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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렸다. 첫눈이다. 첫눈, 함박눈눈은 쌓이고 쌓이고, 쌓여서 눈부시게 하얗다 두께를 가졌다 밟으면 폭폭 찍히는 발자국누구의 발자국일까 일자로 줄지어 찍힌 이런 모양, 길고양이나 노루일 거라고 생각했다부드럽게 차가운, 차가우면서 따뜻한 흔적을 보며 우리도 자꾸 걸어갔다.누구도 먼저 말이 없었다첫눈은 계속 쌓였고, 쌓여서 눈부셨고 우리는 빛나는 그늘과 우리를 따라오는 그림자를 보았고 자꾸만 폭폭 찍히는 발자국을 보았다나무마다 목도리처럼 그늘을 두르고 서서 귀 기울여 새의 노래를 들었다당신도 허밍으로 낮게 노래를 불러주었다지금은 그
시
등록일 2023.11.12
게재일 2023-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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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솔암에서 이제 막 하산하여 선운사 마당 한가운데 들어서니 천지간 눈이 내린다 겨울 아침 절집의 고요란 이런 것인가 대웅전 뒷산 숲 그늘에 동백은 일러 피지 않고 어디서 날아든 동박새만 떼로 여행자를 반긴다낮별이 뜨고 무릇꽃이 피면선운의 눈발이 멎을 것인가선 채로 길을 떠나는 숲의 영혼 자작나무“천지간 눈” 내리는 절 주변의 고요한 풍경을 잔잔하게 보여주는 시. 한데 여행자는 누구인가? 화자인가? 자작나무인가? 2연의 3∼4행의 ‘행간 걸림’이 절묘하다. 이 걸림으로 “선 채로 길을 떠/나는” 자작나무가 바로 ‘나’의 영혼임을 암시
시
등록일 2023.11.09
게재일 2023-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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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포로였고/슬픔의 포로였고/자유의 포로였다생각하면 나는,/죽음의 포로였고/허무의 포로였고/생명의 포로였다도대체 나는,/묶이지 않으면/살지를 못했다정말 그랬던 것 같은데,/감옥들은 오래되어/자꾸 낡아 가나생각하면, 요즘 나는/출소가 코 앞인 죄수처럼/기운이 좀 난다시인은 사랑, 슬픔, 자유, 죽음, 허무, 생명 등의 포로로 살아왔다고 고백한다. 시인만이 아니다. 우리 모두 의미 있는 삶을 위해 무엇인가에 “묶이지 않으면/살지를 못”하는 것이다. 하나 맹렬하게 사는 사람들이 지독한 수형 생활을 할 터, 시인도 그러한 수형 생활을
시
등록일 2023.11.08
게재일 2023-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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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깊이 잠들어 차고지까지 들어가 버린 사람의 꿈을 보았네 아주 슬프고 쓸쓸한 꿈이었네 꿈에서 깨고 나서야 그게 내 꿈인 줄을 알았지만 깨기 전에는 이렇게 슬픈 꿈이 내 꿈이 아니라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네차고지에 들어간 열차는 언젠가 다시 차고지를 나오겠지만 꿈속에 들어간 사람의 꿈은 어떻게 되는지 아무도 알려주지를 않네 꿈에서 깨어나도 꿈이 어두운 차고지에 혼자 남아 있다면 어쩌나 그런 생각에 도무지 꿈에서 깰 수가 없었네어디가 꿈이고 어디가 현실인가. 꿈이 차고지에 들어간 것인가 꿈꾸는 이가 차고지에 들어간 것인가. 알쏭달쏭한
시
등록일 2023.11.07
게재일 2023-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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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 오후 늦은 점심을 먹고소파에서 TV 연속극을 보던 아내하마처럼 하품 몇 번 쏟아 내더니입을 쩍 벌린 채 자고 있다한평생 저를 끌고 다니느라고달팠을 몸 잠시아내와 한통속인 세탁기와 청소기와냉장고도 함께 자고 있다여전히 제 안의 고단함을 길어 올리는 아내온 우주가 아내의 쩍 벌린입속을 드나드는 끊어질 듯 이어지는저 들숨 날숨에 달려 있다가족이란 입 벌리고 자는 모습을 보고 보여주는 사람들 아닐까. 경계심이 없기에 서로의 눈앞에서 입을 벌린 채 잘 수 있는 이들. 시인은 입 벌리고 자는 아내 모습이, “세탁기와 청소기와/냉장고”와
시
등록일 2023.11.06
게재일 2023-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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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에서 실시하고 있는 산재근로자를 위한 생활안정자금 융자사업이 있다는데 이에 대해 궁금합니다. 네, 근로복지공단은 장해등급 1~9급, 유족연금 수급권자 등의 생계안정을 위해 의료비, 혼례비, 장례비, 주택이전비, 차량구입비, 취업안정자금 융자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융자를 하려면 특별한 사유가 필요한가요. ‘의료비’는 산재근로자 본인 또는 배우자의 의료비가 소요된 경우 혹은 산재근로자 직계가족의 의료비가 소요된 경우, ‘혼례비’는 산재근로자 본인 또는 자녀의 혼례가 발생한 경우, ‘장례비’는 산재근로자의 배우
