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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흔적만 봐도/흔들리는 대간길/신선봉을 내려와/무너진 성황당 돌 더미에 이르면/새이령/누군들 그냥 스쳐 지나갔으랴/갈 길 내려놓고/갈 데 없이 떠도는 혼을 달래며/새이령을 넘나들었으리영은 마장터로 내려가고/바람은 능선으로 몰려가네/암능을 타고 너덜 지대에서 휘청거리다/병풍바위를 지나 마산마산 봉우리는/참호와 참호/벙커와 벙커에 걸쳐 있고/대간길 절벽으로 떨어지네흘리로 흘러들어도 절벽/진부령으로 흘러내려도 절벽/군사분계선을 끼고 사는 우리들/어딜 가도 절벽이네산속에 있는 성황당의 파괴는 전쟁 때문일 테다. 이곳에서 많은 이들이 죽
시
등록일 2023.09.06
게재일 2023-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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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이동생의 하이얀 첫아이를 보듬고어둠에 잠긴 도시를 내려다본다해골을 넣고 다니는 시뻘건 그림자들을낚시 바늘처럼 반짝이는 네온의 불빛을 바라보며아이의 눈썹 속에 소리없이 떨어진두 개의 까아만 씨앗을 어루만진다.허, 내가 이 아이에게 노래할 제목은 무엇일까아직 부르지 않은 노래만이 그 제목일 것 같아어둠에 잠긴 도시를 뒤돌아선다방 가운데 매달려 흔들리는 하늘에누이동생의 첫아이를 올려 놓는다그리고 별들이 내려와 속삭이는 소리를 듣는다.“하이얀 첫 아이”의 ‘까아만’ 눈동자와 ‘네온의 불빛’만 반짝이는 도시의 어둠이 대조된다. 저 “낚시
시
등록일 2023.09.05
게재일 2023-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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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는 것은/ 썰물에 갯벌 드러나듯/ 마음이 열리는 것이어서/ 조금씩/ 천천히/ 바닥이 되는 것이어서/ 낮게, 낮게 흐르는 것이지파도에 시간을 풀어주고/ 물길 발자국도 거두어 주고/ 제 속이 훤히 드러난 자리/ 멀리, 멀리서 날아오는/ 바닷새 몇쯤 앉히는 일이지물길 열려 걷는 길/ 발가락 사이로 진흙 빠져나오듯/ 부드럽게 그대 감싸 주며/ 가만, 가만히 풀어지는 먹빛/ 그 그늘 머금은 바위섬/ 오래 두고 기다리는 것이지위의 시에 따르면, “사랑한다는 것은” ‘썰물’이 “낮게 흐르”면서 천천히 드러내는 ‘갯벌’처럼, “마음이 열리
시
등록일 2023.09.04
게재일 2023-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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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발가락보다 더 가난한 게 어디 있으랴지푸라기보다 더 가는 발가락햇살 움켜쥐고 나뭇가지에 얹혀 있다나무의 눈썹이 되어 나무의 얼굴을 완성하고 있다노래의 눈썹, 노래로 완성하는 새의 있음배고픈 오후,허기 속으로 새는 날아가고 가난하여 맑아지는 하늘가는 발가락 감추고 날아간 새의 자취좇으며 내 눈동자는 새의 메아리로 번져나간다새의 “지푸라기보다 더 가는 발가락”을 응시하는 시인의 눈동자. 새는 그 발가락으로 햇살 한 줌만을 움켜쥐고 있다. 새가 가진 것은 그 햇살 한 줌이 전부다. 그렇게 가난한 새는 “나뭇가지에 얹혀” 나무의 눈썹
시
등록일 2023.09.03
게재일 2023-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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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에서 실시하고 있는 ‘생활안정자금 융자’ 사업에 대해 궁금합니다. 네, 근로복지공단에서는 저소득 노동자의 생계지원을 위해 혼례비, 자녀양육비 등 생활필수자금 8종을 장기 저리(연1.5%)로 융자하여 생활 안정에 도움을 드리는 사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8종 융자의 종류와 요건은 무엇인가요. ‘혼례비’는 근로자 본인 또는 자녀의 혼례 및 결혼생활 유지에 필요한 비용, ‘자녀학자금’은 근로자의 고등학교 재학 자녀의 수업료 등 교육에 드는 비용, ‘의료비’는 근로자 본인 또는 피부양자인 가족의 치료비, 산후조리
상담
등록일 2023.09.03
게재일 2023-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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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성모병원이 최근 마리아홀에서 호스피스 신규 자원봉사자 양성 교육과 수료식을 진행했다. 이번 교육에는 47명의 봉사자가 참여했으며, 봉사자가 전원 수료를 하는 등 호스피스 자원봉사에 대한 지역민들의 관심과 열의가 뜨거웠다.교육내용으로는 △호스피스 완화의료 개요 △삶과 죽음에 대한 이해 △말기암환자의 신체증상 및 통증관리 △사별가족 돌봄 등 총 10시간에
건강
등록일 2023.08.31
