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zombi, zombie)는 살아 있는 시체를 말한다. 아이티를 비롯한 여러 나라가 믿는 부두교에서 유래했다. 부두교는 16세기에서 19세기에 걸쳐 서아프리카에서 서인도 제도의 아이티로 팔려 온 흑인 노예들이 믿던 종교다.부두교에 좀비는 부두교의 사제 보커(bokor)가 인간에게서 영혼을 뽑아낸 존재다. 보커에게 영혼을 저당잡힌 사람은 지성을 잃은 좀비가 돼 보커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보커는 이 좀비들을 노동자로 착취하거나 팔아버리기도 했다.대중 매체에 등장하는 좀비는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인해 다시 부활한 시체를 일컫는
세상엔 다양한 그물이 있다. 물고기를 잡는 어망부터 해충을 막는 방충망까지, 우리네 일상에 뗄레야 뗄 수 없는 게 그물(網)이다.그물은 노끈이나 실, 쇠줄 따위를 씨줄과 날줄로 엮어 물과 공기는 통하되 그물코 보다 큰 물체는 드나들지 못하게 하는 구조다. 이같은 그물의 규칙성을 법(法)에 적용해 법적인 감시와 제재를 뜻하는 ‘법망(法網)’이라는 그물도 세상에 존재한다.“법망이 더 촘촘해졌다”, “법망을 빠져 나간 범죄자” 라는 식의 표현이 대표적인 용례다. 때문에 세상의 어떤 그물이던 제 기능을 못한다면 우리의 일상은 큰 혼란에 빠
설날을 집에서 쇠지 않은 지 꽤 여러 해다. 차례는 성묘로 대신하고 설날엔 가족여행을 같이 했다. 모두 모이면 10명, 경주나 부산엘 갔다. 심지어 대구라도 집 아닌 호텔에서 만나 느긋하고 여유로운 명절 연휴를 즐긴다. 며느리들에게 명절증후군 따윈 물려주고 싶지 않은 나의 결심과 용단이 늘 뿌듯하다.얼마 전 남편 생일로 온가족이 모인 김에 설날 장소를 상의했다. 며느리들에게 멋진 제안을 해보라고 했더니 핸드폰을 꺼내들고 날짜를 확인한다.올 설날은 예년보다 좀 늦어 2월 중순께 있다. 큰 아들이 업무 때문에 2월 내내 많이 바쁠 거란
경북대학교 신년음악회에 다녀온 친구가 동영상을 보내왔다. 뮤지컬배우 최정원이 활약한 대목을 꼭 보라는 당부와 함께. 얼마나 감동적인 무대였는지, 궁금증이 일었다.최정원은 10년 만에 초대를 받아서 왔다고 했다. 10년마다 불러주신다면, 10년 뒤 66세가 되는 해에 이곳에서 여러분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녀는 자신의 미래가 기다려진다며, 관객과 나눈 따뜻한 마음을 추억으로 떠올릴 수 있어 행복할 것 같단다. 사랑스러운 모습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그녀는 뮤지컬 ‘맘마미아’로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
인각사의 지붕과 삼국유사 서적의 모양을 형상화한 테마파크의 입구(가온문)를 통과하여 조금 걸으면, 거대한 신화목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 신화목은 환웅이 3천명의 무리를 이끌고 땅으로 내려왔던 태백산의 신단수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삼국유사를 주제로 하는 테마파크의 첫 장소이자 기이하고 환상적인 세상으로 들어가는 입구로서 매우 상징적이다. 일단 방문객들은 17미터나 되는 그 크기에서 한 번, 단군신화를 모티브로 한 공간스토리텔링에서 한 번 테마파크의 이미지를 마음에 새기게 된다.공간스토리텔링은 ‘스토리나 담화를 반영하여 공간의 가치를
경북도가 올해 지방소멸을 극복하는 지방시대를 열기 위해 5대 전략, 22개 핵심과제, 344개 사업에 총 2조7천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5일 경북도는 지방시대위원회와 공동으로 경북도의 지방시대 종합대책을 설명하면서 이같이 밝히고 “지방소멸을 극복한 최초의 지방정부”를 비전으로 제시했다.지금 비수도권의 대부분 도시들은 인구소멸 문제 해결에 골몰하고 있다.