상담
등록일 2023.11.05
게재일 2023-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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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정원에서 다시 거닐면서오오! 말없이 노란 그리고 빨간 꽃들이여,너희들 역시 애도하는구나, 너희 제신(諸神)들이여,느릅나무의 가을철 황금빛이여.파르스름한 자그마한 늪가에 미동도 없이 솟아오른다,갈대는, 저녁이 되니 지빠귀들도 침묵한다.오오! 이제는 너 또한 조아려라 너의 이마를선조들의 쇠락한 대리석 기념비 앞에.게오르크 트라클은 독일 표현주의 시인으로, 그가 그려낸 풍경은 암울하기 그지없다. 위의 시는 그의 시풍을 잘 보여준다. ‘노란 그리고 빨간 꽃들’은 뭔가 불길해 보인다. 가을 저녁이 드리운 늪가의 음울한 분위기 속에 피
시
등록일 2023.11.05
게재일 2023-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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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웃음은 슬픔의 가면이 아니요,우리의 선량함은 희생을 요구하지 않는다.우리는 사랑하지 않는 이들을 애처롭게 여긴다,합당한 만큼보다 훨씬 더 많이, 지나칠 정도로.우리는 서로에게 너무도 경이로운 존재다,세상 그 무엇도 이런 놀라움을 안겨주지는 못하리니.밤하늘에 뜬 찬란한 무지개도,새하얀 눈밭 위를 날아다니는 나비 한 마리도.우리가 잠들면꿈에서 이별이 보인다.그래도 그것은 좋은 꿈,그것은 좋은 꿈이다,언젠가는 깨어나기 마련이므로. (부분)사랑에 빠진 이들은 삶에서 가장 큰 기쁨을 향유하는 이들이다. 아마 경험해본 이들은 알리라.
시
등록일 2023.11.02
게재일 2023-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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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노래였다가 웅얼거림이었다가 그냥 허공이었다가저녁답 산 너머 절집 쇠북소리처럼날아가다 기진맥진의 흔들림만 남아 또 다시 허공이 되는,가을볕 휘감던 저녁이면쌀을 씻던 당신의 손과그 물소리를 한없이 생각한다다시 가을,음울한 교과서를 펼쳐놓고밤새 외우다가 잠이 든다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이 시의 첫 단어, ‘그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제목을 보면 ‘가을 햇살’이라고 생각된다. ‘노래’였지만 ‘웅얼거림’으로 졸아들다가 허공이 되고만 가을 햇살. 그 햇살은 노래처럼 아름다웠을 것이다. “저녁이면 쌀을 씻던 당신의 손”을 비추던 ‘가을볕’
시
등록일 2023.11.01
게재일 2023-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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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당신을 떠날 때세상은 힘없이 둥둥 울린다.마치 늘어진 북처럼.나는 삐죽한 별들을 보며 당신을 부르고바람의 등줄기를 향해 소리 지른다.하나씩 하나씩빠르게 스쳐가는 길거리들은내게서 당신을 멀리 밀어내버리고,도시의 등불이 내 눈을 찔러서더 이상 당신의 얼굴을 볼 수 없다.내가 어째서 당신을 떠나야 하는 것일까,날카로운 밤의 모서리에 스스로 상처 입기 위해서?‘나’는, ‘나’ 자신도 이유를 모르지만, 사랑하는 ‘당신’을 떠나야 했다. 시는 당신을 떠난 이후 ‘나’에게 일어난 고통을 묘사한다. 세상은 “늘어진 북처럼” 둥둥 울리고, ‘
시
등록일 2023.10.31
게재일 2023-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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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나 푸른 숲들은 아프다 한다불법 다이아몬드 채취꾼들이 마구잡이로 파헤치는지구의 대형 산소 공급원이며날것 자연 슈퍼마켓인 아마존 밀림싸움터로 나가는 전사들처럼 얼굴에 전투 문신을 그린원주민들이 정부 환경정책담당관을 만나철저히 단속해줄 것을 요청하지만글쎄, 영 미덥지 않은 눈치다한편 우리는 어떨까?저 남미(南美) 아마존의 원시림처럼마구잡이 벌채를 하고 땅 갈아 엎고 그 위에우뚝 제주2공항을 건설해도 괜찮은 것일까푸른 숲과 땅이 벌건 맨살을 드러내고온몸 뒤틀며 몹시 아프다고 신음할 것 같다아마존 밀림 개발이 허용된 후 밀림이 ‘마구
시
등록일 2023.10.30
