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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동이 가득 남실거리는 물동이를 이고 서서 나를 불렀습니다 용태가아, 애기 배 고프겄다 용태가아, 밥 안 묵을래 저 건너 강기슭에 산그늘이 막 닿고 있었습니다 강 건너 밭을 다 갈아엎은 아버지는 그때쯤 쟁기 지고 큰 소를 앞세우고 강을 건너 돌아왔습니다 이 소 받아라 인생이란 부모로부터 목숨을 받아 태어나 살면서 끝내 그 부모님의 끈을 이어받고 다시 자식에게 그 끈을 물려주고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는 시인의 의식이 자연스레 잔잔한 감동으로 이어지는 시다. 섬진강 강가에서 태어나 거기서 아이들을 가치는 선생이 되어 평생 고향을 지킨 시인의 가족사적 순응과 계승의 아름답고 정겨운 끈을 본다.
시
등록일 2015.11.02
게재일 2015-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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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 방이 더럽고 누추해서 줄 것이 별로 없어서 힘들여 열어논 서랍엔 너의 슬픔을 잠재울 것 대신 세상의 아픔을 기록한 요오드징크빛 서한과 결린 데 바르는 물파스뿐이어서 훔쳐갈 무엇이 있는 것처럼 도금을 한 채 살아서 이 시대의 시인이면서 네가 훔쳐갈 좋은 시 하나 갖지 못한 채 부자로 살아서 미안하다 전문의로 일하면서 시를 써온 시인의 솔직한 고백이 감동적이다. 의사로 일하면서 많은 재화를 모을 수 있는 처지에 있지만 청빈하게 살아가는 삶의 모양이 정겹게 다가온다. 또한 시대 정신을 꿰뚫고 치열하게 시를 쓰지 못하는 자신의 문학적 자세에 대한 겸허한 반성과 성찰이 있어 더욱 잔잔한 감동에 이르게 한다.
시
등록일 2015.11.01
게재일 2015-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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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발을 흔들던 미친 바람은 어디로 갔는가? 돌멩이를 쪼개던 햇빛의 망치는 또 어디로 갔는가? 차가운 강물에 손을 담그고 이제 발톱이 자라면 발톱을 깎고 눈썹이 자라면 눈썹을 깎고 설움이 자라면 설움을 깎고 담담하게 현실에 대응하겠다는 차분하고 건강한 시인의식을 본다. 살아가면서 닥치는 그 어떤 절망의 장벽과 힘겨운 상황일지라도 유연하고 담담하게 대처하고 극복해 나가겠다는 강단진 정신을 느낄 수 있다. 한 때 치열하게 현실에 맞섰던 시간들이 있었지만 이제는 차분하고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하고 뚫고 나가겠다는 의지를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시
등록일 2015.10.29
게재일 2015-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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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축제가 한창인 광장 한 켠 국화빵 가게가 홀로 피어 있다 사람들은 노랗고 빨간 꽃의 난무 속을 걸어 국경처럼 남루한 가게에 도착한다 모래바람이 부는 사막의 어느 나라처럼 1톤 트럭 짐칸은 붐비는 천막 밀가루 반죽을 채워 넣고 그 위에 꽃술 같은 팥 앙금을 살짝 포개면 화분마다 둥근 압화들이 피어난다 우리는 모두 가을의 국경을 넘어가는 초조한 시간 여행자 출입증 같은 빵 하나씩 받아들고 사람들은 조금씩 겨울이 되는 걸까 호호, 뜨거운 김을 삼키며 더러는 서로의 표정을 곁눈질하며 천둥과 비바람과 뙤약볕으로 속이 꼭 찬 빵 속으로 계절의 난민 몇 걸어가고 있다 맞다, 우리 모두는 가을의 국경을 넘어가는 초조한 시간의 여행자인지 모른다. 국화꽃 피어 향기롭고 환하지만 옷깃을 여미는 늦가을, 쓸쓸하게 저무는 시간
시
등록일 2015.10.28
