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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 바다에 가서붉은빛 한 동이를철철철 넘치도록 담아 왔네해가 뜨지 않거나 꽃이 피지 않는 날마다한 홉씩 꺼내어 마음의 정수리에 들이부었네아무도 어둡지 않은 봄날의 찬란이었네꽃에게 헌정한 마지막 황홀이었네미소가 떠올려지는 동시에 어떤 슬픔도 느껴지는 시다. 동해 일출의 ‘붉은빛’을 담아 와서 “마음의 정수리에 들이”붓는다는 시의 착상이 미소를 자아낸다. 하지만 그렇게 마음속에 담긴 붉은빛이 드러낸 ‘봄날의 찬란’은 ‘마지막 황홀’, 즉 곧 끝날 황홀이다. 우리의 일상적 삶은 어둡고 황량한 나날로 채워져 있는 것, 붉은 일출의 황홀한
시
등록일 2023.05.24
게재일 2023-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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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나의 욕설도무지막지한 주먹 앞에선 나약한 촛불에 지나지 않는다분노를 훔쳐라나는 불씨를 어금니에 물고 있는 어둠이다프로메테우스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다. 짧지만 강렬한 울림을 주는 시. 오직 작은 일에만 분개하고, 세상의 부정의에 욕설로만 대응하는 “당신과 나”에게 이 시대의 프로메테우스는 분노라는 불을 훔쳐 오라고 명한다. ‘촛불’이 아니라 폭발 일보 직전인 분노의 불씨를 어금니에 물고 있는 어둠이 우리 시대의 프로메테우스다. 그는 말한다. 마음의 깊은 곳에 분노를 품지 않는다면 인간의 삶은 개선될 수 없다고.
시
등록일 2023.05.23
게재일 2023-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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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개의 점을 그리고 있었다. 종이를 접으면 몇 개의 점은 서로 만났다. 하나의 점이 독백이었을 때 또 하나의 점은 어둠이었다. 독백과 어둠이 만나는 점은 하나의 세계여서 내가 있거나 나는 없는 세계. 하나의 세계를 멈추려고 꽃잎은 떨어진다. 빼앗긴 얼굴을 되찾기 위해 나는 시를 읊고 춤과 봄을 연결하는 바람이 분다.위의 시에 따르면, 시 쓰기는 독백과 어둠, 나의 존재와 나의 비존재를 겹치게 만드는 작업이며 이 작업을 통해 시의 ‘공간-세계’가 형성된다. 이러한 시 쓰기는 결국 나를 잃어가는 행위, 즉 비인칭적인 어둠에 의해 나의
시
등록일 2023.05.22
게재일 2023-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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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만나러 가는길 속에한참을 있었습니다별빛을 따라몸을 눕히는가난한 갈대밭이털을 부비고 있었습니다바래져가는 갈잎 위로시린 별빛이주춤주춤 쌓입니다그 별빛 다 녹도록걷고 또 걸어도제자리걸음입니다삶은 ‘길’로 비유되어 왔다. 위의 시의 시인에게 삶은 “당신을 만나러 가는/길” 위에 있다. 그런데 “걷고 또 걸어도/제자리걸음”인 것이 갈대밭 속에 있는 그 길이다. 사랑의 길은 밤에 놓여 있으며, 당신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다. 밤길을 비추는 별빛도 마음 시리게 쌓일 뿐이다. 사랑하는 삶은 혼란에 빠질 것이고,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할
시
등록일 2023.05.21
게재일 2023-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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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형광등을 켜고김이 무럭무럭 나는 음식에숟가락을 들이대며 웃었다케이크를 자르면빈 공간이 커지고날 부르는 목소리를경계하며 살아간다 해도한 번쯤 불을 껐던 그 입으로누군가를 새로이 축복할 수 있기를떠나가는 자가 눈에 남긴 발자국을 보며겨울이 남긴 화인이라 여겼다사람들을 배웅하고 돌아오자머리에선 재 냄새가 났다 (부분)생일 케이크를 잘랐을 때 드러나는 ‘빈 공간’처럼, 사람들과의 관계는 공허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시인에겐 친구들의 축복을 받으며 생일 케이크를 자르고 친구들과 음식을 같이 먹는 그 시간은 고맙고 소중한 순간이다. 결
시
등록일 2023.05.18
