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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두꽃이 피면 가시내야 북한 가시내야 너에게 첫 입맞춤을 주랴 햇살도 곱디고운 조선 청보리 햇살 거두어다 바람도 실하디실한 남도 산머루 바람 거두어다 너의 속살 고운 치마폭에 널어놓고 돌산머리 애장터 아메리카나 소비에트나 팔푼 얼간패 좀 보라고 앵두꽃이 피면 가시내야 북한 가시내야 너에게 오천년 조선 머스마의 까치동 첫사랑을 주랴 통일을 염원하는 시인 정신이 절절한 남북 청춘들의 사랑으로 표출되고 있다. 흔하디 흔한 연애시가 아니다. 민족 동질성은 봄이 오는 이 땅의 산하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자연도 자연이려니와 우리네 가슴을 타고 흐르는 지울 수 없는 한민족의 원형질, 민족혼이 있는 것이다. 시인은 진정한 사랑은 통일을 지향해야한다는 것을 절절한 사랑타령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
시
등록일 2015.05.05
게재일 2015-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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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달, 고개 숙인 것들 사이로 햇살의 회초리 바람의 종아릴 칠 때 흙살 촉촉이 밟으며 졸음을 코에까지 건 연둣빛 어린 물기둥들이 솟아오른다 들리지 않는 환한 소리가 사물의 실핏줄 속 푸르고도 여린 문(門)들을 연다 가벼워지는 법 생각하며 가로수들이 발꿈칠 지그시 들어 햇살 쪽으로 걸음 옮겨본다 재재거리며 꺼멓게 죽은 지난 계절의 대궁일 흔드는 시궁쥐 같은 햇살, 반쯤 내려왔던 하늘 한 자락이 속죄처럼 슬쩍 다시 올라간다 연둣빛 어린 물기둥들이 솟아오른다고 표현한 시인의 봄에 대한 인상적인 표현이 선명하게 와 닿는 생명감이 넘치는 봄 예찬의 시다. 사물의 실핏줄 마다 봄의 기운이 치고 오를 것 같은 느낌은 겨울 내내 꼭꼭 닫혔던 우주의 모든 문, 자연과 인간 세상의 모든 문들이 활짝
시
등록일 2015.05.03
게재일 2015-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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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 끝에는 느티나무 한 그루 알맞게 그늘 드리우고 그 앞에는 조그마한 연못도 하나 있었으면 좋겠지 연못가에는 찔레꽃 피고 벌들 윙윙거리면 좋겠지 그 아래 가끔씩 눈이 까만 어린 뱀 한 마리 나타나기도 하고 멀리서 뻐꾸기 울고 강아지 길게 하품을 하고 나는 거기에 있어도 좋고 없어도 그만 이 시에서 보여주는 풍경은 그야말로 우리들 누구나 염원하고 기다리는 평화경이요 이상적인 풍경이 아닐까. 사실은 이런 풍경이 사시사철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우리 곁에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어찌하여 수많은 시인 묵객들이 이런 풍경을 이상적인 것으로 간절히 기다리고 바라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우리의 마음이 어떠하냐에 달려있는 것이리라. 어떤 마음의 눈으로 그 풍경을 바라보느냐에 달려있
시
등록일 2015.04.30
게재일 2015-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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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에 산 뻐꾹새 절규 뚝 떼어 산 빛 좋은 마루에 널었더니 녹음 몰래 분단장한 계집이 이산 저산 막 타네 이 산 저 산 붉게 터지는 진달래꽃 천지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땅 어느 산모룽지를 돌아나가더라도 붉은 울음으로 타오르는 참꽃 천지를 볼 수 있다. 분단장한 계집이 이 산 저산 막 타오른다고 표현한 시인의 가슴도, 시를 읽는 독자들의 가슴도 붉게 붉게 타오르고 있는 것이리라. 아름다운 진달래 산천의 봄이다.
