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화요일 김포공항에서 포항으로 가는 첫 비행기는 뜬다. 서울 여의도에 본사를 두고 있는 포항 청하면에 위치한 스테인리스 가공 회사인 D사는 2013년 동반성장이란 이름으로 포스코의 지원을 받았다. 스테인리스 후판 고객사인 D사는 민주노총 계열의 포항에서 보기 드문 1년 파업을 한 사업장이고 그 피해에 대한 법적 소송에 패하여 노조 간부와 조합원은 3년째 급여를 차압 당하고 있었다. 여기에 혁신을 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서울 경기지역과 해외를 지원하고 있던 필자는 경영자문 역할의 스테인리스 부문장과 혁신 컨설턴트로 배
이른 봄 마중을 하듯이 새벽같이 남도로 향했다. 만물이 깨어난다는 경칩 즈음이라 이런저런 봄 채비로 바빠도, 통영에서 불어오는 봄빛 바람을 쐬니 부드럽고 여유롭기만 했다. 기온이 살짝 올라가는 틈을 타 미세먼지가 복병처럼 도사려 안경에 서린 김 마냥 시야를 희뿌옇게 하는가 싶었었는데, 배를 타고 먼 바다로 나아갈수록 해풍의 희석 때문인지 수평선과 섬들의 전망은 대체로 선명한 편이었다.갈매기들의 어설픈 외침이 환호처럼 들리고 바다의 흰 포말이 배웅으로 이어지는 뱃길을 달려 접안한 곳은 바다 위에 핀 연꽃 같은 섬, 연화도(蓮花島)였다
시도 재밌어야 한다. 메시지 전달을 너무 강하게 의식하면 시는 관념화하거나 교훈적이거나 독자를 계도하고 가르치려는 부담을 주게 된다. 시가 교훈적이거나 이념을 강요하는 시를 오탁번 시인은 시적 문맹이라며 시답잖다고 판단한다. 한때 시에다가 무슨 사상이나 이념이나 철학을 담아내어 제법 그럴듯하게 꾸며 독자를 현혹시켜는 사이비 위장전입한 시들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안도현 시인의 “연탄재 발로 차지마라”는 메시지는 가난하고 짓밟혀 사는 사람들을 발로 차지 말라는 엄청난 감동을 일으켰다. 그런데 과연 시인 자신은 연탄재를 발로 차며 사는
지난 1월 16일 비즈니스 호텔에서 눈을 뜬 저는 호텔 주변을 산책했습니다. 이른 아침이었음에도, 공기가 어찌나 맑고 투명한지 눈이 부실 정도였는데요. 이날은 작가 오시로 사다토시 선생님이 우리를 안내해 주셨습니다. 오시로 사다토시는 1949년 오키나와에서 태어나 시 창작으로 시작해, 이후에는 소설로 장르를 확대하며 지금까지도 맹렬하게 활동하는 오키나와의 대표적 문인입니다. ‘저승의 목소리’ ‘게라마는 보이지만’ ‘1945년 비통한 오키나와’ 등의 소설은 환상적인 기법을 통해 오키나와전의 비극을 표현한 것으로 정평이 나있지요.그의
아시안게임 4강전에서 유효 슈팅 하나를 기록하지 못한 졸전 끝에 대한민국은 요르단에 졌다. 선수들의 개인기에만 의존하는 클린스만 감독의 무전술과 뒤이어 터져 나온 선수들의 다툼이 벌어진 것을 알고는 팬들은 크게 실망했다. 이강인이 주장인 손흥민 선수와 다툼으로 손흥민은 손가락을 다쳤다.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난 것이다.개인주의보다 집단주의 의식이 강한 우리나라에서 특히 위계질서가 강한 운동선수의 하극상은 좀처럼 드물다. 결과적으로 무참한 경기 성적에 앞으로의 경기를 염려하는 지경에 이른다. 국가대표는 말 그대로 나라를 대표하는
지난 2월 22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전국교수연대회의가 주최한 ‘무학과 무전공’ 반대 기자회견에 참여했다. 오전 11시부터 시작된 기자회견은 전국교수연대회의에 참여한 각 교수 단체 대표들의 발언과 기자회견문 낭독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그런데 교수 단체 대표의 발언이 이어지던 중, 갑자기 어디선가 시위 진압 차량이 나타나고 경찰의 불법 집회라는 경고 방송이 나왔다. 나중에 알았다. 기자회견으로 신고된 행사에서 참가자들의 구호 제창은 불법이라는 사실과 삼십여 명 규모의 구호 제창은 보통 그냥 넘어가지만, 중간에 울려 퍼진 ‘퇴진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데, 또 무리수를 두고 말았다. ‘예술의전당’ 미술관에서 ‘미셀 들라크루아, 파리의 벨 에포크’ 전시가 있다고 했다. 내 의지로는 지금 갈 수 없는 형편, 사람에 이끌려 외출을 감행했다.들라크루아라면 외젠 들라크루아,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의 낭만주의 화가밖에 알지 못한 나였다.그 오랜 프랑스혁명의 지지자의 그림을 보러 가야 하나? 그런데 아니다.미셸 들라크루아는 1933년 2월 26일 출생해서 현재까지 생존해 있는 화가. 구글에서 이 화가를 검색하면 “the ‘naif’ style”(나이브한 스타일
