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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와 열이 틀림없는 푸르른 질서를 위하여 부황난 무질서를 제거한다는 강자 생존의 법칙 그대들의 빈틈없는 논리 우리의 역사는 그대들의 논리를 따라 돌고 돌았다 한(恨)의 발생, 축적 그러나 비가 오면 벌떡벌떡 일어서는 끈질긴 목숨들이여 우리들이여 죽음과 부활의 필연적인 순환 역사 밟으면 밟혀서 무참하게 짓이겨지더라도 기어이 다시 일어서는 잡초를 바라보면서 시인은 우리 시대를 뜨겁게 살아가는 약자들의 질긴 삶에 다가서 있다. 푸르른 질서를 내세워 무참히 제거당했던 강자 생존의 법칙이 시대의 가치로 우뚝 세워졌던 어두웠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그 모순과 억압을 뚫고 벌떡벌떡 일어서는 민초들의 끈질긴 투쟁이 있었기에 이만큼이라도 민주세상, 정의로운 세상이 된 것이다.
시
등록일 2015.09.02
게재일 2015-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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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은 온통 밤바다에 부서져 갈래갈래 은빛 여우 찰랑이는 저 환희 시리게 적셔드는 꿈 오린 듯이 선연하다 무엇이 별빛이며 어디까지 불빛이런가 바다는 별빛을 안고 불빛은 하늘에 닿아 마침내 한 결로 어리는 꿈의 조각인 것을 은은함이 흐르고 청아함이 내려앉아 흰 포말로 나직 나직 읊조리는 달빛 연가 바다는 그렇게 뒤척거리며 이 한밤을 지샌다 달빛이 길을 내는 바다 위를 바라보는 시인의 가슴 속에도 달빛 연가가 흐르고 환하게 바다가 열어주는 길이 있음을 본다. 달빛이 환한 바다 언덕에 서 보라. 눈길 따라 은빛으로 길을 내 주는 바다와 나직나직 읊조리며 연가를 들려주는 달빛이 하나로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절대 평화경에 빠지게 될 것이다. 아름다운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시
등록일 2015.09.01
게재일 2015-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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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를 깨문다는 것은 잠든 꽃봉오리를 순식간에 개화시키는 일 저 장미 한 송이가 며칠째 볼이 미어지게 물고 있던 첩첩 붉은 울음 낭자하게 터트리는 까닭은 어쩌다 잇몸이 근질근질해진 시간의 어금니에 달착지근한 낮잠을 덥석 깨물린 탓이다 그러니까 눈 질끈 감고 뭔가를 저질러 버린 순간을 아무도 모르는 어딘가에서 한 송이 꽃이 꽃술까지 활짝 벙그러지고 있었을 바로 그런 때였을 것이다 장미 개화를 위한 마지막 절정의 시간에 시인의 눈과 마음은 뜨겁게 가 닿아 있다. 무난하게, 세월 가는대로 대충대충 세상살이에 임하지 않겠다는 강단진 마음이 시 전편에 깔려있다. 생의 열정이 뜨겁게 느껴지는 젊음의 작품이다.
