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잠자리에 들기 전에 알람을 아침 7시로 맞췄다. 요즘은 6시 30분으로 맞춘다. 30분 일찍 일어나 명상을 하려고 노력한다. 거창 붓다선원에서 배웠다. 명상 중에 으뜸은 아침 명상인 게 분명하다. 멍한 상태라 숨 보기가 잘 된다. 잠결이라 그런가 보다. 몇 달 그렇게 아침 명상을 하고 나니 알람이 울리면 자동으로 어정쩡하게 평좌를 틀고 앉는다. 처음에는 10분도 버거웠는데 이제는 30분도 가뿐하다. 아침 명상을 하면 하루가 든든해진다. 출근할 때 마음이 즐겁다. 미운 사람이 좋은 사람이 되는 신비한(?) 체험을 한다. 아침
오페라는 화려하다. 호화 배역과 웅장한 무대, 장중한 음악은 관객들을 매료시키는 힘이 있다. 티켓값도 비싸 일반인들은 엄두를 내지 못한다. 평생에 오페라 한 번 보지 못한 사람이 대다수이다. 그런 까닭에 오페라 무대의 성악가는 머나먼 별나라의 외계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화려한 오페라 무대에서 내려와 그늘진 곳을 찾아다니며 클래식을 선사하는 성악가가 있다. 사연은 이렇다. 성악가는 어느 날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를 찾아가 노래를 불렀다. 중학생이던 그가 대도시로 성악 레슨을 받으러 가던 첫날, 이웃에게 빌린 지폐를 손에 쥐어주던 어
지난 1960년대에서 90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은 고도의 경제성장 시대였다.어렵고 힘들었던 그 시절 홍콩영화는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있었던 오락물로 큰 인기를 누렸다. 60년대에서 70년대를 거쳐 80년대까지 홍콩영화는 한국의 극장가에서 주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당시 홍콩영화는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위안거리였고, 만화경같은 존재였다. 해외여행 자유화가 실시되지 않았던 시절, 아니 해외여행 자유화가 있었다 해도 갈 돈이 없었던 시절, 이소룡, 성룡, 왕조현에서 주윤발, 장국영으로 이어지던 홍콩 영화는 당시 해외를
‘한 달에 한 권 읽기’ 책모임에서 8월의 책으로 한동일 교수의 을 읽기로 했다. 한동일 교수는 한국인 최초의 바티칸 대법원 로타 로마타(Rota Romana) 변호사다. 로타 로마나 변호사가 되려면 유럽의 역사와 교회법, 라틴어와 기타 유럽어까지 능통하고 합격률이 6∼7%에 불과한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한단다. 학교에 있으면서도 영어 울렁증 때문에 원어민과 마주치면 쭈뼛거리기 일쑤인 나 같은 범인은 상상조차하기 어렵다. 영어, 불어, 독일어도 아니고 까다롭고 복잡하기로 악명 높은 라틴어라니.라틴어, 하면 고등학교 때
상처 많은 나무가 아름다운 무늬를 남긴다는 말이 있다. 사람의 경우는 어떨까? 상처 없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상처를 입지만 그 고통을 견디며 살아가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모든 상처가 아름다운 무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상처가 아름다운 무늬가 되고 세상에 향기를 전하는 삶은 극히 드물다.포항 동빈동에 흰색의 아담한 목조건물 하나가 있었다. 따듯한 정감과 품위를 느끼게 한 그 건물은 선린병원이었다. 선린병원은 단순히 하나의 병원이 아니다. 파란만장한 현대사와 개인사가 씨줄과 날줄로 엮여 있다. 전쟁으로 초토화돼 수많은 전쟁고아들이 길
계절의 변화는 칼날처럼 어김없다. 뜨거웠던 여름이 가고 풍요로운 가을이 온다. 달콤한 여름방학을 보낸 아이들은 개학하고 2학기를 시작했다. 9월이 되면 학교와 도서관, 각종 단체에서 독서, 문화행사가 풍성하게 열린다. 포항시립도서관은 ‘2019 바다로 나온 도서관’을 준비 중이다. 포항문인협회는 덕수동 수도산에서 제20회 재생백일장을 연다. 포항문화재단과 포항시립미술관에도 행사가 풍성하다. 참 볼 것 많고 갈 데 많은 9월이다.방학 중에 동료 선생님들을 만나 ‘한 학기 한 권 읽기’에 대해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동료 선생님들은 학
여름휴가 동안 정독(精讀)하고, 초서(抄書)한 책 목록은 다음과 같다. 염은열 교수의 , 정민 교수의 , 김윤규 교수의 , 이상준 향토사학자의 , 김옥애 작가의 , 정찬주 작가의 , 박석무 교수의 , 이소정 작가의 등이다.염은열 교수의 에 나오는 조선판 오렌지족, 대전별감 안도환의 유배 이야기가