시
등록일 2015.04.29
게재일 2015-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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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는 제 사투리로 말하고 콩밭 콩꽃 제 사투리로 흔드는 대궁이 김 매는 울 엄니 무슨 사투리로 일하나 김 매는 울 올케 사투리로 몸을 터는 흙덩이 울 엄니 지고 가는 소쿠리에 출렁출렁 사투리 넌출 울 올케 사투리 정갈함이란 갈천 조약돌 이빨 같아야 소나무도 콩꽃도 자기만의 사투리로 서로 소통하며 짧은 생을 이어간다고 믿고 있는 시인은 땡볕 아래 김 매는 엄니와 올케의 사투리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들의 사투리, 소통의 도구에 대한 언급이 아니라 땡볕 아래 힘겨운 시집살이를 하며 건너가는 한 많은 여인네들의 가슴에 묻힌 말들에 대한 언급이다. 고단하고 힘겨운 삶이지만 이 땅의 여인들은 하고 싶은 말들 가슴에 꼭꼭 묻어두고, 거칠고 엉뚱한 전라도 경상도 사투리를 내뱉는 것이리라.
시
등록일 2015.04.28
게재일 2015-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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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논과 밭을 경전으로 삼았다 물소리 바람소리 다 말라버린 가뭄을 건너 슬픈 남루를 액자에 담아 거는 극지의 노을까지 농사짓는 일이 명부전 같다 나는 그것이 분하다 탁란을 마친 뻐꾸기는 어딜 갔는가 파란만장의 책, 경(經)아, 사무치면 고요에 닿는가 나는 이제 나의 경전을 얼음 감옥에 가두 어야겠다 신에게 들키지 않을 꽃 한 송이 불끈 피우겠다 정직하게, 하늘의 뜻에 따라 씨 뿌리고 가꾸고 거두는 농부의 업은 신성한 것이다. 쉰이 넘도록 농사를 지으며 시를 써온 시인은 논과 밭을 그의 경전이라 일컬을 정도로 천리대로 무욕의 자세로 농사를 지어오고 있다. 이 시에 말하듯이 남의 둥지에 알을 낳고 부화를 해서 날아가버리는 뻐꾸기에 빗대어 외국산 농산물이 밀려와서 우리의 농촌이 피폐해지고 망가지는 현실
시
등록일 2015.04.26
게재일 2015-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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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소들의 영혼이 투욱투욱 흙 파는 소리가 들리면 적막 구덩이에 옥수수 알갱이가 몇 알 떨어지구요 아카시아나무가 반 살다 놔둔 아카시아 가지들 그 위에서 첫 우기를 놓친 새끼 새도 한쪽만 살아 있으려나봐 이렇게 경사로로 둘러싸인 인생이 구릉을 넘을 때 애기처럼 부드러운 물이 남아 있는 벗은 나무 하나에 기대어 물어 봤습니다 땡볕에 타들어가는 아프리카의 환경을 얘기하면서 시인은 애기처럼 부드러운 물이 남아있는 나무를 상상하고 있다. 놀라운 상상력이 아닐 수 없다. 황폐하고 엄청난 불모의 땅에서 더 살 필요가 있을지 없을지에 대해 그 상상의 나무에게 물어본다는 것인데 이 물은 속에는 극복과 견딤의 강한 의지가 내포되거나 전제되어있는 것이리라. 구원을 꿈꾸는 시인의 간절한 바람이 잘 나타나있다.