게재일 2015-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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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가난하고 외로웠던 유년시절을 돌아보며 뜨겁게 눈시울을 적시는 시인을 본다. 가난과 병마에 찌들고 힘들었던 유년의 시간이 이 땅 어딘들 누구엔들 없었으랴. 시장에 열무 팔러간 어머니를 기다리며 몰려오는 두려움과 배고픔과 그리움에 젖었던 어린 시절이 아프게 새겨져 있는 것은 비단 기형 도시인에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 유년의 윗목엔 지금도 눈시울 뜨겁게 만
시
등록일 2015.10.27
게재일 2015-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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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여 지나가다 돌탑을 보거든 돌 하나 얹어 주오 억겁을 쌓아온 업보를 품기 위한 풀잎 같은 발원이니 행여 지나가더라도 돌아와서 돌 하나 얹어 주오 내생에 나아갈 긴 연등 행렬에 새순 같은 축원이니 행여 지나가서 못 돌아와도 돌 하나 얹어 주오 꿈꾸는 성불을 오솔길 돌아오듯 기다리는 마음이니 인생이란 끝없이 기다리고 기다리는 것이리라.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마음 졸이며 기다리고 기원하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 아닐까. 길고 긴 연등 행렬 같은 인생길에 새순같은 바람을 품고 살아가는 시인의 바람을 본다. 그것이 성불을 위한 것이던 한 생을 걸고 추구하고 갈구하는 그 어떤 목표이던 그것의 성취를 위해 끝없는 기다림과 기원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시인의 겸허하면서도 질긴 정신을 본다.
시
등록일 2015.10.26
게재일 2015-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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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이 모두 바다로 흐르는 까닭은 언덕에 서서 내가 온종일 울었다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밤새 언덕에 서서 해바라기처럼 그리움에 피던 그 까닭만은 아니다 언덕에 서서 내가 짐승처럼 서러움에 울고 있는 그 까닭은 강물이 모두 바다로만 흐르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겠다고 고백한 `소풍`으로 깊은 감동에 이르게 한 시인 천상병의 생을 관조하는 시다. 천진무구함으로 우리가 가야할 생의 길을 일러준 시인의 눈에 비치는 강물은 무엇일까. 강물을 바라보며 온종일 울기도 하고 해바라기처럼 서서 그리움에 젖기도 하고, 짐승처럼 서러움에 울기도 한 강물은 도대체 무엇일까. 깊은 사념에 빠져들게 하는 시가 아닐 수 없다.
시
등록일 2015.10.25
게재일 2015-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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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것은 벗기면 초라해지고 저 잘났다고 설치는데 형체마저 알아볼 수 없이 으깨어진 콩은 뭉쳐서 네모난 두부를 만들고 어우러져 하나 되는 법을 가르친다 간장을 쏟아붓고 시어빠진 김치를 쏟아부어도 허연 살덩이는 꿋꿋하다 칼로 자르면 분배의 원칙을 가르쳐주고 시커먼 손으로 제 살 파먹으면 얼굴 마주하는 법 가르쳐준다 냉장고에서 꺼내 뜨거운 물 속에 처넣어도 넉넉함을 잃는 법이 없다 어떤 것들은 제 살 파먹으면 두 눈 치켜뜨고 지랄이건만 으깨어져야 비로소 하나 되는 법을 가르쳐준다 두부를 제재로 쓴 의미가 깊은 작품이다. `어우러져 하나됨`에 시인정신이 집중되어 있음을 본다. 우리가 흔하게 먹는 두부를 가만히 관찰해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세상 살다보면 각자의 개성이 돋보일 때가 있다. 그러나 더 소중한 것은
시
등록일 2015.10.22
