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 파악하는 일이란 만만찮다. 예고된 만남인 경우에는 직장, 지위, 세평 등 여러 정보를 가지게 되어 상대에 대해 어렴풋이 알게 된다.우연한 만남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상대에게 자신을 구구절절 소개하는 것, 상대방이 인내하며 듣고 있을 리 만무하고 예의도 아니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고 했던가? ‘oo물산 대표 홍길동’, ‘ oo부 국장 아무개’ 사회활동을 하는 사람 대부분은 자신의 직장, 직위, 이름이 새겨진 명함을 가지고 있다. 가벼운 인사말과 함께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라는 명패 교환이 이루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열흘 넘게 피는 꽃은 없다. ‘권불십년(權不十年)’. 10년을 넘기는 권력은 없다. 아무리 화려한 꽃이라도 10일을 넘기지 못하고 나는 새를 떨어뜨린다는 권세 역시 10년 넘게 지속될 수 없다는 말이다.주역의 이치를 들지 않더라도 세상이 변한다는 것은 상식적인 일로 받아들인다. 아침 산책길에 철 보내는 꽃들이 이곳저곳 떨어져 있다. 몇몇은 즈려밟힌 자국들이 선명하다.화려한 날은 가고 사람의 발자국이 주홍글씨처럼 찍혀 있음에 울먹이는 것 같아 산책 내내 떨어진 꽃들이 눈에 밟힌다. 사람의 발에 밟히고 눈길
코로나19가 다소 소강상태였는데 갑작스런 유흥업소 전염이 다시 긴장감을 가지게 한다. 그럼에도 집안에서 장기간 움츠린 생활에 지친 사람들이 바깥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주말 근교 나들이 차량들이 도로에 점점 늘어난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던 시점엔 상습 정체지역이 오히려 차량 속도가 빨라지는 듯했다. 모임 연기 같은 사회적 속도가 느려지니 이동 흐름은 빨라지는 기현상이다. 그 기간 차량속도 변화에 대한 측정 자료가 있으면 코로나 전후 사회적 변화 현상을 알아볼 수도 있을 것이다. 몇 년 전 경찰이 최고 시속 100㎞의 고속도
완연한 봄, 꽃들이 만개하고 군데군데 꽃길이 눈에 띈다. ‘길’이란 말은 중의적이다.‘꽃길’이란 말,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처럼 아름 따다 가시는 길에 뿌려진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이 있는 길이다.비유적으로는 일이 잘 풀리거나 좋은 일을 의미한다.반대되는 말로 가시밭길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꽃길만 걸어가세요.’라는 말이 인구에 회자된다.좋은 일만 생기기를 바란다는 덕담이다.대중가요의 노랫말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꽃의 아름답고 향기로운 이미지가 길이라는 단어에 덧붙여져 참 아름다운 말이 되었다.주변의 크고 작은 공원이나
먹지도 않은 족발사진을 SNS에 올린 국회의원 당선자가 사과를 하고 사진을 삭제하는 해프닝이 있었다.족발가게들로 유명한 선거구 지역에서 서민과 함께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며 ‘당선되면 1주일에 한 번씩 들러 족발을 먹겠다’는 공약을 성급히 이행하려다 자초한 망신이었다. 물론 직접 그 족발 가게에 들러 음식을 먹었지만 해당 사진은 보좌관의 보고를 믿고 남의 사진을 올렸다며 정중히 사과했다.역시나 정치는 쇼의 일종이라는 생각을 굳히게 된다. 직장인이나 서민에게 사랑받는 족발이 얼떨결에 본의 아니게 정치에 소환된 것 같다. 서울의 장충동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들이 한국어가 어렵다고 한다.물론 오랜 시간을 투자하고도 잘 늘지 않는 영어도 우리에겐 만만치 않은 언어다.외국인 입장에서 한국어의 어려움을 생각해본다.‘배’라는 단어 하나만 보더라도 신체부위, 선박, 과일과 같은 동음이의어(同音異義語)를 외국인이 익히는 일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때’라는 단어도 같은 경우다.한자로 시(時)라는 의미와 사람의 몸에 붙어 있는 찌꺼기라는 의미를 가진다.한 때 소리는 같은데 의미가 다른 단어들이 썰렁한 아재개그 소재로 사용되기도 했다.말(言)과 말(馬)이 말장난 개그의 일