시
등록일 2015.08.31
게재일 2015-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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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서 바깥으로 화르르 자신을 무너뜨리는 나무 자신을 무너뜨린 뒤에야 절벽을 하얗게 쓰다듬으며 떨어져내리는 저 소리없는 폭포 벚꽃나무 아래 들어 귀가 얼얼하도록 매를 맞는다 자신을 온전히 무너뜨림으로, 자신을 무너뜨린 뒤에야 폭포가 되는 물줄기를 바라보는 시인은 평범한 자연의 한 현상에서도 인생의 보편적 진리를 찾아내고 있다. 소리없는 폭포라고 표현하듯이 자신을 온전히 투신하면서 겸허한 자세를 견지하는 자연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사정없이 쏟아져 내리며 무언가를 향해 질책하고 일깨우는 듯한 폭포의 모습이지만 그 모습 속에 오만하지 않은 겸허한 모습을 가진 폭포의 속성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시
등록일 2015.08.30
게재일 2015-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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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던 기억이 멍빛으로 저물고 있다 한 생이 딴전 피듯 또 하나의 생을 준비하고 있으니 남겨진 꽃자리들 사이를 비집고 향기가 향기를 불러 한평생의 저녁을 황갈빛으로 염색한다 어린 꽃봉오리는 무채색의 이 세상에 연한 바람을 일으키려마 살아 마음에서 멍 깊었던 사람아 나의 사랑아 조금씩 모습을 바꾸는 꽃그늘에 발 담그고 노을빛 서편 하늘에 더운 이마를 대어 보렴 마음은 생전에 갖고 싶었던 색깔들로 물들리라 날 다 저물면 이 처연한 꽃그늘을 데리고 먼 길 다시 떠나리라 치자꽃 그늘 옆에서 먼저 보낸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며 아름다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아쉬워하고 있다. 살아있는 동안 아픔으로 멍 깊었던 가슴 아픈 사연들을 품고 떠난 사람을 부르며 고운 치자꽃물로 물들이고 싶은 아쉽고 그리운 시간들에 대한 회한
시
등록일 2015.08.26
게재일 2015-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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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空中)이란 말 참 좋지요 중심이 비어서 새들이 꽉 찬 저곳 그대와 그 안에서 방을 들이고 아이를 낳고 냄새를 피웠으면 공중이라는 말 뼛속이 비어서 하늘 끝까지 날아가는 새떼 공중은 비어 있으면서도 무엇인가가 꽉 차 있다는 인식에서 이 시는 시작된다. 비어 있으면서도 꽉 찬 공간에서 알콩달콩 사람 사는 일들을 하고 싶다는 욕망은 무거운 무게를 부둥켜안고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러면서 시인은 상반되게도 뼛속이 비어서 하늘 끝까지 날 수 있는 새를 부러워 하고 있다. 욕망을 버림으로 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이 시를 읽고 어느 것에 더 마음이 가는 것일까.
시
등록일 2015.08.24
게재일 2015-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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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창 앞에서 물끄러미 하나의 별이었던 우리들을 본다 신안 앞바다 소금 밭에서 소금을 구워먹고 동지(冬至)가 지나면 지리산으로 벌목하러 가선, 벌목이 끝나면 또 긴 긴 겨울밤 눈보라를 헤치며 소금의 쓰라림, 어린 마음의 별의 쓰라림을 씹으며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생각할 수도 없이 한없는 길을 헤매이다가 소금에도 벌목에도 눈보라에도 길들여져 버리고 쓰라림에도 길들여져 물 같은 시간을 흘러서 시구문이라든가 남양만에서 또 일거리 없는 서해안의 싸구려 여인숙에서 잠 아니 오는 밤을 보내이느니 일하고 먹고 말하고 생각하는 것 그 가운데서 구하고자 하는 것, 그것은 대체 무엇인가, 무엇이어야 하는 것인가 일정한 거처가 없이 여기저기 옮겨다니며 이 일 저 일을 하며 생을 연명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 부랑자다.
시
등록일 2015.08.23
게재일 2015-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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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두리 마을에서나 어둠의 모퉁이에서나 불 끄고 조용조용 잠드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 이름 없고 집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 일반 독자든 전문 문인이든 읽어서 좀 잔인하게 느껴질 만큼의 특별한 것 모난 돌이 정에 맞듯 그래서 눈길이 가고 손길이 닿는 그런 시를 써야 한다 쉽고 편안한 시 쓰기에 대한 반성이 나타나 있지만 실상은 시인의 현실 인식에 대한 성찰이 강하게 비쳐져 있는 시다. 새로움을 찾거나 독자들을 매혹적으로 감동시킬 수 있는 창작보다는 쉽고 안일한 제재를 골라 글을 써온 글쓰기에서 벗어나 긴장이 들어있고 탄력이 있는 시를 쓰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현실 인식도 그렇게 해야겠다는 결의가 나타나 있다.