경북도에서 시작된 ‘화요일에 공부하자’, 이른바 ‘화공’이 일선 지자체로 확산하면서 공무원 공부모임이 활성화되고 있다. 구미시는 ‘수공’, 울진군엔 ‘목공’도 있다.최근엔 예천군이 가세했다. 예천군은 ‘퇴근길에 공부하자!’라는 야학을 만들었다.예천야학은 경북도청의 ‘화공’을 벤치마킹했다. 공무원들이 급변하는 시대 흐름을 이해하고 군청 각 부서장 등 능력 있는 관리자를 육성하려는 의도에서 마련됐다. 월 1차례씩 연간 10회 진행한다.울진군도 지난해부터 ‘굿모닝 목요특강’이라는 이름의 공부모임을 시작, 공무원과 주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달포 전에 이장님이 전화한다.“김 교수, 집에 땔나무 충분한가?!”몇 차례 구들방에 불을 넣으면 나무는 바닥이었다. 어차피 겨울도 끝나가는데, 대충 넘어가야겠네, 하던 참에 걸려온 반가운 전화였다. 엔진 톱 가진 이가 산에 널브러진 나무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주기로 했다면서 환하게 웃는 목소리로 전화는 끊겼다.날이 가고 달이 바뀌어도 어찌 된 영문인지 소식은 없다. 답답한 마음에 내가 전화한다. 톱 임자가 과수원 전지(剪枝) 때문에 시간을 낼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조만간 그이를 만나 일정을 잡아보리라는 언질을 얻을 수 있었던
전남 강진군은 1차산업 비중이 70%인 전형적인 농어촌지역이다. 1965년 12만여 명이던 인구가 지금은 3분의 1도 안되는 3만2천여 명으로 줄었다. 노인인구 비중도 37%나 된다. 2021년 행안부가 지방소멸이 예상되는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한 곳이기도 하다.작년 전국 226개 시·군·구 중 출생아 수가 늘어난 곳은 48곳으로 집계됐다. 그 중 강진군이 신생아 증가 수에서 전국 1위를 차지했다.지난해 강진군에서 태어난 신생아는 모두 154명. 전년보다 61명(65%)이 증가했다. 작년 국내 합계출산율 0.72명과 비교하면 놀라운
참 어이가 없다. 공천작업이 거의 끝나가는 지난달 29일에야 선거구가 정해졌다. 4·10 총선을 겨우 41일 앞둔 시점이다. 공직선거법 제24조의 2 ①항에 “국회는 국회의원 지역구를 선거일 전 1년까지 확정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해 놓았다. 바로 국회의원들이 만든 법이다.워낙 선거법 개정이 늦어 문제가 생기자 2015년 이 조항을 집어넣었다. 그래도 소용이 없다. 18대 총선(2008년) 때는 선거 47일 전, 19대 총선(2012년) 때는 선거 44일 전에 선거구가 정해졌다. 이 조항을 만든 뒤, 20대 총선(2016년)에는 42
안락사(安樂死)를 뜻하는 ‘euthanasia’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했다. ‘eu’는 좋다(good), ‘thanasia’는 죽음(death)을 뜻한다. 즉, 좋은 죽음이라는 의미다.안락사는 회복할 수 없는 죽음이 임박한 환자에게 고통을 덜어준다는 명분하에 생명을 단축해 사망에 이르도록 하는 방법이다. 사망에 이르는 방법에 따라 적극적 안락사와 소극적 안락사로 나눈다. 적극적 안락사는 적극적인 행위에 의해 예를 들면 약물 등을 사용하여 환자를 사망하게 하는 것이고 소극적 안락사는 치료를 중단하는 소극적 행위에 의해 환자를 사망하게 하
축구스타 이강인 선수(파리 셍제르맹)의 문제로 시끄럽다.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회장의 사임 요구까지로 불똥이 튀고 있다.아시안컵 축구대회 기간 중 이강인 선수가 손흥민 주장 선수에게 대들고 선배 선수들에게 하극상을 보인 이 선수의 태도를 놓고 엄청난 비난과 후폭풍이 불고 있다.2001년생 20대 초반의 이강인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난이 쇄도하고 여러 계약이 끊겼고 팬들의 사랑이 급격히 냉각되고 있다.이강인 선수는 “한국축구의 미래”로 여겨졌다. 해외 클럽에서 성장하여 공격적이고 빠른 해외 축구를 배웠기