사다리차가 들어온다. 뒤따라 이삿짐차가 들어온다. 주차 된 차를 빼달라고 인부들이 휴대폰을 들고 분주히 오간다. 하나둘 차가 빠지면 사다리차가 튼튼한 지지대를 내린다. 사다리차가 겹겹이 접혀있던 사다리를 펴 올린다. 7층 베란다 난간을 겨눈다. 난간에 담요를 덮는다. 수신호를 주고받으며 위치를 맞춘다. 짐을 올릴 사다리차 바닥이 몇 번 오르락내리락한다. 이삿짐차 문이 열리고 짐이 쏟아져 나온다. 짐이 올라간다. ‘아, 이사를 왔구나!’ 누가 이사 왔는지는 모른다. 저 사람들은 인부들이다. 저기 저 위 베란다에 있는 아주머니가 주인인
“뱀, 쥘 르나르, 너무 길다.” “섬, 정현종,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반성, 함민복, 늘 강아지 만지고 손을 씻었다, 내일부터는 손을 씻고 강아지를 만져야지.” “파랑새, 한하운, 나는 나는 죽어서 파랑새 되어 푸른 하늘 푸른 들 날아다니며 푸른 노래 푸른 울음 울어 예으리, 나는 나는 죽어서 파랑새 되리.” “지푸라기, 임보, 낟알을 다 뜯기고 만신창이로 들판에 버려진 지푸라기 그러나 새의 부리에 물리면 보금자리가 되고 농부의 손에 잡히면 새끼줄이 된다.”서울 동도중학교는 전교생이 졸업할 때까지 시
높아야만 산이 아니다. 수려해야만 산이 아니다.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야만 산이 아니다. 낮은 산도 있고, 밋밋한 산도 있고, 도심 깊숙이 들어와 있는 산도 있다.영남의 소금강(小金剛)이라 불리는 내연산, 금세라도 날개를 활짝 펼치고 하늘로 날아오를 듯한 비학산, 원효와 자장, 혜공 등 고승들의 재미난 옛이야기를 품고 있는 운제산, 그리고 동대산, 도음산, 천마산, 봉좌산, 형산 등 포항에는 크고 작은 산들이 은은히 펼쳐져 있다. 이 산들과 이어져 도심에는 수도산, 학산, 양학산 같은 낮은 산들이 나지막이 엎드려 있다. 도심의 낮은
지난주 포항교육청 영재교육원 초언어반 학생들과 ‘내가 뽑은 신문 기사 원! 투! 쓰리!’ 활동을 했다. 방법은 간단하다. 30분 동안 각자 구해 온 신문을 꼼꼼하게 읽는다. 읽다가 끌리는 기사가 있으면 체크를 해둔다. 신문을 다 읽은 후 체크해 둔 기사를 가위로 오린다. 스크랩한 신문 기사 중 내 성향과 관심사를 충족하는 기사 3개를 고른다. 4절지에 ‘내가 뽑은 신문 기사 원! 투! 쓰리!’라고 제목을 쓰고, 그 아래 보기 좋게 기사를 배치하고 풀로 붙인다. 그 기사를 뽑은 이유나 소감을 빈 곳에 간략하게 적는다. 돌아가면서 ‘내
독서 교육의 목표는 평생 독자를 기르는 것이다. 한 학기 한 권 읽기의 목표도 학생들이 독서를 즐기는 평생 독자로 자라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다.하지만 대한민국 국민의 독서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평생 독자를 기르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짐작하게 된다. 초등 저학년은 문턱이 닳도록 도서관을 드나들지만, 고학년이 되면 발길은 뚝 끊긴다. 중·고등학교를 거쳐 성인이 되면 독서율은 급격하게 감소한다. 입시 지옥을 거치며 책은 거들떠보기도 싫어지는 것이다.2018년 기준, 세계 독서율 1위인 핀란드의 대표적인 독서교육은 자녀가 어
“조선인들에게 아리랑은 쌀과 같은 존재로 언제 어딜 가도 들을 수 있습니다. 조선인들은 즉흥곡의 명수입니다. 완성된 곡이나 음계 없이도 노래를 아주 잘 합니다.”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사랑한 푸른 눈의 미국인 선교사, 호머 헐버트(1863∼1949)의 말이다. 헐버트는 1896년 2월, 영문 월간지 ‘한국소식’에 문경아리랑을 서양음계로 처음 채보해 공개했다.아리랑은 출처도 기원도 어원도 불분명하지만, 남과 북을 통틀어 모두 60여 종 3천600수가 전한다. 그중에 정선아리랑과 밀양아리랑, 진도아리랑을 3대 아리랑으로 친다. 정선아리
물 반 정어리 반이었지.지역의 한 원로는 일제강점기 포항을 회고하다가 포항 앞바다에 정어리가 지천으로 널려 있었다며 눈에 힘을 주며 말했다. 정어리는 기름이 많은 생선이어서 기름을 짜내 산업용이나 군사용으로 많이 썼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임진왜란 때면 모를까, 생선 기름을 근대의 대규모 전쟁에 썼다는 얘기는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았고 한동안 잊어버렸다.한 학자의 소개로 근래 이기복의 논문을 읽고 난 후 망각의 바다 저편으로 사라졌던 정어리는 암청색 몸을 빛내며 뇌리속으로 들어왔다. ‘경상북도수산진흥공진회(1935년)와 경북 수산업의
