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면서 대중매체가 미치는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러한 대중매체는 사람들의 가치관 및 자아 정체성 형성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이 때 사람들이 접하는 매체들에서 사용되는 언어는 그 형태에 따라 보고 듣는 이의 사고에 막대한 변화를 불러일으킨다. 즉, 어떤 단어나 어떤 표현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문구를 접한 사람들의 사고의 방향이 무의식중에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대중 매체 뿐만 아니라 실제 생활에서도 나타난다는 것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언어와 사유(여기서는 감각기관을 통해 지
제목을 보았을 때는 ‘이순신’의 화려한 영웅담이 펼쳐져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것도 아니라면 박진감 넘치는 전쟁 장면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기대에 미치는 내용은 아무 것도 없었다. 뚜렷한 줄거리도 없었고, 뚜렷한 사건도 없었다.다만, “오늘도 적은 오지 않았다.”라는 말이 주문처럼 되풀이 되었고, 적은 좀체 오지 않았다. ‘나’의 지리멸렬한 기다림이 이어졌다. 그럼에도 이 책 속으로 마법처럼 빠져들었다. 소설 속에 두텁게 베인 허무와 비관이 어떤 식으로 끝을 맺을지 궁금했다. ‘나’가 분명 죽을 것임을 알았음에도 그 끝이 궁금
△최초의 자동차 아니, 최초의 자동차 사고1769년, 오스트리아의 육군 공병 니콜라 퀴뇨는 들뜬 마음이 무척 들떠 있다. 그는 자신이 개발한 이상한 탈 것을 몰고 나왔다.그가 타고 있는 것은 앞에는 한 개, 뒤에는 두 개의 바퀴가 달려 있는 세발차다. 그렇다. 이것은 증기기관 자동차다. 이 최초의 자동차는 그 무게가 무려 5t에 이르렀고, 속도는 무게만큼이나 느려서 시간당 3.2km를 달렸다. 이 정도면 보통의 성인보다 느리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퀴뇨는 이 거대하고 육중한 증기기관 자동차를 끌고 나왔다. 육군 대신에게 이 경이로운 작
칼 폴라니는 자본주의가 태어나면서 “거대한 전환이 시작됐다”고 한다. 그가 말한 거대한 전환은 긍정적이기보다는 부정적이다. “자본주의가 근본적으로 인간의 자유와 이상을 파괴한다”고 보았으며, 이때부터 “인간의 삶이 비극적으로 변하게 되었다”고 한다. “머지않아 자본주의가 자신의 문제를 노정하며 결국 도태되거나 붕괴될 것이다”고 보았다.자본주의는 그가 활동했던 제2차 세계 대전 무렵보다 현재 더 깊이 우리의 삶에 침투해 있으며,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새로운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예견은 여전히 숙고해 볼 필요가 있다.
2주 정도 되는 긴 휴가를 받았다. 그동안 만나지 못한 사람이 너무 많았다. 휴가가 일할 때보다 더 힘들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녔다. 매일 술을 마셨다. 그 덕분에 몸무게가 불었다. 여름 내내 애써 뺀 살인데 며칠 사이에 허무하게 원래 상태로 돌아왔다.내가 간 곳은 부산, 충주, 인천, 일산 등이다.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거창에 있는 우리 집이다. 심정적으로 한 2년 만에 집에 내려간 것 같다. 마음 같아서는 한 일주일 정도 집에만 있을 생각이었는데 하룻밤만 잤다. 오래 있다가 간다더니 벌써 가냐며 아버지가 섭섭해 했
인공지능을 뜻하는 AI는 Artificial Intelligence의 약어이다. AI는 말 그대로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지능을 의미한다. 그럼 여기서 문제. 지능이 있느냐 없느냐는 쉽게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뭘까? 그것은 스스로 선택할 능력이 있느냐 없느냐다. 단세포인 아메바도 지능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왜냐하면 누구의 명령에 의해서가 아니라 먹이가 있는 쪽으로 스스로 움직일 수 있고, 장애물이 나타나면 다른 쪽으로 움직인다. 아메바도 살아가기 위해 스스로 선택이라는 것을 한다. 그러니 지능이 없다고 할 수 없다.이런 것이 지능
△패션: 문화의 정면패션은 아주 미묘하며 미세한 차이 속에서 탄생한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라는 영화에서 앤 해서웨이가 입은 스웨터의 색은 푸른색이지만, 정확히는 ‘세룰리안 블루’다. 푸른색만 해도 수백 가지에 이른다. 여기에서 세룰리안이라는 수식어가 왜 블루 앞에 붙은 것일까? 그것은 수백 가지의 다른 블루와 구별하기 위해서다. 즉 세룰리안 블루는 푸른색의 한 부분이다.푸른색이 이렇게 많다 보니 특정한 옷에 어떤 색이 더 나은지를 고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훌륭한 디자이너는 가장 잘 어울리는 색을 골라내고야
