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에 발표된 프랑스 생태학자 뤽 자케의 영화 `펭귄-위대한 모험`은 원래 `동물의 왕국`과 비슷한 텔레비전 다큐멘터리로 제작될 예정이었다. 막상 촬영에 들어간 뤽 자케 감독과 스태프들은 황제펭귄의 삶을 보고 극장용 장편영화로 방향을 틀었다. 황제펭귄의 삶이 그 어떤 영화보다 극적이고 감동적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황제펭귄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펭귄-위대한 모험`은 세상의 빛을 보게 됐고, 많은 이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 영화는 황제펭귄이 벌이는 종족 보존을 위한 처절한 사투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뤽 자케 감독은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의 극지방 조류생태학을 연구하면서 14개월간의 남극 생활을 자청, 황제펭귄의 모든 것을 카메라에 담았다. 전혀 새로운 장르의 영화를 만들어냈고 세간의 반응은 뜨거
`낙원`은 어떤 모습일까? 라틴문학의 거장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1899~1986)는 낙원을 도서관의 형태로 꿈꿨다. 그에게 책은 진리였다. 그렇다고 보르헤스의 서재가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장까지 지냈지만, 그의 서재는 소박했다. 보르헤스는 1937년 도서관에 처음 취직한 이래 평생을 사서로 살았다. 선천적으로 시력이 나쁜 탓도 있었지만 책을 너무 많이 읽어 끝내 눈이 멀어 버렸다. 그때 나이가 50대 중반이었다. 알베르토 망구엘(1948~)이 보르헤스를 만난 건 1964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피그말리온`이라는 서점에서였다. 피그말리온의 단골이었던 보르헤스는 어느 저물녘, 서점 점원으로 일하던 열여섯 살의 망구엘에게 말했다. “저녁에 와서 책을 좀 읽어주지 않겠니?” 그때
산행하면서 바라보는 억새밭 풍경은 아름답다. 하늘을 파랗게 쓸고 있는 것처럼, 솜이불을 깔아놓은 것처럼, 염전에 소금이 널려 있는 것처럼 등등의 `아름답다`란 그 말을 뒷받침하는 식상한 이런저런 언어를 궁리하다 결국 사진 몇 장을 카메라에 담는다. `아름답다` 아름다우면 아름다운 것이지 꼭 그것을 어떻게 아름답느니, 이래서 더 멋지다느니 등 수식할 형용사를 찾는 것이 우리 삶의 모습 아닌가. 그렇기에 인간은 오래 전부터 추함보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살아왔는지 모른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마음은 앞으로도 영원히 우리 인간이 찾아야 할 덕목일 것이다. 그야말로 단풍이 절정인 아름다운 가을이다. 길가의 은행나무는 이미 촛불을 켜 놓은 듯 환한 모습으로 거리를 밝혔고, 플라타너스는 넓은 이파리를
한국은 중국인 관광객 `특수`를 맞고 있다. 중국 국경절 연휴(10월1~7일)를 맞아 한국을 찾은 중국 관광객으로 북적거렸다. 이번 연휴기간에 한국을 찾은 중국 관광객은 7만여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일전에는 중국의 대표 보건기업인 바오젠 일용품유한공사는 매년 우수 직원을 대상으로 인센티브 관광을 1만여명으로 실시하고 있으며 올해 여행지로 제주도가 결정되어서 직·간접적 경제적 파급효과는 9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중국 특수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여행객수는 중국뿐만 아니라 일본, 동남아에서도 앞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급증하는 이들을 흡수할 기반이나 여행상품이 빈약해 주변 경쟁국에 빼앗길 우려가 있어 안타깝다. 우리의 관광상품은 수도권, 부산, 제주도 위주로 10년동안
