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되면 마음이 싱숭생숭 해진다. 봄은 새로운 계절의 시작이다. 한 해의 계획을 세우고 새 학기가 시작된다. 많은 것들이 다시 시작된다. 겨울 내내 추웠던 날씨가 풀렸다 다시 추웠다 하면서 인체가 외부의 기온 변화에 대응하기 힘들고 면역이 떨어진다. 일조량은 겨울보다 많이 늘게 되어 급작스러운 일조량의 변화는 사람의 감정을 변화 시킨다. 다양한 주변 상황이 나의 마음을 이랬다 저랬다 하게 만든다.이렇게 봄엔 모든 사람들의 마음이 왔다 갔다 한다. 갱년기로 고생하는 여성은 계절 중 봄이 특히 괴롭다. 날씨의 변화가 심할수록 감정도
작심삼일은 오랜 나의 루틴이었다. 매년 새해가 시작되면 새 다이어리를 얻어 새로운 계획을 야심차게 적지만 한 달을 채 못 넘기고 끝이다. 새 계획을 적어 벽에도 붙여두지만 작심삼일이다. 계획이 구체적이지 않아서일 수도 있고, 아예 못 지킬 계획을 세웠을 수도 있겠으나, 어쨌든 며칠 못가 흐지부지된 것만은 확실하다. 까짓 3일만에 다시 작심삼일하면 되지라며 뻔뻔한 큰소리를 치기도 했다. 바쁜 일 때문이라는 핑계를 대면서 모면하고자 하지만 끈기가 없는 성격 탓을 자책하면서도 좀처럼 고치지 못한 채 살았다.그런 내가 달라졌다. 지난달 첫
‘여인과 노인’이라는 거장 루벤스의 그림 앞에 섰다. 이 그림을 처음 보는 사람들은 노인이 젊은 여인의 가슴을 빨고 있는 부자유스러운 애정 행각에, 먼저 불쾌한 감정을 노출하기 일쑤라고 한다. 딸 같은 여자와 놀아나는 반나체의 노인을 통렬히 꾸짖던 사람들에겐 노인과 이성을 잃은 젊은 여인이 가장 부도덕한 인간의 유형으로 비춰졌을 테니 말이다. 삼류 포르노 같은 그림은 알고 보면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보게 된다.이런 생각을 갖게 되는 데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이와 비슷한 일이 가끔 일어나고 그 끝은 대개 아름답지 못했던 까닭이
경상감영과 서남쪽으로 약 600미터 떨어진 약령시장 일대는 대구의 구 중심가이자 근대 종교가 일찍이 자리 잡았던 곳이다. 서상돈 고택·이상화 고택과 같은 근대 건축물이 제법 남아있으며, 지금은 대구 근대골목투어로 더 유명하다. 이곳에서는 2개의 종탑이 하늘에 닿을 듯 솟은 아주 오래된 성당-계산성당도 만나볼 수 있다.우리나라에 성당이 본격적으로 지어지기 시작한 것은 1886년 한불수호조약이 체결된 다음이다. 주로 천주교는 파리외방전교회에서 파견되었으며, 이들은 우리나라에서 종교적 활동을 위한 기반과 체제를 확립하기 위해 노력했다.쉽
세상이 먹먹해 보였던 1970년대 끝 무렵, 소설가 이병주는 ‘행복어사전’에 이렇게 적었다.“파사데나의 젊은이들은 우주정복을 꿈꾸는데, 꽃은 한 번밖에 피지 않는다.” 암울한 현실을 지나고 있었던 당시의 우리 젊은이들에게 바다 건너 청년들은 저 먼 우주를 겨냥하고 있음을 일러주었다. 동시에 꽃은 딱 한 번 필 것임을 경고하였다. 일상이 어둡고 답답하다 하여 코앞의 현실에 파묻힐 게 아니라 상상력을 발동하여 멀리 보면서 내일을 꿈꿔야 한다는 권고가 아니었을까.상상과 창의. 4월 21일은 ‘국제 창의와 혁신의 날(World Creati
조선의 대표 도검 중 하나인 사진검(四辰劍)은 용을 상징하는 주술 목적의 벽사(邪)용 칼이다. 조선 왕실의 신령한 사진검이 경북 문경 고려왕검연구소에서 최근 다시 태어났다. 용을 뜻하는 진(辰)이 네 번 겹친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사진검(四辰劍)은 청룡의 해인 올해(甲辰年), 4월(辰月), 13일(辰日), 오전 7~9시(辰時)에 만들어졌다. 장인이 6개월 정도 작업 끝에 수만 번의 단조작업과 담금질 과정을 이겨내고 완전한 검으로 태어났다. 사진검은 1m 약간 넘는 길이에 한 면에는 벽사 글귀와 용 형상이, 반대편에는 28
울릉군 공무원의 변화와 혁신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의 자세가 너무 안일하다는 것이다. 특히 현실 감각이 떨어져 군이 목표로 하는 100만 명 관광객 유치가 되겠느냐는 시각부터, 설령 100만명을 유치한하고 하더라도 제대로 관리가 될까하는 이야기가 적잖다. 실제, 요즘 울릉군청 공무원의 행정집행 등 일련의 사태를 보면 답답한 부분이 한 둘이 아니다.울릉도에서 랜드마크 급의 호텔을 건설하는 시공사 등의 하소연은 그 단적인 예다. 매머드 급 호텔체인을 건설 중인 A사는 울릉도 최고층 규모인 15층 규모의 호텔을 신축하고 있다.