‘쉘 위 댄스’ 춤추실래요? 감미롭고 낭만적인 말이다. ‘쉘 위 악수’ 악수 가능하세요? 공생을 위한 몸부림의 말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변한 생활 패턴 중 하나가 악수하는 것을 주춤거리는 것이다. 가장 효과적인 방역 방법이라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경각심이 일상화 되고 있다. 신체적 접촉 행위인 악수 관행이 타격(?)을 입고 있다. 평소처럼 손을 내밀다가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서로 눈치를 보게 된다. 현대인의 악수는 만남의 전위행위이다.악수란 신체적 접촉행위로 친근감과 신뢰감을 표시한다. 더하여 서로의 온기를 느낄 수
‘지옥처럼 검고, 죽음처럼 강하며, 사랑처럼 달콤하다’는 커피. 커피가 우리의 일상을 차지한지 오래다. 손에 커피를 들고 식후 시간을 나누는 직장인들의 모습은 도시의 한 풍경이 되었다.들녁에서도 막걸리로 축이던 목을 커피로 대신하고 있으니 커피제국이 된 것 같기도 하다. 커피의 최초 발견은 에디오피아. 염소가 따먹는 열매에서 발견했다는 것이 정설이다.‘모카커피’는 예멘 모카항을 경유하는 커피의 대명사였다고 한다.오스트리아 빈에 가서는 비엔나커피를 주문하면 모른다고 한다. 아인슈패너라고 해야 한단다.이슬람 음료였던 커피를 기독교인들은
코로나19 사태로 2020년 봄의 모든 일상이 우선멈춤 표지판 앞에 섰다. 화사한 봄꽃 향기도 우울감에 휘청거린다. 부대끼며 정 나누고 살아가기 좋아하는 우리 이웃들에게 ‘거리두기’는 고통 아닌 고통이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집안 구석구석 묵은 때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참에 봄맞이 집안 대청소를 해본다.책장 한쪽에 종갓집 된장독마냥 의뭉하게 떡 버티고 있는 것들이 보인다. 35년 공직생활 내내 아귀처럼 붙어 다니던 업무수첩 뭉텅이다. 1년에 한두 권 쓰게 되니 줄잡아 50여권이 된다. 입직한 첫 해인 ‘1986년’ 이라고 표
“이번 주말 맞선이 있는데 아직 장소를 못 정했어. 사람이 많이 드나드는 호텔이나 카페에서 하기가 좀 꺼림칙해!”“드라이브 스루로 하면 어때?, 수어 몇 가지 익혀서 주차장 넓은 곳에 차 세워두고 차안에서 창문 조금 열어 둔 채 서로의 의사를 전달하면 어떨까? 어차피 마스크를 끼고 있어서 의사소통은 쉽지 않잖아.”지나친 과장일까? 맥도날드 가게에서 차를 타고 음식을 사는 ‘드라이버 스루’가 역수출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를 위해 피검사자가 차에서 내리지 않고 검사를 받는 것을 미국에서 벤치마킹하겠다고 한다. 피검사자와 접촉을
봄이 성큼 다가왔다. 코로나19도 봄을 이기지는 못하는 모양이다. 벚꽃, 개나리 꽃망울들이 봄의 전령사를 자처한 듯 꿈틀거리더니 어느새 만개하고 있다.연푸른 나뭇잎 사이로 새색시 볼 같이 피어오르는 분홍 빛깔에 쑥스럽게도 중년의 가슴이 살며시 설렌다. 병아리 속 털 같은 노란빛 꽃들을 보노라면 코로나19 시름마저 잊게 해준다. 머지않아 형형색색의 꽃 잔치가 펼쳐질 것 같다.사회적 거리두기 같은 심리적 고립감을 동네 주변 봄꽃들을 보면서 탈출해봄직하다. 봄가을 꽃이나 낙엽의 색깔을 보고 있노라면 어떻게 저런 고운 색깔을 내는지 궁금해
“나도 보톡스 좀 맞아야겠어요.”(먼 쓸데없는 소리고?)쌩하고 날아오는 아내의 원망어린 말(言)화살을 한번쯤 맞아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처녀시절 곱디고운 얼굴이 당신하고 살면서 다 망가졌다며 들이대는 고소장 같은 느낌이 든다. 여성의 경우 나이 들고 있음을 가장 잘 알게 되는 것이 목둘레에 슬며시 찾아드는 주름살이란다. 남자 역시 비갠 날 지렁이 지나간 자국 같은 인생 계급장이 벗겨진 이마 위에 쌓여간다. 남자든 여자든 노화현상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할 일인데도 그다지 즐겁지 않다. 특히 영원토록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싶은 여성의
국토가 좁다는 것을 평소에는 잘 느끼지 못하고 살다가도 주차공간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면 나라 땅덩어리 좁은 탓을 하게 된다. 아파트, 백화점, 빌딩, 상가할 것 없이 주차 공간부족으로 웬만해서는 한 번에 주차를 하지 못한다. 다들 바쁜 일상 탓인지 주차의 불편을 감수하면서 살아가는 것 같다. 절대 공간이 부족하니 차량 1대가 차지하는 면적이 필요최소한으로 구획되어 있다. 주차장의 옆 차량과 주차간격이 차문을 열고 한 사람이 겨우 빠져나올 정도로 협소하다. 짐이라도 가지고 내릴 땐 고도의 유연성이 요구된다. 옆 차량이 운전석 쪽 경계