시
등록일 2015.08.20
게재일 2015-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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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며 외로움으로 슬퍼하지 말라한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라고 말하며 인간 실존이 가엾고 한없이 외로운 존재라는 것을 역설하는 시인의 가슴도 이 시를 읽는 우리네 가슴도 짜안하고 젖어듦을 느낀다. 인간뿐만 아니라 우주의 모든 실존들이 다 그렇다고 확산시키며
시
등록일 2015.08.19
게재일 2015-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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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는 노쇠한 시골 역사를 한 채 지나쳐 온 것이다 그러는 동안 우리는 어느새 그 역사보다 더 늙어 있었다 이제 우리는 한줄기의 햇빛이 그리워 창 밖을 본다 나를 보아달라고 손짓하는 가로수 어린 손아귀들을 귀찮아 바라본다 저 어때요 한껏 뽐내는 꽃들을 보기에도 우린 이제 민망하다 그땐 참 좋았지 어느덧 우리에겐 흘러간 추억이 아름답다 우리가 어느새 추억이 된 것이다 쏜살 같이 세월은 지나가버린다. 그렇게 시대는 우리를 남겨두고 떠나가버리는 것이다. 우리가 청춘의 시간들 속에서 바라보던 햇빛과 가로수 어린 손아귀, 한껏 자신을 뽐내는 꽃들도 이제 나이들어서 다시 바라보지만 이미 그것은 흘러간 추억 속의 것들이 되어 귀찮게 바라보거나 민망하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들
시
등록일 2015.08.18
게재일 2015-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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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금니 앙다물고 있는 것들아 조용히 눈감고 고개 흔들고 있는 것들아 여린 가슴 잔뜩 안으로 감싸고 있는 것들아 그렇게 웅크려 떨고 있는 것들아 저희들끼리 모여 저희들 이름 부르고 있는 것들아 단단함으로 단단함 불러 제 단단함 다지고 있는 것들아 우기적거리며 아랫배에 힘 모으고 있는 것들아 그래도 속으로는 온통 세상 뒤흔들고 있는 것들아 오직 뼈다귀 하나로 울고 있는 것들아 차마 어찌하지 못하는 것들아 아흐, 이 바윗덩어리들아 이 시에서 바위는 바위를 지칭하지는 않는다. 지금은 바위가 아니면서도 언젠가 바위가 되고 싶어하는 존재들이다. 그 바위가 되기 위해 제 살을 깎고 어금니 악물고, 끝없이 기다리고, 제 속으로 단단함을 다지기도 하고, 오직 뼈다귀 하나로 울고 있는 존재, 그 실체들인 것
시
등록일 2015.08.17
게재일 2015-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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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떠나는가 밤배가 되어 저 바다에 붉은 까치놀이 떠들어와 뱃머리 탕탕 쳐서 시간을 재촉할 때 막소금같이 얼어붙은 눈물 허공에 흩뿌리고 그 흔한 사랑의 노래 한 가락도 손 흔들어 불러 보내는 사람이 없고 젖은 불빛마저 끊어져 사라져버린 배고프고 목마른 부두 쓸쓸한 한 세상의 겨울바람 끝에서 그대 떠나는가 눈앞을 가리우는 어둠 속으로 쓸쓸한 한 세상의 겨울바람 끝에서 기어이 밤배를 타고 떠나는 사람에 대한 추모의 정이 베인 작품이다. 뜨겁게 일렁이며 살아온 시간들도 있었지만 막소금 같이 얼어붙은 눈물을 허공에 흩뿌리고 가버리는 사람, 그 흔한 사랑 노래 한 가락도 얹어보낼 이가 없는 쓸쓸한 세상을 등지고 짙은 어둠 속으로 가버리는 망자에 대한 통한과 그리움이 시 전체에 깔려있다.