자연을 닮으려는 노력 속에서 과학기술은 발전해왔다. 넓은 견지에서 보자면 옷은 동물의 가죽을, 비행기는 새를, 전기는 번개를 모방하려는 노력의 일부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과학기술은 자연을 모방하는 낮은 차원에서 시작해서 자연을 개선해 자연보다 더 높은 차원으로 발전해 나간다. 그렇게 과학기술은 도약한다.유물론자인 마르크스는 인간의 역사발전 5단계설을 주장했다. 마르크스가 이렇게 단계를 구분한 이유는 단계를 거칠 때마다 생산력이 급격히 증대되었으며, 이러한 생산력 증대를 가능하게 만든 새로운 형태의 생산수단이 출현했고, 이를
△배움과 학문의 차이배움과 학문의 차이는 뭘까? 하나는 한자, 하나는 한글? 그런 재미없는 농담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학문과 배움은 둘 다 새로운 지식을 얻는 것을 말한다. 사전적으로 보면 학문은 새로운 지식을 ‘체계적’으로 배운다는 의미가 덧붙어 있다.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과연 그럴까?배움은 필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걷는 법, 밥 먹는 법, 글을 읽는 것, 자전거를 타는 것, 수영을 하는 것, 이런 것들은 모두 배움과 관련되어 있다. 이것들은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체화된다. 결국 체화된다는
안재홍(범수)은 내가 좋아하는 배우다. 천우희(진주)는 잘 모르는 배우인데 연기를 잘 한다.그리고 난 이런 느낌의 드라마가 좋다. 가볍고 가벼워서 날아갈 것 같은 영화. 아무런 무게도 교훈도 없는 그런 내용. 그런데 말이다. 이 드라마는 정말 감동이다. 왜냐고? 내 모습하고 비슷하니까. 내가 범수였으니까. 드라마라는 게 그런 것 같다. 결국 내 이야기를 해주는 느낌.진주는 이렇게 말한다. “그 사람이 손을 잡아주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져. 안아도 될 것 같고. 후회하지 않을 것 같고. 뭐 그런 믿음이 깨져가는 과정이 연애지만….”
△도시는 시장이다킨들버거는 1500년부터 1990년까지 경제강대국의 흥망사를 기술한 일 있다. ‘경제강대국 흥망사’라는 이 책에서 언급한 도시와 국가들로는 베네치아, 피렌체, 밀라노 등의 도시국가들과 포르투갈, 에스파냐, 브뤼주 등을 들고 있다.킨들버거는 자원, 무역, 고업, 농업, 금융 등의 요소를 통해서 경제흥망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 속에서 그가 한 가지 빼놓은 요소가 있다. 그것은 도시 혹은 국가의 흥망과 관련해 인구변동이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오늘날 메트로폴리탄이라 불리는 1천만이 넘는 도시는 제조업의 발전과
△정보와 아날로그아침에 눈을 뜨면 태양이 떠 있고, 알람이 울린다. 이것들은 실제로 일어났고, 이 실제적 일을 우리가 스스로 경험했다. 이러한 경험들, ‘태양이 뜬다’는 사건을 접하고, ‘아침에 태양은 뜬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사건과 사실은 ‘나’의 경험에서 기인한다. 이 경험은 ‘나’ 뿐만 아니라 ‘너’ 혹은 ‘그’의 경험까지 포함한다. 그렇게 본다면 사건과 사실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모든 것들이다.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 이러한 경험들 중 어떤 것은 기억된다. 기억되는 것들 중에서 우리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의미
제1차 산업혁명, 이 말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채 일곱 글자 밖에 되지 않는 이 단어는 많은 것을 담고 있다. 먼저 ‘제1차’란 산업혁명이 여러 개로 나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혁명’이란 기존의 삶의 방식을 완전히 쓸어 가버리는 쓰나미와도 같은 거대한 변혁이다. 산업 혁명이라는 용어는 프랑스의 학자들이 가장 먼저 사용했다고 하지만 일반화된 것은 영국의 경제사가인 아널드 토인비가 영국경제발전을 설명하는 과정에서였다고 한다. 이후 이 용어는 보다 광범위하게 적용되어왔다. 이러한 산업혁명은 ‘농경’ 중심의 사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그러니 제발 당신의 조카에게 사촌에게 취직은 했니 따위의 말은 묻지 말기 바란다. 꽤 오래된 일이지만 하이네켄은 인턴 채용과정을 동영상으로 담아 배포한 일이 있었다. 인턴지원자 1천734명 중 적합한 인재를 찾기 위해 ‘킥오프’, ‘응급처치’, ‘출구’ 라는 세 가지 면접방식을 소개했다. 먼저 지원자는 면접자의 손을 잡고 면접장소로 이동한다.인터뷰 도중 면접관이 쓰러지는 응급상황이 발생하고, 비상벨이 울려 건물 밖으로 탈출하는 상황에 처한다. 이 과정을 거친 후 최종 후보자 세 명을 선발한다. 하이네켄 직원