조직과 기업에 혁신을 넣으면 건강한 조직,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거듭난다.인식에 오류가 생기면 판단 오류가 생기고 판단 오류가 생기면 방향 설정이 틀어진다. A방향으로 가는 길이 C방향으로 틀어지면 기업은 불협화음이 생기고 조직문화가 실패하는 길로 접어들 수 있다. 경영자와 조직을 이끄는 직책 보임자들의 잘못된 인식에 의한 판단 오류를 경계해야 한다.일본 히로시마에 본사를 두고 있는 벤다선광공업은 포스코 선재 제품을 사용하여 자동차 링 기어를 만들고 있는 고객사이다. 인천 남동공단에 위치하고 직원 50명에서 300여 명으로 성장한
벚꽃이 폭죽처럼 터지듯 들끓던 민심이 4·10총선으로 표출됐다. 정권 심판론이 우세해서 야당의 압승으로 결판나 향후 국정운영에 상당한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그러나 언제까지 폭죽처럼 터진 승리에 도취해 자만한다거나, 참패의 충격에 빠져 낙담해서는 안 될 일이다. 열흘 붉은 꽃은 없듯이(花無十日紅), 금세 벚꽃이 진 자리마다 연둣빛 새순이 손을 내밀고 잎새들의 잔치를 준비하며 생동하는 봄날의 기운이 왕성해지고 있다.봄꽃은 기후나 주변 여건에 따라 조금 늦게 필 수도, 한 해 또는 몇 해 건너 필 수도 있으니, 이번의 선거결과가 여야에
앞산 달비골은 우리들 낭만 놀이터였다. 방학을 맞아 약속한 날짜가 돌아오면 동아리 남학생들은 손수레에 장작을 싣고 울퉁불퉁한 산길을 올랐다. 일 년에 한 번 있는 이날은 동아리 선후배 단합의 장이었다. 오르막을 만날 때마다 무거운 손수레를 미는 건 고역이었으나 후배들이 장작을 나르는 건 전통처럼 되어있었다. 선배들은 읍내 지서에 동아리 모임 허락을 얻은 후 산 중턱에 몇 동의 텐트를 쳐놓고 후배들을 기다렸다. 여학생들은 각자 맡은 찬거리를 싸 들고 흙먼지 이는 길을 걸었다. 누군가의 어깨엔 기타가 걸려있었고 불룩한 주머니엔 하모니카
인간은 누구나 복수를 꿈꾼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한 번쯤은 복수를 꿈꾸지 않을 수 없다. 누구나 겪는 모든 것에 미숙했던 시기에 인간은 누군가에 의해 상처받고, 때로는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잃기도 하고, 가끔 자신이 가진 일부를 잃어버리는 경우도 있다.돈이나 집 같은 유형의 재산을 잃어버리는 것은 그나마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나은 것이고, 가족이나 친구 같은 자신의 모든 것이라고 해도 좋을 인간 사이의 관계를 박탈당하는 것은 더욱 끔찍하다. 하물며 내가 인간임을 유일하게 증명해주는 자존심은 어떤가. 자만심이나 질투에 의해 인간
국민의힘 김재섭 당선자(서울 도봉갑)는 지난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총선 참패에 가장 영향을 많이 준 요인으로 ‘이종섭·황상무’를 꼽지만 이건 기폭제일 뿐이다. 정권 심판론은 2년 동안 축적됐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36세 청년인 김 당선자는 민주당 텃밭에서 49.05%를 얻어 당선됐다. 차기 당 대표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미래 보수정당의 리더로 평가받는 인물이다.김 당선자의 언급처럼, 윤석열 정부는 지난 2년간 민심이반을 가져올 많은 정책을 고집스럽게 시행했다. 대표적인 게 서민과 청년들의 분노를 자극한 ‘대기업·부자 감세
서양의 도덕성을 얘기할 때 반드시 나오는 용어가 ‘노블레스 오블리주’다. 프랑스 말로 노블레스는 고귀한 신분을 뜻하고, 오블리주는 책임이 있다는 뜻이다.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일컫는 표현이다. 프랑스 사전에는 “귀족계급이란 자신의 이름에 명예가 되는 의무를 스스로 만들어낸다”는 뜻으로 풀이하고 있다.일본 출신 작가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인 이야기’에서 로마제국 2천년을 지탱한 힘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철학이라 했다. 영국 최고 명문사학 이튼칼리지 교내에 세워진 건물에는 1, 2차 세계대전에 참여해 전사한 졸업