4·10 총선에서 유권자들은 4년 전처럼 ‘위성정당’ 이름이 길게 적힌 투표용지를 다시 보게 됐다. 민주당이 이번 총선에 현행 ‘준(準)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고, 위성정당 창당 계획을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국회 과반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현행 준연동형 비례제를 밀어붙이면 누구도 막을 방법이 없다.민주당은 그동안 준연동형 유지와 병립형 회귀를 놓고 내부 의견이 팽팽히 갈려 결론이 나지 않자, 이재명 대표에게 전권을 위임했고, 이 대표는 지난 5일 긴급 기자회견 형식으로 준연동형 유지와 범야권 위성정당 추진 방침을 발표했다.준연동형
얼마 전 뉴욕타임즈 칼럼니스트가 한국의 저출산 인구 감소세가 흑사병이 창궐했던 14세기 유렵 중세 때보다 더 심각하다고 경고를 해 우리사회에 큰 충격을 던져준 바 있다. 1960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6.16명이었으나 불과 60여년 만에 0.7명대로 추락했다. 지난해 전국의 초중고교 가운데 입학생이 0로인 학교가 무려 2천138군데나 됐다. 학생이 없어 문닫는 학교도 급격히 늘었다.인구가 곧 국가경쟁력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불과 60여년 만에 세계 꼴찌의 출산율을 기록한 우리나라는 그동안 수많은 출산장려 정책을
윤석열 대통령이 설 연휴를 이틀 앞둔 7일 저녁 KBS를 통해 신년 대담을 하며 국정구상을 밝힌다. 대통령의 지지율 반등이 절실한 여권으로선 신년대담을 앞두고 초긴장상태다. 대담 내용과 이에 대한 여론 추이에 따라선, 신년대담이 국민소통보다는 불통 이미지를 더 굳히는 악재가 될 수 있어서다.최대관심사는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논란에 대한 대통령의 발언 수위다. 윤 대통령은 대담 녹화 전 “어떤 질문이든 다 받겠다. 내 생각 그대로 솔직히 말하겠다”며, 예상 질문·답변지를 작성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한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사람이 살아가는 목적은 생존이다. 생존의 질과 양을 증가시키는 것이 인생이고, 질과 양에는 삶의 가치관과 인생 방향에 맞는 선택과 도전이 있다. 질과 양을 높이는 것은 삶의 시선의 높이를 결정하는 일이고, 시선의 높이가 삶의 수준을 말한다. 미술관을 갔을 때와 가라오케를 갔을 때 어느 쪽이 편하고 즐거운가, 즐거운 쪽이 내 시선의 눈높이고 불편하고 불균형이면 내 눈 높이가 아닌 것이다. 균형을 이룬다는 것은 공감한다는 것이고 공감이 즐거움과 행복을 생산한다. 정상을 향하여 가는 산행이나 내 삶의 목표를 향해 가는 인생길은 여러 가지
입춘에 즈음해 며칠째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렸다. 메마른 대지에 비나 눈이 내리니 멀지 않아 봄날이 성큼 다가올 것만 같다. 얼음장 밑에서도 물고기가 헤엄을 치고 있듯이, 촉촉하게 적셔진 땅 속에서는 인동의 뿌리가 꿈틀대며 새 생명의 물을 긷고 있을 듯하다. 길게만 여겨졌던 육중한 겨울날이 가녀린 비에 밀려 서서히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지만, 결코 만만하게 물러나지는 않을 것이다. 꽃이 피고 잎이 돋는 걸 막으며 막바지 추위로 시샘도 할 것이다. 그래서 2월을 시샘달이라고 했던가.벌써 2월이라 이른 봄의 절기가 시작됐다. 숫자나 시
국민의힘이 지난주 4·10 총선 지역구 공천신청을 마감한 결과, ‘텃밭’과 ‘험지’의 지원현황이 크게 대비됐다. 당선가능성이 큰 대구·경북 지역구는 지원자가 쇄도했고, 호남 지역구 10곳은 공천신청자가 아예 없었다. 전국적으로는 253개 지역구에서 858명(남자 736명, 여자 113명)이 신청했다. 대구는 12개 지역구에 44명이 공천을 신청했다. 중·남
비수도권에서는 처음으로 대구권 광역철도가 올해 말 개통된다. 박상우 교통부장관은 지난 2일 서대구역을 방문, 대구권 광역철도 1단계 사업에 대한 점검을 했다. 구미-대구-경산을 잇는 대구권 광역철도 사업은 현재 79%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올 8월 영업 시운전을 거쳐 12월말이면 개통된다. 구미-대구-경산 61.85km 구간에 8개의 정거장이 생기고 GT
