어올리고 있다계단이 가쁜 숨을 몰아 검은 발자국들내 목구멍까지 끌어올리는 날, 아침심장마비로 침대 위에 누워 있을 방,날짜도 세다 말고 멈춰버릴 방,월세도 못 내고 굳어버릴 방,썩어 소리 없이 지워질 방,위의 시에 따르면, 시인의 심장은 ‘집 한 채’와 같으며, 그 ‘집-심장’ 속엔 ‘방 한 칸’이 “콱 들어와” 있다. 마음속의 방이
시
등록일 2023.03.15
게재일 2023-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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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 사이로 바다가 보이네소라고둥의 집을 짓고 사는 이여바다는 앞마당에 와서아무 말 없이둘러만 보고다시 돌아가네어부의 집은 고깃배처럼미끄러지네좀더 기우네어부는 자신이 사는 집도 바다와 관계한다. 바다가 그의 집 앞마당까지 오는 것을 보면 말이다. 하지만 어부는 고독한 사람이다. 바다가 “둘러만 보고/다시 돌아가”는 것을 보면 말이다. 바다와 그는 섞이지 않는다. 저 어부는 시인을 의미하기도 할 테다. 바다라는 세상에서 시를 낚는 사람. 그렇다면 시인의 집은 고깃배다. 그에게 다가오지만, 그와 섞이진 않는 세상 위로 미끄러지면서 기우
시
등록일 2023.03.14
게재일 2023-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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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안식일의 나자는 할머니 코에 손가락을 대보기도 한다얻어 온 햄스터의 이름을 지으며 울기도 한다강아지를 처음 데려온 날강아지의 죽음을 계산해보기도 한다나는 매일 안식을 취한다감당할 수 있을 만큼 분할된 고통 속이다안식일은 노동을 쉬면서 신께 기도를 드리는 날이다. 반면, 유혜진 시인에게 자신의 ‘모든 안식일’은 죽음을 생각하는 날이다. 그날 시인은 할머니의 살아계심을 “코에 손가락을 대보”며 확인하거나 햄스터의 이름을 지으면서 그 짧은 운명에 눈물을 흘린다. 또는 강아지가 죽을 날을 계산하기도 한다. 시인에게 안식이란, 저렇듯
시
등록일 2023.03.13
게재일 2023-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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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워서 숲에 들어와낙엽 되어 앉아 있을 때맑은 눈 맞추며앉아 있던 박새포르릉떠나버린 나뭇가지만져보니따뜻하다나뭇가지에서 외로이 떨어져 낙엽이 된 시인. 하지만 외로운 이에게도 눈을 맞추는 존재자가 있다. ‘맑은 눈’을 가진 하늘 위 저 박새가 그것이다. 이 박새와 마주하기 위해서는 홀로 숲에 들어와야 하리라. 물론 저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박새는 얼마 뒤 시인 앞을 떠나버릴 터이나, 나뭇가지에 체온은 남겨두는 것. 시인은 자신이 떠나온 나뭇가지를 만지며 그 따스한 체온을 느낀다. 하여, 우리의 삶은 외롭기만 하지 않다는 것을 비로소
시
등록일 2023.03.12
게재일 2023-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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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어오는 城門밖의 거리도야지를 몰고 가는 사람이 있다엿방 앞에 엿궤가 없다양철통을 찔렁거리며 달구지는 거리 끝에서 江原道로 간다는 길로 든다술집 문창에 그느슥한 그림자는 머리를 얹혔다이 시는 4개의 연을 통해 4개의 장면이 잘 정제된 표현으로 묘사한다. 각 연은 어두운 색조로 채색된 듯한 느낌을 주며, 묘사 대상들은 쓸쓸한 분위기를 풍기는 것들이다. 성 바깥이라는 제목부터가 어떤 소외감을 느끼게 해준다. 1연의 “어두어오는 城門밖”이라든가 2연의 “엿궤가 없다”라는 시구는 사라짐, 상실감과 관련된다. 3연의 이주자의 달구지와 4연
시
등록일 2023.03.09
게재일 2023-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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