게재일 2015-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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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가을엔 예쁜 독사진 하나 가지고 싶다 빛바랜 미소 하나 힘없이 나부끼는 그곳에 빨갛게 단풍 들어도 떠나지 않을 잎새 하나 새로이 매달고 싶다 풍성한 결실의 계절 가을을 시인은 결핍과 생성에 대한 시안을 가지고 접근하고 있다. 간절히 기원하고 소망하는 그 무엇이 있다. 예쁜 독사진이나 거친 바람이 불어와도 떠나지 않는 잎새 하나를 간직하고 싶어하지만 실상은 가을의 황량함과 말할 수 없이 쓸쓸한 시인의 가슴에 담고 싶은 그 무엇을 기다리고 그리워하고 있는 것이다. 뭐라 규정하기 힘든 그것을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시
등록일 2015.10.21
게재일 2015-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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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지처참으로 사지 끊긴 그것으로도 모자라 부은 양 어깨와 등짝 속 깊이깊이 새빨간 잉걸불 몇 덩이를 뜸장들로 박고 견디는 제 발원에 뜸 뜨고 섰는 강진만 길 저문 해안도로 옆 전신에 땀 비 오듯 흘리고 섰는 주변에 살 타는 매운내 진동하는 늙은 동백나무 한 그루를 만났다 박모(薄暮)의 이십세기 어느덧 그렇게 쉰 나이 지난 나를 만났다 20세기의 끝자락에 남도를 기행하며 만난 늙은 동백나무에서 시인은 자신을 본다. 능지처참으로 사지가 끊기고 어깨와 등짝 속 깊이 새빨깐 잉걸불을 박고 선 늙은 동백나무에서 자신의 지난 삶을 보고 있다. 상처와 시간의 풍화작용을 온몸으로 견디며 생명의 불꽃을 태우며 살아온 시인의 쉰 해 동안의 삶을 성찰하는 시인의 눈이 깊이 젖어있다.
시
등록일 2015.10.20
게재일 2015-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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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라 그리운 얼굴 산 넘고 물 건너 발 디디러 간 사람아 댓잎만 살랑여도 너 기다리는 얼굴들 봉창 열고 슬픈 눈동자를 태우는데 이 밤이 새기 전에 땅을 울리며 오라 어서 어머님의 긴 이야기를 듣자 쪼잔하고 술수에 등하고 권력에 업혀 권세를 누리며, 돈 좀 가지고 있다고 목에 힘주고 정직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을 힘겹게 하는 자들이 세상에는 많다. 이런 세상에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고 의롭고 고결함으로 시대를 뜨겁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그립다라는 시인의 현실인식이 깊은 감동에 이르게 하는 시다. 세상에 타협하지 않고 오직 올곧은 시정신으로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시를 써온 시인이야말로 그가 간절히 기다리고 기리는 바로 그 사람이 아닐까.
시
등록일 2015.10.19
게재일 2015-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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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홧가루 노랗게 버무려진 산 꿩 소리 한 입 베어 물고 새벽 산 오르다 입 안 가득 메아리치던 그 이름 삼키리 꾸역 꾸역 씹어보지만 첫 산모룽이 돌기도 전에 참았던 너를 꺼이 꺼이 뱉고 만다 지금은 조금 떨어진 곳의 대안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이주형 선생님의 시다. 몇 해 전 지역의 중학교에 근무하면서 겪은 일을 시로 표현한 감동적인 작품이다. 등굣길 교통사고로 의식불명상태에 빠진 사랑하는 제자의 아픔을 함께하면서 쾌유를 위해 시인의 헌신적이고 치열한 애씀을 곁에서 보아온 필자로서는 이 시 몇 줄이 가슴에 깊이 스며든다. 시 전편에 스민 제자 사랑의 마음에 거수경례를 하고 싶은 아침이다.