한국과 일본의 무역 갈등으로 감정이 격하다. 이런 가운데 최인훈의 ‘태풍’의 일독을 권한다. 이 작품은 1973년 1월 1일부터 10월 13일까지 243회에 걸쳐 ‘중앙일보’에 연재된 장편소설이다. 1940년대 아시아·태평양 전쟁을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의 줄거리는 이렇다.주인공인 오토메나크는 나파유의 장교이긴 하지만, 사실 애로크인이다. 그는 오랫동안 니브리타의 식민지였다가 나파유의 식민지가 된 아이세노딘에서 포로감찰 임무를 맡고 있었다. 그의 충직함과 충성심을 아는 상부에서 오토메나크에게 중요하고 긴요한 임무를 맡긴다. 그것은 아
푸레이(傅雷)는 1908년 상하이에서 태어났다.프랑스 유학 후 대학에서 미술사와 프랑스어를 강의했다. 이러한 푸레이는 부인과 함께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길지 않은 그의 유서에는 그가 자살한 이유와 함께 자잘한 당부가 담겨 있다.소위 반당죄의 물증(작은 거울과 퇴색한 옛 화보 한 장)이 우리 집에서 발견된 물증 때문에 입이 백 개라도 변명할 길이 없으나, 우리는 죽어도 우리 물건이란 걸 인정할 수 없네(정말 맡긴 상자 안에서 발견된 것이네). 우리에게 다른 죄가 있다면 몰라도 지금껏 반당적 사상이 없었네. 우리도 발견된 물증 때문에
일제강점기 당시 경성 그러니까 현재의 서울은 일본인이 거주하는 남촌과 조선인이 거주하는 북촌으로 분리되었다. 그 역사는 188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같은 해 2월 주한 일본대리공사가 일본인의 안전을 위해 일본공사관과 영사관 주위에 집단거주를 요청하면서 거주가 시작되었다. 한일합방 이후 진고개 일대 충무로, 명동에 이르는 지역은 완전한 일본인 거주지역으로 변모되었다. 특히, 1911년에 개설된 황금정(현 을지로)은 일본인 거주지를 청계천변까지 확장시키면서 본정통(현 충무로)과 함께 일본인 주거지의 중심가로로 성장한다.특히 본정통은
△칸트의 물음기술과학 시대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칸트(Immanuel Kant·1724∼1804) 씨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시죠. 칸트 씨의 말을 들으려면 우선 칼리닌그라드로 가야한다. 칼리닌그라드는 2차 세계대전 후 러시아령이 되면서 동유럽의 변두리 도시로 밀려나게 되었지만, 한때 이 도시는 독일의 정신적 수도였다. 칼리닌그라드로 이름이 바뀌기 전 이 도시의 이름은 쾨니히스베르크였다. 이곳은 근대 통일독일의 모태가 된 프로이센의 발상지였으므로 정치 중심지를 베를린에 둔 뒤에도 프로이센 왕들은 대관식만큼은 쾨니히스베르크를
오늘날 커뮤니케이션의 환경은 디지털 미디어가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고 할 수 있다. 과거는 오프라인 만남이 중심이었으나 오늘날을 컴퓨터 이메일과 메신저, 문자 메시지, SNS 등이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이러한 변화의 이유는 컴퓨터, 핸드폰 단말기, 디지털 미디어 기술의 발달이라는 하드웨어적 환경과 함께 오프라인에서의 커뮤니케이션 부족을 시간과 공간을 초월할 수 있는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충족하려는 욕구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디지털 미디어의 대표적 예로서, 컴퓨터 미디어의 특성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먼저, 글자를 입력
△도시 공간 혹은 도시 장소도시의 바람이 도시에 갇혀 유령처럼 떠돈다. 자전거를 탔다. 습기를 잔뜩 머금은 무거운 바람이 불었다. 시원하지 않았다. 중간에 몇 줄기의 비를 맞았음에도 더위는 가시지 않았다. 더운 날이다. 더운 날의 도시는 정말 최악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도시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우주공간이라는 말을 사용하지만 우주장소라는 말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역시 도시공간이라는 말을 사용하지만 도시장소라는 말을 사용하지는 않는다.반대로 약속장소라는 말 대신 약속공간이라는 말은 쓰지 않는다. 때, 곳, 등장인물 등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