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삼성그룹을 창업한 이병철 회장이 일본에서 대학을 다니다가 중도에 그만두고 자신의 고향인 경남 의령에서 농사를 지을 때 이야기다. 이 회장은 일찍부터 이재술(理財術)이 뛰어나 논에서 돈 버는 방법을 연구해 냈다. 당시의 논 1마지기(200평)에서는 농사가 잘돼야 쌀 2가마니가 생산되던 시절이었다. 이 회장은 시험삼아 논 1마지기에는 벼를 심고, 다른 한 마지기에는 ‘미꾸라지’새끼 1천마리를 사다가 길렀다. 가을에 수확 때까지 양쪽 모두 똑같은 비용을 투입해 각각 재배하고 길렀는데, 벼를 심은 논에서는 예상대로 쌀 2가마니가 생산됐으나 미꾸라지를 기른 논에서는 커다란 미꾸라지가 약 2천마리로 늘었다. 그것을 전부 잡아서 시장에 내다 팔았더니 쌀 4가마니 값을 받았다. 그 이듬해 또 다
지난 2009년 일본에서 첫 정당 간 정권교체가 있었다. 중의원 480석 중 야당인 진보 민주당이 무려 308석을 휩쓸고, 여당인 보수 자민당은 119석에 그쳤다. 일본 역사상 이런 보수와 진보의 대역전은 없었다. 보수 자민당은 처절하게 무너졌다. 사상 처음으로 만년야당 민주당이 정권을 잡았고, 만년여당 자민당은 야당이 됐다. 그때 위기에 봉착한 자민당에게, 자민당 출신 전직 총리이자 이미 은퇴한 노정치인인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는 이렇게 조언했다. “보수는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개혁한다. 그렇게 힘을 기르고 원칙을 지키며 개혁해 나가면 반드시 국민이 알아주고, 기회가 다시 온다.” 나카소네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의 전후 정치를 주름잡은 인물로 28살에 정계에 입문해 무려 20선을 연달아 지
6·13지방선거를 마친 자유한국당에 ‘보수를 보수하라’는 국민의 요구가 쇄도해 있다. 유례없는 처참한 선거 성적표를 받아든 자유한국당이 혁신안을 놓고 논의가 한창이지만 보수를 보수하기엔 난관이 첩첩이다. 우선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김성태 당대표 권한대행의 혁신안을 놓고 당내 논란이 커지고 있다. 바른미래당도 지난 19일부터 이틀간 워크숍을 열었지만 중도개혁과 개혁보수의 정체성이 충돌하면서 당의 노선 정립에 대한 결과를 도출하지 못한 채 표류 중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한국당은 17개 광역자치단체장 중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경북(TK) 단 2곳에서만 당선됐다. 동시에 치러진 12곳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는 경북 김천 지역구 1석을 얻는 데 그쳤다. 바른미래당은 광역자치단체장·재보궐 선거에
파나마운하 이야기다. 자유한국당의 대참패로 지방선거 결과가 나온 직후여서 온통 선거 이야기인데, 왠 파나마운하 이야기냐고 의아해할 지 모르지만 잘 들어보시라. 민심의 물결이 바뀌고, 미북정상회담으로 한반도 안보지도가 바뀌는 데도 보수층 지지만을 겨냥해 안주해온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에게 들려주고 싶은 얘기다. 홍해와 지중해를 관통하는 수에즈 운하는 세계의 항로를 바꾼 대역사다. 이 프로젝트를 처음 제안한 것은 나폴레옹이었고, 총감독을 맡아 완공한 것은 토목기사이자 외교관이었던 페르디낭 드 레셉스였다. 그는 첫 삽을 뜬 후 불굴의 의지로 흙을 파내며 10년간 공사에 매달렸고, 마침내 운하가 개통되는 날 수에즈운하에 오페라 ‘아이다’를 올렸다. 그로부터 12년후 레셉스는 파나마에 입성했다. 수에즈 운하
6·13지방선거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중반판세 분석이 서로 엇갈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여론조사상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나자 여론조사를 신뢰하며 ‘믿을만 하다’는 반응인 반면 자유한국당은 여론조사에 ‘샤이 보수’ 등 변수가 제대로 반영이 안돼 ‘이대로 믿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다보니 중간판세 분석도 확연히 다르다. 더불어민주당은 기초단체장 100곳 이상 석권, 특히 서울지역 25개 구청장 싹쓸이를 예고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여론조사와 바닥민심이 다르다면서 영남을 중심으로 보수층이 결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방선거 공식선거운동 직전에 내놓은 전망은 광역단체장 9곳 획득이 목표였으나 선거운동 중반을 지난 현재 17곳의 광역단체장 중 최소 9곳 이상으로 승리 예