경남 합천 율곡면에서 태어난 박태일 시인은 시인으로서나 현대문학사 연구에서나 뚜렷한 봉우리 위에 선 학자이기도 하다. 대학을 은퇴할 무렵 연변의 나그네가 되어 연길 안까이 시편들을 시집으로 묶더니 자신의 시선집으로 ‘용을 낚는 사람들’(소명충판, 2024)을 펴냈다. 이 시전집 전반에 경상남도의 산천을 흐르는 물소리와 산새소리가 듀엣으로 합창을 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특히 박태일의 세 번째 시집 ‘가을 악견산’과 네 번째 시집인 ‘풀나라’에서는 시인이 유년의 회상공간으로 한 경상남도 일대의 경관이 소리문법으로 리듬을 타고 그리움과
마쓰야마에는 나쓰메 소세끼의 흔적도 곳곳에 있지만, 마쓰야마에 가장 큰 발자취를 남긴 문인은 단연 마쓰야마에서 나고 자란 마사오카 시키(正岡子規, 1867-1902)입니다. 마쓰야마 시립 시키기념박물관에는 마사오카 시키의 생애와 문학에 관한 온갖 자료들이 알뜰하게 모아져 있었는데요. 대충 훑어보는 데만 한나절이 걸릴 정도였습니다. 마사오카 시키는 언론인, 수필가, 평론가 등으로도 활약했지만, 그의 가장 큰 활약은 단연 일본의 전통 시가인 하이쿠를 혁신한 겁니다. 심지어 시키의 하이쿠 혁신 운동이 없었다면, 일본이 자랑하는 하이쿠는
요즈음 학생들과 함께 1980년대 소설 읽기를 하는데, 지난주에는 마침 박태순 소설 편이다.‘어머니’라고,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 주변의 여러 일들을 사실적으로 엮어 놓은 작품이다. 무크지 시절의 ‘실천문학’ 1985년경에 실렸다.이 이야기를 읽자니, 여러 해 전, 박태순 선생이 살아계셨을 때, 충북 수안보로 선생을 찾아갔던 기억이 떠올랐다.그 무렵 나는 소설집 ‘정든 땅 언덕 위’(민음사, 1973)를 헌책방에서 얻어 읽은 후였다.수안보는 선생이 어머니를 돌보려고 가서 정착하게 된 곳이라 하였다. 그때 만난 선생의 마지
대구 수성구가 매호동 소재 농업용 저수지인 ‘구천지(狗泉池)’의 명칭을 ‘매호지’로 변경을 추진 중이다. 이름이 죽은 뒤에 넋이 돌아가는 곳을 이르는 구천(九泉)을 연상시키는 부정적 어감때문이다. 경북 성주군 금수면은 최근 ‘금수강산’면으로 명칭변경을 시도하고 있다. 주민들이 한번만 들어도 평생 기억되고 꼭 가보고 싶은 지역 이름으로 바꾸길 원했다. 대구도시철도 2호선 대공원역도 최근 이름을 수성알파시티역으로 변경을 추진 중이다. 대공원 조성이 장기화되면서 역 명칭 변경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대공원 조성 예정지가 역과 멀리 떨어져 있
최근 내 삶에 생긴 몇 가지 변화가 있다. 그중 나를 가장 기쁘게 하는 건 단연 조카의 탄생이다. 조카가 태어난 날을 기점으로 우리 가족의 결속력은 단단해졌다. 시도 때도 없이 연락을 주고받고 조카의 집에 다함께 모여 시간을 갖는 일도 잦다. 처음에는 아이를 안아 드는 것도 버거웠지만 이젠 여러 일에 제법 능숙해졌다. 밥을 먹이고 옷을 갈아입히는 건 기본. 쏟아지는 졸음에 칭얼대는 것과 먹을 것을 요구하는 소리의 차이를 분명하게 구분할 수 있다. 팔이 떨어질 것같이 아프다가도 내 품에서 잠든 아기의 체온에 마음이 파도처럼 일렁인다.
지난 4·10 총선 기간 내내 나는 한 번도 SNS에 나의 정치적 의견을 피력한 적이 없다. 그것은 내게 특별한 정치적 의견이 없어서도 아니고 내가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사람이어서도 아니다. 나는 대중예술인이기 때문에 정치에 대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대중예술인은 말 그대로 대중들을 상대로 예술 활동을 펼치는 사람이고 대중들이 외면하면 생명력을 잃어버리고 마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대다수의 대중들은 자신과 다른 정치색을 가진 예술인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 것 같다는 것이 나의 직·간접적
새끼 판다 푸바오가 중국으로 떠났다. 에버랜드에서 태어나 자란 지 1,354일 만이다.이른 새벽부터 사람들이 푸바오의 마지막 모습을 보기 위해 몰려들었다. 취재하러 나온 방송국의 카메라와 팬들의 카메라가 뒤섞였다. 이송하는 동안에 불안한 마음을 줄이기 위해 여러 번의 적응 훈련도 했다. 편안한 이송을 위해 무진동 차량을 준비하고 모친상을 당한 사육사가 중국까지 함께했다. 사육사 어머니의 마지막 길에도 불구하고 푸바오는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모여든 사람들의 수가 푸바오가 누리는 인기를 말해준다. 인기에 비하면 이토록 많은 혜택도 오히