미국 펜실베니아대학교 와튼스쿨의 데이비드 시로타 조직행동학 교수는 10년 동안 89개국 237개 기업의 직원을 대상으로 동기부여 방안에 대하여 연구하였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가 지역 성별 인종 나이 직무에 관계없이 대부분의 근로자들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으며 자신이 노력한 대가로 공정한 임금과 안정을 원했고 동료와의 협력과 친화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하였다. 또한 근로자들은 어떤 상황에 있든 자신의 3가지 욕구 즉 공정성, 성취감, 동료애를 만족시키려 하며 이 세가지 욕구가 충족되면 조직의 목표 달성의
두 딸이 결혼한 지 몇 년이 지났지만 아직 출산을 하지 않았다. 더 미루다가는 임신이 안 될까 걱정하면서도 선뜻 결정을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둘 다 직장에 다니다 보니, 육아 부담이 앞서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해 치러지는 총선에서 거대 양당의 출생률 높이기 정책에 눈길이 더 간다.통계에 따르면, 작년 4분기 합계출산율은 0.65명이다. 2022년만 해도 0.78명이었는데 1년 사이에 더 훅 떨어진 것이다. 2005년부터 저출산 대책을 시행했지만 이제는 젊은이들이 결혼은커녕 연애도 포기한다고 하니, 출생률 높이기는 정말 어렵겠다는
사람들은 아플 때 스스로 그곳에 손을 댄다. 아픈 것을 조금이라도 해결해 보려고 하는 본능적인 시도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아플 때 어디를 만져주면 좋은지 알아보자. 아픈 곳을 찾으면 시간이 될 때마다 수시로 지압을 하고 만져주면 매일 매일 불편한 증상들이 조금씩 개선될 것이다. 수일에서 수주동안 꾸준히 하면 좋다.우선 두통과 어지럼증 등 두부에서 일어나는 불편한 증상은 뒷목과 어깨를 만져주는게 좋다. 상부경추 위주로 모든 경추부를 압박해주고 승모근 부위를 꾹꾹 눌러 준다. 바로 눕거나 앉아서 손을 머리 뒤로 한뒤 뒷머리뼈에 붙어
이사한 김에 이불을 빨았다. 몇 년전부터 흰 시트의 오리털이불만 고집하는 남편 때문에 잔잔한 꽃무늬가 있거나 색깔 있는 이불들은 거의 버리고 없다. 흰 이불의 껍데기를 벗겨 세탁기에 넣어 빨고 삶고 건조기로 돌려 말리기만 하면 되니 빨래가 쉽다. 속통도 건조기의 이불털기나 살균 기능으로 돌린 후 뜨거운 채로 꺼내 손바닥으로 탁탁 쳐서 부풀리면 다시 뽀송뽀송해진다. 따끈한 햇빛과 바깥바람을 쏘여주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러지 못한 지 꽤 오래 된 듯하다.50년도 더 전이었다. 우리 삼남매는 모두 큰 도시로 가 자취를 하면서 학교를 다녔다
이파리들이 찰랑거리며 간다. 잘린 나뭇잎을 지고 가는 개미떼의 모습이 팔랑거리는 날개 같다. 개미는 잎에 가려 잘 보이지 않고 다양한 모양으로 잘린 잎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이동하는 모습이 이채롭다. 지고 갈 크기만큼 잎을 잘라 등에 지고 나른다고 잎꾼 개미, 또는 잎을 자를 때 아래턱뼈를 마치 가위처럼 사용하기 때문에 가위 개미라고도 불린다.열대종인 이 개미가 최초의 농사꾼이라니! 부지런하고 근면한 대명사가 개미지만 농사도 짓는다는 말에 저절로 귀가 쫑긋해졌다. 게다가 인간보다 5천만년 정도 먼저 농사를 시작한 종으로 평가 받는다고
24절기 가운데 다섯 번째가 청명(淸明)이다. 태양의 황경이 15도에 위치하며, 올해는 4월 4일(음력 2월 26일)이다. 음력으로는 3월의 절기다.청명을 한자로 풀이하면 맑을 청(淸)에 밝을 명(明)이다. 날씨가 맑고 하늘이 차츰 밝아진다는 뜻을 의미한다. 음양오행에서도 청명에서 곡우까지 15일간을 5일씩 3후(候)로 나누었다. 초후(初候)에는 오동나무에 꽃이 피기 시작하며, 중후(中候)에는 종달새가 나타나며, 말후(末候)에는 무지개가 처음 보인다고 한다. 완연한 봄빛으로 가득한 화창하고 따사로운 풍경을 묘사하고 있다.전한(前漢)
2월은 늘 왠지 흐지부지하다. 한 달 삼십일을 채우지 않고 끝나면서도 늘 같은 날수가 아니다. 28일이었다가 29일이었다가. 그렇게 마치는 한 달을 보내면 봄이 온다. 봄소식을 기다리면서 학교가 열린다. 아이들이 돌아오고 선생님이 돌아온다. 친구들을 만나면서 아이들은 신이 나겠지만, 교실을 지켜야 하는 선생님들은 삼월 개학이 천근만큼 무겁다. 교육이 본래 가볍지 않은 일이라서 마음이 무겁다면 격려하고 끌어도 올리겠지만, 요즘 선생님들에겐 교육이 아니라 존재가 무겁다고 한다. ‘왜 교사가 되었을까. 이걸 계속할 수 있을까. 그만두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