게재일 2023-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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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에 이르러 인류의 마을은 사방이 벽, 머흘다 어디쯤엔가 우리도 멸종 위기종으로 줄을 섰으리 함부로 헐고 쌓은 지구별, 억년 빙하 녹는다 해수면 아래 지도가 사라진다 홍수, 산불, 쓰나미, 침출수, 더는 쌓을 데 없는 쓰레기, 여기 아닌 소행성에 버리자-는 다른 행성으로 이주하자-는 어이없는 입방정이라니…. 이 캄캄한 오늘, 이 몹쓸 고립감, 어쩌나?!그래도 우리 땅, 초록별이다 다시 토닥토닥 흙을 다지고 사과나무를 심거라 아들아! (부분)인류 멸종 위기는 ‘억년 빙하’의 해빙과 해수면 상승, “홍수, 산불, 쓰나미” 등의 현상을
시
등록일 2023.05.17
게재일 2023-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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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서 옵니까 고요는 온종일 혼자와 놀다 보면 인사를 버리고 안부를 잃습니다 어떻게 말을 건넬까요 손을 흔들어도 영혼일 뿐이라면안녕 나는 조금씩 사라집니다 오래 전 마음 같지 않습니다 마음…. 커다란 단어라는데 너무 빨갛고 어지러운 단어라는데 나에게는 걱정이 많은 말이에요 말하는 순간 놓쳐버릴까 두려운 한순간(중략)아름다움과 어리석음이 뒤섞인 뒷모습은 어디로 떠나갑니까 입을 열면 부드러운 안개가 흘러나오는 새벽 오늘의 한숨은 다정한 악기입니다 조금씩 아껴 아프다 어두워지는 근심의 힘으로 오로지 조용함으로 감싸여 유영하기를 바라던
시
등록일 2023.05.16
게재일 2023-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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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월의 밤은 또얼마나 많이 흘러가 버렸는지,땅바닥을 구르던 내 눈물은지옥 같았던 내 눈물은왜 아직도 내 곁에 있는지칠월의 길엔 언제나 내 체념이 있고이름조차 잃어버린 흑백 영화가 있고빗물에 쓸려 어디론가 가버린잊은 그대가 있었다여름날 나는 늘 천국이 아니고,칠월의 나는 체념뿐이어도 좋을 것모두 다 절망하듯 쏟아지는 세상의 모든 빗물,내가 여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위의 시에 따르면, 소나기가 내리는 밤이 많은 칠월은 “이름조차 잃어버린 흑백 영화”를 볼 수 있는 달이다. 우리는 그 영화에서 애써 “잊은 그대”를 지금 시간에 아프게 만날
시
등록일 2023.05.15
게재일 2023-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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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마주 보고 누웠을 때당신의 심장은 아래로 쏟아지고내 심장은 쏟아지는 세상을 받아냈는데내 팔베개에서 자꾸만 강물이 흘러당신 귀는 깊이 잠들지 못했네내 피가 실어 나르는 복숭아 꽃말을다 듣고 있었네 그때 나는벌써 죽은 사람이었고당신은 살아서는 다시 못 꿀꿈처럼 가엾이 아름다웠네사랑을 몸으로 느낄 때가 있다. “우리가 마주 보고 누웠을 때”가 그렇다. 심장과 심장이 뒤섞이고 피가 서로에게 흐르는 시간. 위의 시는 나른하면서도 격렬한 그 시간을 보여준다. ‘나’의 피가 “복숭아 꽃말을” “실어 나르”고, “당신 귀는 깊이 잠들지 못
시
등록일 2023.05.14
게재일 2023-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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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는 꿈꾸는 사람이었고사는 게 별것 있나며거리에서 죽겠다는 사람이었다사십여 일 동안 단식을 하던 선배는 실신해 병원에 이송됐다죽더라도 굶겠다는선배에게물 같은 미음을 먹게 한 것은아직 오지 않은세상죽음 앞에서절규하듯 시를 토해내는저 시인은 무엇을 더 말해야 하나살아남기로 다짐한 사람은얼마나작은가 (부분)“거리에서 죽겠다는” ‘선배’ 시인이 여전히 존재한다. 그에게 거리는 불의의 권력이 장악한 이 세상에 저항하는 싸움터다. 거리에서 단식 투쟁을 하고 실신하면서까지 “절규하듯 시를 토해내는” 시인. 그가 미음을 먹으며 삶을 지탱하는 것
시
등록일 2023.05.11