시
등록일 2015.04.23
게재일 2015-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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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마신 커피가 어제의 쓰디쓴 기억을 달래고 저녁에 마신 와인이 오늘의 깊어진 상처를 소독하고 한밤중에 마신 맹물이 내일의 불확실한 갈증을 미리 예비하는 내 하루가 강물처럼 흘러갔다 죽음이 불만인 삶처럼 아폴로를 떠나보낸 다이아나의 가슴처럼 재회를 약속하지 못한 시간들의 불타는 발자국처럼 내 인생이 흘러갔다 꽃은 떨어지고 물은 낮은 데로 흐르는 것은 어길 수 없는 자연의 진리이고 자연스러움이다. 쉰에 이른 시인이 자신이 걸어온 길을 회억하면서 허망함을 느끼고 있다. 아침과 저녁과 어제, 오늘이라는 시간 개념은 모두 강물과 함께 하는 순간적인 것에 불과하다. 영원이라는 무한의 시간 앞에서 겸허히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인의 가슴이 젖어있다. 어디 지은이의 가슴 뿐이겠는가. 끝없이 흘러
시
등록일 2015.04.22
게재일 2015-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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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빵 할아버지는 깊은 주름살로 웃으시곤 우리 강아지 오능가 내 입에 쏙 눈깔사탕을 넣어주셨다 입에 넣기 무섭게 눈송이처럼 사르르 녹아 없어져버리던 하얀 눈깔 눈깔사탕 세월 지나 망굴제 다시 찾았을 땐 그 점빵 어디에도 없었다 허허로운 아스팔트길 흰 눈만 눈깔사탕처럼 흩날리고 있었다 우리들 기억의 아득한 그 너머에는 골목의 점빵과 눈깔사탕과 점빵 할아버지의 주름살과 편안하게 골목으로 흘러가던 기침소리와 웃음소리가 놓여있다. 지금은 마트와 서양식 캔디가 여러 가지 색깔과 모양과 맛으로 우리 앞에 놓여있지만 우리들 추억의 먼 골목에는 영원히 그 점빵과 눈깔 사탕과 할아버지는 푸르게 푸르게 살아있는 것이다.
시
등록일 2015.04.21
게재일 2015-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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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닫고 귀 열어라 어떤 노래가 들려오는가 누구의 말이 못이 되어 박히는가 계곡은 함부로 물을 흘려보내지 않는다 두 개의 눈은 빛나지 않아도 좋다 시력을 잃어도 좋다 손이 말하게 하라 발이 말하게 하라 입 닫고 귀 열라는 시인의 말에 깊이 동의한다. 허다하게 혹은 실속없게 말이 먼저나가고 말 뿐인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는지 모른다. 내 자신이 그 중심에 있는건 아닌지 생각해봄직하다. 입 닫고 귀를 여는 행위는 손과 발이 말하게 하는 것이다. 주위의 누군가의 말에 귀 기울이고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들에 대한 소통과 존중에 더 관심을 가지라는 시인의 일성에 귀 기울여본다.
시
등록일 2015.04.20
게재일 2015-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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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따라 묻히고 싶어 백 년이고 천 년이고 열 길 땅속에 들 한 길 사람 속에 들어 너를 따라 들어 외롭던 꼬리뼈와 어깨뼈에서 흰 꽃가루가 피어날 즈음이면 말갛게 일어나 너를 위해 한 아궁이를 지펴 밥 냄새를 피우고 그믈은 달빛 한 동이에 삼베옷을 빨고 한 종지 치자 향으로 몸단장을 하고 살을 벗은 네 왼팔뼈를 베개 삼아 아직 따뜻한 네 그림자를 이불 삼아 백 년이고 천 년이고 오래된 잠을 자고 싶어 남아도는 네 슬픔과 내 슬픔이 한 그루 된 연리지 첫 움으로 피어날 때까지 그렇게 한없이 누워 뿌리가 다른 나뭇가지가 서로 엉켜 마치 한 나무처럼 자라는 현상을 연리지(連理枝)라 한다. 지극한 효성이나 부부애를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여기서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애틋한 정을 연
시
등록일 2015.04.19
게재일 2015-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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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돌려 나의 상처에 귀기울인 동안 겨울이 가고 어느새 나뭇잎은 무성해지고 누군가는 또 병들었다 내 앞의, 내 안의, 또 내 뒤의 고단함에 지쳐 병석에서 뱃살만 늘려온 나는 죄만 늘려온 나는 아니다 아니다 고개만 흔들어온 나는 지금 한밤중이다 미망의 자의식 속으로 빠져드는 시인은 생을 깊이 관조하고 있다. 노동현장에서 치열하게 살아오면서 시 쓰기에 혼신을 바쳤던 자신의 시간들이 병으로 멈추게 되고, 어쩔 수 없이 병석에서 뱃살만 늘리는 처지에 대한 자의식과 함께 언젠가는 병을 극복하고 나가 더 뜨겁고 치열하게 살아가겠다는 자기응시와 결의가 엿보이는 작품이다.