6·13지방선거 운동기간이 시작되면서 선거전이 뜨겁다. 선거는 누군가를 선택하는 일이다. 그것이 좋은 선택이든 나쁜 선택이든 그 결과는 우리 모두가 감당해야 한다. 그게 대의 민주주의가 받아들인 기본 원리이다. 어떤 사람을 선택하는 것은 각자 자유이며, 각자 생각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그리고 그 사람을 선택한 결과는 모두가 함께 감당해야 한다. 이처럼 정치에 있어서 선택은 선거라는 형태로 나타난다. 선거가 아니더라도 인생에 있어 선택이란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에게 제자들이 물었다. “선생님! 인생이란 무엇입니까?”그러자 소크라테스는 아무 대답 없이 제자들을 데리고 사과나무밭으로 갔다. 소크라테스는 제자들에게 말했다. “각자 가장 좋다고 생각되는 사과 하나씩을
‘나의 희망은 항상 실현되지는 않지만 나는 희망한다.’ 고대 로마의 시인이었던 오비디우스의 말이다. 온 겨레가 바란다. 핵 전쟁 위협 없는 한반도, 이산가족 자유왕래, 남북 경제통합, 그리고 평화통일로 이어지는 통일 구상이 실현되는 그날을. “이루기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알지만 어렵다고 해서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무슨 일이 일어나기를 기다려서는 안된다.”문재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에 나서며 한 말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9주기(23일)를 맞아 많은 사람들이 봉하마을을 찾았다고 한다. 그의 대통령 재임시절 청와대 기자로서 함께 했던 필자로서도 그의 탈권위적이고, 소탈한 모습, 그리고 나라를 위해 치열하게 고뇌하던 그의 이마주름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가 바라던 평화통일에 대한 열망이나 각오를 되
‘사람이 호랑이를 죽이는 걸 스포츠라 하고 호랑이가 사람을 죽이는 걸 재앙이라 한다. 범죄와 정의의 차이도 이와 비슷하다.’ 영국의 극작가이자 평론가인 버나드 쇼가 한 말이다. 요즘 드루킹 사건을 보노라면 바로 이같은 범죄와 정의의 차이만큼이나 다른 눈높이와 다른 시각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닫게 된다. 드루킹 사건은 세계에서 인터넷망이 가장 발달한 대한민국에서, 가장 먼저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온라인 여론조작 사건으로 기록될 듯하다. 여야 합의로 세운 드루킹 특검이 얼마나 사건의 진실을 파헤칠 수 있을 지는 의문이긴 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드루킹 특검을 통해 더불어민주당 현직 의원이 ‘경공모’(경제공진화 모임)등의 사조직에 의뢰해 하루에 수 백 건 이상의 기사에 호의적인 댓글을 다는 작업을 조직적으로 했
맹인모상(盲人摸象)이란 말이 있다. 우리 말로 ‘장님 코끼리 만지기’다. 이 속담은 불교 경전인 ‘열반경’에 나오는 우화에서 비롯됐다. 옛날 인도의 어떤 왕이 장님 여섯 명을 불러 손으로 코끼리를 만져 보고 각기 자기가 알고 있는 코끼리에 대해 말해 보도록 했다. 먼저 코끼리의 이빨(상아)을 만진 장님이 말했다. “폐하 코끼리는 무같이 생긴 동물입니다.”그러자 코끼리의 귀를 만졌던 장님이 말했다. “아닙니다, 폐하. 코끼리는 곡식을 까불 때 사용하는 키같이 생겼습니다.” 옆에서 코끼리의 다리를 만진 장님이 큰소리로 말했다. “둘 다 틀렸습니다. 코끼리는 마치 커다란 절구공이같이 생긴 동물이었습니다.” 그 뒤에도 코끼리 등을 만진 이는 평상같이 생겼다고 우기고, 배를 만진 이는 코끼리가 장독같이 생겼다고 주장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전격적으로 이뤄지고, 앞으로 한반도 종전선언, 평화협정 체결 등이 급진전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주한미군 문제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입장은 과연 어떤 것일까. 가장 먼저 해답을 내놓은 사람이 바로 문정인 청와대 통일외교안보특보다. 문 특보는 최근 미국의 외교전문지인 포린어페어즈에 기고문을 통해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 주둔을 정당화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와 관련해 보수층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야당 등 정치권에서 반발이 일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일 이례적으로 “주한미군은 한미동맹의 문제”라며 “평화협정 체결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야권의 문 특보 경질 요구는 거부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지금 정치권을 달구고 있는 드루킹 사건은 인터넷 댓글을 통한 여론조작이 본질이다. 대선정국으로 민심이 어디로 흐를 지 혼란스런 상황에서 일어난 드루킹 사건은 특정 여론이 대세라고 믿게끔 인터넷 댓글을 적극 활용했다는 의혹이기에 민주주의의 근본가치를 흔드는 중대사건에 해당한다. 그래선지 여당과 청와대도 ‘드루킹 사건’의 파문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을 짐작한 듯 심각한 표정이지만 마땅한 대처방안을 찾지 못한 채 남북정상회담이란 카드에 기대어 정국돌파를 꾀하고 있다. 야당은 천막농성으로 드루킹 특검을 요구하며, 여권을 압박하며 정면대치를 계속하고 있다. 드루킹 사건이 세간의 주목을 받으면서 여론조사에 대한 불신도 팽배해지고 있다. 여론조사가 여론조작이 아니었나 하는 의심이 늘고 있는 것도 ‘드루킹 사건’의