게재일 2023-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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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속에 눈이 내린다몸이 항복할 때까지 내리고또 내리다가기어이 통증으로 쌓인다그러다 불현듯그리움이 눈을 뜬다하얗고 시큰한 통증 속에서나는 이 통증보다그리움 속에 핀 네 웃음이더 아프다함박눈이 내리는 모습은 우리를 추억으로 이끈다. 하나 추억이 고통인 이들도 있다. 지금은 잃어버린 시절을 떠올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에게 마음속에 내리는 눈은, 쌓이는 통증이다. 이 쌓이는 눈 속에서 “불현듯/그리움이 눈을” 뜨면, 통증은 배가된다. “그리움 속에”서, “네 웃음이” 피어나기 때문이다. 우리의 기억 속에서 눈을 뜨기 시작한 아름다운 시절
시
등록일 2023.05.10
게재일 2023-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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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싸한 동백꽃 향수를 뿌린 임원그 곁에 놓인 야구 배트회의 중 그는 방망이를 휘둘렀다야구공을 던지고 받아내던김과장이 우울증 약을 먹기 시작했고퍽Fuck! 실적을 맞추지 못한이민 이세대 이차장은 갓댐잇, 미국으로 돌아갔다매 맞고 매질하고 돌아온 봄밤식은땀에 베개와 침대가흠뻑 젖어 잠을 깨면아직 살아있음을 깨닫는알싸한 동백꽃 산중길 잃어 샛노래진 나를당신은 착한 사람이라 불렀다“동백꽃 향수를 뿌린” 임원이 직원들에게 방망이를 휘두르는 저 반인권적 상황은 지금도 모습만 달리한 채 지속되고 있지는 않은지. 어떤 직원은 우울증 약을 먹어야
시
등록일 2023.05.09
게재일 2023-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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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간꾼들 찾아와말을 살피다 돌아갔네낯선 손님 엉덩이 쓸어 줄 적마다긴 말총 후려치며, 버둥대며팔려 가는 당나귀 뒷모습이 어른거려삽짝 들어서기 무섭게 마구간부터 살폈고말 꼭 껴안아 줄 때는내 목젖이 먼저 내려앉았네거간꾼 말대로라면 더는 부려 먹기도 마땅찮아고기로나 처분될지도 모른다는 말에사라진 말의 행로가 불안하기는발 여린 나와 별반 다르지 않았네말과 소, 돼지 등은 인간을 위해 사육되어 그 삶 자체가 착취당해왔다. 하지만 인간은 이러한 착취를 당연시하고 그 동물들의 고통을 모른 척했다. 시인은 유년 시절, 사랑했던 어떤 당나귀를 기
시
등록일 2023.05.08
게재일 2023-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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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 가보니 나무들은제가끔 서 있더군제가끔 서 있어도 나무들은숲이었어광화문 지하도를 지나며숱한 사람들이 만나지만왜 그들은 숲이 아닌가이 메마른 땅을 외롭게 지나치며낯선 그대와 만날 때그대와 나는 왜숲이 아닌가짧은 시는 주로 번득이는 시적 발견을 담아낸다. 위의 시는 숲속의 나무가 “제가끔 서 있”지만, 그 나무들이 함께 숲을 이루고 있다는 발견을 보여준다. 반면, “숱한 사람들”은 도시 거리를 걸으며 서로 만나지만, 숲을 이루지 못한다는 비판적 발견 역시 보여준다. 숲의 젖은 흙 위에 서 있는 나무들은 조화롭게 함께 하는 삶을 산다
시
등록일 2023.05.07
게재일 2023-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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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뇌아를 낳고 보니 산모는몸 안에 공장 지대가 들어선 느낌이다젖을 짜면 흘러내리는 허연 폐수와아이 배꼽에 매달린 비닐 끈들.저 굴뚝들과 나는 간통한 게 분명해!자궁 속에 고무 인형 키워온 듯무뇌아를 낳고 산모는머릿속에 뇌가 있는지 의심스러워정수리 털들을 하루 종일 뽑아댄다.위의 시는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그로테스크하고 충격적으로 드러낸다. 공장 지대가 가져온 환경오염으로, 그 지대에 사는 산모가 무뇌아를 낳는다. 산모는 자신의 “몸 안에 공장 지대가 들어선 느낌”을 받고 “젖을 짜면” “허연 폐수”가 흘러내릴 것이라고 상상한다. 자
시
등록일 2023.05.03
게재일 2023-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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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여기 와 피어 있느냐산을 지나 들을 지나이 후미진 골짜기에바람도 흔들기엔 너무 작아햇볕도 내리쬐기엔 너무 연약해그냥 지나가는이 후미진 골짜기에지친 걸음걸음 멈추어 서서너는 떠돌지 말라고내 눈에 놀란 듯 피어난 꽃아작은 생명이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경우가 있다. 시인은 이를 “후미진 골짜기에” 피어 있는 ‘노루귀꽃’에서 경험한다. ‘연약해’ 보이는 이 꽃이 이런 험한 곳에 피어 있다는 사실이 새삼 경이로움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이 경이는 생명의 거대한 힘이 작은 자연물에서 더욱 드러난다는 사실의 깨달음에서 연원한다. 하여 시인에