백두대간을 누비면서 명당을 찾고 풍수를 배우고 한답시고 돌아다닌 것도 15년의 세월이 흘렀다. 아주 해박한 이론의 시골 할아버지를 따라 다니기도 하고 척 보면 안다는 실용풍수를 내세우는 사람을 모시기도 했다. 그리고 기운으로 터를 보는 도인 같은 분도 나에게는 도움의 스승이다. 용과 물의 흐름을 보는 전통적 기준을 앞세우거나 기혈을 정하고 수맥봉으로 체크하는 분이나 기를 이용해 자리를 보는 분 모두 다들 방향은 다르지만 결국 답은 하나다. 어떤 물질의 중심을 찾아내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찾은 답은 완전하고 안정된, 그리고 정리 정돈된 구도라는 것이다. 우선 배산임수의 명당 터라면 산의 줄기가 뻗어 내려오고 물이 그 앞이나 뒤를 감싸 흐르는 것을 말한다. 그러한 자리는 결국 지역적인 의미의 좋은 터일 것이
우리가 사는 지구상에는 6천여 개의 언어가 있다고 한다. 영어, 중국어, 스페인어와 같이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가 있는가 하면, 중국, 아프리카의 소수민족들만 쓰는 문자 없는 언어들도 있다. 과학과 문명의 발전에 소수민족의 언어는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생성된 언어가 사라진다는 그 이면에는 소수 민족의 문화가 사라짐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그 많은 언어 중 문자로 표현 가능한 언어는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참가한 202개국의 숫자에도 훨씬 못 미치는 100여개 정도라고 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한글은 100여개의 문자 가능 언어에 속한다. 그 중에서도 우리말은 표음문자로 어떤 소리든 적을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어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다. 쉽게 배
`꽃샘추위`란 뜻은 초봄에 날씨가 풀린 뒤 다시 찾아오는 일시적인 추위를 가리키는 우리의 독특한 고유어다. 꽃이 피는 것을 시샘하는 듯이 춥다고 해서 붙였다는 `꽃샘추위`를 아닌게 아니라 환영하며 지난 겨울을 떠올린다. 우왕좌왕하는 정부의 구제역 정책으로 축산업자들과 수많은 말단 공무원들이 겨울 추위에 떨어야 했고, 자식 같은 소, 돼지를 땅에 묻어야 하는 단장(斷腸)의 고통도 많은 축산업자들은 겪어야 했다. 소, 돼지를 살처분 하는 장면을 접하면서 내 주변의 많은 사람들도 눈물 흘렸다. 그것뿐만 아니라 한해(寒害)와 잦은 폭설로 많은 농가의 비닐하우스는 주저앉았고, 농작물 피해 또한 컸다. 그런 재앙과 함께 `영남권 신공항`과 `과학 비즈니스벨트` 는 지역간 갈등 요인으로 마치 폭발물의 뇌관
통영에 가면 2008년 제 1회 전국 골목 벽화 전을 개최한 뒤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마을이 있다. `동쪽에 있는 벼랑`이라는 뜻의 통영사투리로 `동피랑`이 그곳이다. 동피랑 마을은 재개발구역으로 곧 철거될 위기에 놓였지만 마을을 지키기 위해 벽화를 그렸다. 평일에도 하루 300~400명이 넘는 관광객이 다녀가는 마을로 변한 것은 물론 재개발도 결국 취하됐다. 달동네에 들어서는 입구에 사람들을 제일 먼저 반기는 것은 거대한 날개 벽화이다. 날개 사이에 서서 사진을 찍으면 천사가 되는 아름다운 포토 존이다. 얼마나 생각이 기발한지 우툴두툴한 콘크리트 벽의 질감이 날개를 살아있는 듯 아름답게 만들어주고 있다. 얼마 전 한 연예인이 이곳에서 사진을 찍어 트위터에 오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동피랑의 길고 좁으며
우리나라 외교를 비아냥거리는 표현 가운데 `사대외교`가 있다. `사대(事大)`는 `큰 나라를 섬기다`는 뜻으로, 제후국 신분을 자처했던 조선이 중국을 천자국으로 받든 데에서 생긴 말이다. 외교란 국제관계 속에서 당당하게 자국의 관심을 달성해 나가는 행위인데, 한미 FTA 협상처럼 우리 외교는 강대국 앞에만 서면 늘 작아지기 때문에 듣는 비판이다. 그런데 이렇듯 부정적인 뜻으로만 쓰이는 `사대외교`의 실제 맥락을 소개한 글을 근래 인터넷에서 접하고 이 말에 대한 인식을 바꾸게 되었다. 사대외교의 근간은 조공(租貢)이다. 조공은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제후가 천자에게 정기적으로 자기 땅의 토산물을 바치던 예법에서 나온 용어이다. 조공을 바침으로써 제후는 자신이 천자의 세력권 아래 있음을 인정하고, 천자는 이에 답