시
등록일 2015.04.16
게재일 2015-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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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이다 어두운 황혼이 내린다 서 있기를 좋아하는 나무들은 그에게로 불어오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으며 있고 언덕 아래 오두막에서는 작은 사나이가 사립을 밀고 나와 징검다리를 건너다 말고 멈추어 선다 사나이는 한동안 물을 본다 사나이는 다시 걸음을 옮긴다 어디로?라고 말하지도 않는다 황혼과 나무, 사나이의 욕망 등이 아주 자연스럽게 나열되고 있다. 시인이 보여주는 각각의 장면들이 독립되어 있으면서도 하나의 온전하고 아름다운 전체의 풍경을 이루는 참 의미 있는 시적 기법을 본다. 서로 간섭하지 않고 각자의 시간들에 충실하며 이런 삶들이 모여서 풍요롭고 우리가 꿈꾸는 삶이 아닐까. 내 중심으로 내 욕망대로 이뤄져가기를 바라는 요즘 시대를 향해 던지는 시인의 목소리를 듣는다.
시
등록일 2015.04.15
게재일 2015-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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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백이 삼거리에는, 봉천동 방면과 신림동 방면을 화살표로 갈라놓은 이정표가 걸려 있다. 그 봉천(奉天)을 볼 때마다 나는, 가슴이 설레었다. 아, 나는, 몇 번이고 마음의 두만강을 건너간다. 그 푸른 물, 그 모래바람, 그 갈대밭을 마음으로만 건너간다. 도대체 어떤 자들이 고향을 버리고 처자식 노부모를 버리고 제 목숨까지 버리고 그 기약 없는 길로 떠났을까 봉천이라는 글자만 보아도 가슴이 아려오는 시인의 역사인식을 본다. 일본에게 나라는 빼앗기고 그 억압과 궁핍의 세월을 뜨겁게 살아온 선인들의 삶, 처자식과 노부모와 고향을 버리고 두만강을 건너 만주 봉천으로 떠났던 사내들의 기막힌 가슴을 헤아리는 시안이 깊다. 시안은 갈대밭의 황량함을 바라보면서 망명도생에 거치지 않고, 조국의 독립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시
등록일 2015.04.14
게재일 2015-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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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목숨 하나 제자리 잡기가 이렇게 어려운 것인가 바람에 날려가는 갈대 꽃씨가 임진강변 뻘밭에 제대로 뿌리내리기가 이렇게도 어려운 것인가 의사로서 진한 서정의 시를 써온 시인의 생명 존중 정신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한 생명의 새눈 트임이 어찌 이리도 어려운가를 느낄 수 있다. 요즘 같이 사람 목숨을 경시하는 시대가 또 있었을까. 이러한 시대에 사람 목숨 하나가 제 자리를 잡는데 이렇게 힘들고 어려운가를 역설하고 있다. 생명존중 정신, 생명에 대한 외경감이 시 전반에 깊이 스며있다.
시
등록일 2015.04.13
게재일 2015-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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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를 먹으면 어린 날 힘겹게 당기던 못줄 생각이 난다 그 여름 함께 풍덩거리던 개구리들 생각이 난다 이 짧은 시에서 우리는 많은 그림을 본다. 가난이 닥지닥지 붙어있어서 배고프고 힘겨웠던 유월의 고향 풍경이 여러 장 정겹고 순수한 느낌으로 눈앞에 어른거린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질퍽거리는 논바닥에서 엎드려 어른들은 모를 심고 아이들은 힘차게 못줄을 당기던 시절, 그 힘겨운 시간들 속에 몸도 마음도 유월 땡볕 아래 지쳐갈 즈음 논둑으로 새참이 온다. 보리로 만든 국수다. 꿀 같은 그 맛을 어찌 잊겠는가. 그리 오래 전의 풍경이 아니다.