게재일 2023-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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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나 불안을 경험할 때, 그 감정이 종종 신체적인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은 매우 흔한 현상이다.이는 우리의 뇌와 몸이 상호 작용하며 발생하는 것으로, 일상생활에서 쉽게 관찰될 수 있다.□불안이 몸으로 느껴질 때불안에 동반되는 신체적 증상은 두근거림, 호흡곤란, 가슴 답답함, 발한 현상, 두통, 오심과 구토, 피로감, 손발저림 등으로 다양하다.이같은 증상들은 대개 불안 상태가 심해짐에 따라 더욱 강해지지만, 때로는 강한 불안감의 자각 없이 독립적으로 발생할 수도 있다. 신체적 증상들은 간혹 불안장애의 첫 징후로 나타날 수도 있으므
건강
등록일 2023.08.31
게재일 2023-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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쯔쯔가무시증 감염 우려가 커지는 가을철을 앞두고 방역 당국이 매개곤충인 털진드기에 대한 감시 체계를 가동했다.질병관리청은 지난달 30일부터 전국 20개 지역에서 털진드기 발생밀도 감시사업을 시작했다.쯔쯔가무시증은 쯔쯔가무시균을 보유한 털진드기의 유충에 물린 후 발생한다.물린 자리에 가피(검은 딱지)가 생기고 발열, 근육통, 반점상 발진, 림프절종대 등의 증상을 일으킨다.보통 1∼3주 잠복기를 거친 후 급성으로 발생하는데, 감염 초기에 적절한 항생제치료를 하면 비교적 쉽게 회복되지만 단순 감기몸살로 착각해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쉬우므로
건강
등록일 2023.08.31
게재일 2023-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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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無) 밭인 창공을 향해한 뼘만큼의 설움을바닥을 치고 오른 가지처럼 내민다영혼이 누워도안간힘으로 버티는육신의 굴레에서 움트는 지독한 사랑아무도 모를잔상殘像이 겨울로 고스란히 남아감히 나는 울음 우는 것조차 망설여진다슬픔의 글자들이강물 위에 비로소 역할을 내려놓는다위의 시에 따르면, 사랑은 영혼이 아니라 육신에 존재하는 것인지 모른다. “영혼이 누워도” 사랑은 “육신의 굴레에서 움트는” 것을 보면 말이다. 어쩌면 사랑은 굴레가 있기 때문에 절절하고 지독한 것 아닐까. 그래서 사랑은 영원하지 않아 언젠가 실패하며, “아무도 모를/잔상
시
등록일 2023.08.31
게재일 2023-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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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를 뒤집어쓰고 누웠다멀어지는 날개를놓아주었다나무 사이로슬픔이 타오르는 것을 지켜보며우리는 포옹을 하고서로의 깃털을 다듬으며가장 먼 곳사랑이라는 이름으로성홍열이 지나간 자리를불어 주는 검은 얼굴이 되어우리는 사랑을 좀처럼 보내지 못하지만 결국 사랑을 놓아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마음 안에서 “슬픔이 타오르는 것을 지켜보”면서, ‘멀어지는’ 사랑의 “날개를/놓아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하여, 시인의 영혼은 불타는 슬픔으로 잿더미가 되지만, 시인은 “서로의 깃털을 다듬으며” 사랑과 이별하고, 검게 그을린 재의
시
등록일 2023.08.30
게재일 2023-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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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에 모일 식구 없음을 알면서도그래도 아버지 흉내를 내보느라호떡을가방에 사 넣고지하철에 몸 싣는다하나둘 가로등에 불빛이 들어오면왜 눈물이 나는 건지, 본성의 눈물인지품 안에넣어온 아버지의 풀빵목젖까지 젖는 밤아버지가 귀가하시면서 맛있는 것을 사다주셨을 때 기뻐했던 아이 때의 기억은, 누구나 여전히 생생할 테다. 최도선 시인의 아버지는 호떡을 사다주시곤 했던 모양이다. 시인의 아버지는 이제 세상에 안 계신 듯, 식탁은 비어 있다. 호떡의 기억을 되살리고픈 시인은 호떡을 사서 가방에 넣는다. 그러자 아버지가 부재하다는 사실이 도리어
시
등록일 2023.08.29
게재일 2023-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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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넓고 넓은 대서양에서 놀다수족관에 들어와 삼 년째 살고 있다수인번호라도 단 듯,거실에 불 나가고 수족관에 밤이 찾아오면 뜬눈으로 지샌다껌벅껌벅 눈물 밀어내며 창밖을 기웃거린다남은 거라곤 개뿔, 초조 불안밖에 없다먹거리 쌓여 있어도 바깥세상 고입에 강대나무 닯아간다작은 울음들 다닥다닥 붙어 있는 각진 벽들이받은 주둥이 아물 날 없다그럴 때마다 수면이 퍼덕퍼덕 요동친다머릿속 시나브로 비워져 가고 눈앞 아득히 흐려져 간다시인의 정신은 대양을 횡단하는 물고기와 같을 테다. 하나 시인이 이 지상의 세상에서 사는 일은, 붙잡힌 대양의 물