가오슝 시는 타이완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다. 타이완 남부에 있다. 아주 큰 컨테이너 항구를 가진 항구도시다.타이완에 대한 나의 기억은 무엇보다 조용한 나라라는 것이었다. 타이페이에 2박 3일 머물러 본 기억밖에 없으나, 그 차분함은 오래 강한 인상으로 남았다.거리의 가게 간판들은 번자체 한자여서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지하철의 규모나 운영 방식은 한국과 일본을 섞어 놓은 것 같았다. 사람들은 한국인, 일본인들과는 아주 다르게 느껴졌다. 몸에 배인, 일본인들과도 다른 차분함 같은 것이 있었다. 억눌려 있는 것 같다고 말하면 큰 실
인구 수 5만5천 명의 예천군은 선거 때마다 지역구가 바뀌었다. 인구가 적다보니 인근 시·군과 합쳐야 선거구를 유지할 수 있다. 예천군은 1988년 소선구제가 실시되기 전에는 문경·예천군이 중선거구제로 하나로 묶여 있었다. 이후 소선거구제가 되면서 점촌·문경시 선거구와 예천군 선거구가 분리됐다. 그러다가 1996년 15대 총선부터 예천은 다시 문경과 복합선거구가 됐다. 이후 16~19대까지 문경·예천은 한 선거구로 지속됐다.20대 총선 때는 다시 바뀌었다. 인구 상하한선을 정하는 공직선거법이 개정됐기 때문이다. 인구 감소로 경북은
1명 이상이 사망하거나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의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하거나 동일한 유해 요인으로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한 경우 중대재해로 규정한다. 중대재해특별법은 사고가 발생할 때 사업주나 경영책임자 등이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한다.2022년 1월 27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시행하며 영세 사업장의 부담을 우려해 50인 미만 사업장과 50억 원 미만의 건설 현장에 주어진 2년간의 유예기간이 이제 끝났다. 정부의 대비에도
지난 1월 25일부터 26일까지 제1회 한국현대문학자대회가 개최됐다.이번 대회는 단순한 학술대회가 아니라 더 이상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된다는 절박감이 만든 것이다. 이것은 각자도생의 삶을 넘어서 새로운 학술제도 및 문화를 수립하겠다는 공동선언에서 알 수 있듯 대한민국 일반의 문제를 공유하는 것이기도 하다. 나도 이번 대회에 작은 힘이나마 함께 하며 2주에 한 번씩 온라인 회의를 하는 강행군에 동참했다. 처음 줌 회의에 참석했을 때 참여자의 다수가 나보다 어린 것에 놀랐던 기억이 있다.대회 첫째 날 논평자로 대회장을 찾았다. 내가 논
평소 오키나와의 역사와 문화에 관심이 많던 저희 일행이 오랜 준비 끝에 인천공항을 출발한 것은 지난 1월 15일 오전이었습니다. 그날 서울의 아침 기온은 영하 7도였는데요. 2시간여의 비행을 끝내고 나하 공항에 착륙했을 때, 활주로의 곳곳에는 이름 모를 들꽃이 활짝 피어 우리를 반겨주었습니다. 서울에서 남쪽으로 1천200㎞가 떨어진 섬에 왔다는 걸 고려하더라도, 놀라지 않을 수 없는 풍경임에는 분명했습니다.비즈니스 호텔에 여장을 푼 일행은 오키나와의 역사를 상징하는 슈리성(首里城)으로 향했는데요. 슈리성은 1429년 오키나와 전체를
내가 국립국어원장으로 일하던 때였던 2006년, 당시 한국시인협회에 전국시인들이 고향 방언으로 창작한 시를 묶은 방언시집 출간을 요청하였다. 현대시 100주년인 2007년을 기념하는 차원이었다. 국립국어원의 뜻밖의 요청에 시인들은 놀라워하면서도 크게 반겼다. 반면 국어학 연구 교수들은 방언시집 발간이 국립국어원의 역할인가 의문의 눈초리를 보냈다. 강한 거부의사도 서슴치 않았다. 모 대학 교수는 국립국어원장이 표준어의 어문정책을 파괴하는 행위를 한다며 청와대에 국민청원을 내기도 하고 더 나아가 원장 파면을 선동하는 글을 SNS에 올리
울릉도 눈 축제가 ‘가족·연인·친구와 함께하는 설(雪)렘 가득 울릉도 눈 체험’을 주제로 나리분지에서 대단원의 막을 내렸지만 아쉬움을 남겼다.14년 만에 부활한 올해 눈 축제는 지난해에 이어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개최된 부활 두 번째 눈 축제로 나리분지에 많은 눈이 쌓인 가운데 개막식에 눈까지 내려 의미를 더했다.하지만, 개막식에 200여 명이 참석해 분위기가 설렁했다. 이런 가운데 울릉군 공무원들의 열정, 많은 눈, 기획과 구성, 진행은 나름대로 작은 성공은 거뒀다는 평가다. 그러나 울릉도 눈 축제는 참가자가 많은 게 전부가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