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1년 3월의 어느 날이었다. 탑골공원에 모인 인파는 하나둘 술렁이고 있었다. 독립 선언서를 낭독해야 할 민족 대표 33인의 부재, 유혈충돌을 방지하려 했던 그들의 뜻은 의심없이 순수했지만 구심점을 잃은 인파는 모두 지향을 잃고 방황하고 있었다.그 때에 앞장선 이는 정재용 선생이었다. 그는 품속에 숨겨두었던 독립 선언서를 꺼내어 팔각정 단상 위에서 기미독립선언서를 낭독했다. 그렇게 나비의 날개짓은 태풍이 되었고, 그가 붙인 작은 불씨는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가 주목한 큰 불길이 되었다. 정계, 학계 및 종교계의 거두가 아닌 단
세상엔 다양한 그물이 있다. 물고기를 잡는 어망부터 해충을 막는 방충망까지, 우리네 일상에 뗄레야 뗄 수 없는 게 그물(網)이다.그물은 노끈이나 실, 쇠줄 따위를 씨줄과 날줄로 엮어 물과 공기는 통하되 그물코 보다 큰 물체는 드나들지 못하게 하는 구조다. 이같은 그물의 규칙성을 법(法)에 적용해 법적인 감시와 제재를 뜻하는 ‘법망(法網)’이라는 그물도 세상에 존재한다.“법망이 더 촘촘해졌다”, “법망을 빠져 나간 범죄자” 라는 식의 표현이 대표적인 용례다. 때문에 세상의 어떤 그물이던 제 기능을 못한다면 우리의 일상은 큰 혼란에 빠
바이오 보국을 향한 포항시의 열기가 뜨겁다. 포항시는 신성장동력으로 바이오산업을 주목하고 착실한 준비를 해왔다. 사실 국내 지방 도시 중 포항만큼 바이오산업을 일으키기에 좋은 곳도 드물다. 3·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비롯해 포스텍과 한동대, 포항테크노파크 등 뛰어난 바이오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포항융합기술산업지구에 세계 세 번째로 설립된 세포막단백질연구소, 국내 최초의 식물 백신 상용화 시설 그린백신실증지원센터 등 차별화된 바이오 인프라가 집적해 있으며, 그린바이오벤처캠퍼스, 해양바이오메디컬 실증연구센터도 들어설 예정이다. 포스텍
가정의 평화와 행복이 가득한 푸른 청룡의 해가 시작되는 1월, 안타깝게도 연이은 아파트 화재로 인해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다. 아파트 화재는 일반화재보다 다수의 인명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평소에 피난·대피요령을 잘 숙지해야 한다.한가지 사례로 23년 3월 수원시 아파트 1층에서 발생한 화재의 경우 계단실로 연기가 확산된 상황에서 세대 내로 화염·연기가 확산되지 않았으나 계단으로 대피 중 연기흡입으로 계단에서 사망한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2019~21년 화재통계연감 자료에 따르면 공동주택 화재 시 발생하는 인명피해는
정부는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고 모든 국민의 기회가 실질적으로 보장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정부는 집단 피해가 발생하였을 경우 모든 피해자가 균등하고 완전한 피해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해야 한다.눈을 돌려 작금의 포항을 한번 살펴 보자. 지난달 16일 포항지원이 포항지진에 대한 국가 책임을 인정하고 국가가 포항시민 4만 7천여명에게 지진 당시 겪은 정신적 고통에 대해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판결 직후 나머지 45만 시민이 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허겁지겁 갈팡지팡하며 변호사 사무실이나 길거리에서 사건을 접수하고
‘원로에게 듣는 포항 근현대사’ 연재가 3년간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이 연재는 지역의 각 분야를 대표하는 18명의 원로로부터 삶의 발자취를 들어보고 글과 영상으로 남기는 작업이었다. 원로들은 대부분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근현대사의 굴곡을 온몸으로 겪었으며 지역의 정치, 경제, 행정, 문화, 여성, 체육, 의료, 봉사 등의 분야에서 뚜렷한 발자취를 남긴 분들이다. 원로들의 삶을 씨줄로, 지역사를 날줄로 삼아 그동안 우리가 눈여겨보지 못했던 지역의 뿌리와 무늬를 입체적으로 복원해보는 것이 연재의 취지였다.지역 작가 11명은 부모님뻘 원로
최근 나타난 여러 현상을 접하면서 세상의 흐름이 급속도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있다.병무청의 핵심정책이라 할 수 있는 병역판정검사 제도 역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더 나은 방향으로 끊임없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우선 병역판정검사의 정밀성 제고를 위해 지속적으로 전문 검사인력을 증원하고 첨단 의료장비를 도입하는 한편 검사 항목을 확대해 왔다.전문의 자격을 갖춘 병역판정검사전담의사를 비롯한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임상심리사 등 분야별 전문인력을 증원하고, 자기공명영상(MRI),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최신 의료장비를 매년