게재일 2023-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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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제도의 가입 절차는 어떻게 되나요. 표준계약서에 대한 근로자대표의 동의 및 가입신청서(가입자명단 포함) 제출로 가입이 가능합니다.퇴직연금 도입 시 필요한 퇴직연금규약 신고절차는 공단과 표준계약 체결로 간소화되고 운용관리계약 및 자산관리계약의 절차가 생략됩니다. 또한, 고객 접근성 등 편의를 위하여 가입부터 지급까지의 모든 과정을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제도 홈페이지(이하 홈페이지)를 통하여 손쉽게 이용하도록 ‘중소퇴직기금 통합 플랫폼’을 구축했습니다. 표준계약서란 무엇인가요. 표준계약서는 근로자퇴
상담
등록일 2023.10.29
게재일 2023-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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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살면 폐인이 될 것 같아짐을 챙겨 옆방으로 갔네이렇게 살면 귀신이 될 것 같아다시 짐을 챙겨 옆방으로 갔지이렇게 지내면 정말 귀신도 못 될 것 같아짐 챙길 새도 없이 옆방으로 갔어(중략)밤이면 불을 켜고 가스 불에 국을 데워돈 내지 않으면 모든 게 끊어지네끝은 끝 방고요와 평화불이 꺼지면버스를 타고종점까지 갔다 돌아와야지나는 젖겠네시인의 궁핍한 생활이 구체적이면서도 절제되어 묘사된 시. “돈 내지 않으면 모든 게 끊어지”는 막막한 현실에서, 시인은 귀신이 되지 않기 위해 옆방으로 전전하다가 ‘끝 방’에서 고요와 평화에 들어서
시
등록일 2023.10.29
게재일 2023-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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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동굴 같은 귀를 틀어막고눈으로 꽃 피는 소리를 듣는 동안역류하던 봄은 스타카토로 열렸다하지만 진부한 표현뿐인 촉감의 오독 때문에시종일관, 나는 끙끙 앓았다그리움을 하얗게 뱉어낸다는 것은새로 태어나는 봉오리들이 사무친다는 것꽃 피는 숫자만큼 그 그림자에도 향기가 배어있다는 것먼 하늘에 소실점을 두고, 피가 가려운가지 끝에 매달려 새가 되는 꿈을 꾼다(부분)귀는 사물의 말없는 말을 듣는 데 방해가 되니 “꽃피는 소리”는 ‘눈으로’ 들어야 한다고. 시인이 듣게 된 말은 무엇인가. 하얀 매화는 그리움을 뱉어낸 산물이며, 그리움으로 사무
시
등록일 2023.10.26
게재일 2023-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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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뇌혈관 환자의 ‘뺑뺑이’를 막기 위한 진료협력 네트워크가 구축된다. 보건복지부는 26일 ‘심뇌혈관질환 문제해결형 진료협력 네트워크 건강보험 시범사업’에 참여할 기관과 전문의를 공모한다고 밝혔다.정부는 중증·응급 심뇌혈관환자가 최초 이송병원에서 치료를 받지 못해 다른 병원으로 옮기거나 이송될 병원을 찾지 못하는 등의 ‘응급실 뺑뺑이’ 사태를 막기 위해 병원
건강
등록일 2023.10.26
게재일 2023-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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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 남구보건소 정신건강복지센터가 내달 2일까지 직장인 정신건강 증진 프로그램 참여자를 선착순으로 20명 모집한다.내달 3일부터 20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프로그램은 직장인들을 위해 저녁 시간대 운영된다.이번 활동은 직장생활 만족도와 회복 탄력성을 높이는 요가, 그룹 트레이닝 등 운동프로그램과 정신건강 관련 교육, 일하는 공간을 꾸미는 데스크테리어 등 총
건강
등록일 2023.10.26
게재일 2023-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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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늙은 개와 나란히 걸어가는 뒷모습어쩐지 걷는 게 불편해 보여옳지 그렇게 천천히 괜찮으니까올라가서 이렇게 기다리면 돼어느 쪽이 아픈지 알지 못한 채둘만 걸을 수 있도록길이 칼이 되도록귤을 밟고 사랑이 칸칸이 불 밝히도록여섯 개의 발바닥이 흠뻑 젖도록누군가와 네 발 달린 ‘늙은 개’가 걷고 있는 뒷모습. 늙은 개가 아픈 건지 누군가가 아픈 건지 “걷는 게 불편해 보”이는데, 아픈 이들이 서로 돌봐주며 길을 걷는 저 모습에서 시인은 사랑을 본다. 사랑의 길은 ‘칼’처럼 날카로우면서도 귤처럼 부드럽다. 그 길을 밟으면 사랑은 “칸칸이
시
등록일 2023.10.25
게재일 2023-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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