2015년 7월 4일, 국세공무원교육원에서 9급 세무직 공무원 면접이 치러졌다. 일부 면접관들이 응시생들에게 ‘애국가 4절을 불러보라’, ‘국기에 대한 맹세를 외워봐라’, ‘태극기 사괘가 무엇이냐’ 등의 질문을 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전해진 태극기 중 가장 오래된 태극기가 무엇이냐는 질문이 없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참고로 가장 오래된 태극기는 ‘데니 태극기’다. 구한말 고종이 미국인 외교관 데니에게 하사한 것이다. 태극 문양이 조금 다르지만 색과 사괘까지 지금의 태극기와 거의 흡사하다.당시 공무원시험 정보를 나누는 인터넷 카페에서는
고대 소아시아의 프리지아라는 도시국가에는 왕이 없었는데, 이륜마차를 타고 오는 첫 번째 사람이 왕이 될 거라는 신탁이 있었다. 어느 날 농부의 아들이었던 고르디우스가 이륜마차를 타고 나타나자 사람들은 그가 바로 신탁이 말하는 사람이라고 믿고 왕으로 추대했다. 왕이 된 고르디우스는 자신이 타고 온 마차를 신전에 바치고 복잡하게 매듭을 지어 신전기둥에 묶어두었다. 그것을 본 사제가 신탁을 받아,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푸는 자가 아시아 전역을 통치하는 지배자가 되리라”고 예언을 했다. 나중에 알렉산더 대왕이 아시아 원정길에 그곳을 지나다
지난 20일 부산 영도구에 있는 국립해양박물관에서 흥미로운 사진 전시회가 열렸다. 해양 전문잡지인 ‘The OCEAN’에 게재된 사진 중 일부를 선별해 기획 사진전 ‘ONE WORLD ONE OCEAN’을 개최한 것이다. 국립해양박물관과 잡지 발간 주체인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공동 주최한 이번 사진전에는 △어업, 그리고 바다음식 △해양강국으로 가는 길 △해양문화 탐방의 바닷길 △신북방·신남방 바다길 등 4가지 주제에 70여 점이 선을 보였다.전 세계 푸른 바다에서 역동적으로 펼쳐지는 다양한 삶과 문화, 풍경을 담은 사진은 관람객들에게
직장 선배가 한숨을 쉰다.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딸이 연기를 하겠다고 결심했단다. 대도시에 있는 연기학원에 딸을 데려갔다 데려와야 한단다. 듣고 보니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중학교 때 연극을 시작했는데 몇 번 무대에 서고, 크고 작은 상을 받더니, 결국 이렇게 됐다.”선배는 고생도 고생이지만 하나밖에 없는 딸이 험한 가시밭길을 가려고 하는 게 안타까운 모양이었다. 나는 언젠가 읽은 매슬로우의 ‘절정경험’이 떠올랐다.“무대에서 절정경험을 했기 때문에 쉽게 포기안 할 겁니다. 원하는 대로 밀어주세요.”심리학자 아브라함 매슬로우는
요즘은 아침마다 자동차를 뒤덮은 노란 송홧가루를 털어내는 일이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송화는 곤충을 이용하여 수분하는 여느 꽃들과는 달리 풍매화인데, 바람이 일 걸 알고 꽃을 피우는지 꽃이 필 걸 알고 바람이 부는지는 모르나 솔 꽃이 한창인 시기에 부는 봄바람은 유별나게 극성스럽다. 이도 자연의 섭리일 것이다.한때 ‘금수저’라는 말이 유행했다. 부자 부모를 둔 덕으로 고생하지 않고 풍족하게 잘 먹고 잘 사는 계층을 이르는 말이다. 반대가 ‘흙수저’다. 바삐 사느라 한 번도 스스로 무슨 수저인가를 따져본 적은 없지만, 세간의 기준으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어 공부가 어떠냐고 물으면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하는 말이 있다. “어렵지만 재미있어요”이다. 그렇다. 한국어는 어렵지만 재미있는 언어다.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어려워하는 이유 중 하나가 한국어는 비슷한 말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얻다’와 ‘받다’, ‘인간’과 ‘사람’, ‘모든’과 ‘온갖’, ‘놓다’와 ‘두다’, ‘달리다’와 ‘뛰다’, ‘한가하다’와 ‘여유롭다’, ‘바라보다’와 ‘쳐다보다’ 등등 수많은 유의어들을 구별하여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 외국인들에게는 복잡하고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