시
등록일 2015.10.18
게재일 2015-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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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지 못하는 사람만 아픈 것이 아니어서 사랑하지 못하는 자만 아픈 것이 아니어서 우리는 다 아픈가 봅니다 미움을 받는 이만 아픈 것이 아니어서 미워하는 자만 아픈 것이 아니어서 우리는 다 아픈가 봅니다 우리는 누구나 다 삭이기 힘든 아픔 하나 남몰래 가슴에 묻고 그렇게 사나 봅니다 사랑받길 원하고 사랑하길 원한다면 우리는 누구라도 별처럼 아름다운 잣대 하나씩 갖고 있어야 할까 봅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사람의 아픔은 땅의 척도로만 잴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요 인생의 원형질에는 아픔이 깊게 스며 있다는 시인의 인식에 깊이 동의하고 싶다. 그 어떤 사람도 아픔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없으리라. 우리 모두는 삭이기 힘든 아픔 하나씩 가슴에 묻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땅의 척도로는 도저히 그 아픔을 잴 수도
시
등록일 2015.10.15
게재일 2015-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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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보면 고요한데 가까이 다가가 속을 들여다보면 흐른다 돌에 이마를 부딪치며 오만 잡쓰레기들이 얼크러져 서로 기대고 또 감싸 안고 피 튀기며 거칠게 비켜서서 숨 돌릴 곳은 세상 어디에도 없으므로 깊은 설움은 더 깊이 다스리고 치받는 신명은 소용돌이쳐 푼다 간발의 틈도 없이 사정없이 부닥쳐 박살이 나면 다시 몸 추슬러 더욱 세차게 몰아친다 삶의 이 진저리나는 격렬함 그러나 다시 멀리서 보면 한강은 백치같이 무심한 얼굴로 또한번 우리를 갈긴다 서울의 온갖 구정물과 더러움을 안고 유유히 한강은 흐른다. 시인은 한강을 얘기하면서 피튀기며 거칠게 살아가는 힘겨운 삶을 말하고 있다. 생존을 위해 깊은 설움에 들기도 하고 비켜서서 숨 돌릴 곳 조차 없는 문명의 극한인 서울에서의 생이 얼마나 격렬하고 힘겨운지를 암시
시
등록일 2015.10.14
게재일 2015-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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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사유상 그 기원이 궁금해질 때 바람이 마음 언저리를 맴돌다 꽃들 속으로 사라진다 반가사유상을 보면 왕좌를 버리고 진리를 찾아 떠난 싯다르타처럼 나 또한 무언가 버려야 할 것 같은 고약한 생각에 내가 갇힌다 막상 버릴 수 있는 것들 없어 당황스 런 순간 인생, 왜 이 단어가 떠오르는지 난감 하다 어쩌면 태초에 큰 것들 인생 같은 것들은, 존재하지 않는지도 모를 일 어쩌면 내 삶 작은 것들 하나 그리고 또 하나 그 먼지 같은 것들 삶을 관조하는 시안이 깊다. 영원의 사색이 빠져있는 반가사유상을 바라보면서 시인은 살아온 자신의 한 생을 돌아보고, 가야한 먼 길을 바라보고 있다. 인생. 거창한 의미와 가치로 포장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이른다
시
등록일 2015.10.13
게재일 2015-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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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울타리의 산수유꽃 흙담장 아래 코딱지꽃 부황든 들판의 보리꽃 수채구멍의 지렁이꽃 누이 얼굴의 버짐꽃 빚 독촉 아버지의 시름꽃 피는 봄밤에 몰래 집 나왔었는데 이젠 다시 살구꽃 피는 고향 그리워 평화롭기 짝이 없는 농촌 풍경 한 장을 본다. 갖가지 꽃들이 다투어 피어나고 가난한 농촌 현실이 슬며시 비쳐 있어서 더 정겨운 작품이다. 이러한 고향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무한한 생명의 젖줄이 흐르고 사람다움의 향기가 오롯이 간직돼 있는 고향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 간절한 아침이다.