실손보험을 악용한 보험사기 사건이 잇따라 증가하고 있다.특히 실손보험 사기 사건의 경우 회사원과 전업주부, 학생 등 평범함 일반 시민이 “돈을 아낄 수 있다”는 생각에 무심코 저지르게 되는 경우가 많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병원 측의 제안으로 실제 진료 사실과 다른 진료 내역서를 발급받아 보험금을 받는 순간, 보험사기방지특별법위반혐의로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년간 적발된 보험사기 규모가 1조818억원으로 매년 급증세를 보이던 보험사기는 급기야 처음으로 1조원을 넘겼다.보험사기로
2022년 서대구역 개통과 더불어 지식산업센터, 공원, 구립도서관 등 사회기반시설이 들어섬에 따라 기존의 노후된 주택을 철거하고 새로운 주거시설을 건축하기 위한 재개발, 재건축사업이 도시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사실 서구는 대구의 중심축이었던 70~80년대 이후 신도시 개발과 열악한 주거환경으로 인구가 감소하고 고령화가 진행되는 등 과거의 영광을 뒤로한 채 침체기에 빠져들고 있었다.하지만 유행은 돌고 돈다 했던가? 지금 서구는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서대구 역세권 개발과 산업철도 등 광역교통 인프라연계를 통한 미래 교통허브
현재 포항은 철강도시에서 산업과 문화가 공존하는 도시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도약의 원동력은 자신의 뿌리를 깊이 있게 아는 데서 시작된다고 보며, 그 출발점이 바로 지역의 고유한 역사와 문화 정체성을 담은 포항시립박물관의 건립이라 할 수 있다.포항시립박물관의 건립은 우리 지역의 수많은 유물을 수집하고 안전하게 보관하는 공간 즉, 지역 수장고를 갖게 되는 것을 의미하기에 시급한 현안이다.안타깝게도 포항에는 유물을 체계적으로 보존·관리할 수장고가 아직 없다.이런 연유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신라 금석문으로 평가받는 국보 ‘포항 중성리
지난 세월을 돌아보면 우리나라 도시들은 초고속 성장과 빠른 산업화로 많은 발전을 이뤘다. 반면 원도심의 물리적 환경쇠퇴와 인구 감소 및 중심 기능의 유출로 도시화의 부작용이 커졌다.필자는 평소에 매일 자전거로 죽도시장과 중앙상가 인근 거리를 다닌다. 얼마 전 ‘2023 중앙상가 야시장’ 개최로 오랜만에 조용하고 한산했던 중앙상가 주변이 시민들과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그동안 쇠퇴하던 원도심 공간을 기회의 공간으로 변화시키는 과정이자 우리 지역 특성에 맞는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노력의 일환이라는 많은 생각이 들었다
1968년∼1970년 박정희 대통령께서 건설한 경부고속도로. 우리나라 산업화와 근대화, 경제성장의 기틀을 마련한 대동맥으로 일일 생활권이 가능해졌다.그야말로 우리나라 산업화를 앞당기고, 이로 인해 대구·경북은 물론, 우리나라 경제는 급성장 할 수 있었으며, 비슷한 시기인 1969년 구미국가공단이 조성되며 우수한 제조능력을 바탕으로 수출국가로 거듭나게 되었다.우리나라 산업화의 초석을 다진 구미공단. 조성 54년 동안 수출과 무역흑자 확대로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1등 공신임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그 배후에는 대구광역시라는 큰집이
‘균형(均衡)’을 영어로‘밸런스(Balance)’라고도 하지만, ‘이퀄리브리엄(Equilibrium)’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후자는 물리학이나 경제학에서 많이 사용하는 용어로, ‘회복력’ 또는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둔 좀 더 적극적인 개념이라 할 수 있다.이제 ‘지역균형발전’의 개념도 이와 같이 확장할 필요가 있다.진정한 균형발전이란 각 지역의 자원과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하여 ‘회복력’과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이를 외면한 채 계속해서 수도권 집중이 이루어진다면 이는 지방소멸을 가속화 해 결국 국가의 존립
‘SK실트론, LG이노텍 구미에 조단위 대규모 투자’, ‘반도체 특화단지 구미 지정’, ‘방산혁신클러스터 구미 유치’이러한 구미산단의 경사가 있으면 누가 가장 좋아 할까. 그 수혜자는 누구일까. 구미시민인가. 구미를 이끌어가는 지도자들인가. 단언컨대 대구의 위성도시인 구미에 기업 신증설 투자가 일어나 고용이 늘어나고 GRDP가 증가하면 그 수혜는 구미도 구미지만 대구도 못지 않다고 본다. 유동인구 60만을 상회하는 구미에 직장을 두고 대구에서 출·퇴근 하는 인원만 수만여 명에다 구미에서 창출한 소득을 기반으로 대구에서 소비를 주도하