보수정권의 실정 가운데 손꼽히는 것이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국정원 직원이 조직적으로 정부를 옹호하는 댓글을 올렸다는 것이 사건의 요체다. 이 사건에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돼 대통령직에서 쫓겨난 후 치러진 대통령선거에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 역시 일명 ‘드루킹’사건으로 댓글조작의 늪에 빠졌다. 시간이 갈수록 의혹이 커져만 가는데 청와대는 특검수용에 부정적이다. 해명처럼 무고하면 특검인들 두려울 이유가 있을까 싶은데, 반대하는 까닭은 짐작키 어렵다. 지난 18일에는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 대선때 경선현장과 온라인상에서 지지해온 문재인 팬클럽 ‘경인선’을 격려하는 동영상이 공개됐다. ‘경제도 사람이 먼저다’라는 뜻을 담은 조직인 ‘경인선’은 댓글조작 사건으로 구속된 김
오는 27일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문재인 정부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남북정상회담의 실무책임자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12일 비밀리에 미국을 방문, 미 NSC측과 협의하는 한편 13일에는 존 볼턴 신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만나 한미간 긴밀한 협의채널 구축에 들어갔다. 지난달 방북 결과를 들고 미국으로 날아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북미정상회담의 물꼬를 튼 지 한 달여 만이다. 정 실장은 지난 9일 취임한 볼턴 국가안보 보좌관과 상견례 겸 회동을 갖고, 남북·북미 정상회담 개최 문제를 조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북한과의 연쇄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 안보수장 간 핫라인을 조기에 구축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특히 트럼프 정부가 대북 초강경파 진용을 꾸린 만큼 한미, 북미간 비핵화 해법에
자유한국당이 6·13지방선거 광역단체장 후보로 이인제 전 충남지사,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 등을 내세우자 `올드보이`논란이 한창이다. 올드보이는 박찬욱 감독 연출에 최민식·유지태·강혜정 등이 주연한 영화이름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존재를 알 수 없는 누군가에 의해 15년 동안 사설 감금방에 갇힌 한 남자가 자신을 감금한 사람의 정체를 밝혀가는 과정을 그린 스릴러 장르의 한국 영화다. 근친상간이란 터부를 복수의 모티프이자 해결책으로 삼고 있는 이 영화의 제목 `올드보이`는 오대수의 딸인 미도(강혜정)가 오대수(최민식)를 부르는 호칭이다. 영문도 모르고 15년동안 사설 감금방에 갇힌 주인공 올드보이가 자유한국당의 미래상을 반영하는 듯 느껴져 가슴 서늘했던게 나뿐일까 싶다. 어쨌든 당
“청와대의 직접 소통은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철학을 지향합니다. 국정 현안 관련, 국민들 다수의 목소리가 모여 30일 동안 20만 명 이상의 국민들이 추천한 `청원`에 대해서는 정부 및 청와대 관계자가 답하겠습니다” 청와대 홈페이지(http://www.president.go.kr/)의 국민소통광장 아래 `국민청원 및 제안`에 들어가면 떠오르는 안내문이다. 바로 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오르는 국민들의 관심사가 날로 다양해지고 있다. 다만 이 코너에 몰리는 국민청원들이 청와대가 처리하기 어려운 내용이거나 삼권분립의 원칙을 벗어나는 경우가 많아 답변해야하는 청와대 참모들이 골머리를 앓고있는 것도 사실이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달 21일 “답변하기 부적절한 성격의 문제가 많이 올라온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이 연일 발표되면서 국민적 화제가 되고 있다. 3차례에 걸쳐 발표된 개헌안의 요지는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끊임없이 논의돼왔던 현안이나 주제들을 포함하는 것들이었다. 