시
등록일 2015.08.16
게재일 2015-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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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별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는데 얼마나 먼 길을 돌아 여기까지 왔나 아직도 식지 않은 질화로에 불씨 한 점 살아 있어 등짝 시린 지금에도 단잠 설칠 줄이야 날 세운 바람 할퀴고 간 자리 누웠던 풀잎들 추억 안고 일어서고 구걸한 목숨 있어 건너지도 못한 강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나의 맨발을 본다 건너지도 못한 강은 무엇일까? 시인이 지향하며 전력으로 달려온 지향점이리라. 그것이 이상적인 생의 목표일 수도 있는 것인데, 치열하게 달려왔지만 가 닿지 못한 것만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시인은 좌절하고 주저앉아 있지만은 않았으며, 앞으로도 끊임없이 그 강을 건너기 위해 앞에 놓인 여러 어려움과 한계들을 극복하기 위해 싸우며 달려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시
등록일 2015.08.12
게재일 2015-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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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를 꾸짖는 이라고는 없다 심심하게 여기 와서 풀잎에 내리는 햇빛 소나무에 감도는 바람을 이승의 제일 값진 그림으로서 잘 보아 두고 또 골이 진 목청으로 새가 울고 가다간 벌레들이 실개천을 긋는 소리를 이승의 더할 나위 없는 가락으로서 잘 들어 두는 것밖에 나는 다른 볼 일은 없게 되었거든요 어린 시절 꾸지람을 듣고 마음을 달래러 나갔던 개울가를 이제는 성인이 되어 다시 찾아온 것이다. 이제는 아무도 꾸짖을 사람이 없지만 지난날 풀잎에 내리던 햇빛과 소나무에 감도는 바람, 벌레들 새소리들을 다시 들으며 지나간 시간을 추억하고 있다. 나이 들어도 순수하고 맑은 마음이 짧은 시 한 편에 오롯이 나타나 있음을 본다. 박재삼 시인의 시에서 많이 발견되는 곱고 순수한 시심이다.
시
등록일 2015.08.11
게재일 2015-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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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는 허리를 졸라맨다 개미는 몸통도 졸라맨다 개미는 심지어 모가지도 졸라맨다 나는 네가 네 몸뚱이보다 세 배나 큰 먹이를 끌고 나르는 것을 여름언덕에서 본 적이 있다 그러나 나는 네가 네 식구들과 한가롭게 둘러앉아 저녁식탁에서 저녁을 먹는 것을 본 적 없다 너의 어두컴컴한 굴속에는 누가 사나? 햇볕도 안 쫴 허옇게 살이 찐 여왕개미가 사나? 개미의 허리는 시인의 말처럼 졸라맨 듯 날씬하다. 시인은 개미의 졸라맨 허리를 말하면서 우리 시대를 말하고 있다. 허리를 졸라매고 일하는 민중들의 보편적인 삶의 모습과 그 성실함과 성취에 시안이 가 닿아있음을 본다. 허옇게 살이 찐 여왕개미로 표현된 부도덕한 자본가에 대한 분노도 읽어낼 수 있는, 시인이 발표한 많은 시들에서 발견할 수 있는 빈익빈 부익부의 자본주의
시
등록일 2015.08.10
게재일 2015-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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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호는 검은 고래다 새벽마다 허옇게 바다를 벗겨내는 어부들이 선창가에 비릿한 욕지거리를 잔뜩 풀어놓으며 고래입 같은 아가리에서는 온통 욕지거리로 헐떡이는 생선들…. 어달리는 묵호의 해변마을이다. 시인이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기도 한 어달리 새벽 선창가의 건강한 생명감이 넘쳐나는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어느 새벽 선창의 모습이 이렇지 않겠냐마는 여기 묵호의 선창가는 형용하기 힘든 어떤 역동력과 무서우리 만큼 생명력이 넘치는 새벽 삶의 현장이 펼쳐지는 곳이다. 우리 지역의 새벽 죽도 어판장에서도 이 비슷한 풍경을 볼 수 있으리라.
