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햇살에 달아오른 아스팔트와 건물이 한밤중에도 식지 않는 여름. 그 폭염이 지나고, 밤 기온이 이슬점 이하로 내려가면 푸른 풀잎에 이슬이 방울방울 맺히는 백로(白露)가 온다. 영덕 사람들은 누구보다 이 백로를 기다린다. 무엇 때문일까? 경북 영덕에서 20년째 송이버섯을 채취하며 살아가고 있는 함정식(54)씨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백로를 기준으로 3일을 전후해 송이버섯의 포자가 형성됩니다. 그로부터 1주일 정도가 지나면 버섯을 채취할 수 있어요. 올해는 9월 7일이 백로이니 벌써부터 그 날이 기다려집니다. 돈을 투자하지 않고, 자연에서 자라는 송이버섯을 채취해 적지 않은 수익을 올리고 있으니, 송이버섯은 우리 영덕군의 가을 보물과 다름없습니다.” 표고버섯, 능이버섯 등과 함께
경상북도 안동에서 태어난 시인 이육사는 고향의 여름을 이렇게 읊었다.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역사에는 `만약...`이란 게 없다지만, 만약 육사가 영덕에서 태어난 작가라면 “내 고장 칠월은 복숭아가 익어가는 시절”이라 노래하지 않았을까? 비단 시인만이 아니다. 인간 모두에게 유년의 기억은 지울 수 없는 아름다움이다. 섭씨 35도를 오르내리는 뜨거운 여름. 가만히 앉아 있어도 셔츠가 땀으로 젖는 계절이다. 열대야로 인한 불면증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 여름이 더없이 반가운 사람들도 있다. 바로 영덕의 복숭아 재배 농민들. 따가운 햇살을 받으며 분홍색으로 예쁘게 익어가는 복숭아를 보면 한여름 더위와 스트레스가 모조리 날아가 버린다.
원로 문학평론가 김윤식(80)은 은어를 두고 “존재의 시원(始原·사물이 시작된 처음)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물고기”라고 했다. 작가 윤대녕의 `은어낚시통신`이란 소설집을 평하며 한 말이다. 은어는 보기 드물게 한국문학사를 대표할만한 평론가와 중견작가로부터 `상찬`을 받은 물고기가 된 것이다. 그러나, 은어를 높여 추켜세운 건 두 사람이 처음이 아니다. 우리의 옛 조상들도 깨끗한 물에서 기품 있게 헤엄치는 은어의 자태에 반해 `수중군자`(水中君子·물속에 머무는 군자) 혹은, `청류(淸流)귀공자`라 불렀다. 게다가 몸통에서 은은하게 풍겨오는 달큰한 수박의 향기까지 품고 있으니, 은어는 `물고기의 귀족`이라 칭해도 모자람이 없다. 비단 한국에서만이 아니다. 유럽에서는 `품격 높은 단맛을 낸다`는 의미로
육당 최남선의 저서 `조선상식문답`엔 “그 사람이 먹는 음식이 그 사람을 말해준다”는 구절이 등장한다. 개화기 역사학자이면서 언론인으로도 이름이 높은 호암 문일평의 책에도 음식 이야기가 적지 않게 나온다. 탐식(貪食)이 아닌 여유롭게 즐기는 차원의 미식(美食)이라면, 먹는다는 행위 자체가 지탄받을 일은 아니다. 깨끗한 바다와 짙푸른 산이 함께 하는 경북 영덕엔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독특한 음식이 적지 않다. 본지는 4회에 걸친 연재를 통해 `맛과 멋의 고장` 영덕의 진미를 소개함으로써 `영덕 문화의 일부`를 깊이 있게 살펴보고자 한다. 살 꽉찬 2~3월엔 게장도 가득 차 최고의 맛 8개 다리가 대나무처럼 뻗어 `죽해`라 불리기도 강구~축산서 잡히는 `박달게` 타지역 비교 불가 두터운 껍질·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