한참동안 상추가 비싸서 잘 사먹지 못했다. 상추는 비타민과 무기질이 많아서 몸에 좋은 채소다. 그래서 쌈으로 많이 먹지만 겉절이나 샐러드에 곁들여 먹기도 하고 심지어 햄버거에도 들어있다. 넓은 상추잎에 밥을 얹고 빡빡하게 끓인 강된장을 올려 싸먹으면 온갖 시름을 다 잊을 정도로 맛있다. 고려시대 원나라에 볼모로 잡혀간 궁녀들이 마당에 상추를 심어 여름 가을 내 추어다가 쌈을 싸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그들은 아마도 타향에 잡혀온 신세를 한탄하며 고향생각을 상추쌈으로 달랬으리라 생각이 든다.상추의 재배 역사는 매우 오래 되어 기원전 4
단풍이 물들어 가는 비슬산을 다녀왔다. 산등의 오솔길에는 나무와 바위틈에 허리 숙여 살펴보아야 그 자태를 드러내는 들국화와 이름 모를 꽃에 나비와 벌들의 날개짓은 분주했다. 그 분주함에 중증장애인(이하 복덩이)들도 더하였다. 일 년을 기다린 산행이요 틈틈이 산책을 하며 준비한 이들이라 하지만 그 가운데 어떤 복덩이들은 도우미의 손에 의지해 산행을 했다. 휠체어에 앉아 네 명의 대학생 도우미의 도움이지만 포기함 없이 목적지까지 함께 하는 복덩이도 있었다. 매년 “아름다운 동행”이란 주제로 함께 해 주는 경일대학교 산악회 선후배들의 아낌없는 후원으로 작년에는 팔공산의 가산산성에서 금년은 비슬산의 대견사지 산행을 했다. 며칠 전 대구가톨릭의료원에서 책을 한 권 보내왔다. 제목이 `사랑나눔 생명나눔 아름다운 동
금년 10월9일은 `한글날`로는 82돌, `가갸날`로 부른 것까지 치면 84돌이 되는 날이다. 1926년 11월4일(음력 9월29일), 당시 민족주의 국어학자들의 단체인 조선어연구회가 주동이 되어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반포 480주년을 맞아 기념식을 가지고, 이날을 제1회 `가갸날`로 정했다. `한글`은 세계적으로 가장 우수한 문자 중의 하나이다. 한글은 가장 풍부한 표현력을 가지고 있다. 한글은 소리의 표현을 8천800개 이상 낼 수 있어서 중국의 한자보다도 표현력이 무려 20배가 많은 우수한 글이다.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언어학대학은 세계 모든 문자를 합리성, 과학성 등의 기준으로 평가하고, 한글을 1위로 진열했다. `레어드 다이어먼드`라는 학자는 한글이 독창성이 있고 기호 배합 등 효율 면에서 특히
21세기에 들어와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것들이 여럿 있다. 휴대전화 보유율, 초고속 인터넷 가입률, 컴퓨터 보급률, 반도체 생산량…. 이 밖에도 1위는 많다. 5천 년 역사에 우리가 다른 나라에 비겨 이만큼 부흥한 때는 일찍이 없었다. 그것도 20세기 후반부 아주 짧은 기간에 이룩한 성과다. 경제정책, 교육열, 근면성, 잘 살아보겠다는 의지 같은 요인은 여럿 있지만 그 어떤 것보다도 나는 한글이 일등 공신이라고 감히 생각한다. 한자를 빌려 우리말을 표기하던 2천년 동안 우리는 단 한 번도 변방의 약소국 신세를 면한 적이 없다. 하지만 한글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보급하기 시작한 20세기 이후, 그것도 한글전용정책을 펴 온 지 60년 만에 세계 속의 한국이 되었다. 교육열도 학습의 전달 수단
우리 사회에서 가장 관심이 많은 분야 가운데 하나가 교육이다. 우리 지역 시민들도 마찬가지다. 자녀의 성적에 따라 부모의 위상이 결정되는 것이 우리의 슬픈 현실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의 교육열은 긍정적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오바마가 잠시 한국을 방문한 뒤 우리의 경제 성장 배경에는 한국의 교육이 있었다는 발언을 해서 우리 교육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뒷받침해 주기도 했다. 정말 그러한가? 우리 교육에 긍정적 측면보다는 부정적 측면이 많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우리의 교육열이 교육의 본질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교육의 두 가지 측면인 학습지도와 생활지도는 분리할 수 없는 유기적 관계에 있는 것이지만 현대 교육의 특성상 나누어 다룰 뿐이다. 그런데 교육 수준에 대한 평가는 교과학습 성적에 국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