‘민중은 개, 돼지다’라는 막말로 비난 여론이 들끓어 어떤 고위 공직자가 곤욕을 치렀다. 잊을만하면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 말이다. 정치인 등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그릇된 행태에 대해 일반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할 때 자주 인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사람을 ‘개, 돼지’라고 빗대는 표현은 말하기 뿐 아니라 듣기도 거북하기 짝이 없다. 국민의 의식이나 수준을 비하하는 말의 극치다. 개와 돼지의 말을 엿듣게 되었다.개 : 너 인간들에게 잘 못한 거 있냐?돼지 : 글쎄, 특별히 잘못한 거 없는데 너는?개 : 나도 하느라고 했어!개·돼지
‘기생충’ 아카데미상 4개 부문 석권, 92년 오스카상에 처음 있는 외국어 영화의 수상! 세상의 모든 수식어를 동원하더라도 흥분이 가라앉지 않는 일이다. 얼마 전 70세를 훌쩍 넘기신 숙모님을 모시고 영화관을 찾았다. 인기리에 상영 중인 ‘남산의 부장들’이란 영화를 선택했다. 숙모님과 함께 역사적 사건이 있던 동시대에 살았기에 비록 영화적 픽션이 가미되었지만 몰입도는 상당했다. 영화 중간 중간에 숙모님은 “애비야, 머라카노?”라며 놓친 대사를 물으셨다. 노령에 따른 약간의 난청과 빠른 대사 때문이다. 숙모님보다 더 난청인 나 역시
민족의 명절인 설날이 다가왔습니다. 설을 준비하는 모습도 많이 변했습니다. 방앗간 가레떡, 장터 뻥튀기, 설빔 같은 것들이 흑백 영사기가 돌리는 빛바랜 모습이 된 것 같습니다. 완성된 제수용품을 마트에서 준비하는가 하면 심지어 차례를 대행하는 업체까지 생겼습니다. 조상님께서 제대로 적응하고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설 명절은 즐겁고 행복한 날입니다. 그런데 가끔씩 즐겁고 행복해야할 명절에 형제간 말다툼, 부모와의 갈등으로 예기치 않은 끔찍한 사건이 발생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평소 왕래가 뜸한 핵가족 시대에 익숙한 탓인지 모처럼
지난 1월 초 뉴질랜드 오클랜드에 출장을 다녀왔다. 뉴질랜드는 남반구에 있어 한국과 계절이 반대여서 1월이면 그곳은 여름이다. 오클랜드 시내에는 대학교에서 운영하는 어학원과 사설 어학원 등 영어교육 기관과 관련 업체들이 많다. 뉴질랜드는 한국 학생들이 어학연수를 위해 많이들 가는 나라중의 하나이다. 그래서인지 뉴질랜드 시내 곳곳에는 한국 학생들을 비롯하여 많은 아시아계의 학생들로 가득했다. 시내 여기저기에 보이는 한국어 간판과 도처에서 들리는 한국어 말소리로 여기가 지구의 반 바퀴를 돌아온 외국이라는 이질감을 느끼지 못했다.지금은
매년 새해를 맞이할 시기가 되면 무사히 한 해를 보낸 것에 감사하기보다는 다가오는 새해에 뭔가 새롭고 희망적인 일들이 실현되기를 기대하는 마음이 더욱 부풀어 오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포항의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감사할만한 일이 많았다. 시 승격 70주년을 맞이하여 연중 다양한 문화, 예술 행사가 끊이지 않았고, 포항지진특별법 제정을 위한 국민청원에 시민들이 일치단결하였으며, 암각화 특별전을 개최하면서 뿌리 깊은 역사유적을 지녔다는 자긍심을 가지기도 하였다. 또 강소연구개발특구와 영일만 관광특구의 지정 등 지속 가능한 도시 포항의
최근 지역에서 개최되는 학술세미나는 물론 다양한 이벤트에 이르기까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계 등 어떠한 분야든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대부분 같음을 새삼 느낀다. 물론 재임기한이 있는 주요 임명직 기관장들이야 바뀐다. 하지만 그들을 제외하면 지역 각계의 유지라고 불리는 각 기업체의 임원진이나 단체 대표, 학계의 전문가 등은 대부분 같다. 그저 다들 얼굴의 주름살만 하나씩 늘어날 뿐이다. 그런데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하는 것이 하나 있다. 지역에서 매번 마주치는 사람들이라고 하더라도 필자와 같은 급여생활자들은 가령 본인이
어느 나라나 기업이건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담보하기 위해 가장 필요로 하는 자원을 꼽는다면 인재라고 할 수 있다. 우수한 인재에 대한 수요는 국가나 기업의 발전 정도나 규모를 불문한다. 그들 모두가 자신이 처해있는 상황에 따라 요구하는 인재상은 다를지 모르겠지만 지금처럼 청년들이 취업하기 어렵다는 시기에도 기업들은 언제나 인재난에 고심하고 있다. 그러하기에 기업들은 자사의 매력을 높여 재능이나 경험이 풍부한 우수 인재의 고용을 쉽게 하고 이직을 억제하며 사원과 기업 간 강력한 유대감을 형성하기 위해 기업의 이미지를 높이는 임플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