시
등록일 2023.05.02
게재일 2023-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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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침에는 그 길 건너오던오소리 한 마리 승용차에 치여 죽었다어젯밤에는 그 길 건너가던토종 다람쥐 한 마리 화물 트럭에 받혀 죽었다오늘 아침에는 그 길 위에서술 취한 버스가 젊은 사람을 죽였다사람이 만든 길이 착한 생명을 죽인다 로드 킬사람이 만든 길이 사람을 죽인다 로드 킬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사람의 길이직선으로 달려가고 있다현대 문명이 만들어낸 고속도로. 사람의 편리를 위해 만들어진 이 도로에서는 숱한 죽음이 발생한다. ‘승용차’, ‘화물 트럭’, ‘버스’에 치어 죽은 ‘오소리’, ‘다람쥐’, ‘젊은 사람’을 보라. 선량한
시
등록일 2023.05.01
게재일 2023-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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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의 사방에 플러그가빠져나와 있다탯줄 같은 그 플러그들을 매단 채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다비린 공기가플러그 끝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곳곳에서 사람들이몸 밖에 플러그를 덜렁거리며 걸어간다세계와의 불화가 에너지인 사람들사이로 공기를 덧입은 돌들이둥둥 떠다닌다현대는 인간과 기계의 결합이 이루어진 시대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부모 잃은 아이처럼 불안해하는 우리의 모습을 보라. 기계가 부착되어야 살 수 있는 인간 아닌가. 시에 따르면, 플러그는 탯줄과 같다. 사람들은 전원을 얻기 위해 거리에서 “플러그를 덜렁거리며 걸어”가고 있다. 시인은
시
등록일 2023.04.30
게재일 2023-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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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잃은 것도 아닌데모르는 골목으로 들어갔다가 아는 골목으로 나온다골목과 골목 사이알다가도 모르겠는 시간이 흐르고짐보따리 하나를 든 여자가 잠옷 차림으로서울역 앞에 서 있다겨울 바람이한밤중 흰 새들을 마구 떨어뜨린다새들을 밟고 손을 호호 불며막차를 타려고 사람들이 뛰어간다위의 시는 “알다가도 모르겠는” 착란의 시공간을 펼쳐낸다. “서울역 앞에”서 “짐보따리 하나를 든” ‘잠옷 차림’ 여자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른 채 기차를 타려고 집을 나온 몽유병자 같다.(그 여자는 시인 자신을 상징하는 것 아닐까.) ‘겨울 바람’을 맞은 새들
시
등록일 2023.04.27
게재일 2023-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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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죽어서 나비가 된다 하니다음 세상에선번잡한 세상 따윈 기웃거리지 않고고요한 숲속 문지기가 되어야지아침이면 곤히 잠든 나무들 흔들어 깨우고낮엔 새들 불러내 함께 노래해야지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날갯짓하고밤이면 꽃잎 속에서 잠들어야지별을 세다가 말다가아름다운 꿈나라로 달려가야지시인은 냉혹하고 잔인한 세상-“번잡한 세상”-과 싸우면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자 하는 존재다. ‘새들’ 같은 존재자들과 벗하여 평화롭게 “함께 노래”하고,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날갯짓하”며 자유롭게 살고자 하는 시인의 염원은 이 세상에서 실현되기 힘들다.
시
등록일 2023.04.26
게재일 2023-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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