시
등록일 2015.08.09
게재일 2015-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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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삶이 무거운지 때로는 이렇게 잠 못 이룬다 먼 길 온 것 같지도 않고 먼 길 남은 것 같지도 않은데 이 한밤 적막 속에 들리는 뒷산 계곡 달빛 흐르는 소리 무한 자연 한가운데 던져진 시인 자신을 발견하고는 한없는 세월의 두께와 적막함을 느끼고 있다. 맞다, 한 삶이 그리 무거운 것이리라. 그 삶의 무게가 무겁게 느껴지고 살아온 날들에 대한 회한과 함께 살아가야 할 먼 길에 대한 생각들 때문에 불면에 드는 것이리라. 한 생을 허비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살아온 노시인의 깊은 생에 대한 통찰을 느낄 수 있다.
시
등록일 2015.08.06
게재일 2015-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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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이치는 가까워질수록 선명해야 하는데 내가 내 속으로 들어선 듯 점점(點點) 마을이, 골목길이 , 어머니의 등이 보이지 않는다 감출 수 없는 원시(遠視)의 세월을 돌아서 나오는데 내 안에 숨어 있는 검은 개가 컹컹 짖는다 기다리는 일이 그러한 것처럼 몇 발쯤 물러서야 환히 보이는 기다림 저 기다림 어린 시절 한없이 아버지를 기다리던 어머니를 보아온 시인에게는 기다림에 대한 아득하고 아픈 추억의 풍경들을 품고 살아왔다. 그것은 상처이기도 하고 그 상처는 어른이 된 지금도 남아 있어서 또 어떤 기다림으로 줄곧 먼 곳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리라. 그게 인생이다. 우리에게는 기다림이라는 질긴 원형질이 얼개로 얽혀 있는 것은 아닐까.
시
등록일 2015.08.05
게재일 2015-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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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지샐 작정으로 한편의 시를 쓰기 시작했으나 지우고 쓰기를 반복해도 도무지 사라지지 않는 가련한 이 정체불명의 어둠이여 나는 왜 손끝 하나에서 별을 뿜어내지 못하는가 그리고 꽃이여 마침내 쉼표 하나 찍고 시 한 편 쓰기가 이렇듯 어렵고 수월치 않듯이, 그 시적 지향이 별이나 꽃으로 상징되는 것들이라면 더 말할 것 없이 쉼표 하나 찍고 마는 수밖에 없다는 고백이 시를 생산하는 일에 관심을 가진 필자에게도 절실한 육성으로 들린다. 시를 생각하지 않는 많은 생활의 시간을 벗어나 시를 쓰려고 다잡고 앉으면 무디어진 감각과 언어의 빈곤 속에 허덕이곤 하는 것이 다반사인 것이다. 집중과 선택의 연속 속에 살아가면서 흔히 겪는 혼란이 아닐까. 그게 인생이 아닐까.
시
등록일 2015.08.04
게재일 2015-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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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쿠리, 뱃속에 된장 주머니를 달아놓고 주뎅이 둘레로 참나무 잔가지 꺾어 망 엮은 후 불룩한 양 허리 뚫어 닷 자 길이 새끼끈을 매달아 저수지 가생이에 담가놓는다 한식경쯤 기다려 건져올리면 새까맣게 벌떼처럼 몰려온 먹이에 눈먼 새우들 아직도 새우 같은 사람들 많다 유년기의 새우잡이 추억을 떠올리며 시인은 오늘의 사회현실 혹은 정치의식에 시적인식이 가 닿아있음을 본다. 지금 세상에는 아직도 새우 같은 사람들이 기본적인 생존을 위한 먹이에 팔려 국민으로서의 권리를 팔아먹는 안타까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시인의 사회인식이 날카롭고, 깊이 동의하고 싶은 작품이다.
시
등록일 2015.08.03
게재일 2015-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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