시
등록일 2015.04.12
게재일 2015-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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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없어 먹다 남은 쌀 두 말을 보내마, 막내야 고춧가루, 멸치젓을 비닐 봉지에 담으시며 어머니의 가슴엔 물이 베인다 아이들아, 평생을 이와 같은 내 가난한 경제를 용서하여라 어머니의 수전증으로 떨리는 손길을 따라 나의 명치끝은 타오르고 쉰 밥을 물에 씻어 말아먹는 점심시간 어머니의 울먹이는 경제는 피로 가득 찼구나 멸치 젖을 봉지에 담을 때 스며나오는 국물이 적시는 보자기는 그냥 멸치 젓갈이 아니라 어머니의 사랑과 정성과 희생이 스민 이 땅 어머니들의 가슴이 아닐까. 오래전에 발표된 시로서 지금의 분위기와 많이 다르긴 해도, 그 어머니의 사랑과 헌신의 마음은 초시간적으로 초공간적으로 이어져 왔고 이어져 갈 것이다. 그것은 어머니의 거룩한 본능이기 때문이다.
시
등록일 2015.04.09
게재일 2015-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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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도 강도 흘러온 것들은 또 그렇게 흘러 바닷가 낙척서생이 된 친구는 봄마다 복사꽃의 안부를 물어왔지만 먹고 살길을 찾느라 그 꽃을 잊고 지낸 나는 친구의 물음에 답할 수 없었다 한 시절 꽃이 기다리는 동안 나는 그 꽃을 버린 대가로 일자릴 얻고 기다림에 지친 꽃은 나를 버리고 만 그런 한 시절을 살았던가 보다 지난 세월에 대한 회한과 연민이 묻어나는 담담한 느낌을 거느린 시다. 꽃을 버린 대가로 일자릴 얻고, 그렇게 한 세월을 살았다고 고백하는 시인의 심중에는 치열하게 시대정신의 대열에 함께하지 못했다는 회한도 있는 반면에, 봄꽃의 정취에 젖는 낭만적인 삶보다는 나름대로의 최선을 다해 살아온 시간들에 대한 자기연민의 시정신도 함께 비치는 감동적인 작품이다.
시
등록일 2015.04.08
게재일 2015-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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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 묵은 여우가 살고 있다는 이 마을엔 밤이면 시퍼런 불들이 번뜩인다 낯익은 곡예 마을 사람들은 대낮같이 횃불을 밝혀 들고 지켜도 어느 틈엔가 누이는 손톱 끝마다 피가 물들어 있고 소가 간을 잃은 채 몸뚱이가 내팽개쳐진 지 보름째 아버지는 외양간 앞에서 길길이 날뛰고그 희한한 마을에서 하나씩 사람들이 떠나버리기 시작했다 달이 구름을 가릴 때 아버지는 간을 잃은 채 문지방에 걸쳐 죽어 있었다 그 며칠 후 이번엔 구름이 달을 가리고 마지막 남은 내 목을 누이의 손이 조여 올 때 그 잠에서 깨고 말았다 참꽃문학회의 일원으로 활동 중인 시인이 꾸며내는 서사가 재밌다. 섬뜩하고 비극적인 설정들이 매우 극적이다. 이 땅의 어느 마을 어느 산자락마다 이런 괴이한 소문과 괴담들이 전해지곤 한다. 이러한 현상들은 불
시
등록일 2015.04.07
게재일 2015-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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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 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듣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 보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평생을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싸우며 시를 쓰신 시인의 치열한 시대정신이 잘 나타난 시다. 오지 말라고 막아도 오는 것이 자연의 순환이듯이 오랜 억압과 굴레에 갇힌 민중들에게 기어이 자유와 해방의 민주주의는 오고만다는 신념이
시
등록일 2015.04.06
게재일 2015-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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