시
등록일 2023.08.28
게재일 2023-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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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대지급금 제도 외 다른 임금체불 해소 지원사업에 대해서도 궁금합니다. 도산대지급금 외 간이대지급금 제도가 있습니다. 간이대지급금은 2015년 7월 1일부터 종전에 도산한 사업장에 한해 지급하던 것을 사업주의 도산여부와 관계없이 ‘법원의 확정판결’을 받고 관할 지방고용노동청의 체불 임금 등·사업주 확인서를 첨부하여 우리공단에 신청하면 사업주를 대신하여 체불된 대지급금 중 임금(휴업수당)과 퇴직급여액을 각각 700만원 한도(간이대지급금 총 상한액 1천만원)로 지급하는 제도입니다.또 2021년 10월 14일 이후 발급받은
상담
등록일 2023.08.27
게재일 2023-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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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라는 말보다는흠집이란 말이 더 아늑하다마음에, 누가 허락도 없이집 한 채 지어놓고 간 날은종일 그 집 툇마루에 걸터앉아홀로 아득해진다몇 날 며칠부수고 허물어낸 빈터에몇 번이고 나는,나를 고쳐 짓는다‘흠집’에 대한 재의미화가 돋보이는 시. 시인에 의하면, 흠집도 ‘집’이어서 ‘아늑’한 집이다. 하지만 이 집은 “누가 허락도 없이” 지어놓은 집, 시인이 그 집 “툇마루에 걸터앉아/홀로 아득해”지는 것을 보면. 예전에 사랑했던 사람이 갑자기 나타나 지어놓은 상처-흠-의 집 아닐까 한다. ‘흠집’에서 계속 살 수는 없다. 시인은 이 집
시
등록일 2023.08.27
게재일 2023-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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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노래하고 있었다. 침상의 엄마는, 쇠잔하여,어둠 속으로 아름다운 이마를 숙이고, 임종을 맞고 있었다.(중략)아이는 다섯 살이었다. 창가에서,그의 웃음과 그의 놀이가 쾌활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엄마는 하루 종일 노래하는 이 가련하고온화한 존재 곁에서, 밤새 기침하고 있었다.엄마는 수도원 포석 아래로 가 잠들었다.어린아이는 다시 노래하기 시작했다….고통은 하나의 열매이다. 신은 열매를 키우지 않는다.매달고 있기에 너무 약한 가지에는.침상엔 쇠잔하여 죽어가는 ‘아이의 엄마’가 있다. 그 옆엔 웃으며 노래 부르며 놀고 있는 ‘다섯
시
등록일 2023.08.24
게재일 2023-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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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는 꼭 필요한 경우에는 약이 되지만 남용할 경우에는 독이 된다. 장내 미생물과 관련이 있어 소아비만 위험을 높이며, 성인의 경우 당뇨병, 치매와 알츠하이머병, 그리고 폐암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이제 막 돌이 지난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빈혈약 처방을 받으러 온 30대 여성이 진료실을 나가면서 묻는다.“아이가 감기 걸리면 항생제를 함께 먹여
건강
등록일 2023.08.24
게재일 2023-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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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마음이기에부드럽고 포근한가그러나 눈이 되기까지티끌 하나 남김없이스스로를 완전연소 시켜야 했다그러므로 눈이 된다는 것은사악한 것과 까칠한 것죄라고 생긴 모든 것 헹궈야비로소 순백의 마음을 얻을 수 있으니사랑이여당신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면우리가 뜨거워져사라져도 좋으리.시인에 따르면, 눈은 “스스로를 완전연소 시켜야” 탄생한다. 지상의 물이 증발해 생긴 구름이 찬 공기와 만나 눈이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는 발상이다. “죄라고 생긴 모든 것”이 묻어 있는 지상의 물이 연소되어야 증발은 이루어질 수 있다. 그 연소
시
등록일 2023.08.23
게재일 2023-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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