시
등록일 2015.10.12
게재일 2015-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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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갈대는 자신의 삶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조용히 울고 있다고 시인은 말하고 있다. 외로워서, 건너온 시간들이 힘겹고 아파서, 누구에게도 건너갈 수 없는 고독감에 갈대는 서걱서걱 울고 있으리라. 우리도 자주 운다. 서럽고 외로워서다. 살아온 세월이 억울하기도 힘에 부치기도 하여, 나는 누구이며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갈 것인가에 대해, 존재에 대한 의문과 회의에 빠져 울고 또 울 때가 있다. 아무도 모르게 갈대처럼 조용히 우는
시
등록일 2015.10.11
게재일 2015-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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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잘 생각해 보셔요 지금까지 걸어온 길은 가시밭길이었지요 앞뒤 돌아볼 여유도 없이 밤길에 늑대 그림자에 쫒기듯이 자식놈들 손잡고 허겁지겁 달려온 길이었지요 어느 날이던가, 어머니 사람 살기가 이렇게 힘들다 그러셨지요 사람 숨쉬는 값 무섭다 그러셨지요 `연등`이라는 시의 일부다. `어머니의 회갑에 부쳐`라는 부제가 붙은 이 시는 어머니의 회갑을 맞아 평생을 자식들을 위해 사랑과 정성을 쏟으신 어머니의 위대한 모성에 바치는 헌시다 . 이 땅 어머니 누군들 이런 희생과 시련 많은 삶이 없었을까마는 눈물겨운 어머니의 한 생에 바치는 이 시에는 어머니의 특별한 헌신의 생이 비쳐져 있다. 참교육을 위한 교사운동으로 해직되는 아픔을 묵묵히 지켜보며 기다려주고 힘이 되어준 어머니의 거룩한 모성이 스며있
시
등록일 2015.10.08
게재일 2015-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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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에 미친년 꽃댕기 은비녀 초록저고리 다홍치마 옥양목 꼬장주 훌훌 벗어던지고 은장도 하나 오로지 속살 깊이 품고 풀어헤친 머리칼 쥐어뜯으면 타는 속 부글부글 거품 물고 그리움 찾아간다 그리움에 미친년 가도가도 끝없는 칠백리 물새도 울지 않는 그믐밤 초롱불도 없이 울부짖으며 울부짖으며 그리움에 미친년 달빛도 없는 깜깜한 그믐밤 강가에 선 여자를 본다. 아니 그의 속으로 끝없이 흘러가는 흐름을 본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갈증이 깊어져 미칠 것 같은 마음을 본다. 가도 가도 끝없이 흘러가버리는 칠백리 낙동강의 흐름은 유유한데 가 닿지도, 와서 이르지도 못하는 사람이 야속하기도 하련만 그녀는 그 어떤 원망도 하지 않는다. 그 그리움은 끝내 울부짖음이 되어 토로되는 여인의 미칠 것 같은 마음의 끝을 본다.
시
등록일 2015.10.07
게재일 2015-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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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는 허리를 졸라맨다 개미는 몸통도 졸라맨다 개미는 심지어 모가지도 졸라맨다 나는 네가 네 몸뚱이보다 세 배나 큰 먹이를 끌고 나르는 것을 여름언덕에서 본 적이 있다 그러나 나는 네가 네 식구들과 한가롭게 둘러앉아 저녁식탁에서 저녁을 먹는 것을 본 적 없다 너의 어두컴컴한 굴속에는 누가 사나 햇볕도 안 쫴 허옇게 살이 찐 여왕개미가 사나 부지런함의 대명사로 개미를 든다. 맹목적이라 할 만큼 개미는 부지런히 뭔가를 나르기도 하고 열심히 제 길을 간다. 개미구멍에는 그들이 구축한 생의 성과들이 축적되어 있을 것이다. 새끼를 키우고 번식하며 그들만의 행복을 추구하고 있으리라. 시인의 눈과 마음은 개미 얘기를 하면서 열심히 살아가는 민초들의 삶에 가 있다. 여왕개미는 부를 축적한 악덕 자본가를 이르
시
등록일 2015.10.06
게재일 2015-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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