정치권 안팎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권력구조는 `4년 연임제`로 정리됐다. 이미 권력을 잡은 쪽이나 앞으로 권력을 잡으려는 쪽, 그리고 지금의 권력을 지키려는 쪽 할 것 없이 모두 지금의 `5년 단임 대통령 중심제`는 성에 안 찬다는 데 동의한 듯 싶다. 기본권과 관련해서는 우리 사회의 변화와 성장, 국제사회에서의 위치 등을 반영해 주체를 `국민`에 한정하지 않고 `사람`으로 확대했다. 기본권을 폭넓게 인정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서 생명권·안전권·정보기본권·주거권 등 기본권을 새롭게 인정·신설하자는
지난 14일 오전 서울 중앙지방검찰청 포토라인 앞에 선 이명박 전 대통령은 착잡한 표정으로 준비한 대국민메시지를 읽어내려갔다. “저는 오늘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무엇보다도 민생경제가 어렵고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이 매우 엄중할 때 저와 관련된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서 대단히 죄송합니다” 어떤 이유가 됐든 전직 대통령으로서 국민들의 마음을 어지럽힌 점에 대해 사과의 말을 전한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은 이어 “전직 대통령으로서 물론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습니다마는 말을 아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다”라고 호흡을 조절한 뒤 “다만 바라건대 역사에서 이번 일로 마지막이 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더이상 우리 역사에 이른바 `부메랑 효과`가 없었으면 한다는 선언이었다. 문재인
일본의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전국시대를 통일하고, 조선에 통신사를 보내 줄 것을 요청해 왔다. 조선은 몇 차례 거절을 하다가 일본의 정세를 살피기 위해 정사 황윤길, 부사 김성일, 서장관 허성, 수행군관 황진 등을 통신사절단으로 보냈다. 그러나 1년 뒤인 1591년 3월에 돌아온 황윤길과 김성일은 서로 전혀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서인인 황윤길은 일본은 많은 병선을 준비하고 있으므로 반드시 침략해올 것이라며 전쟁의 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조정의 실권을 잡고있던 동인인 김성일은 도요토미는 조선을 침략할만한 인물이 못된다며 일본의 침략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서로 자신의 의견이 맞다고 주장하자 선조는 통신사로 같이 다녀왔던 허성과 황진을 불러들였다. 허성은 동인이
문재인 대통령이 대구에서 국가보훈처 주관으로는 처음 열린 2·28민주운동 기념식에 직접 참석해 2·28정신을 기렸다. 이날 대구 콘서트하우스에서 열린 2·28기념식은 이색적이었다. 2·28을 기념하는 뮤지컬을 공연하는 배우들이 사회자 역할을 하며, 국기에 대한 경례, 애국가 제창,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 등 국민의례와 결의문 낭독 등 기념식순을 진행하는 방식이었다. 기념식 도중 2·28주역으로 분한 뮤지컬 배우인 남경읍과 하성민의 대사 몇 토막이 가슴을 울렸다. 배우 남경읍이 “그나저나 봄날이 오면 그날의 모든 기억들이 나네. 내일이면 벌써 3월인데 쌀쌀한게 꽃봉오리가 얼까 걱정이네” 라고 하자 배우 하성민은 “원래 꽃이라는게 한번 추워야 그 색도 진해지고 향도 진해지는거야” 라고 답했다. 그런
미국 연예계에서 출발한 미투(Me too)운동이 우리나라에서 점차 확산되고 있다. 뜻밖에도 우리나라에서 권력기관이라 불리는 검찰조직에 근무하던 서지현 검사의 폭로를 시작으로 검찰 간부, 원로시인, 원로 연극인, 중견배우이자 교수 등에 대한 폭로가 잇따르면서 우리 사회를 강타하고 있다. 권위와 권력으로 억압한 상태에서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일삼은 이들을 고발하는 미투운동이 들불처럼 일어나 타오르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최고의 지성인 혹은 성공한 사람들이 잇따라 성추문에 휩싸이며 추락하는 이유는 뭘까. 아마 전통적인 남존여비 문화가 성차별적인 사회문화로 굳어진 데 따른 부작용 때문이 아닐까 싶다. 지난 해부터 문인들의 성추행의혹으로 시끄러웠던 문단이 미투운동에 본격적으로 휩쓸리게 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