지난 연말 정년 은퇴를 하였기에 올해는 편안한 마음으로 은퇴 생활을 즐기려고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세상일이라는 것이 뜻대로 되어가지 못하는 것을 알만한 나이인데도 마음 수양이 덜 된 탓인지 가끔 속에서 끓어오르는 마음으로 불편할 때가 적지 않다. 그 원인이야 그저 자기 욕심을 못 채운 미련 때문이다. 더구나 개인적 이득보다는 ‘대의’에 어긋나지 않고 충분한 ‘당위성’을 갖추고 있었던 사안이었기에 더욱 아쉽다.벌써 만 6년이 되어간다. 포항 북구 흥해지역에서 일어났던 지진 말이다. 그날 오후 사무실에서 겪었던 지진은 아마도 평생 잊
요즘 하루가 멀다하고 묻지마 폭행과 엽기적인 사건, 극단적 선택 등이 메인 뉴스를 차지한다. 가족이 함께 볼 때는 여간 민망한 게 아니다. 이럴 때 마다 우리는 묻곤 한다. 왜 우리 사회는 이런 걸 해결하지 못할까? 이러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위인이라도 다시 나타나야 하는 걸까? 퇴계 선생이 다시 오신다면 해결 방안을 제시할 수 있을까?나는 이곳 도산 계곡에 거주하면서 퇴계 선생의 발자취를 자주 찾아 다니고 있다. 도산면 소재지 퇴계태실이 있는 노송정 앞 개울을 바라보면서 퇴계 선생의 어린 시절을 상상해 본다. 노송정 주변
중국 당태종의 유명한 고사 중“창업이수성난(創業易守成難)”이라는 글귀가 있다. 이는“어떤 일을 이루기는 쉬우나 지키기는 어렵다”는 말로 나라를 세우는 것과 잘 지키고 유지하는 것 중 어떤 것이 더 어려운지를 신하들에게 물었다는 내용이다.어떤 일을 유지하기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해양경찰 70주년을 맞이한 지금 우리는 해양패권의 경쟁 속에서 국가 안보와 국민의 생명 재산 등을 지키며 한 발자국씩 더 발전하고 있는지 오늘 나는 생각해 본다.동해시 묵호진동 13번지, 이는 동해문화원과 국가기록원 동해시청 등을 통해 찾은 동해해양경찰서
“지금 포항은 철강 중심도시에서 수소와 이차전지 도시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포항은 지역의 중소 도시지만, 유럽의 많은 과학자께서 포항에 주목해 주십시오”지난 16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EKC 2023(유럽 한국 과학컨퍼런스 2023)’ 개회식에서 본 의원이 전했던 이야기는 지난 8월 11일부터 7박 9일 일정의 프랑스·독일 출장에서의 중요한 메시지 중 하나다.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철강중심 도시 포항이 새로운 산업으로 재편이 가능할까라는 의구심을 가졌다. 지난 50여 년 포항시가 철강산업에만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산업
허대만 위원장이 떠난 지도 벌써 1년이다. 생을 마감하기 전 외로운 투병 생활 중에 몇몇 시의원과 경주 동국대병원을 찾았다. 코로나 19가 한창이라 병문안이 불가능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도 이번에 보지 못하면 살아 다시 보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직감이 들어 무작정 찾아갔다.다행히도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방문을 열고 들어가자 야윈 모습에 피골이 상접했지만, 눈은 살아 있었다. 손을 내밀고 반가운 악수를 청하는데, 힘이 느껴졌다. 몇 마디 인사말과 응원, 격려의 말이 오간 후, ‘내가 죽으면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장’을 꼭 해달라고 당부
다시 기림일이다. 정확하게 오늘은 국가 기념일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다.그리고 내일은 광복절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고 광복의 기쁨을 누려야 할 때, 그러지 못하는 거꾸로 가는 세상에, 그리고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이들에게 한 말씀 드리고자 한다.8월 첫날 폭염으로 한껏 달궈진 길 위에 섰다.국회 앞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보호법 개정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폭염주의보에 1시간 동안의 1인 시위는 땀과의 전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지난 몇 년 동안 한국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보호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